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장거리에서 진가 드러낸 프리미엄 대형 SUV…'GMC 아카디아'
[IT동아 김동진 기자] 자동차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짧은 시승만으로는 부족하다. 도심 주행에서는 승차감이나 정숙성 정도만 체감할 수 있을 뿐, 고속 안정성과 장거리 피로도, 연비는 수백 킬로미터를 달려봐야 드러난다. 이런 면에서 장거리 시승은 차량의 본질적인 완성도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평가 방식이다. 실제 가족 여행이나 출장처럼 오랜 시간을 운전석에서 보내며 다양한 도로 환경을 경험해야 차가 가진 장점과 아쉬운 부분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같은 기준으로 GMC의 프리미엄 대형 SUV '아카디아 드날리 얼티밋'을 타고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는 약 900km 이상 여정에 나섰다. 고속도로와 국도, 도심을 모두 경험하며 차량의 성격을 충분히 살폈다. 그 결과 아카디아는 단순히 크고 고급스러운 SUV를 넘어 '장거리 이동에 최적화된 패밀리 SUV'라는 인상을 남겼다. 특히 장시간 고속 주행에서 드러나는 안정감과 정숙성, 탑승자의 피로를 줄여주는 주행 감각은 이 차량의 진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요소였다.
GMC다운 존재감...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보는 디자인
아카디아는 최근 유행하는 쿠페형 SUV처럼 날렵함을 강조하기보다 미국 대형 SUV 특유의 당당한 비율을 유지한다. 전장 5160mm, 전폭 2020mm의 차체는 존재감부터 압도적이다. 처음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부분은 전면부다.


드날리 얼티밋 전용 '베이더 크롬(Vader Chrome)' 그릴은 일반적인 밝은 크롬 대신 깊이감 있는 다크한 색상을 바탕으로 한층 묵직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GMC를 상징하는 로고와 대형 그릴이 어우러지며 프리미엄 SUV다운 존재감을 완성한다. 여기에 C자 형태의 LED 헤드램프와 주간주행등은 차량 잠금 해제 시 애니메이션 라이팅을 구현해 단순한 조명 이상의 고급스러운 첫인상을 만든다.

측면에서는 긴 휠베이스(3072mm)가 만드는 비례감이 돋보인다. 22인치 애프터 미드나잇 머신드 알로이 휠은 거대한 차체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안정적인 자세를 만든다. 최근 일부 대형 SUV가 과도하게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는 것과 달리, 아카디아는 직선 위주의 단단한 캐릭터 라인을 유지해 시간이 지나도 쉽게 질리지 않을 디자인을 보여준다.

후면부 역시 전면과 통일감을 이룬다. 좌우를 넓게 연결하는 형태의 리어 디자인과 수직에 가까운 테일게이트는 SUV 본연의 실용성을 강조하면서도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은 절제미를 담았다.
우드랜드 마호가니 인테리어 테마로 꾸민 실내
실내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소재의 완성도다. 아카디아는 단순히 가죽을 많이 사용한 수준이 아니라 공간 전체를 하나의 프리미엄 라운지처럼 꾸몄다.



우드랜드 마호가니 인테리어 테마를 바탕으로 1·2열에는 풀그레인 가죽 시트를 적용했고, 센터콘솔과 도어 트림에는 오픈 포어 리얼 우드를 배치했다. 여기에 드날리 산의 지형을 형상화한 레이저 각인 패턴까지 더해 세부적인 완성도를 높였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블랙 헤드라이너와 전용 카펫까지 신경 쓴 점에서도 최상위 트림다운 차별화가 느껴진다.



디지털 환경도 만족스러웠다. 15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는 화면 크기뿐 아니라 활용성이 뛰어났다. 국내 GM 차량 최초로 기본 탑재된 티맵 오토는 별도의 스마트폰 연결 없이도 자연스러운 길 안내를 제공했고, 11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8인치 헤드업 디스플레이에도 길 안내와 주행 정보를 연동, 운전 중 시선 분산을 최소화했다. 내비게이션을 항상 띄운 상태에서도 하단 화면으로 공조나 차량 기능을 조작할 수 있는 분할 화면 구성 역시 실제 사용성이 높았다.

공간 활용성은 아카디아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다. 2+2+3 시트 구성으로 2열 독립식 캡틴 시트를 적용했으며, 3열 역시 승객이 탑승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여기에 3열 사용 시에도 648L의 트렁크 공간을 제공하고, 2·3열을 모두 접으면 최대 2758L까지 확장되는 적재공간은 가족 여행이나 캠핑, 레저 활동에서도 활용성이 높다.

900km 장거리 시승…'초반은 여유롭게, 고속에서는 묵직하게'
아카디아의 첫인상은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최고출력 332.5마력, 최대토크 45.1kg·m의 2.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한 이 차량은 출발부터 강하게 치고 나가기보다는 신호가 바뀌고 가속 페달을 밟으면, 한 박자 숨을 고른 뒤 부드럽게 움직인다.

공차중량 2260kg의 차체를 지닌 차량답게 초기 가속은 다소 차분하게 전개된다. 하지만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시속 80km를 넘어 고속도로 제한속도 영역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아카디아의 진짜 성격이 드러난다. 가속 페달을 조금 더 깊게 밟으면, 터보 엔진이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하며 거대한 차체를 여유롭게 밀어낸다. 특히 추월 가속에서는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거의 없었다. 이미 속도가 올라간 상태에서는 원하는 만큼 자연스럽게 가속이 이어졌고, 덩치가 큰 SUV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 정도로 여유 있는 움직임을 보여줬다.
이번 시승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도 바로 이 고속 안정감이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달리며 수백 킬로미터를 주행했지만, 운전대를 꽉 움켜쥘 필요가 거의 없었다. 노면의 요철을 통과해도 차체가 크게 들썩이지 않았고, 횡풍이 불거나 대형 화물차를 추월하는 상황에서도 차체는 쉽게 흐트러지지 않았다.

이는 긴 휠베이스와 AWD 시스템, 그리고 주파수 감응형 댐퍼를 적용한 퍼포먼스 서스펜션의 영향이 크다. 주파수 감응형 댐퍼는 노면에서 전달되는 진동의 특성에 따라 감쇠력을 기계적으로 조절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잔잔한 요철에서는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하고, 차체 움직임이 커지는 고속 주행이나 코너에서는 단단하게 차체를 지지하는 방식이다. 덕분에 부드러운 승차감과 안정적인 핸들링이라는 상반된 요소를 균형 있게 만족시킨다.
실제로 부산을 왕복하며 약 900km를 달리는 동안 가장 크게 느낀 점은 '피로감이 적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대형 SUV는 무게 중심이 높아 장시간 주행하면, 운전자가 미세하게 스티어링을 계속 수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카디아는 직진 안정성이 뛰어나 차선을 따라 차가 자연스럽게 뻗어나갔다. 고속도로에서 장시간 같은 속도로 달릴수록 이러한 장점은 더욱 크게 체감됐다.
정숙성도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실내로 유입되는 엔진음은 크지 않았으며, 풍절음과 노면 소음 역시 차체 크기를 고려하면 잘 억제된 편이었다. 특히 가족과 함께 이동하는 패밀리 SUV에서는 대화를 방해하지 않는 정숙성이 중요한데, 아카디아는 이 부분에서도 높은 점수를 줄 만했다.
연비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이번 장거리 시승에서 기록한 실제 평균 연비는 리터당 9.1km였다. GMC가 발표한 복합연비 리터당 8.9km를 소폭 웃도는 결과다. 전장 5160mm, 공차중량 2260kg의 AWD 대형 SUV라는 점을 감안하면, 만족스러운 효율이다. 장거리 여행에서 연료 게이지가 예상보다 천천히 내려가는 모습을 보며 덩치에 대한 선입견도 어느 정도 해소됐다.
무엇보다 아카디아는 운전자를 자극하는 SUV가 아니었다. 출발부터 등을 밀어붙이는 폭발적인 가속감 대신, 속도가 올라갈수록 운전자에게 신뢰를 주는 안정감을 추구한다. 900km 이상 거리를 달리고 나니 왜 GMC가 이 차를 '프로페셔널 그레이드'라는 철학 아래 개발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화려한 성능 수치보다 실제 장거리 이동에서 운전자와 가족 모두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완성도를 다듬은 SUV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았다.
첨단 안전·편의사양 탑재로 시선분산 최소화
아카디아는 화려한 옵션을 경쟁적으로 추가하기보다 실제 운전자가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중심으로 완성도를 높인차량이다.
대표적인 부분이 국내 GM 차량 최초로 적용된 티맵 오토(TMAP AUTO)다. 스마트폰을 연결하지 않아도 실시간 길안내를 이용할 수 있으며, 15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와 11인치 디지털 클러스터, 8인치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유기적으로 연동된다. 내비게이션 정보를 계기판과 HUD까지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만큼, 장거리 주행 시 시선 이동이 크게 줄어든다. 음성 비서인 '누구 오토(NUGU Auto)'를 통해 목적지 설정이나 일부 차량 기능을 음성으로 조작할 수 있는 점도 만족스러웠다.

오디오 시스템 역시 장거리 이동의 만족도를 높이는 요소였다. 16개의 스피커로 구성된 보스 퍼포먼스 시리즈 사운드 시스템은 실내 공간 전체를 균형 있게 채웠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어지는 긴 여정 동안 음악을 감상하거나 팟캐스트를 듣는 시간이 적지 않았는데, 프리미엄 SUV다운 음향 성능을 보여줬다.
안전 사양도 충실하다. 교차로 자동 긴급 제동, 전방 보행자 및 자전거 감지 시스템, 후측방 경고 및 조향 보조, 햅틱 안전 경고 시트 등 다양한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특히 햅틱 안전 경고 시트는 위험 상황에서 경고음을 울리는 대신 시트 진동으로 방향을 알려줘 직관적으로 위험을 인지할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차체 크기만큼이나 회전반경이 크기 때문에 좁은 골목이나 주차장에서는 신경을 써야 했다. 물론 이는 전장 5m가 넘는 대형 SUV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갖는 특성이기도 하다. 반대로 넓은 고속도로나 장거리 여행에서는 이러한 차체 크기가 오히려 안정감과 공간 활용성이라는 장점으로 이어졌다.
"가족과 함께 멀리 떠나고 싶다면"...장거리에서 드러난 진가
아카디아는 짧은 시승으로 성격을 판단하기 어려운 SUV였다. 도심에서 잠깐 운전했다면 "출발이 조금 굼뜨다"는 인상만 남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는 900km 이상의 장거리 여정을 함께한 뒤에는 평가가 달라졌다.
이 차의 강점은 신호등 앞에서 가장 먼저 출발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수백 킬로미터를 달려도 운전자와 탑승객 모두 피로가 적고,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생각보다 편하게 왔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하게 만드는 데 있다. 고속으로 달릴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차체, 노면을 안정적으로 읽어내는 서스펜션, 여유로운 실내 공간은 단순한 숫자로 설명하기 어려운 상품성이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가족이나 부모님과 함께 장거리 여행을 자주 떠나는 소비자라면, 아카디아의 장점은 더욱 크게 다가올 것이다. 2열 독립식 캡틴 시트와 3열 활용성, 넉넉한 적재공간은 여행의 만족도를 높여주고, 장거리에서도 흔들림 없는 주행감은 탑승객 모두에게 편안함을 제공한다.
최근 대형 SUV 시장에서는 전동화와 첨단 기능 위주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 그러나 아카디아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나열하기보다 '멀리, 그리고 편안하게 이동하는 SUV'라는 본질에 집중한 차량이다. 화려한 가속 성능보다 안정감 있는 주행, 과시를 위한 크기보다 가족 모두가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원하는 소비자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선택지다.
GMC 아카디아 드날리 얼티밋의 국내 출시 가격은 8990만 원(개별소비세 3.5% 포함 기준)이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