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대 출신의 재미교포, 한국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 뛰어들다 - 픽셀아모 박앤드류 대표

김영우 pengo@itdonga.com

스마트폰 열풍은 하드웨어 시장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시장 역시 크게 바꾸어 놓았다. 이제는 각종 응용프로그램을 ‘앱(애플리케이션)’이라고 부르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조만간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 시장의 규모가 PC용 소프트웨어 시장을 능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흐름 속에 소프트웨어 개발자들 역시 스마트폰용 앱 개발에 대거 뛰어들고 있다. 특히 게임 앱은 전체 스마트폰용 앱 시장을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마트폰용 게임은 기존의 PC나 콘솔용 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비나 개발 기간이 적게 드는데 비해 판매량은 훨씬 많다.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데다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개발자 입장에서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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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대 출신의 재미교포, 한국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 뛰어들다 - 픽셀아모 박엔드류 대표 (1)

특히 한국 스마트폰용 이용자들 중에는 열렬한 게임 매니아들이 상당수라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와중에 재미교포가 설립한 스마트폰용 게임 앱 개발사가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픽셀아모(PIXEL AMMO, www.pixelammo.com), 그리고 박앤드류 대표(Andrew Park, 32세)가 그 주인공이다.

아직은 생소한 개발사, 픽셀아모

픽셀아모의 박앤드류 대표는 미국령 괌 출신의 재미교포로, 예일대 대학원을 나온 수재이기도 하다. 이런 그가 한국의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 뛰어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제가 미국에서 온지 이제 7년 정도 되었군요. 픽셀아모를 세우기 전에 LG전자에서 게임 엔진 개발을 하기도 하고, 모바일 게임 업체인 컴투스에서 해외 마케팅 업무를 보기도 했습니다. 한국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 뛰어든 가장 큰 이유는 한국 제작자들의 개발 노하우가 상당하다는 점, 그리고 스마트폰 시장이 그 어느 곳 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점이 컸죠. 그리고 제 안에 흐르는 한국인의 피가 그렇게 이끌었는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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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대 출신의 재미교포, 한국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 뛰어들다 - 픽셀아모 박엔드류 대표 (2)

픽셀아모는 올해로 설립 2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미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에서 주로 활동했기 때문에 한국 이용자들에게는 다소 낯선 업체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픽셀아모가 거둔 성과에 대해 물어봤다.

“저희는 현재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 게임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플루오라마(Fluorama)’와 ‘크레이지 왁싱(Crazy Waxing)’이라는 애플 iOS용 캐주얼 게임 2개를 해외 시장에 출시해 한때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고, 현재는 SNG(Social Network Game)인 ‘케리 레이싱(Keri Racing)’의 출시를 준비 중이죠. 그리고 다음달에는 플루오라마의 안드로이드 버전을 한글화해서 SK텔레콤의 T스토어를 통해 국내 출시할 예정입니다.”

한국 시장은 안드로이드의 플랫폼이 중심

픽셀아모는 이전까지는 애플 아이폰의 운영체제인 iOS 기반의 게임에 주력하고 있었지만, 국내 출시를 본격화 하면서 주력 플랫폼으로 안드로이드를 선택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해외에서는 iOS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한국은 안드로이드의 영향력이 더 크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국내 iOS 사용자들은 상대적으로 현지화(한글화 등)에 대한 요구가 크지 않은데 비해,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은 현지화에 대단히 민감하더군요. 그래서 한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면 안드로이드에 힘을 싣는 게 좋겠다고 판단한 것이죠. 특히 뒤이어 출시할 케리 레이싱에는 기대가 큽니다.”

SNG 장르에 레이싱을 결합한 ‘케리 레이싱’에 큰 기대

박앤드류 대표가 현재 출시를 준비 중인 케리 레이싱은 최근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SNG 장르의 게임이다. 하지만 현재 시장에는 같은 장르의 유사 게임이 다수 나와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그는 케리 레이싱이 다른 SNG와 차별점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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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대 출신의 재미교포, 한국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 뛰어들다 - 픽셀아모 박엔드류 대표 (3)

“기존의 SNG는 단순히 캐릭터나 마을을 육성하고 아이템을 얻는 것 자체에만 집중했죠. 하지만 케리 레이싱 이에 더해 레이싱의 재미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육성한 ‘케리’를 타고 경주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레이싱 모드는 4명의 플레이어가 동시 참여해서 경쟁을 벌일 수 있죠.”

한국 시장의 특징, 그리고 해외 진출의 길에 대해

앞서 언급했듯, 픽셀아모는 한국에서 사업을 본격화 하기 이전에 해외 시장에 먼저 진출한 바 있다. 특히 미국과 일본에서 게임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해외 소비자, 그리고 한국 소비자의 차이점에 대해 들어봤다.

“일단 한국과 일본 게이머들은 게임을 즐기는 성향이 유사합니다. 미국 게이머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게임을 즐기는 반면, 한국과 일본 게이머들은 상당히 몰입하며 플레이를 하는 편이에요. 특히 관련 커뮤니티에서 일부 플레이어들은 도표나 목록을 만들어가면서까지 철저하게 게임에 파고들기도 합니다. 저희들로선 매우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죠. 하지만 그만큼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게끔 하는 자극제가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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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대 출신의 재미교포, 한국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 뛰어들다 - 픽셀아모 박엔드류 대표 (4)

해외시장 공략 경험이 많은 박앤드류 대표는 국내 개발사들의 개발 능력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마케팅, 특히 해외시장 마케팅 능력에는 아쉬움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개발사들의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천하며 이에 따른 조언도 했다.

“앞서 말한 대로 국내 개발사들의 개발 노하우는 상당한 수준입니다. 해외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만한 게임을 개발하고 있어요. 하지만 해외시장을 공략 하려면 현지의 문화를 잘 알아야 합니다. 저희의 사례를 소개하자면 케리 레이싱의 출시를 앞두고 미국에서 현지 테스트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레이싱 모드에 등장하는 선수를 선택할 때 기본 항목이 남자 선수로 되어 있다는 점이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한국이라면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인데 미국에선 아니라는 거에요. 어찌 보면 매우 사소한 점인데, 이것마저 나라에 따라선 아주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퍼블리셔 판매와 독자 판매 사이의 갈림길

픽셀아모는 자사의 게임을 대형 퍼블리셔(유통업체)인 네오위즈를 통해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부 업체들은 이러한 퍼블리셔를 통하지 않고 직접 판매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한다. 각각의 장단점에 대해 박앤드류 대표는 설명했다.

“퍼블리셔를 통해 게임을 출시하면 아무래도 초기 비용이나 마케팅 면에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죠. 게다가 네트워크 기능을 가진 게임이라면 서버를 운영해야 하는데, 이를 퍼블리셔에서 부담하게 되므로 사후 관리 비용도 절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비스가 일정 이상의 규모를 가지게 되면 아무래도 직접 판매와 마케팅을 하는 것이 수익 면에서 유리한 것이 사실입니다. 개발사의 규모와 경험을 고려해본다면 각자에게 알맞은 방법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스마트폰 게임 시장의 현재와 미래

스마트폰 게임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그만큼 업체간의 경쟁도 심해지고 제작비 및 아이디어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있다. 박앤드류 대표가 보는 스마트폰 게임 시장의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들어보았다.

“2~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앵그리버드’와 같이 단순한 게임, 혼자 즐기는 게임이 유행을 했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 겁니다. 특히 네트워크 기능은 기본이 될 것이고 그래픽의 품질 역시 높여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저희가 플로우라마를 개발할 때는 불과 3명의 인원이 참여했지만, 신작인 케리 레이싱의 경우는 8~9명의 인원이 투입될 정도로 자금과 인력의 부담이 커졌지요. 하지만 시장이 커진 만큼 투자를 받을 곳도 많아진 것도 다행입니다. 다만, 대작이라 주장하는 스마트폰 게임 중에 실망스러운 경우도 많았지요. 이런 게임들은 대개 게임 자체가 문제라기 보단 운영을 제대로 못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따라서 사용자들과 같이 한다는 느낌으로 운영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예일대 출신의 재미교포가 확인한 한국 시장의 매력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박앤드류 대표는 국내의 스마트폰 게임 개발사들 및 게이머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한국의 스마트폰 게임 개발사들이 국내 시장만 보지 말고 해외 시장에도 눈을 좀 돌렸으면 좋겠습니다. 저 개인적으로 도움을 드릴 생각도 있습니다. 그리고 게이머 여러분들은 지나치게 게임의 일부 요소에 몰입하기 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게임의 전반적인 면을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그러면 저희들도 더 좋은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결의가 생기니까요. 아무쪼록 저희 픽셀아모를 잘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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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셀아모의 박앤드류 대표는 재미교포답지 않게 한국어도 유창한 편이었고, 한국 게임시장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상당해 보였다. 무엇보다도 오랜 해외생활에서 얻은 노하우와 경험을 한국시장에 접목하고자 하는 노력과 의지가 서서히 성과를 내는 것에 큰 보람을 느끼는 듯했다. 또한, 예일대 출신의 재미교포도 매력을 느낄 정도로 한국의 스마트폰 게임 시장은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확인한 것은 이번 인터뷰의 가장 큰 성과일 것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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