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징 젠스파크 CEO “한국에도 AI 창작의 불꽃 밝힐 것”

강형석 redbk@itdonga.com

에릭 징 젠스파크 최고경영자 / 출처=IT동아
에릭 징 젠스파크 최고경영자 / 출처=IT동아

[IT동아 강형석 기자] 인공지능(AI) 시장은 이제 처리 속도와 정확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 명령을 내려 원하는 결과를 얻는 생성형 AI에서, 명령을 스스로 수행하는 에이전트 AI로 흐름이 옮겨갔기 때문이다. AI가 실제 업무를 어디까지 대신하느냐는 실용적인 질문으로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업무 프로세스 전반이 바뀌어가는 흐름을 보여주는 신호탄인 셈이다.

AI 워크스페이스 서비스로 주목받은 젠스파크(Genspark)는, 변화하는 AI 기술의 흐름을 업무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해낸 스타트업이다. 문서, 스프레드시트, 프레젠테이션, 디자인, 회의록 정리 등 업무 전반을 AI로 처리하며 기업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왔다. 전 세계 190개 국가 5000개 이상 기업이 AI 워크스페이스를 도입했고, 월간 활성 사용자(MAU) 규모도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젠스파크의 시선은 북미에서 아시아로 옮겨가는 중이다. 그중에서도 한국과 일본을 핵심 시장으로 점찍었다. 최신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면서 업무 환경의 AI 전환도 동시에 일어나는, 전략적으로 의미가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모델 선택의 피로감과 토큰 비용 부담이 동시에 커지는 요즘 AI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젠스파크의 도전은 새로운 길을 제안하기에 알맞은 무대인 셈이다.

그렇다면 젠스파크는 어떤 전략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하고 서비스를 구축해 나갈까? 2026년 6월 23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팔로알토 젠스파크 본사에서 한국 기자단이 에릭 징(Eric Jing) 젠스파크 최고경영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실용주의 AI' 외치는 젠스파크

생성형 인공지능이 전 세계를 강타한 이후, 글로벌 시장은 오픈AI, 구글, 앤트로픽 등 빅테크 기업들이 자존심을 건 전쟁터로 변했다. 동시에 '구독 피로감(Subscription Fatigue)'을 호소하는 이도 늘었다.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가 특화 기능에 따라 여러 갈래로 쪼개진 탓이다. 예를 들어 텍스트 생성을 위해 챗GPT나 클로드를 구독하고, 이미지 제작을 위해 제미나이(나노 바나나)를 결제하며, 업무 협업 서비스는 또 따로 구독하는 식이다. 문제는 서비스마다 매달 20달러 안팎의 고정 비용을 내야 하는 구조여서, 이용자들이 매달 재정적 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점이다.

에릭 징 최고경영자는 구독의 피로감을 경계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 초청으로 CEO 모임에 참석했을 때 경영자들에게 AI 사용에 대한 고민이 무엇인지 물었다. 대부분 어떤 AI 서비스에 집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AI 모델 성능이 너무 빨리 업데이트된다. 지금 가장 좋다고 믿고 결제한 서비스가 2개월~3개월 뒤엔 구식이 되는 상황을 모두가 겪는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젠스파크가 도입한 방법은 '에이전트 혼합 기법(Mixture of Agents)'이다. 젠스파크 안에서 업무 지시는 하나로 처리되지만, 속으로는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AI 모델을 조합하는 식이다. 어떤 모델은 조사에 강하고, 어떤 모델은 문서 구조화에 강하며, 어떤 모델은 이미지 생성에 유리하다. 젠스파크는 사용자 명령을 파악해 알맞은 AI 모델을 찾아 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하나의 서비스처럼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여러 AI가 분업하는 구조다.

젠스파크는 최적의 AI 모델을 선택, 사용자 요구에 맞는 결과를 제안한다 / 출처=IT동아
젠스파크는 최적의 AI 모델을 선택, 사용자 요구에 맞는 결과를 제안한다 / 출처=IT동아

에릭 징 최고경영자는 이를 'AI 코스트코(Costco)'라고 불렀다. 서비스마다 따로 월 결제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다양한 모델과 기능을 골라 쓰는 방식을 빗댄 표현이다.

하지만 성격이 다른 여러 모델을 함께 쓰다 보니, 상황에 따라 토큰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에릭 징 최고경영자는 "최근 출시된 AI 모델 비용이 기존 주류 AI 모델의 10% 수준까지 떨어졌다. 오픈소스 기반 AI 모델이 강해질수록 토큰 비용 압박은 3개월~6개월 안에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한다. 과도기에는 비용 부담이 늘지 않도록 최대한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AI 서비스가 장기적으로 어떤 엔진을 쓰느냐보다 결과물이 얼마나 잘 나오느냐로 판가름 난다고 내다봤다. 인공지능이 문장을 이해하고 생성하는 최소 단위인 토큰(Token) 단가가 낮아질수록, 비용 대비 효율을 높이려는 '서비스 레이어의 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젠스파크는 앞으로의 AI 서비스 경쟁에서 차별점을 쌓아가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경험’ 앞세워 한국 시장 공략 나설 것

젠스파크는 업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AI 서비스로 두각을 나타내며 성장했다. 오픈AI, 앤트로픽, 구글처럼 자체 거대언어모델(LLM)로 성장한 기업들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에 젠스파크는 일반 소비자 시장과 기업 시장을 따로 나눠 알리기보다, 실제 업무자들이 도구를 써보고 효용을 체감하는 '경험' 자체를 앞세울 방침이다.

사용자가 먼저 유용성을 느끼고 업무에 적용하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부서 전체와 경영진으로 퍼져나가는 흐름을 그린다. 이른바 '바텀업(Bottom-up)' 전략이다.

에릭 징 최고경영자는 "스마트폰 사용자를 보면 내부 메모리 구조나 세부 부품보다 가격과 일관된 경험을 더 중시한다고 생각한다. AI도 마찬가지로, 많은 사용자는 모델의 계보나 파라미터(매개변수)보다 쓰기 쉬운가, 결과가 일정한가, 업무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가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릭 징 젠스파크 최고경영자 / 출처=IT동아
에릭 징 젠스파크 최고경영자 / 출처=IT동아

현지화에도 힘을 싣는다. 2026년 4월 서울 강남에 사무실을 열고, 젠스파크 개발팀과 긴밀하게 소통한다. 한국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젠스파크를 느낄 언어 표현과 업무 문화를 구현하기 위해서다. 업무용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대치가 높고 자국어 완성도가 사용자 경험을 좌우하는 시장이라, 미세한 경험 저하조차 서비스 경쟁력 차이로 직결된다고 봤다.

보안과 데이터 정책에 대해서도 말을 보탰다. 그는 데이터와 지식재산(IP)을 학습에 활용하지 않으며, 그 권리는 고객에게 그대로 남는다고 설명했다. 젠스파크는 데이터를 자사 모델 학습에 쓰지 않는 '제로 트레이닝(Zero Training Policy)' 원칙과, 정보를 서버에 남기지 않는 '제로 데이터 리텐션(Zero Data Retention)' 원칙을 함께 지킨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겨냥해 싱글사인온(SSO), 역할별 권한 관리, 통합 결제 기능을 갖춘 '젠스파크 포 비즈니스'를 별도로 구축했다. 기관·기업 시장 공략을 위해 SOC 2 타입2와 ISO 27001 인증을 이미 확보했고, GDPR(유럽연합 일반 데이터 보호 규칙)과 ISO 42001 등 추가 인증도 준비 중이다.

젠스파크가 ‘창작의 불꽃’ 발현하는 도구 되길

"젠스파크의 젠은 생성형 AI(Generative AI) 시대의 서막을 뜻하며, 스파크(Spark)는 인류 역사상 모든 위대한 발명과 아이디어의 시초가 된 지성의 불꽃을 의미한다. 우리는 모든 이용자들이 젠스파크 플랫폼 안에서 작업을 수행하며 수많은 창의적 불꽃을 튀기기를 기대한다. 기술은 그 불꽃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퍼뜨려주는 도구일 뿐이며, 진짜 가치는 인간의 판단력과 영감이라는 불꽃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에릭 징 최고경영자는 특정 기술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비용 효율적이고 뛰어난 업무 생산성 경험을 제공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 같은 생각은 콘텐츠 최우선(Content-First) 철학으로 이어진다.

기존 인공지능 문서 생성 도구 대부분은 디자인 템플릿을 먼저 고르게 한 뒤, 그 틀에 맞춰 콘텐츠를 채워 넣는 방식을 쓴다. 그는 이런 방식이 콘텐츠의 유연성과 깊이를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틀이 먼저 정해지면, 인공지능이 담아내는 정보의 밀도가 템플릿 크기에 갇히기 때문이다.

에릭 징 젠스파크 최고경영자 / 출처=IT동아
에릭 징 젠스파크 최고경영자 / 출처=IT동아

젠스파크는 요청받은 주제의 맥락과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먼저 분석해, 최적화된 콘텐츠 구조부터 완성한다. 텍스트와 정보의 밀도가 정해진 다음에야 그 내용을 담아낼 슬라이드 디자인과 비주얼 템플릿을 실시간으로 만들거나 맞추는 식이다. 이처럼 현장의 작업 방식을 연구해 반영한 기능들이, 젠스파크가 기업 시장에서 강력한 우군을 늘려가는 원동력이 된다.

에릭 징 최고경영자는 "젠스파크는 질문에 답하는 AI가 아니라, 일을 끝내는 AI 워크스페이스 플랫폼이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이 AI 기술로 더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고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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