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팍랩 “100년 넘은 간접광고에도 AI 통한 디지털 혁신이 필요합니다” [스타트업-ing]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지난 2021년 개봉한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개봉 전 광고주들로부터 재촬영 압박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개봉이 세 차례나 연기되는 와중에 영화에 간접광고(PPL)로 협찬한 제품들이 이미 한물간 제품들이 되었단 이유다.

이 사례는 영상 PPL이 지니는 고질적 한계를 잘 드러낸다. 개봉 연기 같은 불미스러운 사태가 없더라도 영화나 드라마에는 기본적으로 제작과 방영·개봉 사이에 긴 시차가 있기 마련이다. 촬영을 마친 후 편집, 시각효과 작업 등 포스트 프로덕션 과정에만 1년 이상 걸리는 게 일반적이다. PPL로 따끈따끈한 신제품을 홍보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스팍랩 이건창 대표
스팍랩 이건창 대표

스팍랩은 영상 PPL 시장의 이 비효율 문제에 주목한 스타트업이다. 이건창 스팍랩 대표는 “PPL은 1890년대 상업적 영상이 탄생했을 때부터 존재했을 정도로 역사가 길지만 다른 광고 매체들과 달리 기술적 혁신 없이 100년 전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면서 “이제 영상 PPL 분야에도 디지털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존 PPL은 방영으로부터 최소 수 개월 전에 광고를 집행해야 하는 데다, 언제 어디서 방송이 될지, 언제 개봉할지 예측이 불가능할 때도 많다. 영상 매체는 영향력이 큰 매력적인 광고 채널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계도 뚜렷한 셈이다. PPL로 수익을 내고자 하는 콘텐츠 사업자에게도 이런 현실적 제약은 골칫거리다. 콘텐츠 제작 환경의 선진화로 사전 제작 비중이 높아질수록 이런 불편은 가중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스마일게이트, CJ ENM 등에서 일하며 콘텐츠 분야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를 돕는 등의 일을 했던 이건창 대표는 이러한 콘텐츠 산업 현장의 불편을 기술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직접 사업화에 착수했다. 그렇게 탄생한 게 스팍랩의 인공지능(AI) PPL 솔루션이다.

스팍랩의 AI PPL 솔루션. 영상 속 제품을 광고주 제품으로 교체하거나, 원본에 없던 제품을 배치할 수도 있다. 제공=스팍랩
스팍랩의 AI PPL 솔루션. 영상 속 제품을 광고주 제품으로 교체하거나, 원본에 없던 제품을 배치할 수도 있다. 제공=스팍랩

AI PPL 솔루션은 쉽게 말해 이미 촬영된 영상에 광고하고자 하는 제품을 AI로 합성해준다. 영상에 촬영된 기존 제품을 광고주의 최신 제품으로 바꾸거나, 테이블 위나 벽면, 바닥 등에 원본 영상에는 없던 제품을 자연스럽게 배치해줄 수도 있다. 촬영 때 브랜드를 가린 소품으로 촬영했더라도 나중에 PPL 계약에 따라 광고주의 제품으로 교체하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 대표는 “기존 영화나 드라마 PPL은 광고 인벤토리(지면) 운용이 상당히 제한적이다. 촬영을 시작하면 점점 줄기 시작하며, 촬영이 끝나면 더 이상 판매할 수 없다”면서 “저희 솔루션은 이 인벤토리를 촬영 종료 후에도 판매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의 수명주기를 늘리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스팍랩은 이처럼 촬영을 마친 영상에 AI로 PPL을 넣는 방식을 ‘인비디오 PPL’로 정의한다. 인비디오 PPL은 기존 방식과 달리 방영 2주 전까지 집행이 가능한 데다, 언제 어디에 제품이 노출될지 예측이 가능하니 훨씬 더 효율적인 광고가 가능하다.

인비디오 PPL은 기존 콘텐츠를 유튜브 쇼츠 등 숏폼 콘텐츠로 재제작할 때에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가령 웹드라마나 웹예능에서 하이라이트 구간을 따로 뽑아내 숏폼 콘텐츠를 만들 때 기존 영상에는 없던 브랜드 제품을 자연스럽게 넣을 수 있다. 새로운 광고 인벤토리를 창출해낼 수 있는 셈이다. 스팍랩은 이러한 숏폼 콘텐츠에 최적화된 ‘인쇼츠 PPL’ 솔루션을 새로 개발해 지난해 2월 국내 대표 MCN인 샌드박스 네트워크의 웹드라마 채널에 적용하며 상용화 첫발을 뗐다.

웹드라마 쇼츠에 인쇼츠 PPL 솔루션을 적용한 사례. 제공=스팍랩
웹드라마 쇼츠에 인쇼츠 PPL 솔루션을 적용한 사례. 제공=스팍랩

이 대표는 “아직까지 숏폼 콘텐츠는 조회수에 비하면 수익성이 좋지 않은 편인데 인쇼츠 PPL이 이를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라며 “숏폼 콘텐츠는 길이가 짧기 때문에 같은 시간 제품이 노출된다고 해도 그 비중은 훨씬 높아 밀도 있는 광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스팍랩은 인쇼츠를 식음료, 건강기능식품과 같은 소비재 제품과 B2C 서비스 분야 광고주에게 최적화된 광고 방식이 될 수 있도록 발전시키고 있다.

스팍랩은 지난 2021년 CJ의 스타트업 발굴 프로그램인 ‘오벤터스 4기 데모데이 우승’을 계기로 창업한 뒤, 이듬해 프리A 투자를 유치했다. 같은 해 8월에는 SK텔레콤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트루 이노베이션’에 선정되며 다시 한번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오벤터스가 스팍랩의 요람이었다면 트루 이노베이션은 성장 발판 역할을 하고 있다. SK텔레콤은 현재 스팍랩의 기업부설연구소입주 공간을 지원받아 기업부설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SK텔레콤 계열사 및 국내 주요 OTT 업체와의 네트워킹 연결을 통해 협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스팍랩은 우선 인쇼츠 PPL을 통해 현재 대세로 자리 잡은 숏폼 콘텐츠 영역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이후 영화와 드라마 분야로 인비디오 PPL 서비스 영역을 점차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이건창 스팍랩 대표
이건창 스팍랩 대표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인비디오 PPL이 자리를 잡으면 단순히 수익성만 개선이 되는 게 아니라 창작자들에게도 더 많은 자유가 부여된다고 강조했다. 촬영 단계에서 PPL을 신경 쓸 필요가 적어지니 연출자나 작가도 더 많은 표현의 자유를 부여받는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창작자의 자유를 지키면서 수익성도 개선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작품에 쏟을 수 있는 에너지와 자본의 총량도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가까운 미래에 영상콘텐츠 광고 분야에서 우리 서비스가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목표이며 브랜드와 콘텐츠 제작자 양쪽 모두에 자유를 더하는 연결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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