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AI 탑재한 K-스타트업, 동남아시아 진출 해법 찾았다

김예지 yj@itdonga.com

[싱가포르=IT동아 김예지 기자] 구글플레이가 국내 앱·게임 스타트업의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개최한 ‘창구 이머전 트립(ChangGoo Immersion Trip)’이 지난 9월 18일(현지시간) 사흘간의 싱가포르 일정을 마쳤다. 행사 마지막 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팀리미티드(영끌), 너티코드(마이모리), 데브언리밋(스파키), 아뮤즈8(월월) 대표가 참석해 현지 연수를 통해 거둔 성과와 향후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 구상을 밝혔다.

창구 이머전 트립 창구 개발사 간담회 / 출처=구글
창구 이머전 트립 창구 개발사 간담회 / 출처=구글

이머전 트립은 국내 참가 기업이 해외 시장을 직접 경험하고, 구글 전문가 및 벤처캐피탈(VC), 현지 업계 관계자와 교류하며 사업 확장 기회를 모색하는 글로벌 연수 프로그램이다. 올해 구글플레이는 성장 잠재력과 수익성을 갖춘 핵심 요충지로 동남아시아를 조명하며, 국내 스타트업의 시장 진출을 위한 실질적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번 이머전 트립에는 구글의 인공지능(AI)를 탑재한 ‘AI 네이티브 앱’을 제공하는 창구 8기 및 졸업사 등 14개 앱·게임 개발사가 참가했다.

참가사에는 맞춤형 비즈니스 프레임워크와 AI 도구 및 구글 클라우드 리소스, 구글 현지 전문가의 컨설팅을 비롯해, ‘구글러 인사이트 세션’과 ‘APAC AI 앱 데이’, 현지 고객 포커스 미팅 등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 제공됐다.

K-스타트업, 동남아시아 현지 시장 타겟팅 본격화

간담회 현장에서 대표들은 공통적으로 “동남아는 결코 하나의 시장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등 국가별 시장 환경과 사용자 특성이 확연히 달랐다는 설명이다.

‘마이모리’는 너티코드가 개발한 AI 기반 일기 앱이다. 사용자가 채팅하듯 편하게 생각을 입력하면, AI 캐릭터가 공감하며 일기를 정리해준다. 유성오 너티코드 대표는 “생성형 AI(LLM) 등장으로 누구의 이야기든 경청할 수 있는 서비스 구현에 확신이 들었다”며, “불안과 마음 건강 문제는 국경을 가리지 않는 만큼, 유저 행동 지표가 다채로운 동남아시아 시장에 관심을 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지 이용자 세션을 통해 젊은 층이 심리 상담 사실을 외부에 드러내길 꺼린다는 문화적 특성을 파악했다”며, “당초 구상했던 국가보다 싱가포르와 태국을 우선 공략하기로 수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약 2억 5000만 명의 인구가 치르는 라마단 기간의 소비·생활 패턴 변화에 맞춰, 한 달간 질문을 던지는 기록 프로그램을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 선보일 계획”이라며 “현장 면담이 아니었다면 얻기 힘든 값진 인사이트였다”고 덧붙였다.

정규민 데브언리밋 대표는 ‘스파키’를 통해 K팝 댄스 IP를 활용한 글로벌 댄스 게임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AI를 활용해 앱 생산성을 높이는 한편, 북미와 유럽 이용자층을 넘어 동남아시아 현지 수요를 직접 검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동남아시아에서 댄스가 운동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과 헬스·웰니스 앱의 구매율이 높다는 세션 분석이 인상적이었다”며, “아시아 이용자는 구매율이 낮다는 통념을 깨고 싱가포르와 태국에서의 수익성을 확인한 만큼 퍼포먼스 마케팅을 바탕으로 정식 출사표를 던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현지 이용자와 밀착 인터뷰…가설 검증의 장 된 ‘FGI’

창구 개발사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 현장 / 출처=IT동아
창구 개발사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 현장 / 출처=IT동아

올해 이머전 트립에서 단연 눈길을 끈 대목은 신설된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 세션이다. 이머전 트립에 참여한 스타트업 대표들은 사전 제공 기간 동안 참가사 앱을 사용해 본 현지 이용자들과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는 올해 처음 마련된 세션으로, 시장 분석과 투자자 교류뿐만 아니라, 완성된 사업 가설을 이용자 앞에서 직관적으로 검증하는 자리가 추가된 셈이다.

배수혁 팀리미티드 대표는 누적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영수증 플랫폼 ‘영끌’을 운영한다. 그는 “한국에서 확보한 3000만 장 이상의 영수증 데이터로 소비자의 장보기를 최적화하는 쇼핑 에이전트를 구축 중”이라며, “오프라인 구매 데이터가 특히 귀한 동남아시아 시장을 우선 공략해 아시아 전역으로 넓히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CJ제일제당, GS 등에 AI 대시보드를 제공하는 B2B 사업도 병행한다.

그는 “싱가포르는 헬퍼 문화가 발달해 쇼핑 에이전트 수요가 적을까 우려했으나, 자주 사는 제품의 최저가를 장바구니에 담아주는 기능만으로도 충분히 유용하다는 피드백을 받았다”며, “AI가 바꿀 수 있는 일상 영역이 아직 남아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한 “현금 거래 비중이 높은 인도네시아 재래시장 등은 AI 기록 방식으로 풀되, 싱가포르에서는 온라인 구매 데이터 확보부터 착수하도록 전략을 정밀화했다”고 설명했다.

창구 이머전 트립 창구 개발사 간담회 / 출처=구글
창구 이머전 트립 창구 개발사 간담회 / 출처=구글

아뮤즈8의 ‘월월’은 AI 기반 해외 증시 정보 큐레이션 서비스다. 신동민 아뮤즈8 대표는 “투자자의 걸림돌이 되는 가짜 뉴스와 긴 원문을 해소하고자 40여 개 매체를 교차 검증해 60초 숏폼 영상으로 핵심을 전달한다”며,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 젊은 층의 투자 관심이 고조되는 점에 주목했다”고 전했다.

신동민 대표는 “싱가포르의 투자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고, 금이나 ETF 같은 안전 자산을 선호한다는 점을 새로 알았다”며, “한국과 반대인 차트 색상 체계(UI) 지적을 반영하고, 출퇴근 시간대에 맞춰 특정 시점의 시장 이슈와 차트 변동을 연동해 보여주는 UI 개선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구글코리아에 따르면, 한국은 2025년 기준 구글플레이 활성 개발자 수 세계 1위에 올랐다. 국내 개발 앱의 해외 다운로드 수는 18억 건으로 국내(7억 3000만 건)의 2.5배에 달한다. 국가별로는 인도(3억 6500만 건)에 이어 인도네시아(1억 3100만 건)가 2위를 차지하는 등 동남아 내 K-앱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싱가포르=IT동아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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