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일시티 “울산 황우쌀로 빚은 고주청주로 전 세계에 전통주 가치 알릴 것” [농업이 IT(잇)다]
[KOAT x IT동아]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IT동아는 우리나라 농업의 발전과 디지털 전환을 이끌 유망한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품, 그리고 독창적인 기술로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전국 각지의 농업 스타트업을 만나보세요.
[IT동아 강형석 기자]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식품 수출액은 2025년 104억 달러(약 15조 3743억 원)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K-콘텐츠의 인기와 함께 음식 문화가 글로벌 시장에 널리 퍼진 결과다. 다만 음식의 맛과 문화적 즐거움을 더해줄 한국 주류는 성장세가 뚜렷한 것과 별개로 절대적인 규모는 여전히 작은 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자료에 따르면 한국 전통주 수출 규모는 2015년 약 1920만 달러(약 284억 원)에서 2024년 약 2400만 달러(약 355억 원)로 24% 성장했지만,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른 수준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정부도 전통주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뒷받침하고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6년 식품산업진흥 시행계획을 통해 프리미엄화와 한식 연계를 앞세워 전통주 수출 확대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재외공관과 해외문화홍보원을 통한 홍보 프로그램을 이어가는 한편, 수출 거점 재외공관 30곳을 대상으로 전통주를 건배주로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식이다.

이처럼 성장이 더딘 한국 전통주 시장에서 지역 농산물과 브랜딩 감각을 앞세워 해외 문을 두드리는 젊은 양조 기업이 있다. 울산을 기반으로 프리미엄 청주 브랜드 '고주청주'를 제안하는 웨일시티다. 웨일시티는 울산 쌀로 빚은 청주로 어떻게 국내외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것일까? 박진혁 웨일시티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케에 대한 호기심이 청주에 대한 열정으로
"울산은 산업도시 이미지가 강하죠.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석유화학단지 등으로 알려졌으니까요. 그런데 울산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농산물도 많고 지역 자원이 풍부해요. 저는 이 자원들로 울산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주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웨일시티는 울산 황우쌀을 활용한 프리미엄 청주 브랜드 '고주청주'를 생산하는 지역 양조 기업이다. 지역의 원료와 이야기, 전통 발효 문화, 관광 콘텐츠 등을 아우르는 종합 로컬 브랜드를 꿈꾼다. 웨일시티는 울산관광문화재단 협력 기업으로 등록을 마쳤으며, 이를 바탕으로 향후 양조장 체험, 시음, 스토리텔링을 포함한 관광 프로그램을 구상하는 중이다.
박진혁 대표는 웨일시티의 정체성이 울산이라는 지역 자체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울산이 품은 풍부한 농산물과 지역 자원이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양조 사업을 선택한 것은 사케를 즐겼던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됐다. 좋아했던 사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특유의 향과 맛의 비법은 무엇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 호기심은 그를 대한민국 청주의 역사로 이끌었다.
"사케의 역사를 따라가 보니까 우리나라 전통 청주 제조법이 일본으로 건너가 사케가 된 것을 알게 됐어요. 그러니까 사케의 원조가 과거 우리 조상들이 빚은 청주인 셈이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일본 사케는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성공한 반면, 정작 원조인 한국 청주는 제사상이나 명절에만 등장하는 술로 인식되고 있다는 게 안타까웠어요."
이 발견은 그에게 사업에 대한 확신을 심어줬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일본 사케처럼, 우리나라 청주 역시 품질과 브랜딩을 갖춘다면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자리 잡을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박진혁 대표는 울산 지역 주류 브랜드를 면밀히 살폈다. 맥주를 양조하는 비어포트브로이(트레비어), 막걸리ㆍ약주를 빚는 복순도가의 성공 사례를 참고하며 브랜드 구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그는 청주 자체의 완성도만큼이나 경험과 이야기가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다만 스타트업이라는 한계를 감안해 무분별한 신제품 확장보다는 주력 제품의 품질 안정화와 브랜드 가치 확립에 집중하는 방향을 택했다.
울산 청년들의 손에서 탄생한 청주
웨일시티의 대표 제품은 '고주청주'와 '고주청주 특선' 두 가지다. 모두 울산에서 자란 황우쌀로 술을 빚는다. 고주청주는 멥쌀을 사용한 이양주 방식(쌀을 두 번 빚는 전통 기법)을, 고주청주 특선은 찹쌀만 사용한 삼양주 방식(쌀을 세 번 빚는 고급 기법)을 따른다.

고주청주는 가격대별로 다양한 제품군을 갖췄고, 식사와 곁들이기에도 부담 없는 '와인의 언어'로 접근했다. 누구나 편하게 청주를 접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 이에 신맛과 단맛의 균형을 살리면서, 기름진 음식을 포함해 어떤 음식과도 페어링(조화)이 잘 되도록 신경 썼다.
고주청주의 차별점은 발효 방식이다. 일본 사케와 마찬가지로 입국(쌀누룩)과 효모를 활용해 발효시키지만, 웨일시티는 국내에서 개발한 맥주 효모를 쓴다. 박진혁 대표는 "일본 사케와 유사한 방식으로 발효하되, 국내산 맥주 효모를 사용해 한국 풍토만의 독특한 향과 맛을 구현하려고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일본 사케의 문법을 빌리되 한국적 개성을 입힌 셈이다.
청주를 담을 병의 세부 디자인에도 공을 들였다. 청주 특유의 향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병목은 좁게 설계했고, 병 자체도 단독 색상과 형태로 맞춤 제작했다. 병 디자인은 유통과 보관 측면에서도 강점을 지닌다. 웨일시티 고주청주는 상온에서 5개월~6개월을 보관해도 품질에 문제가 없을 만큼 안정적이라는 게 박진혁 대표의 설명이다. 이는 해외 유통 과정에서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박진혁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일관성'이다. 그는 유행을 좇기보다 의도한 품질과 맛을 소비자에게 흔들림 없이 전달하는 내부 품질 관리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일관성을 지키기 위해 매일 분석 그래프를 그려가며 미세한 품질 차이를 관리하고 개선하는 데 힘쓴다.

품질 우선주의는 해외 진출 전략에도 똑같이 반영된다. 웨일시티는 해외 소비자에게 청주라는 낯선 이름을 그대로 제안하지 않는다. 대신 코리안 사케(Korean Sake) 또는 라이스 와인(Rice Wine) 등 어느 정도 알려진 이름을 활용해 이해도를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가격대도 일반 사케와 비슷하게 설정해 해외 소비자가 부담 없이 첫 구매를 시도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박진혁 대표는 "해외 소비자 대부분은 청주라는 카테고리에 익숙하지 않지만, 사케나 와인은 이미 친숙하게 받아들입니다. 소비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브랜딩에도 정성을 쏟았다. '고주(古酒)'라는 이름에는 오래된 술이라는 뜻과 함께 높은 가치를 지닌 술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이와 함께 울산의 역사와 한국의 정체성을 동시에 녹여 고주의 가치를 전달하는 데 힘썼다. 제품 라벨에 울산향교 건물을, 로고에 무궁화를 형상화해 소비자의 눈길을 끌도록 한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
웨일시티의 또 다른 역량은 청년 중심의 빠르고 유연한 의사소통 구조다. 박진혁 대표를 포함한 웨일시티 구성원이 3040 세대다. 홍보물ㆍ제품 라벨 등 브랜드 구축은 물론이고 국내외 시장 전략에도 서로 의견을 제시하며 실행에 옮긴다. 웨일시티는 이 부분을 강조해 '청년들이 빚는 술'이라는 콘셉트로 고주청주 브랜드를 알리는 중이다.
국내 시장 성장의 한계, 해외 시장으로 돌파한다
"처음에는 울산 탁주도 만들어보고, 고구마 소주도 개발하는 등 성장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단일 브랜드로 성장은 어려우니 여러 가지 제품을 구상했습니다. 그런데 주류 박람회를 다니면서 다른 업체들을 보니, 힘든 상황인 건 다르지 않더군요. 그래서 가치를 확실히 지키는 쪽으로 가기로 마음먹었죠."
박진혁 대표는 주류 기업이 성장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투자 유치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모두가 주목하는 기술에 관심을 갖지 주류 스타트업에 눈길을 쉬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어려움은 웨일시티가 국내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된 동기가 됐다. 한정된 국내 시장에서 성장의 한계를 경험하는 것보다 성장 잠재력이 큰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판단이었다.
그럼에도 방향을 정한 뒤에도 넘어야 할 산은 많았다. 국가마다 다른 패키지 규격, 브랜드 구축에 필요한 마케팅 전략, 유통망 확보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았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지원 프로그램이 이 빈틈을 메워주는 역할을 했다.

웨일시티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농식품 벤처육성 지원사업을 통해 제품과 브랜드를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과정을 거쳤다. 외포장지와 수출용 라벨, 박스 디자인을 정교하게 다듬으며 완성도를 높였다. 기업의 실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춰 운영되는 프로그램을 통해 신제품 개발과 브랜드 구축에도 도움을 받았고, 해외시장 판로개척에도 영향을 줬다.
박진혁 대표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지원으로 제품이랑 브랜드를 체계화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농식품 분야 벤처기업에게는 제품 개발만큼이나 시장 진입을 위한 체계적 준비가 중요합니다. 지원사업을 통해 전열이 갖춰지니 바이어들이 보는 눈이 달라지더라고요. 웨일시티 같은 소규모 양조장들이 혼자서 모든 것을 다 준비하기는 정말 어려워요.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웨일시티는 제조와 품질 관리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웨일시티는 미국 FDA와 중국 GACC(해외세관등록) 등록을 완료해 해외 시장 진출에 필요한 제도적 준비를 마쳤다. 이 외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운영하는 '중국 원스톱 지원 사업'에 선정돼 중국 롱마트 10개 매장에서 테스트 판매를 진행 중이다.
울산에서 글로벌로 나아가는 양조 기업으로 성장할 것
고주청주의 가치를 지키려는 웨일시티의 노력은 성과로 이어졌다. 2026 대한민국 주류대상 청주 부문 대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26 우리술 어워드 청주 부문 대상에도 이름을 올렸다. 수상 소식과 함께 국내 시장 인지도도 함께 올랐다. 레스토랑을 비롯한 식당가에서 고주청주를 찾는 문의가 늘었고, 미슐랭 레스토랑에서도 납품 문의가 이어졌다. 박진혁 대표는 "우리나라 무대에서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하니 정말 기뻤습니다. 고주청주의 품질과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인천점과 동탄점에 입점해 판매와 행사를 진행하며 브랜드를 알리는 데에도 힘쓴다. 다만 박진혁 대표의 시선은 해외에 있다. 2026년 8월에는 홍콩 식품박람회에 참가해 고주청주를 알릴 예정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유통망 지원 사업에도 지원하며 해외 진출 확대에 속도를 낸다.
웨일시티는 울산에서 청년들이 즐겁게 일하며 함께 성장하는 기업을 꿈꾼다. 해외 진출 외에도 지역 문화와 콘텐츠를 품으려는 노력을 병행하는 이유다. 나만의 술을 만들고 전 세계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경험을 통해 전통주의 새로운 가치를 뿌리내리는 게 목표다.
박진혁 대표는 "술이라는 게 오래 빚었다고 해서 좋거나 나쁜 게 아니에요. 일관된 품질과 술을 접하고 즐기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웨일시티는 항상 생각한 품질의 고주청주가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는 것에 매진할 생각입니다"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