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유료화 나서는 오피스 소프트웨어, 국내외 추세는?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가 집계한 2022년 2월 기준 전 세계 문서 편집 소프트웨어 시장 점유율은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두 강자의 독식 행보다. 마이크로소프트 365는 전 세계 시장에서 48.08%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으며, 구글 워크스페이스의 점유율도 46.44%에 이른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 파워포인트가 3.59%, 어도비 아크로뱃 프로가 0.64%로 약간의 점유율을 갖는다. 결국 전 세계 오피스 시장 전체를 두 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아이콘. 출처=셔터스톡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아이콘. 출처=셔터스톡

하지만 문서 편집 프로그램 특성상 두 기업이 전 세계 시장을 완전히 차지한 건 아니다. 국가별로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문서 편집 방법이나 양식이 조금씩 다르고, 또 언어의 장벽을 완전히 넘진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한글과컴퓨터가 있는 것처럼, 일본도 저스트시스템의 이치타로, 중국 킹소프트의 WPS 등 각 국가마다 특화된 워드 프로세서 업체들이 산개돼있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 전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시장 역시 큰 틀에서는 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클라우드, 워드 프로그램의 대세가 되다

2011년 6월, 마이크로소프트는 한번 구매해 지속 활용하는 기존 오피스 프로그램이 아닌, 클라우드 기반의 오피스 365 서비스를 공개했다. 웹 기반의 구글 워크스페이스에 대항하기 위한 목적이었고, 이는 빠르게 전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의 판도를 설치형에서 클라우드 방식으로 바꿔놓는 결과로 이어졌다

클라우드란, 사용자 컴퓨터의 자원이 아닌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된 서버로 서비스를 제공받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인터넷 및 서버가 필요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쓰이는데, 문서 편집 소프트웨어로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제공된다. SaaS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한 형태로, 클라우드 인프라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사용자가 CD나 패키지 파일을 다운로드한 뒤 설치형으로 서비스를 활용했는데, SaaS로 전환된 이후부터는 인터넷으로 파일을 다운로드해 설치한 다음 인터넷에 연결된 상태로 쓴다.

마이크로소프트 365는 클라우드 상에서 동작하는 SaaS 서비스다. 출처=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 365는 클라우드 상에서 동작하는 SaaS 서비스다. 출처=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프로그램이 SaaS로 제공되는 이유는 관리의 편의성과 보안, 그리고 수익성 확보 때문이다. SaaS 기반의 편집 프로그램은 서버에 연결된 상태에서 동작하므로 불법 복제가 통하지 않는다. 기업 입장에서는 서비스를 보호할 수 있고, 또 월 단위 구독 모델로 만들어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다. 게다가 한번 설치되면 그 버전 그대로인 설치형과 다르게 계속 서버에서 새로운 기능과 보안 업데이트가 제공되고, 또 연결된 서버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다른 장치에서 공유 및 편집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 365나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가 SaaS의 대표 사례며, 국내에서도 폴라리스 오피스의 클라우드 버전이나 오는 28일 출시 예정인 한컴독스 등이 클라우드 모델을 활용하고 있다. 여전히 설치형 버전이 판매하고 있긴 하지만, 갈수록 설치형 프로그램의 출시 주기는 길어지고 있어서 언젠가는 클라우드 서비스만 제공될 가능성이 크다.

구글 독스가 쏘아올린 웹 버전, 편리한 활용에 필수

마이크로소프트 365가 클라우드 시장에 나선 이유는 구글 워크스페이스의 웹 버전에 대항하기 위함이었다. 구글은 검색 엔진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높은 점유율을 토대로 웹 상에서 구동되는 오피스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지메일과 구글 드라이브, 구글 문서도구, 구글 시트, 구글 미트 등 구글 계정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웹 버전의 장점은 별도로 설치할 필요 없이 어떤 장치에서든 쓸 수 있다는 점, 연결된 장치에서 바로 자료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있다.

폴라리스 오피스의 경우, 웹 브라우저를 통해 문서를 편집할 수 있는 웹버전을 제공한다. 출처=폴라리스오피스
폴라리스 오피스의 경우, 웹 브라우저를 통해 문서를 편집할 수 있는 웹버전을 제공한다. 출처=폴라리스오피스

최근에는 단순히 웹 버전을 넘어서 협업 툴과 함께 제공되는 형태도 등장하고 있다. 폴라리스 오피스는 클라우드와 설치 버전 이외에도 웹 한글과 웹 시트, 웹 슬라이드의 웹 버전을 지원하고 있으며, 누구나 무료로 접속해서 쓸 수 있다. 이 기능은 네이버의 협업 도구인 네이버웍스와 교육용 클라우드인 웨일 스페이스와 연동돼 즉각 활용할 수 있다.

최근 문서 프로그램은 타사 클라우드 드라이브 등과 연동이 되는 등 확장성이 진보하고 있다. 사진은 폴라리스 오피스에서 네이버 웍스 드라이브를 연동한 예시. 출처=폴라리스오피스
최근 문서 프로그램은 타사 클라우드 드라이브 등과 연동이 되는 등 확장성이 진보하고 있다. 사진은 폴라리스 오피스에서 네이버 웍스 드라이브를 연동한 예시. 출처=폴라리스오피스

네이버웍스에서는 웹 편집 이후 웍스 드라이브에 업로드하거나 다른 사람과 공동 편집 등을 활용할 수 있고, 폴라리스 오피스 에듀에서 웹 편집을 하면 외부 콘텐츠를 곧바로 문서 내에 삽입할 수 있는 액티브 링크까지 지원하는 방식으로 쓸 수 있다. 웹 버전은 장기적으로는 플랫폼 체계로 발전해나갈 것이다.

소비자 수요에 맞춰 무료 서비스도 확대 중

지난 2017년, 애플은 키노트와 페이지스, 넘버스 등이 포함된 아이워크(iWork)를 무료로 전환했다. 직전까지 이 프로그램들은 새 매킨토시에 설치되고 보증이 지원되는 사용자들에 한해 무료로 제공됐지만, 이때부터 iOS 및 매킨토시를 쓰면 오피스도 무료로 쓸 수 있게 됐다. 당시에는 무리한 전략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많은 소프트웨어 제조사들이 소프트웨어의 일부는 무료로 제공하고 하드웨어로 수익을 올리는 방식에 동참하고 있다.

애플은 페이지스, 넘버스, 키노트가 포함된 아이워크를 무료로 전환한 바 있다. 출처=애플코리아
애플은 페이지스, 넘버스, 키노트가 포함된 아이워크를 무료로 전환한 바 있다. 출처=애플코리아

소프트웨어 무료화 바람이 불자, 여러 제조사가 부분 유료화라는 새로운 모델을 들고 나왔다. 소프트메이커의 프리 오피스, 중국 킹소프트의 WPS 오피스는 워드와 엑셀, 프레젠테이션 등 핵심 오피스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기본 서비스는 무료로 활용하되, 탬플릿이나 고급 기능은 유료로 제공하는 수익 모델을 갖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도 이러한 서비스가 있다. 폴라리스오피스의 웹, 클라우드 버전은 대표적인 무료 오피스 프로그램이다. 웹 버전은 별도로 제약이 없이 광고만 붙고, 클라우드 버전은 2개의 기기와 1GB의 저장 공간, 월 100MB 이내의 편집까지는 무료로 제공된다. 웹 버전인 네이버 오피스도 네이버 회원은 무료로 쓸 수 있다. 다양한 양식과 기능, 네이버 마이박스 저장 공간이 제공되며 따로 광고가 붙지 않는다는 장점은 있지만 베타 버전이며, 업데이트가 더디다는 한계가 있다.

이미 파이는 완성, 수익성과 경쟁력 확보에 사활

스태티스타는 전 세계 사무용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가 2022년에 259억 달러를 달성하고, 매년 4.69%씩 성장해 2027년까지 325억 7천만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수익률은 2023년에 7.8%를 달성하고 2024년 이후부터는 4% 이상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의 규모는 커지지만 수익은 남지 않는 경쟁 체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패키지형 시장은 황혼기에 접어들었고, 클라우드와 웹버전이 대세다. 출처=폴라리스 오피스
패키지형 시장은 황혼기에 접어들었고, 클라우드와 웹버전이 대세다. 출처=폴라리스 오피스

지난 7월 1일, 구글은 G스위트를 유료화하고 구글 워크스페이스 환경으로 전환해 수익화 모델을 다진 바 있다. 한글과컴퓨터도 오는 28일을 기점으로 기존의 모든 서비스를 통합한 한컴 독스를 출시한다. 시장에 신규 사용자 유입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서비스를 통합하고 고도화함으로써 수익 모델을 확보하는 과정이 시작된 것이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소비자의 지출을 바탕으로 시장이 커지는 상황이 될 것이다.

어떤 오피스를 활용하는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호환성과 대중성을 생각했을 때 표준은 분명히 있고, 이 표준에 맞추면서 최대한 적은 금액을 소비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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