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 2026 서울 간담회..."혁신의 '예고편' 아닌 '본편' 기대하라"
[IT동아 김영우 기자] 올해 9월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IT 전시회 'IFA 2026'을 앞두고, IFA 주최 측이 직접 서울을 찾아 한국 언론과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6월 18일,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IFA 2026 한국 미디어 간담회'에는 IFA 매니지먼트 GmbH의 라이프 린드너(Leif Lindner) CEO, IFA 한국 공식 대표부인 메세플래닝의 윤지환 대표, 그리고 IFA 참가 사례를 소개한 스타트업 롤링씨드의 조성훈 대표 등이 참석했다.

IFA 한국 대표부인 메세플래닝의 윤지환 대표는 환영사에서 "102년의 역사를 가진 IFA는 단순한 제품 전시의 장을 넘어, 한 세기 넘게 전 세계 기업인들에게 혁신의 무대를 제공해 온 글로벌 플랫폼"이라며 "한국 기업들의 혁신적인 기술력과 세계화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국내 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기회와 파트너를 발굴하는 데 IFA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베를린에서 IFA를 보며 자랐다"...삼성 출신 CEO가 그리는 IFA의 미래
이날 간담회의 핵심 발표자는 라이프 린드너 CEO였다. 서베를린 출신으로 어릴 적부터 IFA를 직접 보며 자랐다는 그는 삼성전자 독일 법인에서 약 15년간 부사장직을 역임하고, 이후 소니에서도 5년간 근무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2023년 IFA 매니지먼트 GmbH의 CEO로 취임해 현재 IFA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린드너 CEO는 IFA의 지향점을 'Innovation for All(모두를 위한 혁신)'이라는 슬로건으로 요약했다. 그는 "IFA는 미국, 아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글로벌 삼각축의 중심"이라며 "우리의 역할은 9월 한 달 동안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제품과 사람들을 베를린으로 모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물리적 행사의 가치에 대해서도 확신을 드러냈다. "기자들 중에는 오프라인 전시회가 과연 미래가 있느냐고 묻기도 한다. 내 답은 분명히 '그렇다'는 것"이라며 "디지털화가 진행되더라도 물리적인 경험이 주는 신뢰감과 커뮤니티는 대체할 수 없다. 잘 기획된 오프라인 쇼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IFA가 CES 등 다른 글로벌 테크쇼와 차별화되는 핵심 강점으로는 B2B와 B2C를 동시에 아우르는 점을 꼽았다. "CES에서 만난 미국 기자들이 IFA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은 것이 바로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다른 쇼에서는 제품의 예고편(트레일러)을 보여주지만, IFA에서는 본편(무비)을 보여준다"는 표현으로 IFA만의 차별성을 설명했다. 출시 예정 제품이 아니라 당장 구매 가능한 완성품 위주로 전시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전 세계 연간 매출의 32%가 4분기에 집중되는데, IFA가 그 시작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강조했다.
IFA의 위상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린드너 CEO에 따르면 작년 IFA에는 22만 명 이상이 방문했으며, 이 중 67%가 독일 외 국가에서 온 해외 방문객이었다. 전 세계 100여 개국의 리테일 파트너가 참가했으며, 등록된 전시업체는 1900여 곳, 취재 기자만 4500여 명에 달했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도 과거 IFA를 "세계 최대의 리테일 행사"라고 평가한 바 있다고 린드너 CEO는 강조했다.
IFA 2026, 달라지는 것들
린드너 CEO는 이번 간담회에서 올해 IFA 2026의 새로운 프로그램과 전략도 소개했다. 전시 영역은 가전(MDA·SDA), 스마트폰과 통신·커넥티비티, 오디오·비주얼, 게이밍을 기본 축으로 하되, 올해는 뷰티, 아웃도어, 쿠킹 등 생활 밀착형 카테고리를 더욱 확대한다. 또한 공간 전체를 음악 공연 무대로 활용하는 '조머가르텐(Sommergarten)'에서는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나흘간 라이브 공연을 진행한다.
주목할 만한 신규 포맷도 다수 선보인다. '로봇 런웨이(Robots on Runway)'는 20여 개 기업이 참여해 로봇들을 패션쇼 런웨이처럼 무대에 올리는 이벤트다. 또한 IFA 기간 중 하루, 1980~90년대 대표적인 미래형 건축물이지만 10년 넘게 문을 닫은 채 방치 중인 베를린의 'ICC 베를린'이 선별된 파트너를 위해 특별 개방된다.
올해 IFA의 기조연설(키노트)에는 폭스바겐, 하이센스 등 대형 기업들이 참여할 예정이며, 에이전틱 AI(Agentic AI)의 영업 활용법 등 리테일 기업을 위한 비즈니스 콘텐츠도 강화된다. 메세 베를린과는 2034년까지 장기 계약을 체결한 상태로, IFA의 지속성도 확보됐다.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린드너 CEO는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올해 IFA에 한국 기업 120~140개사가 참가할 예정으로, 중국 다음으로 한국이 IFA와 가장 활발하게 교류하는 나라"라며 "한국 측의 긍정적인 참여 열기가 중국 기업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연 2~3회 서울을 방문해 기존 파트너에 대한 감사를 표하고 새로운 협력사도 발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스타트업의 IFA 도전기...'롤링씨드' 4년 연속 참가
이날 간담회에는 IFA 참가 한국 스타트업의 경험담도 이어졌다. 인터랙티브 에듀테인먼트 플랫폼 기업 롤링씨드의 조성훈 대표가 직접 나서 자사의 IFA 참가 여정을 소개했다.
롤링씨드는 올해로 4년 연속 IFA에 참가한다. 2023년 첫 해에는 지자체 지원을 받아 참가했지만, 2024년부터는 독립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조 대표는 "해가 거듭될수록 현장에서 만나는 바이어들이 우리 서비스를 기억해 주고 더 구체적인 논의로 이어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 신뢰는 계속 만나야 쌓인다"고 강조했다.
롤링씨드가 이번 IFA 2026에서 선보일 서비스는 'Watch & Play'다. 기존 애니메이션 서비스가 수동적 시청에 머물렀다면, Watch & Play는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동시에 인터랙티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다. 직관적인 UX를 적용해 설명서 없이도 누구나 체험할 수 있다고 조 대표는 설명했다.
이 서비스의 핵심 콘텐츠 자원은 세계 곳곳에 숨어 있는 그림책 작가들이다. 조 대표에 따르면 전 세계 그림책 작가는 1억 명에 달하지만 그 중 99%는 출판에 이르지 못하고 작품이 묻혀 있다. 롤링씨드는 이 미출판 원작들을 기반으로 게임 콘텐츠를 결합해 글로벌 어린이 시장에 직접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웹툰을 글로벌 플랫폼으로 키웠듯, 롤링씨드도 전 세계 그림책 작가들을 위한 글로벌 마켓플레이스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현재 네덜란드 파트너사와 협력 중이며, IFA를 통해 중동·아프리카·북미 등 다양한 지역 바이어들과도 접점을 만들고 있다.

질의응답: 삼성·LG의 경쟁력, K팝 공연, 히트펌프 전망까지
간담회 말미에는 취재진과 린드너 CEO 사이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먼저 삼성·LG 등 한국 가전 기업의 중국 경쟁사 대비 경쟁력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린드너 CEO는 "샤오미나 드리미 같은 중국 기업들도 이제 세계 무대에서 충분히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중국의 혁신 파워를 인정해야 한다"며 "다만 삼성과 LG는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혁신 기업이다. 그 점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에 대한 조언도 덧붙였다. "삼성은 수익성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한데, 단기 수익성만 보고 제품 라인업을 자주 바꾸면 유통사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 독일 시장에서는 BSH, 밀레 같은 기업들이 일관성을 무기로 성공했다. 삼성에게 필요한 것은 조금 더 소비자 대상 마케팅을 강화하고, 왜 이 제품을 사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전 수요 둔화 우려에 대한 질문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그는 "유럽에서는 에너지 비용 상승, 신규 주택 착공 감소 등으로 대형 가전 수요가 약화되고 있고 TV 시장도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있다"면서도 "하루 10시간 이상 기술 제품과 함께 살아가는 시대에, AI를 비롯한 새로운 혁신은 충분한 교체 동인이 된다. IFA는 소비자와 산업 모두에 긍정적인 동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 기업들의 전시 비중이 커지는 반면 유럽 기업의 존재감이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에는 "일부 영역에서는 맞는 말이지만, 유럽에도 로봇공학 등에서 혁신적인 기업들이 성장하고 있다. AI 관련 특허 건수 기준으로 독일은 세계 2위"라며 유럽 기업들의 잠재력을 강조했다.
K팝 아티스트를 IFA에 초청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린드너 CEO는 "K팝 아티스트를 IFA에 초청하는 것이 내 꿈"이라며 현실적인 어려움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베를린에서 활발하게 공연하는 K팝 아티스트들을 섭외하려면 프로덕션과 출연료 비용이 상당해 현재로선 스폰서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그는 "K팝 밴드들은 베를린에서만도 1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을 수 있다. IFA 기간에 마침 베를린 투어를 하는 팀이 있다면 내년에는 실현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희망을 열어뒀다.
히트펌프(heat pump) 등 친환경 에너지 기술의 IFA 내 비중에 관한 질문에는 "현재 IFA에서 히트펌프를 위한 별도 전시 구역은 없다. 하이얼 등 일부 기업이 자사 부스에서 히트펌프 제품을 선보이고는 있다"며 "만약 히트펌프 전문 한국 기업이 다수 참가한다면, 내년에는 별도 구역을 마련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답했다.
IFA 2026은 오는 9월 4일부터 8일까지 5일간 독일 베를린의 메세 베를린(Messe Berlin)에서 개최된다. 올해 한국 참가 기업은 120~140개사로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한-EU 디지털통상협정 체결 이후 유럽 시장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시점인 만큼, 이번 IFA 2026이 국내 기업들의 유럽 진출 교두보로서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