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NO, 이젠 번호이동 서비스도 시동. 하지만…

2012년 1월 31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이동통신 3사(SKT, KT, LG유플러스)와 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간 번호이동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MVNO란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 또는 이동통신재판매사업자를 뜻하는 말로, 쉽게 풀이하자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와 같은 기존 이동통신사업자(이하 이통사)의 망을 빌려서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체를 뜻한다. 최근 MVNO 서비스는 가정 내 통신비 인하 정책과 맞물려 ‘반값 요금제’, ‘기본료 0원’ 등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참고기사: MVNO 서비스, 대체 요금이 얼마나 싸길래? - http://it.donga.com/newsbookmark/8008/

지금까지 MVNO는 번호이동에서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SK텔레콤 사용자가 SK텔레콤의 망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MVNO로 이동했을 때, 이전에 사용하던 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 즉, KT나 LG유플러스 사용자만 번호를 바꾸지 않고 이동할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이번 방통위의 결정을 통해 이달부터 MVNO도 망을 빌린 해당 이통사로 번호이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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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NO, 이젠 번호이동 서비스도 시동. 하지만… (1)

적용 시기는 조금 다르다. KT와 LG유플러스의 망을 이용하는 MVNO는 해당 이통사와 영업전산을 동일하게 사용했기 때문에 이달부터 시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SKT의 MVNO인 한국케이블텔레콤(KCT)은 영업전산(청약, 가입자관리시스템)과 HLR(가입자위치등록시스템)을 별도로 구축해 번호이동을 제공할 계획으로, KCT가 망사업자 및 번호이동성관리기관(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과 연동테스트를 거치는데 시간이 소요되어 4월 1일부터 번호이동을 제공할 예정이다.

MVNO, 이젠 번호이동 서비스도 시동.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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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NO, 이젠 번호이동 서비스도 시동. 하지만… (2)

방통위 측은 이번 번호이동 제도 시행을 통해 앞으로 이동통신 요금 인하 경쟁 활성화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약 20% 이상 저렴한 MVNO 서비스를 큰 불편사항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은 앞으로도 점차 그 혜택이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아직 남아있다. 아직까지 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는 단말기 선택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점차 확대 중인 MVNO 서비스, 하지만…

MVNO를 이용하면 저렴하게 스마트폰, 휴대폰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장점이다. 하지만, 아직은 현실적으로 MVNO를 이용할 수 있는 단말기가 극히 제한적이다. 얼마 전, CJ헬로모바일이 MVNO 서비스를 시작하며 갤럭시 넥서스, 갤럭시S2, 베가 레이서 등 비교적 최신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전 MVNO의 서비스 지원 단말기는 스마트폰은 고사하고 구형 휴대폰이 대부분이다. 아무리 이용 요금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해도, 원하는 단말기가 없다면 ‘그림 안의 떡’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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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NO, 이젠 번호이동 서비스도 시동. 하지만… (3)

물론, 사용하고 있던 단말기를 MVNO로 바꿔서 사용하거나, 애초에 제조사로부터 개통하지 않은 단말기(공기계)를 직접 구매하고, 이를 MVNO로 개통해서 사용하면 되긴 한다. 문제는 공기계 자체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이통사를 통해 구매한 단말기를 해지하고 중고 시장에 내놓은 중고폰을 공기계와 동일시하곤 한다(깨끗한 중고폰을 공기계라 하기도 한다). 이유인 즉, 국내 시장에서 순수한 공기계를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외국과 달리 국내 시장은 공기계 유통 시장이 열악하다. 어쩌다 볼 수 있는 순수한 공기계는 경품으로 얻거나 해외에서 들여온 것이 대부분이다. 일반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 공기계를 구할 수 있지만, 웃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최신 스마트폰의 경우 80만~100만 원에 달하는 가격에 웃돈까지 주고 구매해야 한다는 뜻이다. 휴대폰 가격표시제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MVNO, 이젠 번호이동 서비스도 시동.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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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NO, 이젠 번호이동 서비스도 시동. 하지만… (4)

이통사의 약정할인 혜택도 받을 수 없다. 대부분 이통사를 통해 단말기를 구매하는 이유는 약정기간 동안 받을 수 있는 약정할인 때문이다. 요금제에 따라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다르지만, 이를 통해 단말기 가격을 싸게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계약 내용에 따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경우도 있어 이 기간을 노예 기간이라 하기도 한다. 원할 때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뿌리부터 튼튼해야

저렴하게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MVNO를 위한 여러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기존 이통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근접할수록 MVNO 가입자는 늘어날 것이고, 이로 인해 실질적인 가정 내 통신비 요금이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다만, 기본 즉, 시장 자체가 바뀌지 않는 이상 이는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현실을 반영한 진정 도움이 되는 대책부터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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