[리뷰] 두께가 고작 7mm인 외장하드, 씨게이트 세븐

이상우 lswoo@itdonga.com

[IT동아 이상우 기자] 씨게이트가 얼마 전 500GB 외장하드를 내놓았다. 이미 외장하드 용량은 GB 단위를 넘어 TB 대에 진입했고, 1GB당 가격은 100원 내외로 저렴해졌다. 때문에 500GB 외장하드가 출시됐다는 소식은 그렇게 흥미로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제품을 직접 본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두께가 7mm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두께를 자랑이라도 하듯, 제품 이름 역시 세븐(Seven)이다.

씨게이트 세븐
씨게이트 세븐

당연한 이야기지만, 외장하드는 PC용 2.5인치 HDD보다 크고 두껍다. PC(특히 노트북) 내부의 2.5인치 베이에 바로 연결하는 HDD와 달리, 외장하드는 USB 같은 방식으로 PC 외부에 연결한다. 따라서 USB 컨트롤러가 외장하드 내부에 있어야 하며,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해줄 케이스 역시 필요하다.

씨게이트 세븐과 일반 외장하드 비교
씨게이트 세븐과 일반 외장하드 비교

그런데, 씨게이트 세븐은 이 모든 것을 갖추고도 두께가 7mm다. 일반적인 2.5인치 HDD의 두께가 7~10mm 정도며, 이를 외장하드로 만든다고 하면 얇으면 10~15mm, 두꺼우면 20mm를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제품을 처음 잡아봤을 때 HDD가 아니라 mSATA SSD를 사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게다가 씨게이트는 외장하드라는 표현 대신 휴대용 스토리지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하지만 제품을 PC에 연결하고 귀를 가까이 가져가니 모터가 움직이는 소리나 헤드(데이터를 기록하는 부품)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진짜 HDD다.

씨게이트 세븐의 두께
씨게이트 세븐의 두께

전체적으로 살펴봤을 때 씨게이트가 2013년 내놓은 5mm 두께의 제품, '랩탑 울트라씬 HDD'를 사용한 듯하다. 씨게이트 세븐의 외장 케이스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됐다. 때문에 플라스틱 케이스를 사용하는 일반 외장하드보다는 조금 더 묵직한 느낌이다. 이러한 금속 소재의 케이스 덕분에 외부 충격에서 조금이나마 더 안전하다. 가방에 넣어 휴대할 때 노트북이나 카메라 등에 눌려서 케이스가 손상될 걱정을 덜 수 있다. 다만 바닥에 떨어지는 등의 충격을 가하면 내부에 있는 플래터(HDD에서 데이터를 저장하는 부품)나 모터 등에 영향을 줄 수도 있으니, 일부러 던지는 일은 삼가야겠다.

씨게이트 세븐과 랩탑 울트라씬
씨게이트 세븐과 랩탑 울트라씬

<씨게이트 세븐(좌)과 씨게이트 랩탑 울트라씬(우)>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한 케이스는 고급스러운 느낌도 준다. 외부에 노출된 나사 등이 없으며, 케이스 윗부분이 아랫부분을 완전히 감싸는 디자인이다. 특히 위와 아래의 색상과 재질이 같아서 마치 일체형 제품을 보는 듯하다. 실제로 씨게이트 세븐은 세계 3대 디자인 상 중 하나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Red Dot Design Award 2015)'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씨게이트 세븐
씨게이트 세븐

전체적인 크기는 82mm x 122.5mm며, 무게는 178g이다. 왼쪽 아래에는 파란색 LED 표시등이 있어 작동 상태를 알려준다. 연결 방식은 USB 3.0이며, 일반 케이블보다 유연한 섬유 케이블을 제공한다. 케이블을 말아서 휴대할 때 단선 위험을 줄여준다. 케이블 길이는 약 480mm로 넉넉하다.

LED 표시등과 USB 3.0 케이블
LED 표시등과 USB 3.0 케이블

일반 외장하드보다 부피가 작기 때문에 제대로 된 성능이 나올까 우려할 수도 있다. 그래서 저장장치 벤치마크 소프트웨어 '크리스탈 디스크 마크'로 읽기 속도와 쓰기 속도를 측정해봤다.

대용량 단일 파일 전송 속도를 측정하는 시퀀셜(Seq) 항목에서 읽기 속도 초당 117MB, 쓰기 속도는 초당 114MB로 측정됐다. 크기가 1GB 파일 하나를 10초 이내에 복사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단일 파일이 아닌, 크기가 작은 파일은 이보다 전송 속도가 떨어진다. 3MB~10MB 정도의 MP3 파일 100개(약 600MB)를 전송하는 데 걸린 시간은 15초 정도다. 크리스탈 디스크 마크에서도 512K 항목에서 읽기 초당 39MB, 쓰기 초당 42MB를 기록했다. 이 정도면 시중에 있는 USB 3.0 방식의 외장하드 정도로 빠르다.

씨게이트 세븐 벤치마크
씨게이트 세븐 벤치마크

씨게이트 세븐은 데이터 백업과 복원, 소셜 네트워크 공유 등을 지원하는 '씨게이트 대시보드' 소프트웨어를 기본 제공한다. 이를 이용하면 PC나 스마트폰 등의 기기에 있는 사진, 음악, 동영상 등을 씨게이트 세븐에 보관할 수 있다. 다만 모바일 기기의 자료를 백업하려면 전용 앱이 필요하다.

씨게이트 대시보드
씨게이트 대시보드

기본 파일 시스템은 exFAT다. 따라서 윈도와 맥OS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다. 만약 FAT32로 포맷했다면 4GB 이상의 파일을 복사할 수 없으며, NTFS 형식으로 포맷하면 맥OS에서 외장하드에 파일을 쓰거나 저장한 파일을 변경할 수 없다(외장하드에서 맥OS로 파일을 가져오는 작업이나 파일을 읽는 작업은 가능하다).

4GB 이상의 파일을 복사하면 오류가
발생한다
4GB 이상의 파일을 복사하면 오류가 발생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오늘날 500GB는 그리 큰 용량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이 제품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용량이 아니라 두께다. 씨게이트가 이러한 두께의 외장하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TB급에 이르는 고용량 외장하드도 일반 외장하드 두께로 제작할 수 있다는 의미다. 즉 씨게이트 세븐은 자사의 기술력을 과시하는 상징적인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바지 주머니에도 들어가는 씨게이트 세븐
바지 주머니에도 들어가는 씨게이트 세븐

일반 소비자에게도 의미 있는 제품이다. 500GB가 큰 용량은 아니지만, 오늘날 널리 쓰이는 울트라북이나 태블릿PC 등과 비교하면 아주 큰 용량이다. 씨게이트 세븐은 이러한 휴대용 기기와 잘 어울린다.

최근 IT 기기는 휴대성을 계속해서 강화하는 모습이다. 1kg도 안 되는 14인치 고성능 노트북이 등장하고, 연필보다 얇은 태블릿PC도 출시됐다. 하지만 이러한 기기의 고질적인 약점은 저장장치 용량이다. 대부분 부피가 작은 mSATA SSD나 eMMC 메모리 등을 사용하는데, 이러한 저장장치는 용량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이유에서 외장하드 같은 별도의 저장장치를 찾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기존 외장하드는 얇고 가벼워진 모바일 기기와 어울리지 않게 두껍다다. 씨게이트 세븐은 이러한 모바일 기기에 단짝이 될 수 있으리라. 제품 가격은 2015년 4월 말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12만 9,000원이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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