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희 와이앤아처그룹 의장, “스타트업 발굴부터 투자 회수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설계”
[IT동아]
국내 스타트업 투자 분야에 전례 없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액셀러레이터(AC)·벤처캐피털(VC)·사모펀드(PE)를 하나의 ‘그룹’으로 통합한 와이앤아처그룹이 지난 3월 공식 출범했다. 스타트업 발굴에서 투자, 인수합병(M&A) 기반 회수까지 전 생애 주기를 단일 플랫폼 안에서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그룹을 이끄는 이대희 의장은 부방그룹, 쿠첸 등의 제조 현장에서 탄탄한 경력을 쌓은 뒤 투자 업계로 들어왔다. 출범 한 달이 지난 여를 맞아 이 의장을 만나 그룹의 구조와 전략, 시장을 보는 시각을 들었다.

스타트업 생태계 입성한 제조업 출신 투자자
이대희 의장의 이력은 투자 업계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편이다. 미국 유학 후 일본 슈마켓 체인인 ‘마루쇼’에서 유통 현장을 경험하고 귀국, 육군 경리장교로 복무 후 LG정보통신(현재는 LG전자에 합병)을 거쳐 2003년 부방그룹에 합류했다.
이후 기획실을 이끌며 부방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을 주도했고, 2006년부터 2019년까지는 쿠첸(전 부방테크론) 대표이사를 맡았다. 쿠첸 재임 중에는 노사협의회를 경영협의회로 구성해 20여 년간 무분규 노조를 유지했고, M&A 경험도 여러 차례 쌓았다.
2019년 그룹 부회장으로 이동한 뒤, 2021년 부방그룹에서 독립했다. 제조산업 중심의 상장사 체제에서는 투자 결정에 제약이 많다는 이유였다.
이후 2022년 1월 한웅 대표와 공동으로 ‘아일럼인베스트(Ylem Invest)’를 창업했고, 기존 와이앤아처 창업진과 의기투합해 이번 그룹 통합에 이르렀다.
스타트업 AC 업계 첫 AC+VC+PE 수직 통합
와이앤아처그룹은 와이앤아처(AC) + 와이앤아처벤처스(VC) + 와이앤아처인베스트먼트(PE) 3개사의 통합 체제다. 국내 AC만 500여 개에 달하는 시장에서 AC+VC+PE를 하나의 구조로 묶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스타트업 지원이 초기 발굴이나 보육에만 머물러서는 안됩니다. 시작부터 성장, 투자, 그리고 회수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져야 실제 기업 성장이 만들어집니다. 이번 그룹 출범은 단순한 조직 통합이 아니라, 스타트업을 더 큰 산업 구조 안에서 성장시키고 투자와 회수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우리의 선언이자 각오입니다."
기존 단일 AC 모델의 한계는 명확했다. 초기 발굴과 보육에는 강점이 있지만, 스케일업 이후 성장 자본 연결이나 전략적 파트너십, 회수까지 이어가기 위해서는 외부 기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의장은 ‘좋은 기업 발굴만으로는 부족하니, 투자 이후 후속 자본을 누가 연결할 것인지, 어떤 산업 플레이어와 이어줄 것인지, 어느 시점에 M&A가 가능한지를 초기부터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룹 내부에서도 그에 따른 변화가 감지된다. 발굴한 기업을 ‘어떻게 잘 키울지’에서 끝나던 사고가, 이제는 ‘어떻게 연결해서 넘길지’까지 확장됐다는 것. 그룹 통합 한 달이 가져온 가장 큰 마인드셋의 변화다.

5인 만장일치제, "반대 없는 결정이 꼭 좋은 건 아니다"
와이앤아처그룹 최고 의사결정 기구는 '디 앵커(The Anchor)' 위원회다. 이대희 의장을 포함해 이희승 부의장, 한웅 대표(PE 부문), 신진호 대표(VC/AC 부문), 이호재 대표(AC/글로벌/신사업 부문) 등 5인이 이사진으로 활동하며, 5인 만장일치제로 결정, 운영된다. 지분 비율과 무관하게, 5인 중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의결은 유보되거나 보류된다.
이 의장에 따르면 이 구조가 현재까지는 순조롭게 작동하고 있다. 5인 대표의 전문 배경이 제조, 벤처, 투자 등으로 다양해 각각의 시각에서 의견이 다양하게 나오지만, 모두가 각 분야 전문가다 보니 합의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반대 없는 의사 결정’이 꼭 ‘좋은 의사 결정’이라 여기지는 않는다. 충분한 토론과 설득 과정을 거쳐 만장일치가 이르러야 그 의미와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이에, 의결이 끝내 성립되지 않을 경우 아예 진행하지 않는 것도 원칙으로 삼았다.
이해상충 관리도 설계 단계부터 고려했다고 밝혔다. 5인의 각 부문 대표는 자신의 영역에서 분명한 책임을 지되, 투자, 회수, 사업 연계 판단이 뒤섞이지 않도록 절차와 역할을 구분했다. 협업은 강화하되 판단은 분리하고, 조율은 위원회가 하며, 준법과 외부 점검을 통해 이해상충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이 의장은 설명했다.

IPO보다 M&A, "회수도 전략이어야 한다"
와이앤아처그룹이 강조하는 회수 전략의 핵심은 M&A(인수/합병) 중심이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IPO(기업공개)가 상징적 성공 경로로 인식되지만, 모든 스타트업이 IPO에 적합하지는 않다고 이 의장은 판단한다.
"투자 회수를 일부 상위 스타트업만 가능한 예외 이벤트로 볼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스타트업이 도달할 수 있는 구조적인 경로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M&A는 산업적 필요와 전략적 수요가 맞물린다면, IPO보다 훨씬 다양한 형태로 성립할 수 있습니다."
그는 또한 기업 가치에 대한 관점의 변화를 강조했다. 과거에는 ‘얼마나 크게 키워 상장시키느냐’가 관건이었다면, 이제는 ‘어떤 산업’ 안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누구와 결합’했을 때 더 큰 가치가 만들어지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M&A를 단순한 회수 수단이 아니라, 산업과 산업을 연결하고 기업의 다음 단계를 여는 전략으로 본다. 투자 단계에서부터 어떤 전략적 결합이 가능한지, 잠재적 인수자가 누가 될지 등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와이앤아처그룹이 집중하는 영역은 100억~500억 원 규모의 ‘지역 기반 중소형 M&A 시장’이다. 대형 PE가 주로 다루는 수천억 원대 딜과 달리, 기술력과 거래처를 갖췄지만 자본시장 접근성이 낮거나, 승계 또는 사업 재편 이슈로 전환이 필요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 의장은 "대형 투자기관이 보기엔 작고, 단순 브로커 시장에 맡기기엔 전략적 가치가 있는 기업들이 이 영역에 특히 많아서, 이 중간 영역이 우리가 기대하는 블루오션"이라고 말한다.
9개 거점으로 만드는 한국형 M&A 센터
와이앤아처그룹은 전국 9개 지역 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주로 AC 센터로 기능하지만, 올해 안에 각 거점에 M&A 센터 기능을 병렬로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참고 모델은 일본의 '니혼 M&A 센터'다.
이 의장은 니혼 M&A 센터를 참고하는 이유로, 지역에 흩어진 기업 수요를 네트워크와 데이터로 연결해 하나의 시장으로 만들었다는 점을 꼽았다. 한국형 모델 구축을 위해 세 가지를 핵심으로 보고 있다. 1) 지역 산업을 이해하고 기업과 신뢰를 쌓을 수 있는 현장 기반 인재와 네트워크, 2) 기업의 성장성·수익 구조 및 승계 이슈 등을 체계적으로 축적하는 데이터, 그리고 3) M&A를 위기 상황의 매각이 아닌 성장 전략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인식의 변화다.

"전국 9개 거점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인재+데이터+학습이 함께 작동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합니다. 전국 지역에도 좋은 기업은 분명히 있습니다. 문제는 그 기업들이 투자사와 연결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없다는 점입니다."
현재 각 거점에서는 M&A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이 데이터가 쌓이면 소규모 M&A 물건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기업으로서 그 역할이 분명해지리라 그는 기대하고 있다.
터키, 캐나다, 태국, 관심 밖의 시장을 먼저 개척
해외시장 진출 전략에서도 와이앤아처그룹은 미국, 일본 중심의 일반적인 접근과 다른 방향을 택한다. 투르키예, 캐나다 앨버타 주, 태국 등 국내에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을 먼저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투르키예와는 ‘크로스보더 펀드’ 조성을 논의 중이다. 유럽 최대 제조국 중 하나인 투르키예는 한국 중소/중견기업/스타트업의 기술력에 관심이 많아, 양국 기업을 발굴해 상호 투자하거나 M&A로 연결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일본처럼 후계자, 승계자를 찾지 못하는 창업주들이 늘어나는 추세에 주목해, 이런 기업들을 해외와 연결하는 기업 승계 펀드도 함께 모색하고 있다.

캐나다 앨버타 주와는 MOU를 체결하고 교차 투자 협력을 초기 단계에서 진행 중이며, 태국에서는 현지 인력을 통해 한국 기업의 진출을 지원하고 스타트업뿐 아니라 중견기업 연결고리 확보까지 단계를 넓힌다.
이 의장은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에 걸림이 되는 결정적인 장벽에 대해, 기술 부족보다 준비 수준과 연계 구조의 품질 문제라고 진단한다. 한국에서 통하던 설명/영업 방식이 해외에서는 그대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누구를 연결해주겠다'는 소개 중심의 접근만으로는 실제 시장 진입까지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 필요한 것은 단순히 기술 좋은 기업이 아니라, 해외 시장의 문법을 배우고 그 안에서 스스로를 재설계할 수 있는 기업입니다. 글로벌 자본은 관계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과 실행 체계가 필요합니다."
'좋은 창업가'는 천재가 아닌 실행자
이대희 의장은 초기 창업 시장에서 수많은 창업가를 만나며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었다. 과거 VC 선배들은 '창업주는 천재여야 한다'고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생각이 바뀌었다. 천재라고 여겼던 창업가들도 급변하는 상황에서 대처 능력을 잃고 흔들리는 사례를 자주 목격했기 때문이다.
"좋은 창업가는 결국 자기 사업을 끝까지 현실로 끌고 갈 수 있는 사람입니다.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지만, 시장 반응에 계속 수정하고 버티면서 다시 실행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확신과 교정 능력을 동시에 갖춰야 합니다."
좋은 투자자에 대한 그의 기준도 명확하다. 자금을 집행하는 역할에 그치지 말고, 기업의 성장 경로를 함께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강조한다. 그는 "어느 시점에는 밀어주고, 어느 시점에는 냉정한 현실을 보여줘야 한다. 투자 순간의 기대감이 아니라 이 기업이 어떤 산업 안에서 어떤 위치를 갖게 될지, 다음 단계로 어떻게 이어질지를 회수까지 책임 있게 봐야 한다"고 말한다.
LP 구성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소액 투자 후 사사건건 이의를 제기하는 LP로 인해 경영이 흔들리는 사례를 직접 경험했다며, 창업가, 팀원, LP의 삼박자가 맞아야 스타트업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5년 뒤 와이앤아처그룹의 모습에 대해 이 의장은 '연결의 플랫폼'이라 표현한다. 스타트업과 벤처 생태계, 대/중견기업, 국내외 자본이 하나의 흐름 안에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지향점이라고 한다.
"5년 뒤, 시장뿐 아니라 생태계 전체가 신뢰하고 함께 움직이고 싶어 하는 플랫폼 브랜드가 되고자 합니다. 좋은 창업가를 발굴하고, 단련하고, 함께 성장시키는 브랜드가 되어야 합니다."
"시작했다는 데 머물지 말고, 끝까지 살아남고 성장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버티는 것만이 아니라, 버티면서 배우고 바꾸는 창업자가 다음 기회를 잡습니다. 한국 시장에서만 답을 찾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더 넓은 시장을 보고, 다른 방식과 자본, 협업 기회를 받아들일 준비가 필요합니다."
IT동아 이문규 기자 (munch@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