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금융권 DX, 빅테크 빈자리 메우는 ‘온프레미스·시연형 AI’
[IT동아 김영우 기자] 비즈니스 환경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이하 DX)은 이제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다. 과거의 DX가 종이 문서를 전자화하고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인공지능(이하 AI)을 결합해 복잡한 실무를 스스로 처리하고 의사결정을 돕는 자동화 솔루션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오픈AI, 앤트로픽,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고성능 AI 에이전트와 업무 자동화 도구를 쏟아내며 시장을 주도하는 추세다.

하지만 모든 산업 현장이 이 같은 신기술을 곧바로 반기는 것은 아니다. 역설적이게도 데이터 활용 가치가 가장 높은 공공기관이나 금융권일수록 최신 AI 자동화 솔루션을 도입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곤 한다.
가장 큰 걸림돌은 ‘보안’과 ‘규제’다. 글로벌 빅테크가 제공하는 유명 AI 솔루션들은 대부분 퍼블릭 클라우드 기반으로 작동한다. 업무 화면이나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정보가 외부 서버로 전송되는 구조다. 그러나 엄격한 망분리 규제를 적용받고 민감한 고객 자산·개인정보를 다루는 금융권이나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데이터 외부 반출이 수반되는 클라우드 솔루션을 도입하기가 쉽지 않다.
현장의 ‘보수적인 업무 규칙’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장벽이다. 금융·공공 사업장은 작은 오류 하나가 대형 사고나 법적 책임으로 직결되는 민감한 업무를 다룬다. 이 때문에 오랜 기간 검증된 업무 절차와 내부 시스템(ERP, 그룹웨어 등)의 규칙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범용 AI가 나름대로 ‘더 합리적인 방식’이라고 판단해 작업 절차를 임의로 생략하거나 업무 방식을 바꿔버린다면 현장에선 심각한 감사 지적이나 시스템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자동화 솔루션을 도입하더라도 기존 작업자가 수행하던 절차와 규칙을 한 치의 오차 없이 그대로 재현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만 현업에 안착할 수 있다.
데이터 외부 반출 막는 ‘온프레미스’, 기존 절차 그대로 본뜨는 ‘Record & Replay’
이러한 상황 속에서 최근 금융권의 DX 행보, 그중에서도 iM증권(구 하이투자증권)의 움직임이 눈길을 끈다. iM증권은 최근 사내 업무 환경과 IT 인프라를 혁신하는 ‘내부적 DX’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10월, 자동화 솔루션 전문 기업인 ‘인포플라(Infofla)’와 온프레미스(On-premise, 사내 구축형) 업무 자동화 솔루션 및 장애 예측 관리 시스템 구축에 관한 정식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번 도입은 금융권 특유의 높은 보안 장벽과 보수적인 업무 환경을 국내 스타트업의 특화 기술로 돌파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iM증권이 도입하는 시스템의 핵심은 크게 ‘반복 업무 자동화’와 ‘사전 장애 예측 관리’ 두 가지다. 비대면 서비스의 실시간 정상 작동 여부를 상시 점검하고 시스템 장애를 사전에 감지·예측해 증적을 관리하는 한편, 임직원의 단순 반복 업무를 AI로 자동화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주목할 부분은 구현 방식이다. 인포플라가 공급하는 솔루션은 외부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고 iM증권 사내 서버에 직접 구축해 운영하는 ‘온프레미스’ 방식을 취한다. AI 학습과 추론, 자동화 실행 환경을 내부망 안에 두어 업무 데이터의 외부 반출 우려를 차단할 수 있기 때문에, 망분리 등 엄격한 보안 통제가 요구되는 금융권 환경에 유리한 구조다.

또한 기존 작업자의 엄격한 업무 규칙을 해치지 않기 위해 이른바 ‘Record & Replay(시연 기반 자동화)’ 기술을 적용했다. 개발 지식이 없는 현업 직원이 복잡한 프롬프트나 코딩 스크립트를 작성할 필요 없이, 평소 하던 대로 PC 화면에서 업무를 한 번 시연(Record)하기만 하면 AI가 화면 객체와 절차를 인식해 재사용 가능한 자동화 시나리오로 만들어 반복 수행(Replay)하는 방식이다.
AI가 자의적으로 절차를 왜곡하지 않고 숙련된 직원의 검증된 업무 동선을 그대로 따라 하기 때문에 보안과 절차적 무결성이 생명인 금융 업무에 적합하다. 이렇게 한 직원이 시연을 통해 만든 자동화 시나리오는 사내에 공유되어 모든 직원이 함께 활용할 수 있어 전사적인 업무 표준화와 효율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빅테크 클라우드가 못 채우는 틈새, 토종 기업의 차별화 전략
글로벌 빅테크가 범용 AI와 클라우드 기반 업무 자동화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국내 기업은 사내 구축과 업무 절차 통제 등 고보안 환경의 요구에 특화한 솔루션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인포플라의 이번 iM증권 계약은 이러한 전략이 금융권으로 확장되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최인묵 인포플라 대표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계약은 그동안 공공·행정기관에서 검증받은 온프레미스 자동화 역량이 금융권으로 본격 확장되는 신호”라며, “데이터 중심 보안 전환이 본격화되는 고보안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