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허브 "신원 인증 기술 하나로 전 세계 시장 연결하겠다"

이문규 munch@itdonga.com

[ IT동아]

김상윤 크로스허브 CDO 인터뷰

외국에서 여행 또는 생활하다 보면, 현지 결제 앱에 가입하거나 교통/숙박 서비스를 예약하려다 ‘본인확인’ 단계에서 막히는 경우가 잦다. 전 세계 어디서든 통하는 신원확인과 이를 결제로 바로 잇는 인프라가 필요해졌다.

크로스허브는 이 문제를 블록체인 기반 신원인증 기술 '아이디블록(IDBlock)'으로 풀고 있는 한국 핀테크 스타트업(대표 김재설)이다. 올해 1월 미국 CES 2026에서 아이디블록과 결제 서비스 'B·Pay'를 묶은 'Financial Passport'로 핀테크 부문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3월 중소벤처기업부 '초격차 스타트업 1000+'에 선정된 후, 네덜란드 정부용 솔루션 공급과 베트남 대학 디지털 학생증 공급 계약을 잇달아 맺었다. 지난 9월에는 우리은행과 함께 추진하는 방한 외국인용 결제 플랫폼 '트래블패스'에 일본 링크티비티의 철도·교통·관광 상품을 연동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크로스허브는 도쿄·싱가포르·하노이·실리콘밸리·파리에도 거점을 두고 있다. 하나의 신원인증 기술을 일본에서는 여행, 싱가포르에서는 의료, 베트남에서는 대학에 맞춰 적용하고 있다. 해외에서 맺은 계약을 현지 고객이 실제로 쓰는 서비스로 만드는 일이 그들의 과제다. 크로스허브 디자인/사업 총괄(CDO) 김상윤 이사를 통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김상윤 크로스허브 CDO / 출처=IT동아
김상윤 크로스허브 CDO / 출처=IT동아

자기 소개를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크로스허브에서 디자인과 사업 총괄을 맡고 있습니다. 국내외 금융·결제 사업을 경험하면서, 국적이나 체류 자격 때문에 첫 단계인 본인확인에서 사용이 막히는 문제를 자주 보았습니다. 이 문제를 신원인증 기술로 풀고, 확인된 신원이 실제 결제와 서비스 이용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일을 크로스허브에서 추진, 진행하고 있습니다.

CES 2026 ‘핀테크 부문 최고혁신상’ 수상 이후, 현재 도쿄, 싱가포르, 하노이, 실리콘밸리, 파리 등 해외 거점을 두고 있습니다. 중국 옌타이 진출 소식도 전해졌고요. 크로스허브의 현재 해외 사업 지형도를 정리해 주십시오.

크로스허브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설립됐습니다. 핵심 기술은 하나지만, 각국에서 해결할 문제는 다릅니다. 일본에서는 트래블패스를 중심으로 방한 여행객의 인증·교통·관광·결제를 연결하고, 싱가포르에서는 NHG Diagnostics와 의료 현장의 음성 기반 환자 확인을 실증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에서는 주요 대학의 디지털 학생증을 신원확인과 결제 인프라로 확장하는 사업을 추진합니다. 도쿄, 싱가포르, 하노이 거점은 현지 고객과 사업을 실행하는 전초기지입니다.

실리콘밸리와 파리는 글로벌 기술/사업 파트너를 발굴하는 접점으로 활용하고 있고, 중국 옌타이에서도 현지 협력 기회를 넓혀 가고 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DCBank와 함께, 양국을 오가는 여행객과 유학생 등을 위한 신원확인·결제 협력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이처럼 신원인증 기술 하나를 가지고 국가별 수요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우리의 해외 전략입니다.

CES 2026서 핀테크 부문 최고혁신상 수상 / 출처=크로스허브
CES 2026서 핀테크 부문 최고혁신상 수상 / 출처=크로스허브

말씀대로, 지난 4월 베트남 주요 대학 약 21만 명을 대상으로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학생증·결제 솔루션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현지 합작법인 설립과 호치민국립대 AI 연구소 개소 계획도 나왔던데, 현재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나요?

베트남에서는 학생증을 단순히 모바일 카드로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재학 여부 확인부터 교내 서비스와 결제까지 연결하는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려고 합니다. 이에 하노이국립대, 호치민국립대, 다낭대, 사범대 약 21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대학 공급 계약을 기반으로, 대학별 시스템 연동과 운영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현지 합작법인과 호치민국립대 AI 연구소는 올해 말 설립·개소를 목표로 협의를 이어가고 있고요. 베트남은 대학이라는 분명한 사용처에서 신원과 결제를 함께 검증할 수 있어서 우리에게 적합한 시장입니다. 대학에는 신원 관리, 자격 확인, 시설 이용, 결제처럼 도시와 공공 서비스에 필요한 기능이 압축돼 있습니다. 베트남 대학에 이 모델을 성공적으로 적용하면, 스마트시티·스마트정부로 확장할 토대가 되고, 몽골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 시장으로도 확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베트남 벤처캡탈 띵크존벤처스에서 10만 달러 투자도 받았고, 지난 달에는 호치민의 스타트업 경진대회 ‘스타트업 휠 2026’의 ‘TOP 5’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베트남 투자사와 파트너들은 크로스허브의 어떤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보시나요?

베트남 현지에서 관심을 보인 지점은 ‘신원인증 기술을 실제 이용자가 많은 대학 서비스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예상합니다. 학생증은 재학 확인에 쓰이고, 그 신원은 교내 서비스와 결제로 이어집니다. 기술 설명에 그치지 않고 누가, 어디서, 왜 쓰는지를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이 투자와 현지 파트너십으로 연결됐습니다.

여기에, 대양CIS 같은 한국 기업(통합회원관리솔루션 기업)과 현지 기업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고객을 만나고 현장 시스템을 이해하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우리는 이 부분을 먼저 합의하고 현지 실행에 집중합니다.

2026 대만 이노테크 엑스포 금상 수상 / 출처=크로스허브
2026 대만 이노테크 엑스포 금상 수상 / 출처=크로스허브

올 3월 ‘RSA 컨퍼런스 2026’에서 유럽 보안기업 사이버렛과 약 50만 유로(약 8.6억 원) 규모의 네덜란드 정부용 솔루션 공급 계약도 맺었습니다. 계약 이후 실제 납품과 구축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네덜란드 정부용 솔루션 공급 계약은 아이디블록이 유럽의 공공·보안 시장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중요한 성과입니다. 사이버렛과 함께 현지 고객의 요구에 맞춰 적용 범위와 구축 절차를 협의하고 있습니다.

정부 시스템은 보안 검토와 연동, 검수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계약 금액 전체를 단순히 납품 매출로 인지하지는 않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유럽 시장의 첫 레퍼런스로 만들고, 파리 스테이션F를 기반으로 공공기관과 보안·금융 분야 고객을 확대하려 합니다.

우리은행과는 방한 외국인용 결제 플랫폼 ‘트래블패스’를 추진 중입니다. 일본 링크티비티와 손잡고 일본 철도·교통·관광 상품까지 연동하기로 했습니다. 일본 시장 공략 전략과 금융권과 추진 중인 외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결제 실험의 진행 상황도 궁금합니다.

트래블패스는 방한 외국인이 출국 전에 신원을 확인하고 결제 수단을 준비해, 한국에 도착한 순간부터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입니다. 유럽과 미주 여행객은 한국과 일본을 하나의 일정으로 방문하는 경우가 많고, 양국 간 여행 수요도 큽니다. 그래서 링크티비티와 계약을 맺고 일본의 철도·교통·관광 상품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여행객이 한 앱에서 여행 전 상품 예약부터 현지 결제까지 이용하는 경험을 만들고, 이후 양국에서 쓸 수 있는 서비스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외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결제도 장기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행 규제상 바로 상용화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규제 환경이 갖춰졌을 때 적용 속도를 높이기 위해 송금 기능을 제외한 거래 기록과 증명서 부분을 블록체인 기반 오픈 API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작업에는 NIPA(정보통신산업진흥원)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크로스허브의 '트래블패스' / 출처=크로스허브
크로스허브의 '트래블패스' / 출처=크로스허브

한편 싱가포르 의료기관인 NHG Diagnostics와 환자 음성을 활용한 신원확인 PoC도 추진 중인데요. 의료 현장에서는 어떤 불편을 해결하려는 것인가요?

싱가포르 의료기관 Khatib Polyclinic을 방문했을 때 확인한 문제는, 환자가 키오스크에서 접수한 뒤 검사 직원 앞에 앉은 뒤 또 본인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다양한 언어를 쓰는 환자가 오고 고령 환자도 많다 보니, 현장 직원과 환자 모두에게 이 절차가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환자의 목소리를 활용해 검사 직전의 신원확인을 더 간편하게 하는 방안을 NHG Diagnostics와 함께 검증하고 있습니다. NDA(비밀유지계약)와 PoC(실증 검증) 계약도 체결했습니다. 이를 통해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확인 절차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작동하는지, 직원의 업무와 환자의 이용 경험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살펴보려 합니다. 기술 검증 후 싱가포르의 다른 의료기관에도 적용할 수 있는 보이스AI(Voice AI) 솔루션으로 발전시키려 합니다.

해외 행사와 사절단에서는 MOU 체결 사례가 있지만, 실제 계약과 매출로 이어지는 경우는 그지 많지 않습니다. 크로스허브는 라오스·네덜란드·베트남 등에서 계약을 따냈는데요. 현장에서 체득한, 협약을 실계약으로 전환하는 노하우가 있나요?

해외 행사에서 성사되는 계약은 행사장 현장에서 바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출국 전부터 상대 회사의 사업과 고객 문제를 조사하고, 의사결정권자와 적용 범위, 협력 조건을 논의합니다. 행사장은 그동안 쌓은 신뢰를 계약과 대외 발표로 연결하는 자리인 것입니다. 그리고 계약 후에는 PoC 범위, 비용, 일정, 담당자를 정해 실제 구축으로 이어지게 합니다. MOU를 몇 건 맺었는지보다 상대방이 지금 ‘이 기술을 써야 하는 이유’가 있는지, 다음 결정은 언제 내릴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5개 이상의 해외 거점을 동시에 운영하려면 인력과 자원 배분이 큰 과제일 텐데요. 현지 채용과 본사 파견 중 어떤 방식으로 조직을 꾸리고 있습니까? 또, 각 나라마다 다른 신원인증 기준과 개인정보 규제에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요?

해외 거점은 현지 시장을 잘 아는 담당자와 파트너가 전담하고, 본사가 기술·제품·보안·사업 구조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합니다. 현지 고객과 매일 소통할 사람은 그 시장의 언어뿐 아니라 관행과 의사결정 과정까지 알아야 합니다. 신원인증과 개인정보 규제는 국가마다 달라 사업 기획 단계부터 현지 금융·의료기관 및 법률 전문가와 처리 정보, 저장 위치, 국외 이전 여부를 점검합니다. 아이디블록은 필요한 사실을 확인하면서 개인정보 제공을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어, 각국 요구에 맞춘 적용 방식을 만드는 데 강점이 있습니다.

김재설 대표(맨 오른쪽 두번째)와 김상윤 이사(맨 오른쪽 첫번째) 외 크로스허브 직원들 / 출처=크로스허브
김재설 대표(맨 오른쪽 두번째)와 김상윤 이사(맨 오른쪽 첫번째) 외 크로스허브 직원들 / 출처=크로스허브

중소벤처기업부 ‘초격차 스타트업 1000+’ 선정에 이어, 음성 결제 승인 ‘V·Pay’와 대학 디지털 자격증명 ‘Smart ID’로 내년 CES 2027 참가를 준비하고 있을 텐데요. 올해 하반기와 내년, 해외 시장에서 반드시 달성하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올해 하반기 목표는 해외에서 맺은 계약과 협력을 고객이 실제로 쓰는 사례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싱가포르에서는 NHG Diagnostics와 음성 기반 환자 확인 PoC를 진전시키고, 베트남에서는 대학 디지털 학생증의 현장 적용을 구체화하겠습니다.

트래블패스도 실제 여행객의 인증부터 결제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올해말 테스트를 시작으로 내년초부터 본격화합니다. 내년에는 이 세 분야에서 확보한 운영 사례를 다른 고객과 국가로 확장하고 싶습니다. CES 2027에 준비 중인 V·Pay와 Smart ID도 전시 성과에 그치지 않고, 해외 고객이 도입할 수 있는 제품과 계약으로 연결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끝으로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스타트업들에게 실무 총괄자로서 전하고 싶은 조언도 부탁드립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우리 기술이 좋은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에서 누가 어떤 불편을 겪는지 직접 파악하는 것입니다. 같은 신원인증 기술도 일본에서는 여행 서비스, 싱가포르에서는 환자 확인, 베트남에서는 학생증으로 시작했습니다. 현지 고객의 문제에 맞춰 제품을 빠르게 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행사나 MOU를 목표로 삼기보다 작은 PoC라도 성공 기준, 비용, 담당자와 다음 단계를 합의해 실제 사용 사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IT동아 이문규 기자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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