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인간 새’ 출현, 희대의 사기극인가

하늘을 나는 ‘인간 새’ 출현, 희대의 사기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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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인간 새’ 출현, 희대의 사기극인가 (1)

하늘을 나는 것은 인간의 오랜 숙원이다. 수퍼맨 망토나 우산에 의지한 채 하늘을 날겠다며 높은 곳에서 뛰어내린 아이들이 어디 한둘이던가. 아이들의 망상일 뿐이라고? 호주에서는 1976년부터 온몸에 우스꽝스러운 깃털을 달고 강으로 뛰어내리는 ‘인간 새 대회’가 인기리에 열리고 있다. 매년 수천 명의 사람들이 단 몇 초의 비행을 위해 이 대회에 참여한다. 날고 싶은 욕망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있다.

비행기를 타면 된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안전벨트에 온몸을 구속하고 좁은 좌석에 몸을 구겨 넣은 채 창밖을 내다보는 모습을 과연 ‘난다’고 부를 수 있을까. 정확히 이야기하면 비행기가 나는 것이고, 사람은 비행기에 타고 있는 것일 뿐이다. 순전히 자기 힘만으로, ‘천천히 떨어지는 것’이 아닌 ‘천천히 상승하는 것’을 해내야 진짜 하늘을 나는 것이다. 하지만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1인용 비행기 ‘오니썹터(Ornithopter)’를 구상한 지 수백 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하늘을 제대로 나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2012년 2월까지는 말이다.

하늘을 나는 ‘인간 새’ 출현, 희대의 사기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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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인간 새’ 출현, 희대의 사기극인가 (2)

지난 18일(현지 시간), 31세의 네덜란드 남성이 손수 만든 날개를 달고 새처럼 하늘을 날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자신을 엔지니어 야르노 스미츠(Jarno Smeets)라고 소개한 이 남성은 직물로 만든 날개를 달고 100미터 비행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스미츠를 인류 역사 최초의 ‘인간 새’라고 불러도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스미츠가 공식 보도자료와 함께 유튜브(http://www.youtube.com/watch?v=GYW5G2kbrKk)에 해당 영상을 공개하자, 전 세계 언론들과 네티즌들은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다.

‘파닥파닥’ 날갯짓에 네티즌들 ‘파닥파닥’

하늘을 나는 ‘인간 새’ 출현, 희대의 사기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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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인간 새’ 출현, 희대의 사기극인가 (3)

영상은 꽤나 그럴듯하다. 공원 가운데 서 있던 스미츠가 양팔을 새처럼 파닥거리며 달려가자, 이내 천천히 위로 솟아오른다. 일정 궤도에 올라선 이후에는 날갯짓을 멈추고 조용히 유영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대형 조류 알바트로스와 비슷하다. 그는 그렇게 60초 정도를 비행하다가 천천히 착륙에 성공한다.

물론 순전히 인력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스미츠는 그의 몸과 날개를 합쳐 약 100kg을 공중에 띄우려면 최소 2,000와트의 전력이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이 중 팔을 흔들어서 얻을 수 있는 전력은 불과 5%뿐.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닌텐도의 ‘위(Wii)’ 컨트롤러 2개, HTC의 스마트폰 ‘와일드파이어S’, 터니지의 모터를 이용했다고 밝혔다. 원리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위 컨트롤러의 무선조종기능과 스마트폰의 가속도계, 모터의 전력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스미츠는 비행 준비과정을 모두 담은 블로그(www.humanbirdwings.net)까지 개설했다. 이곳에는 지난 8개월간 그가 겪은 시행착오와 비행 매커니즘에 대한 자료가 가득하다. 그는 “날개가 쉽게 찢어지는 것이 큰 문제였다”라며, “천과 천을 연결하는 부위를 매우 꼼꼼하게 바느질했고, 무게가 너무 무거워지지 않도록 날개 모양을 특별하게 디자인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겪지 않으면 알 수 없을 만큼 자세한 자료는 그의 “하늘을 날았다”는 주장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 정말로 스미츠는 새처럼 하늘을 난 것일까?

과학적으로 불가능… 광고 영상이라는 주장도 제기돼

전 세계 네티즌들은 이 영상의 진위에 대해 치열한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유튜브 댓글을 살펴보니, 영상을 조작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좀 더 우세하다. 양력이 발생할 정도로 강한 바람을 타지 않는 이상 작은 모터만으로 공중에 뜨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영상에 등장하는 날개보다 훨씬 더 큰 날개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위 또는 와일드파이어S의 홍보 영상일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보도자료에 특정 회사의 특정 제품명을 일일이 공개한 것이 매우 부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있을법한 신기한 영상을 만들어 잠시 동안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광고 전략을 쓰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질레트의 메이저리그 야구 영상이다. 이 영상에서 에반 롱고리아라는 선수가 타석에서 타자가 친 강한 타구를 인터뷰 도중 살짝 뒤로 돌아 맨손으로 잡는 기술을 선보여 비상한 관심을 받았는데, 결국 합성으로 만들어낸 광고 영상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스미츠가 블로그와 보도자료까지 만들어가며 거짓말을 했을 것 같지는 않다는 의견도 많다. 광고 영상이라면 영상 자체에 제품명이 노출되는 것이 정상인데, 이 영상에서는 특정 제품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무조건 믿고 싶다는 의견도 잇따랐다. 과연 스미츠는 전 세계를 상대로 사기극을 펼친 것인가. 만일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조만간 밝혀질 진실이 기다려진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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