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이제는 차 안에서 건강도 같이 챙기세요
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 해석해보자면,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헷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마치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 주행’ 등 모빌리티 인사이트가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코로나 확진자 1,000만 명 시대, 우리는 계속 조심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22일, 첫 코로나 확진자 발생 후 약 2년 2개이 지난 시점, 국내 코로나 누적 감염자 수는 1,000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5중 1명은 코로나에 감염되었다는 뜻인데요. 국민 모두가 거리두기에 참여하고, 일상생활 속 방역을 시행했지만, 아직까지 코로나 종식까지는 갈 길이 남은 것 같습니다.
가족, 친구와의 만남을 자제하고 타인과 접촉을 최소화하는 등 코로나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은, 대중교통 이용 빈도 추이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의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지난 3월 21일 발표한 ‘2020년 기준 대도시권 광역교통조사 중간결과’에 따르면, 2019년 대비 2020년 평일과 휴일 교통 통행량은 각각 10.7%, 15.1% 감소했는데요. 일반버스, 도시철도, 일반 및 고속철도, 고속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 통행은 전년 대비 평일 23.9%, 휴일 36.4% 감소하는 등 대중교통 이용도 크게 감소했습니다.
화상회의 등을 활용한 재택근무 전환, 근무지역 이동, 관광지 및 상업지역 이동 자제 등 다양한 원인으로 감소한 것인데요. 특히, 불특정 다수와의 접촉을 줄이기 위해서 출퇴근 시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사람들도 승용차로 이동수단을 전환한 결과로 판단합니다.
코로나로 운수, 항공 등 대중교통 관련 산업이 큰 피해를 입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통계를 보니 정말 크게 급감했네요.
맞습니다. 관련 산업은 점진적으로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이미 많은 사람이 자동차를 새로 구매하는 등 개인 자가용 사용 비중은 많이 높아졌죠. 코로나 확산세가 줄어들어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해도 이동하는 영역에서 자발적 거리두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입니다.
코로나를 계기로 사람들이 자동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고, 여기에 자율주행 발전까지 더해지며 미래 모빌리티는 기존 ‘이동을 위한 자동차’에서 ‘이동형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는데요. 자동차에 수많은 차세대 기술을 접목하며 빠른 속도로 미래 모빌리티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엔진의 성능을 중요하게 보았던 시각은 점차 자동차 안에서 활동하면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주목하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죠.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onsumer Electronics Show, 이하 CES)에서는 교통(Transportation), 우주(Space Tech), 지속가능 기술(Sustainable Technology), 디지털 헬스(Digital Health) 등 4가지 분야를 2022년 주요 트렌드로 선정했습니다. 모빌리티 산업도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디지털 헬스 부문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데요. 모빌리티와 헬스케어를 결합하려는 움직임입니다.
모빌리티가 이동형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헬스케어는 어떻게 모빌리티 산업에 접목되고 있나요?
여러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미래의 지속가능 사회를 위해 전동화 전략을 수립하고, 다양한 생활 및 엔터테인먼트 기술을 자동차에 접목하는 등 내부 기능을 확장한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CES 2022나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열린 모터쇼 ‘서울모빌리티쇼 2021’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죠. 180도 접이식 시트, Prestige 시트, 스마트TV, 냉장고, 프로젝터, 소파, 테이블, 다용도 수납함, PC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해 모빌리티의 내부 인테리어를 바꾸고 공간 편의성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자율주행, 자동차 보안, 네트워크 기반 확장, 인카(in-car) 서비스 등 차세대 모빌리티 개념의 지능형 자동차 기술을 개발하면서 자동차와 헬스케어를 결합하는 사레들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자동차가 운전자를 인식해 졸음운전 여부, 체온, 호흡, 심박수, 혈압 등을 체크하는거죠. 즉, 다양한 신체적 반응을 분석해 운전자 생체 리듬을 모니터링합니다. 또한, 고령화 인구 증가에 따라 자동차에 접목할 수 있는 헬스케어 산업은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 ‘Precedence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 헬스케어 모니터링 시스템 시장 규모는 2019년 11억 8,000만 달러로, 2021년부터 연평균 32% 성장해 2027년에 이르면 100억 8,7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평가됩니다. 다만, 아직은 조향장치, 안전벨트 등을 통해 운전자 생체 리듬을 분석하는 수준으로 걸음마 단계에 속한다고 하는데요. 향후 웨어러블 기술과 자동차 헬스케어 모니터링 기술을 접목하는 방식을 통해 모빌리티 헬스케어 시장을 이끌 것이란 예측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자동차에 접목하면 어떤 장점이 있나요? 조금은 생소한데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가 있을까요?
신체 공학적 편의성을 고려한 자동차 시트나 관련 센서 기술은 다양한 방면으로 운전자에게 편의를 제공합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운전자의 생체정보를 모니터링하는 거죠. 심장이 빨리 뛰거나 혈압이 낮아지는 비상 상황에 관련 정보를 의료기관에 전송하는 방법을 예상해볼 수 있죠.
생체정보를 활용해 운전 편의를 높이는 기술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운전자 신체 구조에 맞춰 만들어지는 신체 공학적 시트는 피로감을 낮출 수 있어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자세로 운전할 수 있게 돕습니다. 또한, 눈동자와 얼굴을 감지해 졸음운전 여부를 평가하고, 헤드레스트에 달린 센서로 졸음을 방지하기도 하는데요.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주행 환경 전반에 걸쳐 안전을 향상시킬 수 있죠.
실제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자동차 시트에 접목한 기업도 있습니다. 1997년 설립해 프랑스 낭테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 자동차 부품 및 인테리어 제조사인 ‘Faurecia’인데요. Faurecia는 변화하는 자동차 산업에서 메가트렌드를 반영한 전략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미래 모빌리티와 미래 모빌리티의 운전자석을 위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주력 분야는 시트와 인테리어, 친환경자동차, 전자 등 4가지입니다.
Faurecia는 Microsoft, MAHLE社 등 다양한 파트너사와 협업하고 있습니다. 엣지 컴퓨팅, 인공지능,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등 파트너사의 기술을 운전석에 통합하고자 하는데요. 자동차 내부에 사물인터넷(IoT)을 적용해 탑승자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하고, 개인 업무 및 엔터테인먼트 환경을 지원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헬스, 웰니스, 웰빙 등의 서비스를 위한 디지털헬스 트렌드를 반영해 자동차용 헬스케어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죠.
특히, 파트너사와 함께 기능을 하나로 통합하고 연결해 탑승 환경을 크게 개선했습니다. 운전자가 운전을 시작하고 끝마칠 때까지 쾌적한 운전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자동차에 설치한 카메라 또는 웨어러블 장치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체온, 심박수, 호흡수, 혈압 등을 분석하는데요. 이를 통해 온도를 자체적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또한, 생체신호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운전자의 스트레스나 멀미 등 특수한 상황을 인지한 뒤, 인공지능을 활용한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통해 분위기를 전환시켜주기도 하죠. 시트 별, 탑승자별 자동 온도 제어 기능을 통해 모든 탑승자를 위한 환경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시트 안전성도 높였습니다.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인데요. 자동차 시트 별로 에어백과 안전벨트를 통합한 ‘AVS(Advanced Versatile Structure)’ 기술을 적용했으며, 스마트 운동학 기술을 활용해 시트의 상하좌우 이동을 더 넓혔죠. 이를 통해 사고 발생 시 안전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모빌리티에 헬스케어를 결합하려는 시도가 있나요?
우리나라에서도 모빌리티와 접목한 헬스케어 산업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2월 제19차 혁신성장 BIG3 추친회의를 통해 미래차, 바이오헬스, 시스템 반도체 등 이른바 빅3 산업에 66조 규모의 민간설비 투자 지원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직접적으로 미래 자동차와 디지털헬스를 접목한 기술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래 자동차 산업 내 커넥티드카 기술, 바이오헬스 등 각 분야별로 빠르게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관련 산업의 융복합 과정은 가속화할 전망입니다.
민간 차원에서도 관련 기술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7월 현대모비스는 뇌파 기반의 헬스케어 기술 ‘엠브레인(M.Brain)’을 개발했는데요. 엠브레인은 이어셋 형태의 센서를 착용해 귀 주변에 흐르는 뇌파를 감지, 운전자의 컨디션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입니다. 운전자 부주의, 흐트러진 집중력 등을 감지하면 시각, 청각, 촉각 등 감각기관에 경고를 주는 사고 저감 기술을 지원하죠. 아직 실증단계로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지만, 지자체 및 운송업계와 실증 협업을 통해 기술 고도화 작업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제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만으로도 운전자의 건강을 확인하고, 졸거나 집중력 저하까지 파악할 수 있다니… 신기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미래 모빌리티는 ‘이동을 위한 수단’에서 ‘이동을 위한 공간’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관련해 다양한 기술은 계속해서 자동차에 들어오고 있죠. 특히, 자율주행이 발전할수록 운전자의 손은 핸들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운전이 아니라 자동차 내부에서 영화를 감상하고, 콘서트를 즐기며, 식사할 수 있죠. 경우에 따라서는 캠핑도 할 수 있죠. 어찌보면 일상생활에서 필수 요소 중 하나인 헬스케어 기술을 모빌리티에 접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음주운전, 졸음운전, 전방주시 불이행 등 교통사고 발생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사고원인까지 해결할 수 있다면, 교통사고 절감에도 도움될테죠. 모빌리티와 접목한 헬스케어 기술이 다양한 방면에서 긍정적인 기능으로 작용해 더욱 안전한 미래 교통환경 구축에 일조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김아람 책임연구원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라는 전문 컨퍼런스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의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