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에이치디에너지 (2) 에너지 플랫폼, 고객을 찾아오게 만들라

"정보를 제공하면 고객은 제발로 찾아온다"

LPG라는 소외된 시장의 발견

에이치디에너지는 산업용 보일러를 최적화하고 LPG를 공급하는 에너지 기업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집중하고 있는 LPG 시장은 어떤 시장일까?

산업용 LPG 저장시설. 출처 = 인사이터스
산업용 LPG 저장시설. 출처 = 인사이터스

본래 산업용 연료의 양대 축은 LNG(액화천연가스)와 LPG(액화석유가스)가 함께 구성하고 있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LPG는 호황기였으나, 가격이나 공급의 편리성 등의 이유로 LNG에게 그 자리를 내어준 후 꾸준히 수요가 줄어들었다. 실제 산업체에 설치된 산업용 보일러의 연료 소비 현황을 보더라도 LPG보다는 LNG가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출처: 산업용 보일러 연료 소비 현황 / 에너지관리공단, 에너지 통계 핸드북(2020). 그래프 = 인사이터스
출처: 산업용 보일러 연료 소비 현황 / 에너지관리공단, 에너지 통계 핸드북(2020). 그래프 = 인사이터스

그렇다면 에이치디에너지는 산업용 유통 연료로 왜 하필 산업체 시장의 수요도 적고, 에너지 시장에서 4% 남짓한 적은 비중을 차지하는 LPG를 택한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LPG라는 연료의 장점은 분명하여 성장의 잠재력은 있지만 아직은 시장이 작아 대기업을 비롯한 덩치 큰 경쟁자들이 욕심을 내지 않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소외되어 있는 지금이 에이치디에너지와 같은 스타트업이 진입하기에 적절한 타이밍인 것이다.

LPG가 가진 산업용 연료로서의 매력

산업체가 연료를 선택할 때 다양한 요소를 따져보겠지만, 비슷한 조건일 경우라면 아무래도 높은 효율을 가진 연료를 선호하게 된다. 이창준 대표가 LPG의 강점으로 강조한 부분도 바로 고효율이다. 그는 LPG가 발화점이 낮아 금방 열을 낼 수 있고 특히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잠열(潛熱)을 가지고 있어 같은 양을 써도 에너지의 열량이 월등하다 설명한다.

에너지별 특성. 출처 = 인사이터스
에너지별 특성. 출처 = 인사이터스

복잡한 수입과 유통과정을 가지고 있는 연료시장의 특성상 LNG와 LPG의 가격은 유동적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결국 연료 효율을 중점적으로 따져보았을 때 LPG가 더 경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LPG시장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

위에서 설명한 LPG의 매력은 말 그대로 LPG의 매력일 뿐 에이치디에너지만의 차별성은 아니다. 시장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경쟁자들과 차별화 된 무언가는 반드시 필요하다. 절대 강자는 없는 만큼, 오히려 군소 업체간 나름대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이 시장에서 고객사가 굳이 에이치디에너지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내세운 경쟁력은 크게 두 가지다.

가격경쟁력

첫 번째는 가격경쟁력을 통한 Buying Power 확보이다. 이를 위해 저장소-충전소-판매소-소비자로 이어졌던 유통 단계를 축소시켜 마진을 확대하고, 판매소와 공동구매를 진행하여 가격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감소시키는 구조를 만들었다.

에이치디에너지의 공동구매 구조. 출처 = 인사이터스
에이치디에너지의 공동구매 구조. 출처 = 인사이터스

또한 물류비를 동일하게 책정하기 위해 현재 2개의 물류기지를 확보했으며 장기적으로는 총 30개까지 거점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한다.

설비 성능 최적화

두 번째는 설비 튜닝을 통한 성능 최적화다. 에이치디에너지는 LPG의 가격 대비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산업체에 설치된 설비를 튜닝, 성능을 최적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산업용 보일러는 사용하는 형태나 크기, 본체 구조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수십 개의 종류로 나뉜다. 에이치디에너지는 수많은 산업용 보일러를 각 산업 특성에 맞게 튜닝하는 작업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 약 65명의 전문가 풀을 구성했다.

에이치디에너지의 설비 튜닝 구조. 출처 = 인사이터스
에이치디에너지의 설비 튜닝 구조. 출처 = 인사이터스

보일러에 범용 버너나 설비 부품을 적용하면 성능이 최고 80% 수준으로 제한적인데, 에이치디에너지는 성능 최적화를 통해 최대 95%까지 효율을 증가시킨다. 실제 한 세탁 공장을 운영하던 고객사가 스팀 사용량에 따른 최적의 보일러 튜닝 작업을 제공받은 후 효율이 20% 정도 개선된 사례도 있다.

에이치디에너지가 개량한 설비와 기존 설비 비교. 출처 = 인사이터스
에이치디에너지가 개량한 설비와 기존 설비 비교. 출처 = 인사이터스

면도기와 면도날 비즈니스모델의 구축

듣다 보니 이창준 대표의 비즈니스 감각이 느껴진다. 에이치디에너지의 비즈니스모델에서 주목할 것은, 위에서 설명한 두가지 경쟁력(가격 경쟁력, 성능 최적화)이 어떤 효과를 발휘하느냐다. 먼저 최적화 서비스는 고객 유입의 이유와 장기 공급의 시발점이 된다. 고객이 면도기(디바이스)를 구매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가격 경쟁력 있는 LPG의 공급은 면도날(소모품)을 공급하는 것과 같다.

즉, 디바이스와 소모품 구조(면도기와 면도날 구조)를 완성시켜 전환비용(Switching Cost)을 올리며 이렇게 잡아둔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매출을 일으키는 반복구매(Recurring Revenue)효과를 창출하는 것이다. 좋은 비즈니스모델의 가장 기본적 요건을 충족시키는 셈이다.

에이치디에너지 비즈니스모델의 특징. 출처 = 인사이터스
에이치디에너지 비즈니스모델의 특징. 출처 = 인사이터스

위 비즈니스모델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부분 중 하나는 설비 최적화 서비스에 요구되는 높은 전문성 때문이다. 경쟁사의 비즈니스모델 복제를 방지할 수 있는 전략적 해자다. 이 설비 최적화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이창준 대표는 삼고초려를 마다 않고, 무려 65명이나 되는 산업용 보일러 설비 전문가를 한명 한명 찾아다니며 협력체계를 구축했다고 한다. 비즈니스 감각이 있는데다 집요하기까지 하다.

이창준 에이치디에너지 대표
이창준 에이치디에너지 대표

이 집요한 이창준 대표에게는 어떤 고민이 있을까?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단기적 이슈 보다는 장기적 비전에 고민이 있었다. 비즈니스감각이 있으면서 집요하고 장기적 비전까지 가진 그의 고민을 이야기해보자.

그들의 Big Picture, 에너지 플랫폼

현재의 비즈니스모델이 나름 바람직한 구조를 갖고 있지만 욕심 많은 이창준 대표는 산업용 LPG시장을 장악하고 싶어한다. LPG에너지를 공급하고 활용하고 지원하는 모든 '시장 참여자'가 활동할 수 있는 에너지 플랫폼을 통해서 말이다.

이 플랫폼의 주요 참여자를 살펴보면 먼저 공급 고객인 정유사(E1, SK에너지 등)가 있고 수요 고객인 기업, 충전소, 판매점등이 있다. LPG의 공급에서 수요까지 원스탑으로 해결되기 위해서는 설비의 설치와 운영, 에너지 물류까지 모두 해결되어야 하기에 엔지니어링, 금융, 물류 업체까지 총 망라된다.

에이치디에너지가 그리는 에너지 플랫폼 구조. 출처 = 인사이터스
에이치디에너지가 그리는 에너지 플랫폼 구조. 출처 = 인사이터스

뭔가 구상이 원대하고 스펙터클하다. 이 원대하고 스펙터클한 그림을 어떻게 구현해 나갈 것인지 궁금해서 물어보니 3단계 로드맵을 제시한다.

첫째, IOT를 이용한 저장 및 충전 원격제어 시스템

먼저 정보통신과 사물 인터넷 기술을 활용하여 에너지 저장 및 충전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전국의 프로판 저장탱크의 잔량(재고)과 가스공급 시스템의 이상 동작 및 안전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여 고객에게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에이치디에너지의 ICT 안전관제 시스템. 출처 = 에이치디에너지
에이치디에너지의 ICT 안전관제 시스템. 출처 = 에이치디에너지

둘째, ICT 물류관제 시스템

두번째 역시 원격으로 운영되는 가스 충전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이는 벌크로리가 언제, 어디서, 어떤 저장탱크에 가스를 충전했는지 검침하고,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손쉬운 모니터링을 할 수 있게 돕는다.

에이치디에너지의 ICT 물류관제 시스템. 출처 = 에이치디에너지
에이치디에너지의 ICT 물류관제 시스템. 출처 = 에이치디에너지

셋째, 전기 보일러 사용자의 LPG 전환을 위한 산소보일러 및 버너

마지막 세번째는 기존의 전기 보일러 사용 업체의 LPG전환을 위한 100% 산소 터보 보일러와 산소 버너를 만들어 공급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완성되면 고로, 용융시장 등 고화력 대형시설 업체까지 고객군으로 확장될 수 있게 된다.

독자들께서는 이들의 로드맵이 이해가 되는가? 필자는 뭔가 잘 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다시 한번 묻기도 했다. 첫번째 단계인 저장 및 충전제어 시스템과 두번째 단계인 물류관제 시스템은 LPG공급망 관리를 위한 필수 기능이므로 쉽게 이해되지만 세번째 산소 보일러는 왠지 별도의 솔루션으로 느껴진다.

게다가 LPG 시장의 참여자들이 편리하고 신속하게 거래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기 위해서 가장 먼저 갖춰야 하는 것은 원격 충전이나 물류 제어가 아니다.

비즈니스감각이 있으면서 집요하고 장기적 비전까지 갖고 계신 이창준 대표의 머릿속이 너무도 복잡하다보니 한마디로 우선 순위가 꼬인 듯한 느낌이다. 어떻게 플랫폼으로 발돋움 할 것인가? 오늘은 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자.

플랫폼을 꿈꾼다면, 지금부터 이것을 하라!

에이치디에너지의 현재 비즈니스모델을 분석해보면, 수요 고객이 일부 있으며 공급은 당연히 에이치디에너지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의 모습에서 플랫폼으로 도약하려면 훨씬 더 많은 수요 고객을 끌어 모아야 하며 그 수요 고객을 기반으로 에너지 공급자, 설비 공급자, 물류 회사 등의 공급 고객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LPG 수요고객을 끌어 모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힌트를 구글의 프로젝트 선루프 사례에서 얻어보도록 하자.

구글 프로젝트 썬루프(Project Sunroof). 출처 = 구글
구글 프로젝트 썬루프(Project Sunroof). 출처 = 구글

2015년에 시작된 프로젝트 선루프는 자신의 집 위치를 입력하면, 태양광 발전효율을 분석하여 알려주는 서비스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사용자는 주소만 입력하면 된다.

그럼 머신러닝을 통해 그 위치에 도달하는 연간 일조량, 주변 건물의 높이, 지붕의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사용자 집에서 얼마만큼의 태양광 발전이 가능한지 수치를 보여준다. 달마다 지불하는 전기 요금을 입력하면 태양광 발전을 통해 얼만큼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지 예상치를 안내한다. 또한 가까운 위치에 있는 태양광 패널 설치 업체 정보도 알려준다.

구글 프로젝트 썬루프(Project Sunroof). 출처 = 구글
구글 프로젝트 썬루프(Project Sunroof). 출처 = 구글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등 일부 도시를 대상으로 시작했던 프로젝트 선루프는 현재 미국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구글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 전역의 모든 건물에 대한 탐색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프로젝트 시작 2년 만에 미국 전역에 태양광 패널 설치가 약 70만 건 정도 이루어지기도 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구글이 '태양광 패널 설치 방법을 바로 안내한 게 아니라 설치 시 사용자가 얻을 수 있는 효과를 보여줌으로써 그 전환율을 높였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사용자의 주소나 매달 지불하는 전기 요금에 대한 데이터까지 확보했다.

마찬가지로 에이치디에너지가 가진 성능 최적화 역량을 기반으로 설비 진단을 원하는 고객에게 LPG 전환에 따른 비용과 수익, 즉 ROI(Return on Investment)를 제시해 준다면 어떤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에이치디에너지의 비즈니스모델 개선 제안. 출처 = 인사이터스
에이치디에너지의 비즈니스모델 개선 제안. 출처 = 인사이터스

플랫폼을 꿈꾼다면, 수요고객을 끌어 모으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그 수요고객이 원하는 것은 정확한 ROI의 진단이다. 그 진단 서비스를 통해 고객을 유입시키고 서비스 공급을 수익을 창출해 나가라. 아울러 그 고객이 진단을 위해 입력한 자신들의 설비 정보는 그 과정에서 부가적으로 생기는 소중한 데이터 자산이 될 것이다.

고객을 찾아가지 말고 찾아오게 만들라!

이창준 대표는 장시간 자신이 발로 뛰어 고객을 찾고 오래 접촉해 신뢰를 쌓고 하나 하나 계약으로 이어 나갔다고 말한다. 제로베이스에서 고객과의 신뢰를 만들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더 큰 성장을 바란다면 지금처럼 발로 뛰어서는 곤란하다. 뛰더라도 계약으로 이어질 확도가 높은 고객으로 좁혀 효율성 높은 고객과 접촉해야 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구글의 프로젝트 썬루프와 같이 고객의 설비에 대한 진단과 ROI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시했는데, 반드시 이것만이 유일한 대안은 아닐 것이며 고민하면 더 좋은 방안이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필자가 힘주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고객에게 반드시 필요한, 데이터 기반의 서비스를 통해 신뢰를 확보하고 시장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CVP)가 명확하다면 그 가치에 동의하는 고객들은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데이터의 신뢰를 바탕으로 기꺼이 계약으로 이어질 것이다. 고객을 찾아가지 말고 찾아오게 만들라.

글 / 인사이터스컨설팅 황현철 대표 / 비즈니스모델 전문가

실전 비즈니스모델 컨설팅 전문가. 19년간 비즈니스 전략, 프로세스, 생산, 품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장 중심의 컨설팅을 수행했으며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대기업에서 스타트업까지 실체적 비즈니스모델 컨설팅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본격 기업 극화 소설 '비즈니스모델러'의 저자이기도 하다.

민슬지 작가 / 비즈니스 스토리텔링 전문가

정리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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