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法] 자동차가 ‘위험한 물건’이 되는 순간…’난폭·보복운전’

김동진 kdj@itdonga.com

복잡한 첨단 기능을 결합한 자동차에 결함과 오작동이 발생하면,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급발진 사고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자동차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고 유형도 천차만별입니다. 전기차 전환을 맞아 새로 도입되는 자동차 관련 법안도 다양합니다. 이에 IT동아는 법무법인 엘앤엘 정경일 대표변호사(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와 함께 자동차 관련 법과 판례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는 [자동차와 法] 기고를 연재합니다.

출처=엔바토엘리먼츠
출처=엔바토엘리먼츠

자동차는 첨단 기술이 집약된 스마트 디바이스이자,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필수 이동 수단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첨단 기술로 무장하고 자율주행하는 똑똑한 자동차라 할지라도, 결국 그 차를 통제하는 것은 운전석에 앉은 '사람'의 마음가짐입니다.

깜빡이 없이 끼어드는 차, 바짝 붙어 상향등을 켜는 차를 보고 짧은 순간 분노로 가속 페달이나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우리는 '운전자'에서 '범죄자'로 신분이 바뀔 수 있습니다. 일반 접촉사고가 보험과 과실비율의 영역이라면, 난폭·보복운전은 형법과 도로교통법이 직접 개입하는 '형사 사건'입니다.

자동차는 편리한 이동수단이지만, 이처럼 운전자의 감정이 개입되는 순간 법은 자동차를 더 이상 단순한 이동수단으로만 보지 않습니다. 상대 차량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차량을 사용했다면, 형법상 '위험한 물건'으로 평가합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두 단어 ‘난폭운전’, ‘보복운전’

난폭운전은 도로교통법 위반의 문제입니다. 신호위반·중앙선 침범·과속 등 주요 교통법규 위반 행위를 연달아 하거나, 하나의 행위를 지속·반복해 다른 사람에게 교통상의 위험을 일으키는 행위입니다. 이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반면 보복운전은 운전 중 사소한 시빗거리를 빌미로 자동차를 이용해 상대에게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위협·손괴하고 부상을 입히는 행위를 말합니다. 상대 차량을 따라가 앞을 막고 급제동하거나, 갓길 쪽으로 밀어붙이거나, 고의로 충돌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행위의 양상에 따라 특수폭행(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 특수협박(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 특수손괴(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 특수상해죄(1년 이상의 징역)의 형사처벌 대상이 되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행중 운전자 폭행 등으로 가중처벌까지 받습니다.

운전자는 "겁만 주려고 했다", "한 번 브레이크를 밟았을 뿐이다", "사고는 나지 않았다"고 항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형사사건에서는 그 말이 오히려 보복운전의 고의를 자백하는 진술이 될 수 있습니다. 사고가 났는지보다 '겁을 주려는 의도'가 있었는지가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난폭·보복운전은 형사처벌로 끝나지 않습니다. 운전면허 정지나 취소 같은 행정처분이 뒤따르고, 보험료가 할증되는 것은 물론 고의 사고로 보아 보험사가 보상을 거부하는 면책 사유가 되기도 합니다. 형사·행정·금전 책임이 한꺼번에 돌아오는 셈입니다.

자율주행 시대에도 변치 않는 '인간의 감정'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하는 시대에도 이 문제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최근 자율주행과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이 급격히 발전하고 있지만, 감정에 휩쓸려 상대 차량을 따라가거나 앞을 막는 선택은 결국 운전자의 몫입니다. 운전자가 분노에 휩싸여 시스템을 강제로 해제하고 보복 주행을 감행하는 순간,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설계된 첨단 자동차는 가장 위험한 무기로 돌변하고 책임은 온전히 사람에게 돌아갑니다. 기술은 실수를 줄여줄 수는 있어도 그 책임까지 대신 져 주지 않으며, 분노의 순간에 멈춰 서는 일까지 대신해 주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법은 끝까지 운전대를 잡은 사람을 지켜봅니다.

도로 위의 슬기로운 대처법 '블랙박스'

보복운전 피해를 봤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맞대응하지 않고 거리를 두는 것입니다. 상대가 급제동하거나 밀어붙인다고 해서 같이 따라붙거나 경적·상향등으로 응수하면 위험은 더 커질 뿐입니다. 우선 속도를 줄여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가능하면 차로를 바꾸거나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 상황을 끊어야 합니다. 이후 블랙박스 원본을 보존하고 시간·장소·차량번호·전후 경위를 정리해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반대로 화가 난 운전자도 기억해야 합니다. 억울한 끼어들기를 당했더라도 도로 위에서 직접 응징하려 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상대가 잘못했다면 블랙박스 영상으로 신고하면 됩니다. 내가 자동차로 상대를 막고, 밀고, 위협하는 순간 피해자와 가해자의 위치는 한순간에 뒤바뀔 수 있습니다.

마치며

운전하다 보면 누구나 욱하는 순간을 만납니다. 하지만 운전자가 끓어오르는 분노에 휩쓸려 이성을 잃는 순간, 최첨단 모빌리티는 그 즉시 칼보다 위험한 흉기로 돌변하고 맙니다. 기술은 나날이 진화하지만, 운전의 본질은 예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내 차가 도로 위의 흉기가 될지, 안전한 이동수단으로 남을지는 시스템의 성능이 아니라 핸들을 잡은 사람의 절제에 달려 있습니다.

도로는 감정을 풀어내는 공간이 아닙니다. 상대 운전자를 가르치거나 응징하는 공간도 아닙니다. 도로는 모두가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이동해야 하는 공공의 공간입니다. 오늘도 분노 대신 거리를, 보복 대신 블랙박스를 택하는 것, 그것이 나와 내 가족 그리고 모두를 지키는 가장 현명한 운전입니다.

글 /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

정경일 변호사는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제49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수료(제40기)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교통사고·손해배상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정리 /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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