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친화 키오스크, 온라인 쇼핑몰? ‘착한’ 기술이 대세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기업의 가장 중요한 존재 목적은 가치의 창출이다. 이건 과거부터 그러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가치’의 의미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변했다. 과거에는 단순한 이윤의 추구를 뜻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재무적 성과를 넘어 환경 친화성과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개선까지 반영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경영이 대세가 되면서 ‘좋은 기업’을 넘어 ‘착한 기업’이 되기 위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특히 모든 제품과 서비스가 디지털화되고 있는 최근의 상황에서, 장애인이나 노약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 및 디지털 취약 계층도 웹이나 앱과 같은 정보 서비스를 원활히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웹 접근성’, ‘모바일 접근성’등의 개념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시각장애인도 화면 내용을 알 수 있도록 음성이나 점자로 각 오브젝트의 내용을 설명하거나, 청각장애인도 콘텐츠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모든 음성 내용을 텍스트나 수어로 동시 출력하는 등의 기술이 대표적이다.

정부 역시 이러한 흐름을 유도하고 있다. 2022년 7월부터 시행된 지능정보화 기본법 제46조에 따르면, 정보통신 및 지능정보기술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장애인 및 고령자 등이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1조에 의하면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자는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이용이 가능하도록 시청 편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출판물 사업자, 영상물 배급업자 역시 접근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법령에서 정한 상당수 접근성 보장 관련 항목이 ‘의무’가 아닌 ‘노력’이기 때문에 꼭 도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 8일 서울고법 민사 16부는 시각장애인 963명이 이마트와 이베이코리아, 롯데쇼핑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1인당 청구 금액 200만원이었던 이번 소송에서, 법원은 이들 쇼핑몰이 제공하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가 미흡해 결과적으로 차별 행위를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웹 접근성에 신경 쓰지 않으면 실질적인 손해를 볼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의미다.

디지털 휴먼 수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LG전자 서비스센터의 안내 키오스크 (출처=LG전자)
디지털 휴먼 수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LG전자 서비스센터의 안내 키오스크 (출처=LG전자)

이러한 흐름에 따라 많은 기업들은 ‘착한 기업’이 되기 위한 제품 및 서비스 개선, 그리고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우선 대기업들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LG전자는 올해 초 전국 130여 개 서비스센터 내 고객 접수용 키오스크에 청각 장애인을 위한 디지털 휴먼 수어 서비스를 도입했다. 서비스센터의 키오스크에 표시되는 디지털 안내원이 수어 및 표정, 몸짓을 비롯한 다양한 언어/비언어적 요소로 서비스 접수 방법을 안내하며, 그 외에도 문자 및 음성 서비스도 병행한다.

중견기업인 경동나비엔도 지난 9일, 시각장애인의 편리한 보일러 사용을 위해 음성 안내 실내 온도조절기(룸콘)와 점자 안내 스티커 제공 서비스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고 밝혔다. 해당 서비스가 신규로 적용되는 제품은 ‘NCB300’ 시리즈 콘덴싱보일러다. 서비스를 신청하면 서비스 엔지니어가 방문, 룸콘과 점자 스티커를 설치하고 점자 매뉴얼을 제공한다. 이와 더불어 제품 사용 방법을 알 수 있는 점자 안내문과 음성 매뉴얼도 제공받을 수 있다고 경동나비엔은 밝혔다.

쇼핑몰 이미지의 글자를 읽어주고 탐색 도움용 버튼도 제공하는 ‘U See NOW(유씨나우)’ 앱(출처=인포플라)
쇼핑몰 이미지의 글자를 읽어주고 탐색 도움용 버튼도 제공하는 ‘U See NOW(유씨나우)’ 앱(출처=인포플라)

대기업, 중견기업이 제품과 서비스 개선에 무게를 싣고 있는 한편,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은 접근성 향상과 관련한 기술 및 아이디어 개발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IT운영관리 솔루션 스타트업인 인포플라는 자체 OCR(이미지 속 글자 인식) 기술을 활용해 ‘U See NOW(유씨나우)’ 앱을 개발했다. 이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G마켓, 11번가, 아마존, 다이소몰 등의 쇼핑몰을 이용할 때 상품 정보 이미지의 글자를 추출, 이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능을 제공한다. 글자 인식 속도도 3~4초 정도로 빠르며, 앱 상하단에 뒤로 가기 및 쇼핑몰 선택 버튼, 이미지 위아래로 손쉽게 이동할 수 있는 버튼도 배치해 시각장애인도 온라인 쇼핑몰을 편하게 탐색할 수 있게 돕는다.

유씨나우를 개발한 인포플라의 최인묵 대표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웹 접근성 확대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착한’ 기술을 도입해야 하는 것은 이젠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라며 “유씨나우에 적용된 OCR 기술은 쇼핑몰 외에도 공공기관 등의 다른 영역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한 만큼, 다양한 기업 및 기관들의 ESG 행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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