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규제에는 '소극적'... 화두로 올라온 표현의자유와 민주주의

정연호 hoho@itdonga.com

[IT동아 정연호 기자]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에 대해서 다양한 추측이 나온다. 트위터 이용자의 가장 큰 고민은 ‘콘텐츠 규제’ 정책. 트위터를 “인류에게 중요한 문제가 논의되는 타운 광장”로 보는 머스크가 표현의 자유를 기치로 내세우며 콘텐츠 규제를 완화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명확한 입장이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트위터의 미래는 콘텐츠 규제보다 표현의 자유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후로 혐오 표현이 크게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시사하듯, 트위터의 변화를 가장 크게 체감할 집단은 사회적으로 취약한 소수자 집단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머스크 이후의 트위터를 반기는 입장도 있다. 현재 공적인 토론의 장은 SNS 플랫폼으로 옮겨가고 있다. 대중의 여론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에서 애초에 사기업에 불과한 빅테크 플랫폼이 어떠한 의견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표현의 자유와 건강한 민주주의라는 환상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하면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작동하게 하는 기반”이라고 말했다. 최근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표현의 자유에도 한계가 있어야 함은 인정하며, 콘텐츠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과는 반대되는 행보다. 이들 SNS는 이용자 콘텐츠를 규제하며, 문제가 되는 계정은 차단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SNS에서 시작되는 혐오와 선동이 현실의 폭력으로 이어지며, 정치적인 분열을 낳는다는 대중적인 인식이 확산하면서부터다. 머스크는 트위터가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기반이라는 일론 머스크의 트윗, 출처=일론 머스크 트위터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기반이라는 일론 머스크의 트윗, 출처=일론 머스크 트위터

미국 사회가 특히 중요하게 여기는 수정헌법 제1조는 국교 수립을 금지하고, 종교,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 및 정부에 대한 청원권을 보장한다. 이는 누구도 침해하지 못하는 ‘개인의 자유’ 자체를 상징하는 ‘권리’로 여겨진다. 때문에, 이들은 사소한 검열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어떤 발언은 가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검열은 항상 나쁘다” 이런 식의 논리가 사회의 전반적인 기조다.

다만, 제한 없는 자유가 민주주의를 보호한다는 주장은 사실상 ‘환상’에 가깝다는 주장이 세계 곳곳에서 힘을 얻고 있다. 잡지 ‘뉴요커’의 편집자인 앤드루 마란츠(Andrew Marantz)는 뉴욕타임스 기고글에서 ‘표현의 자유를 강화하는 SNS가 사회의 민주주의를 건강하게 한다’는 주장에 “그 말을 믿는 사람은 더는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트위터가 아랍의 봄이나 버락 오바마 등과 연관됐을 때만 해도, 트위터 경영진은 트위터를 표현의 자유를 위한 날개로 자칭했다. 인터넷은 진보를 위한 힘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SNS에서 시작된 로드리고 두테르테(필리핀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캠페인이나 각종 총기사건 이후로, SNS의 힘을 믿는 사람은 사라졌다.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 사원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은 몇 년 동안 SNS에서 백인우월주의를 설파했다. 그리고, 51명의 사람을 살해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이 표현의 자유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뜻하진 않는다. 다만, 표현의 자유만이 절대적인 가치가 아님을 인정하고, 자유가 때로는 위험을 낳는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제를 인식한 뒤에야 대응을 검토할 수 있기 때문이다. SNS 플랫폼은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의 압박을 받았을 때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들이 변화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마란츠는 “가령, 마크 저커버그가 수익성을 일부분 포기하고, 유해 콘텐츠를 삭제하는 콘텐츠 모더레이터를 수천 명 더 고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라이스트처지 총기난사 등의 폭력 사태 이후로, SNS 플랫폼은 문제가 되는 계정을 정지하고, 현장 영상을 삭제하며, 서비스 이용약관을 변경하기까지 했다. 트럼프의 경우, 지난 2021년 초 그의 지지자가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국회의사당을 난입한 사건으로 트위터와 페이스북 계정이 차단되기도 했다. 트럼프가 SNS에서 지지자들의 의사당 폭동을 부추겼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머스크는 사업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있나?

주요 외신들은 머스크가 좇는 ‘표현의 자유’, ‘타운 광장’은 건강한 방식으로 구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가 최근 트위터에서 보인 행적만 봐도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머스크는 지난달 28일 트위터에 미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의 남편에 대한 근거 없는 음모론을 퍼뜨렸다. 이후 머스크는 해당 트윗을 지웠다. 그가 공유한 기사는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것으로 유명한 산타모니카 옵저버에서 작성한 것이었다.

"사소하면서 의심스러운 이유로 계정이 정지됐다면 트위터 감옥에서 풀려날 것"이라는 머스크의 트윗, 출처=일론 머스크 트위터
"사소하면서 의심스러운 이유로 계정이 정지됐다면 트위터 감옥에서 풀려날 것"이라는 머스크의 트윗, 출처=일론 머스크 트위터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후 “사소하면서 의심스러운 이유로 계정이 정지됐다면 트위터 감옥에서 풀려날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가 적용하는 규칙 중엔 '사소하고 의심스러운 것'이 있으며, 이를 더는 집행돼선 안 된다는 뜻으로 보인다. 트위터에 대한 그의 기조로 인해 정지된 트럼프의 계정이 복구가 될 것인지부터, 특정 계정에 붙는 ‘중국 정부와 관련된 미디어’라는 라벨을 트위터가 제거할 것인지 등 다양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트위터는 러시아나 중국 정부 프로파간다를 전파하는 계정에 이를 표시하는 라벨을 붙이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해당 국가의 정부에서 라벨을 제거해달라는 요구를 했을 때 일론 머스크가 이에 저항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테슬라 전기차의 주요 시장이 중국인 만큼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머스크는 트위터 CEO와 최고법률책임자를 비롯해 직원들을 절반 정도 해고했다. 트위터의 리더십과 대내외 리스크에 대응할 전문성이 순식간에 증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선 그가 세계 각국 정부의 무리한 요구에 매끄럽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트위터는 인도, 나이지리아, 아르헨티나 등에서 시위를 조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표현의 자유가 엄격하게 제한되는 국가에선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IT전문 매체 와이어드(Wired)는 “터키,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파키스탄처럼 온라인 유저가 점점 늘고 있는 국가들은 트위터에게 매력적인 시장이 될 것이다. 다만, 이들은 트위터를 비롯한 SNS 기업과 콘텐츠 규제로 마찰을 빚어왔다. 머스크가 단독으로 운영하는 트위터는 트위터가 정부의 요청에 맞서는 걸 어렵게 할 것”이라며 머스크가 운영하는 테슬라, 스타링크 등의 사업적 이해관계로 인해 사안이 더 복잡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당 국가에서 여러 사업을 하는데 정부의 요구를 거절할 수 있냐는 것이다.

변화의 파고는 한쪽을 덮친다

몽클레어 주립대학의 연구팀은 트위터의 혐오표현은 시간당 84번을 넘지 않았지만, 머스크가 인수하고 바로 직후 약 4778번으로 늘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들은 “머스크의 트위터가 어떤 성격일지는 추측이 필요한 질문이지만, 우리가 알 수 있는 답은 그의 트위터 인수가 해당 플랫폼의 인종차별주의자 등에게 얼마큼 환영받는지와 관련된 것”이라고 했다.

일론 머스크의 인수 이후로 혐오 표현이 급증함을 보여주는 그래프, 출처=몽클레어 주립대학 연구팀
일론 머스크의 인수 이후로 혐오 표현이 급증함을 보여주는 그래프, 출처=몽클레어 주립대학 연구팀

SNS 플랫폼이 콘텐츠에 덜 관여할 때 이를 가장 크게 체감하는 집단은 사회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극우주의자들은 SNS에서 스스로가 가장 큰 억압을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과도한 규제를 받는 집단은 흑인, 여성, 소수종교, LGBT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SNS 콘텐츠 규제의 이중잣대(Double Standards in Social Media Content Moderation)’보고서에 따르면, SNS 플랫폼은 소수집단의 게시글을 과도하게 규제하면서 주류 집단에 속하는 사람에게는 관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SNS 플랫폼들의 규제는 테러 관련된 콘텐츠와 테러리즘을 찬양하는 콘텐츠를 구별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언어의 뉘앙스를 구별하지 못하니 그 과정에서 정치적 발언과 인권운동가의 게시글도 함께 제거가 되는 것이다. 반면, 이들이 혐오 콘텐츠에 적용하는 기준은 아주 협소하다. 백인우월주의 같은 경우엔 명백하게 “백인 우월주의”나 “백인분리주의”등을 외치는 게시글이 제거됐다.

지난 2017년 유출된 페이스북 내부 문서에 따르면, 여성 드라이버와 흑인 어린이 그리고 백인 남성 세 범주 중 페이스북의 혐오 표현 정책에 의해서 보호받는 건 백인 남성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인종(백인)과 성별(남성)이 페이스북이 콘텐츠를 제거할 때 참고하는 ‘주요 특징’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탐사전문매체 프로퍼블리카는 “페이스북은 인종, 성별, 정체성, 종교, 국적 등 주요 특성을 공격하는 게시글을 삭제한다”고 보도했다. 반면, 흑인 어린이의 특징 중 하나인 ‘나이’ 여성 드라이버 특징인 ‘드라이버’는 그렇게 중요한 범주가 아닌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소수집단은 SNS상에서 혐오에 노출되면서, 플랫폼의 모호한 기준으로 인해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기회조차 뺏기게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콘텐츠 규제를 완화한다면 이에 대한 피해를 체감하는 정도는 집단마다 다를 것이다.

물론, 머스크가 콘텐츠 규제에 완전히 손을 떼겠다고 선언한 것은 아니다. 그는 콘텐츠 조정 위원회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에서 활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다만, 미디어 전문가들의 반응은 “이는 SNS운영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제도는 아니다”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페이스북 콘텐츠 조정 위원회는 페이스북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고, 굉장히 적은 이슈만 다루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위원회는 페이스북의 추천 엔진이 이용자를 가짜뉴스와 혐오를 전파하는 콘텐츠에 중독시키는 걸 막지 못한다는 한계도 언급된다.

“SNS 기업은 막대한 권한을 휘두를 자격이 있는가?”

반면, 트위터의 변화를 반기는 입장도 있다. 이들은 "SNS 플랫폼이 이용자가 어떤 콘텐츠를 올릴 수 있는지 결정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SNS 기업의 콘텐츠 규제가 자의적이라면, 이는 사기업의 자의적인 기준에 의해서 사람들의 표현의 자유가 제한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규제는 정부기관의 의지와는 무관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문제라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 기관의 요청 아래에서 진행되는 규제는 정부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발언의 검열을 SNS 플랫폼에 아웃소싱하는 것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SNS 플랫폼이 공적인 토론의 장에서 막대한 권한을 가질 자격이 있는지 질문이 필요한 시점, 출처=셔터스톡
SNS 플랫폼이 공적인 토론의 장에서 막대한 권한을 가질 자격이 있는지 질문이 필요한 시점, 출처=셔터스톡

SNS 플랫폼이 ‘어떤 토론이 가능한지’ 결정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이들은 그것을 정할 권한을 대중으로부터 부여받지 못했다. 트럼프 계정을 차단한 SNS 기업의 결정도 가볍게 넘길 문제로 보긴 어렵다. 바로 직전 미국의 대통령이던 영향력이 큰 사람도 SNS 플랫폼에 의해 발언할 기회를 잃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결정을 모두가 반긴 것은 아니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는 대변인을 통해 “표현의 자유는 입법기관에 의해 제한받을 수 있지만, 사적 기업 조치에 따라 제한돼서는 안 된다”며 트럼프 계정 차단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인터넷 세상이 점점 플랫폼 기업들의 영향력 아래에 놓이면서, 사람들의 생활 반경도 이들 플랫폼으로 좁혀지고 있다. 그 안에서 무엇을 논할 수 있는지 결정하는 것은 개별 기업이 갖기엔 너무나 큰 권한이다.

다만, 머스크가 콘텐츠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서 현 상황의 기이한 구조가 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SNS 기업 CEO의 자비에 기대 플랫폼이 더 나아지기를 기대하는 구조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지금 단계에서 앞으로의 트위터가 어떻게 될지는 모두 추측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타당한 측면이 있다. 게다가 광고주가 트위터를 떠날 수 있다는 문제로 인해서 트위터의 콘텐츠 규제 정책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최근 광고주들은 자신들의 광고가 혐오 콘텐츠 근처에 배치되는 걸 꺼리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트위터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천천히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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