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이어 갤럭시까지 가격 '역주행' 조짐… 기다릴수록 비싸지는 '뉴노멀'
[IT동아 김영우 기자] 지난 9월 9일, 애플은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 18 프로'와 '아이폰 18 프로 맥스', 폴더블 모델 '아이폰 듀오'를 공개했다. 한층 강화된 성능과 새로운 폼팩터도 주목받았지만, 그보다 더 화제가 된 건 다름 아닌 '가격'이었다.

아이폰 18 프로(256GB)의 국내 출고가는 199만 원으로, 전작인 아이폰 17 프로(179만 원)보다 20만 원 올랐다. 프로 맥스 역시 같은 폭으로 인상됐다. 그런데 더 이상한 일은 따로 있었다. 이번 행사에서 보급형에 해당하는 '아이폰 18' 기본 모델은 아예 공개되지 않았고, 대신 기존 기본 모델인 아이폰 17의 출고가가 슬그머니 인상된 것이다. 아이폰 17(256GB)은 128만 7000원에서 145만 원으로 16만 3000원(12.7%) 뛰었고, 512GB 모델도 16만 6000원(10.5%) 올랐다. 최신 제품도 아닌 기존 모델이, 신제품 발표와 동시에 더 비싸진 셈이다.
예전의 애플은 신제품이 나오면 오히려 구형 모델의 가격을 낮춰 라인업을 재편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엔 정반대의 일이 벌어졌다.
삼성도 다르지 않다… FE가 뚫은 '100만 원 벽', 10월엔 S26 전 모델 인상설
이런 흐름은 삼성전자로도 번지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 시리즈 기본 모델 기준으로 S23부터 S25까지 3년간 출고가를 사실상 동결해왔고, S26에서도 인상 폭을 약 10만 원 선으로 최소화하며 버텨왔다. 하지만 이마저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4일 출시된 보급형 모델 '갤럭시 S26 FE'는 104만 5000원에 책정되며, FE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100만 원 벽'을 넘어섰다.

더 큰 변화는 나머지 라인업에서 예고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통신 3사는 갤럭시 S26 시리즈(기본형·플러스·울트라)의 출고가를 10월 1일부터 256GB 모델 기준 14만 9600원 인상하는 방안을 유통망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현재 125만 4000원인 기본 모델은 140만 원대로 오르게 된다. 일부 이동통신 대리점에서는 이를 사실상 기정사실로 안내하며 "가격이 오르기 전에 서둘러 구매하라"는 공지를 고객에게 전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 측은 "인상 여부와 폭 모두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내부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범인은 결국 '메모리'… AI가 집어삼킨 부품 값
애플과 삼성이 약속이나 한 듯 가격을 올리는 배경에는 공통적으로 '메모리 대란'이 자리하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가 AI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에 뛰어들면서 고성능 D램과 낸드플래시를 싹쓸이하다시피 확보하고 있고, 부품 제조사들도 수익성 높은 데이터센터 물량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스마트폰·PC용 소비자향 메모리 공급이 급격히 줄어든 탓이다.
이는 스마트폰 제조원가에 그대로 반영된다. 애플과 삼성 모두 이번 가격 인상의 배경으로 메모리발 원가 부담 증가를 꼽고 있다. 문제는 이 흐름이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AI 산업 전반의 구조적 수요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AI 열풍이 사그라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 이상, 부품 가격 고공행진도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중고 시장마저 들썩... "기다리면 싸진다"는 옛말
가격 상승의 여파는 중고 시장에서도 감지된다. 중고폰 전용 거래관리시스템 UPM 집계에 따르면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중고폰 매입 규모는 292만여 대, 금액으로는 약 1조 원에 달했다. 국내 개인 간 중고폰 거래량도 2023년 620만 대에서 2025년 681만 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신품 폰이 비싸지고 중고폰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중고폰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당근마켓'을 직접 확인해 본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3년 전 출시된 '갤럭시 S23 울트라'는 상태가 양호한 매물 기준으로도 50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었고, '아이폰 15 프로' 역시 60만 원대 시세를 형성하고 있었다. 출시 당시 가격에 비하면 감가율이 낮지 않지만, 그렇다고 예전처럼 헐값에 풀리는 분위기도 아니다. 신제품 가격이 치솟으면서 중고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가 늘었지만, 정작 그 중고폰 가격마저 예전 같지 않게 비싸졌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과거 코인 채굴 열풍으로 그래픽카드 값이 뛰었을 때처럼, "일단 기다리면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전통적인 대응 전략은 이번엔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유행이 아니라 AI라는 거대한 산업 흐름이 원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이 '뉴노멀' 앞에서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우선 당장 교체가 급하지 않다면, 지금 쓰는 스마트폰·태블릿·PC를 배터리 교체나 액정 수리 등을 통해 최대한 오래 쓰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다. 반대로 교체가 꼭 필요한 경우라면, 막연히 가격 하락을 기다리기보다는 예상되는 인상 시점(예: 갤럭시 S26 시리즈의 10월 1일 인상설) 이전에 구매를 서두르는 편이 유리할 수 있다. 중고 시장 역시 여전히 신제품보다는 저렴한 대안이지만, 가격이 계속 오르는 추세인 만큼 매물과 시세를 꼼꼼히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기다리면 싸지겠지'라는 익숙한 셈법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다. 소비자들은 이제 이 새로운 가격 질서에 적응하는 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됐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