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반도체 엔지니어 집결하는 ‘핫칩스’, 그 자리에 선 한국 기업은?
[IT동아 남시현 기자] 핫칩스 심포지엄은 매년 8월 실리콘밸리의 중심인 캘리포니아에서 개최되는 세계적 수준의 고성능 마이크로프로세서 및 집적회로 분야 반도체 콘퍼런스며, 최근 AI 반도체의 전 세계적 관심사가 높아지면서 콘퍼런스 자체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진 상황이다. 38회 차를 맞은 이번 핫칩스에서는 엔비디아의 베라 CPU 및 루빈 GPU, 블루필드 4, 스펙트럼-X 등 데이터센터용 포트폴리오 전체 아키텍처의 실질 정보 등이 공개됐으며, 인텔 역시 차세대 서버용 CPU 다이아몬드 래피즈와 GPU인 크레센트 아일랜드를 묶어 에이전틱 AI 시대에 대한 대응 전략을 보여줬다.

핫칩스 2026은 이제 CPU와 AI 가속기 등의 반도체뿐만 아니라 메모리, 네트워크, 데이터 프로세싱 유닛(DPU), 칩렛, 패키징까지 반도체 설계부터 현장 배치에 이르는 모든 분야와 관련한 정보들이 발표되고 있으며, 특히 AI 모델과 에이전틱 AI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다루는지가 관건이 되고 있다. 아울러 기존에는 단일 GPU 등 카드에 집중하는 분위기였지만 이제는 엔비디아 NVL72, AMD 헬리오스 등 랙 단위 처리량과 하이퍼스케일러를 위한 수백-수천 장 규모의 확장성까지 더 큰 규모를 논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가 ‘HBM 베이스 다이: 고급 로직 공정을 활용한 HBM의 진화’,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위한 첨단 패키징’을 주제로 튜토리얼을 진행했다. 본 행사부터는 보스반도체가 ‘Eagle-N: 확장 가능한 자동차 AI를 위한 칩렛 기반 SoC(시스템 온 칩)’, 삼성전자가 ‘삼성 LPDDR5X-PIM: 세계 최초 LPDDR 기반 AI 추론용 PIM 솔루션’, 엑시나가 ‘XCENA MX1 CXL 연산 메모리 장치’를 각각 소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의 ‘실물 에이전트를 위한 3D 공간 추론 기능을 갖춘 저전력 실시간 비전-언어 내비게이션 프로세서’도 ‘포스터’로 채택됐다.
세션 발표와 별도로 기술 소개 위해 참여한 한국 기업들
핫칩스의 메인은 세션 발표지만 공식적으로 기술을 발표하지 않고 스폰서 자격으로 현장 부스로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대형 엑스포는 아니지만 8피트 길이의 전시 테이블을 설치해 회사 소개 자료나 실제 기술 데모를 보여주며 참석자들과 접촉하는 것이다. 이런 형태의 전시는 일반적인 엑스포 전시보다는 간이 기술 시연에 가깝지만 전 세계 최정상급 반도체 엔지니어들을 직접 만나거나 기술 교류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올해 주목할만한 국내 참여 기업으로는 하이퍼엑셀, 퀄리타스, 오픈엣지 테크놀로지가 있다. 세 기업 모두 별도로 논문은 발표하지 않고 전시 참여로만 참여했다. 이 중에서 AI 반도체 기술 기업 하이퍼엑셀은 핫칩스와 꾸준히 인연을 이어온 기업이다. 2022년 김주영 현재 하이퍼엑셀 대표가 참여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팀이 ‘FPGA 기반 저지연 트랜스포머 가속 시스템 DFX’를 발표했고, 2023년에는 하이퍼엑셀 베르다(bertha)에 해당하는 LPU 관련 아키텍처를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4nm 공정 기반의 추론용 AI 반도체 아델리아(Adelia)가 포스터로 채택됐다.
올해 핫칩스에서는 처음으로 LPU(대형언어모델 처리 장치) 기반 라이브데모를 전시했다. 앞서 8월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Ai4에서도 시범적으로 데모를 진행한 바 있지만 이번에는 LLM 추론 관련 기술과 실제 언어모델 처리 등을 선보이며 기술 소개에 나섰다.

데모 시스템은 192GB 메모리를 장착한 베르다 500 LPU가 활용되었다. 데모 시스템은 LPU의 x86 시스템 호환 여부와 추론 서버 상태, 메모리 사용량, 모델 로딩 상태, 추론 로그 및 처리 토큰 수, 시스템 및 가속기 상태 등이 제시됐다. 실제 구동은 첫 토큰 생성 시간(TTFT)과 내부 토큰 대역폭, 초당 토큰 생성 수 및 대역폭, 시스템 사용률, 동시 요청 수 등의 정보가 제공됐다. 박소영 하이퍼엑셀 마케팅 매니저는 “메타, AMD, 마벨, 인텔, NVIDIA, 마이크론 등 핫칩스 2026 참관객들이 실제 라이브 데모를 참관하며 실시간 답변 생성 및 기술적 이해, GPU와의 비교 정보 등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기술 측면에서는 LLM 추론에 따른 메모리 효율성과 LPU 아키텍처 자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다. 실제 추론 작업에서 메모리 병목을 어떻게 줄이는지, LPU가 어떤 환경에서 강점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기술적 질문과 논의를 진행했다”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전력 및 비용 효율성, 실제 상용화에 대한 관심도도 높았으며 반도체 및 컴퓨팅 분야 전문가들의 직접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 전문가 대상으로 ‘토털 메모리 서브 시스템’ 소개 나서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AI 및 시스템 반도체 기업들이 반도체를 설계할 때 필요한 반도체 설계자산 전문 기업이다. 주력 분야는 메모리 컨트롤러, 물리 계층(PHY), NoC(Network-on-Chip) 등 메모리 시스템용 반도체 설계자산에 주력하며, 최근에는 이를 통합한 토털 메모리 서브시스템 IP 설루션을 중심으로 산업 영역을 확대 중이다. 최근 AI 가속기는 프로세서의 연산 성능뿐만 아니라 메모리와 연산 장치 간의 데이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빠르게 전달하는가가 성능과 직결되고 있고,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메모리 병목을 해소하기 위한 시스템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주요 기술 방향으로 삼고 있다.

핫칩스 2026에는 메모리 컨트롤러, PHY, NoC 등 각각의 설계자산을 소개하고 메모리 서브시스템 관점에서 메모리 대역폭, 성능, 전력 소모, 칩 면적, 비용 등 실제 시스템 온 칩 구현에서 중요한 요소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아울러 최근 오픈엣지가 공개한 ‘주력 공정과 LPDDR을 활용한 실용적 반도체(Practical AI Silicon on Mainstream Node Using LPDDR)’라는 이름의 기술 문서를 바탕으로 핫칩스 2026 참관객들에게 기술적 특징과 설명을 전파했다.
해당 백서는 AI 추론 칩이 반드시 3-4나노 단위의 첨단 공정과 고대역폭메모리(HBM)을 써야하는 것은 아니며 엣지 AI 및 AI PC, 추론 가속기 등에서는 8nm 등 성숙 공정에 LPDDR5X를 조합해도 성능과 전력, 비용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AI 반도체 설계에서 중요한 것은 개별 장치의 최대 성능 뿐만 아니라 메모리 아키텍처와 시스템 레벨 최적화까지 효율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오픈엣지는 자사 부스 뿐만 아니라 삼성 파운드리 부스에서도 관련 내용을 소개하는 등 공동 마케팅을 진행했다.
퀄리타스, 칩 간 물리 계층·UCIe 등 통신 포트폴리오 전반 소개
퀄리타스반도체는 PCIe, UCIe(반도체 칩렛 패키지 연결 관련 인터페이스 표준), 이더넷 등에 활용되는 SerDes IP 및 PHY 관련 설계자산 및 설계 서비스를 다루는 반도체 설계자산 기업이다. SerDes IP는 칩 내부에 병렬 데이터를 직렬 신호로 바꿔 보낸 뒤 반대편에서 다시 원래 데이터로 복원하는 회로 설계 자산이다. 퀄리타스반도체는 현재 최대 112Gbps급 PAM4 SerDes PHY IP를 보유 중이며 224Gbps SerDes PHY 기술 개발 국책 과제 주관 기업으로 해당 분야에서는 국내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로 평가받는다.

핫칩스 2026에서는 ▲ PCIe 6세대 PHY IP ▲ UCIe 표준 및 어드밴스드 패키지 기반의 다이 대 다이 인터커넥트 PHY IP ▲ 56G 이더넷 PHY IP ▲ 소형 장치의 SoC와 카메라 센서·디스플레이 패널 사이에서 데이터를 전송하는 물리 계층인 MIPI C-PHY/D-PHY, 카메라 및 이미지 센서 데이터 전송 프로토콜 CSI-2, 디스플레이 데이터 전송 프로토콜 DSI-2 등이 소개됐고, 해당 IP들이 실제 고객사에서 적용 중인 사례도 소개됐다
김다희 퀄리타스반도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이번 행사에서 하이퍼스케일 AI SoC, 온디바이스 AI, PCIe 스위치, 광 인터커넥트 등 잠재적인 반도체 설계자산 관련 고객들과 만났으며, 미국 시장에서 프로젝트 협업에 대한 논의도 진행했다. 또한 최신 공정을 기반으로 설계자산 공급 관련 논의, 고객 맞춤형 제품 제공 전략 등도 공유했다”라고 밝혔다.
국내 위상 높아진 핫칩스, 국내 AI 반도체의 글로벌 진출 발판 될 듯
국산 AI 반도체 생태계가 예상보다 커지면서 핫칩스에 대한 국내 반도체 업계의 위상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글로벌 반도체 업계들이 기술력을 시연하는 자리였다면 앞으로는 제품과 설계자산을 직접 시연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잠재 고객들과 파트너사에게 제품을 알리는 장으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이미 퓨리오사AI와 리벨리온 등 국내 주요 AI 반도체 기업들도 핫칩스를 거치면서 글로벌 시장에 제품을 알린 바 있다.
이제 AI 반도체 시장은 가속기의 연산 성능 경쟁을 넘어서 메모리와 네트워크, 칩렛, 패키징을 포함한 시스템 전체의 효율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HBM을 비롯한 메모리, AI 가속기, 자동차 SoC, CXL, 반도체 IP까지 참여 분야를 넓히고 있어 시스템 단위 경쟁으로 전환되는 시장 흐름에서 존재감이 더욱 확대될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꾸준히 메모리 반도체 관련 기술을 핫칩스에서 소개하다 보니 자연스레 대한민국 제품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관련해 국내 생태계가 전반적으로 그 규모를 키우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핫칩스에서 한국 기업의 참여도와 존재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