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CEO, 맛있는 IT 회사 차린 사연은?

안수영 syahn@itdonga.com

스마트폰 배달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자주 사용하는 정여사(35), 앱을 쓰다 보니 불편해도 너~무 불편하다. 전화를 걸었더니 "거기까진 배달이 안 되는데요"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겨우 배달 되는 곳을 찾아 주문했더니, 음식도 깨끗하지 않고 맛이 없다. 분명 음식점 후기는 좋았는데 기가 막힐 노릇이다. 스마트폰 앱이라면 뭔가 다를 줄 알았는데 전단지와 차이가 없다. 짜증난 정 여사는 외친다. "이거 바꿔줘!"

다양한 배달 앱들 중 '철가방'은 고객이 믿을 만한 정보를 담은 앱이다. 배달 가능한 음식점만 검색할 수 있으며, 음식점 후기는 배달이 완료되어야 남길 수 있어 신뢰할 만하다. 전화하지 않고 주문, 예약, 결제까지 할 수 있다. 2011년 출시되었으며 현재까지도 인기가 많다. 철가방 개발사 헬로월드의 서민수 대표(27)를 찾아가 사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와 철가방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얼떨결에 사장님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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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CEO, 맛있는 IT 회사 차린 사연은? (1)

헬로월드는 대학생들이 모여서 세운 회사다. 대학에 다닐 때부터 창업을 계획해 왔던 걸까. 서 대표는 "사실은 얼떨결에 시작했다"고 말했다. 2011년, 그는 동기와 후배들과 함께 공모전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모였다가 배달 음식을 주문하게 됐다. 마침 아이폰을 구입한 친구가 있어 스마트폰으로 배달 음식점을 검색했더니, 부정확한 정보도 많고 전화를 받지 않는 곳도 많았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는데도 배달 음식을 시키는 과정은 스마트하지 않더라고요. 농담 삼아 '스마트하게 주문 결제까지 다 돼야 하는 것 아냐?'라고 이야기했어요. 여기에서 '그럼 우리가 한 번 만들어보자!'하고 생각하게 됐죠."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이어질 줄은 몰랐다. 우연히 학교에서 '청년 창업 프로젝트'를 실시하는 것을 발견했다. 그때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활용해 서 대표를 중심으로 기획서를 내 봤다. 그저 프로젝트와 아이디어가 일치했기 때문에 경험 삼아 냈던 것. 기대도 안 했는데 선정이 되었고, 사무실을 무료로 얻으며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찾아간 곳마다 애송이 취급… 번번이 거절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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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CEO, 맛있는 IT 회사 차린 사연은? (2)

그러나 막상 사업을 시작하려 하니 자본금이 없었다. 멤버들 모두 학생이었고, 집이 부유한 사람도 없었다. 어떻게 돈을 마련할지 고민하던 와중, 강원랜드 하이원에서 발주한 스키 게임을 개발할 기회가 생겼다. 바로 이거다 싶었다. 개발할 줄 아는 멤버가 있어 나섰고, 고생 끝에 2,000만 원을 마련해 사업 밑천으로 삼았다.

자본금 문제를 해결했지만 이번에는 영업의 어려움에 부딪치게 됐다. 서 대표는 "들이대는 것만으로는 방법이 없었다"며 웃었다. 일일이 음식점을 찾아가 가맹해 달라고 부탁하면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철가방은 전자 결제가 되는 앱이기 때문에, 음식점 점주들은 철가방을 통해 얻은 수익의 일부를 헬로월드에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통해 홍보가 될 것이라고 믿는 점주들이 거의 없었다. 게다가 B2B(기업 간 기업)영업을 할 때는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궁리 끝에 영업을 도와주는 영업 법인과 손을 잡았다. "영업 법인을 통해 영업에 대해 배울 수 있었어요. 벤처 인큐베이터 교육도 받고, 창업을 한 선배들과 교수님들의 조언도 들었죠. 조언을 들을 때는 드라마나 영웅담을 접하는 것 같았는데, 직접 사업을 해 보니 제가 그런 경험을 하고 있더라고요. 이런 과정을 거쳐 철가방을 만들게 됐습니다."

비록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지만, 기회를 얻은 만큼 열심히 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또 그때 당시 대기업이 만든 '통큰 치킨'이 여론의 비난을 받는 것을 보며, 중소 상인들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더욱 확고히 하게 됐다. 본격적으로 시장 조사를 해 보니 배달 앱의 수가 적었고, 전화를 하지 않고 주문 결제가 가능한 배달 앱도 없었다. 그는 여기서 시장성을 발견했다.

"수많은 음식점 사장님들을 만나며 인터뷰와 설문 조사를 했어요. 장사가 잘 되는 집은 전화벨이 너무 자주 울리고 바쁜 것에 스트레스를 받고, 장사가 안 되는 집은 매출이 적어서 고민하더라고요. 저희가 모바일로 홍보를 하고 주문 결제도 넣어준다면, 스트레스도 덜고 매출 증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죠."

주문부터 결제까지, 앱 하나면 끝!

다른 배달 앱들과 다른 철가방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서 대표는 전화를 하지 않아도 주문, 예약, 결제가 되는 것을 차별점으로 꼽았다. 음식점 후기도 믿을 만하다. 음식점 후기는 배달이 완료되어야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조작 가능성이 없다. 철가방에는 배달이 가능한 음식점만 검색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철가방에서 검색되는 음식점은 모두 배달이 되는 곳입니다. 음식점과 계약을 할 때 배달을 가는 지역이 어디까지인지 이야기를 듣고, 이를 바탕으로 앱을 만들었기 때문이죠. 철가방을 이용하면 가게가 영업을 하고 있는지, 부재 중인지도 실시간으로 알 수 있어요. 안내메시지를 통해 주문이 접수됐고, 음식이 언제 도착하는지도 확인하기 쉽습니다."

반면 다른 앱은 음식점 전화번호를 모아놓은 정도에 그쳤다. 전화로 주문이 되더라도 결제는 오프라인 상에서 해야 한다. 철가방이 나온 이후 전화 없이 결제할 수 있는 배달 앱이 출시되었지만, 서비스 지역이 수도권에 한정됐다. 또 배달 여부에 상관없이 주변에 있는 가맹점이 모두 검색된다. 그러나 보통 음식점들은 5km 반경 내에만 배달을 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사용자가 5km 이상 떨어진 음식점에 전화를 걸 경우, 배달이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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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CEO, 맛있는 IT 회사 차린 사연은? (3)

누가 사용하겠어? 1년 뒤 '반전'

처음에는 스마트폰을 통한 홍보 효과를 의심하는 점주들이 많았지만, 1년 만에 상황은 역전됐다. 막상 철가방을 이용해 보니 오프라인 전단지를 통해 광고하는 것보다 더 저렴하고, 홍보 효과도 높았던 것. 일반적으로 전단지에 광고를 한 번 올리는 데 약 25만 원의 비용이 든다. 하지만 전단지는 불특정 다수에게 뿌리는 것이기 때문에, 전단지를 본 모든 사람들이 꼭 배달을 시키지는 않는다. 전단지를 통해 주문한 건 수가 얼마나 되는지도 알 수가 없다. 반면 철가방은 실제로 배달 음식을 먹으려는 사람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가격 대비 홍보 효과가 높다. 철가방을 통해 얼마나 주문했는지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철가방을 통해 들어온 주문 건수만큼 비용을 내면 돼서 경제적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철가방을 달가워하지 않는 사장님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달라졌어요. 저희에게 먼저 찾아오셔서 우리 가게도 올려달라는 사장님들이 늘어났습니다."

사용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앱 다운로드 건수는 약 20만 건이며, 매달 주문 건수는 약 6,900건이다. 실제로 철가방을 한 번이라도 이용했던 사용자들은 철가방을 통해 월 평균 5번 주문을 한다. 여성과 장애인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다.

"혼자 자취를 하는 여성분들은 휴대전화 번호와 집 주소가 모두 노출되는데다 혹시라도 위험할 수 있어서 배달 음식을 잘 먹지 않아요. 하지만 철가방 앱을 이용하면 선결제가 가능해, 문 앞에 음식을 두고 가도록 할 수 있어서 안전합니다. 이 점이 편하고 좋다는 여성분들이 많아요. 또 말을 못 하는 장애인 분들은 전화 주문을 할 수 없는데, 앱을 이용해 전화 없이 배달 음식을 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앱을 만들어줘서 감사하다고 편지를 보내주신 분도 있었어요. 생각지도 못했는데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뿌듯합니다."

지역 상권 활성화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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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대표가 생각하는 철가방의 목표는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고, 소비자들이 편리하게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소상공인들의 매출 증대에 기여해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항상 실행하고 도전하는 정신으로 노력하고 있으니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앞으로도 사회적인 가치를 창출하며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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