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 음향의 '봉고차'와 '대일밴드' - SRS랩스 코리아 김정택 지사장

김영우 pengo@itdonga.com

TV, 오디오, 앰프 등의 멀티미디어 기기에는 다양한 로고가 부착되어있다. 대표적인 것이 ‘돌비(Dolby)’나 ‘DTS’, 그리고 ‘SRS’ 등이다. 이 로고들은 해당 멀티미디어 기기가 내장하고 있는 음향기술, 혹은 해당 기술을 제공한 회사의 이름을 뜻하는 것으로, 그만큼 우수한 음질과 음향 효과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멀티미디어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해당기기의 수요도 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러한 음향 기술 전문업체들의 영향력은 점차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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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 최근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업체가 바로 SRS랩스(Sound Retrieval System Labs: 이하 SRS)이다. 특히 이 업체는 돌비나 DTS와 같은 경쟁업체들이 상대적으로 고가의 홈시어터, 혹은 극장용 음향 시설과 같은 대단위 음향솔루션에 집중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대중적인 멀티미디어 기기 대상의 음향 기술을 다수 제공한다. 특히 최근에 한국 업체들의 TV나 휴대폰, PC등이 SRS의 음향 솔루션을 채택하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고 있어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SRS의 인지도가 차츰 높아지는 추세다. SRS의 한국 내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SRS랩스 코리아의 김정택 지사장을 만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생활 속에 이미 깊이 파고든 SRS 기술

SRS랩스 코리아의 김정택 지사장은 1998년부터 SRS랩스 코리아에서 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의 SRS랩스 코리아에는 직원이 2명밖에 없었다고 하니 글로벌 음향 솔루션 업체의 한국 지사로서는 참으로 소박한 출발이 아닐 수 없다.

“90년대에 한국에 처음 진출할 당시의 SRS는 지금과 모습이 조금 달랐습니다. 당시의 IT기기들은 프로세서의 성능이 좋지 못했기 때문에 별도로 음향 기술을 발휘할 수 있는 하드웨어가 필요했지요. 그래서 SRS에서도 직접 DSP 칩을 만들거나 아예 외장형 간이 앰프를 만드는 등 하드웨어 제조에도 상당히 힘을 기울였지요. 하지만 최근에 나오는 IT기기들은 자체 프로세서의 성능이 우수해서 별도의 하드웨어 없이도 충분히 SRS의 음향을 실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2003년 이후부터는 하드웨어 제조를 거의 하지 않고 소프트웨어 및 기술을 개발하여 IT기기 업체들에게 직접 공급하는 형태가 주력 사업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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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S의 음향 기술이 탑재된 기기를 구매하면 별도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추가 없이 SRS의 음향을 즐길 수 있어 소비자들의 부담이 줄어든다. 그렇다면 SRS의 음향 기술이 적용된 대표적인 기기는 무엇일까?

“SRS 기술이 적용된 기기 중에서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역시 TV라고 할 수 있지요.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비지오, 샤프 등의 세계 10대 TV제조사들이 SRS 기술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삼성전자, HTC, 아이리버 등이 제조하는 모바일 기기에도 SRS 기술이 많이 탑재되는 추세입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매우 적극적으로 SRS 기술을 도입하고 있지요. ‘갤럭시’ 시리즈나 ‘아몰레드’ 시리즈와 같은 삼성 제품을 써보신 분이라면 SRS의 로고를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그 외에도 노트북, 카오디오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기에도 거의 빠짐없이 SRS 기술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2개의 스피커로 5.1 채널 입체음향을 즐길 수 있다고?

그렇다면 이러한 기기들에 적용된 SRS의 음향 기술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궁금해진다. 이에 대해 김 지사장은 설명을 이어나갔다.

“모든 음향 기기들은 재생 대역에 분명한 제한이 있습니다. 그리고 2채널의 스테레오 스피커로 입체감 있는 음향을 느끼는 것에도 한계가 있지요, 만약 고출력의 앰프나 스피커를 사용한다면 재생 대역을 넓힐수 있고, 5.1채널의 서라운드 스피커를 사용한다면 입체감 있는 음향을 들을 수 있겠습니다만 이렇게 하면 금전적으로 부담이 되지요. 하지만 SRS의 음량 기술이 적용되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마치 평면 그림을 입체적으로 느끼게 하는 ‘매직아이’처럼 사람의 심리와 귀의 특성을 이용, 하드웨어의 기본성능만으로는 실현 불가능한 높은 음질과 입체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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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지사장은 특히 SRS의 이러한 음향 기술들은 휴대폰이나 MP3 플레이어, 노트북과 같이 품질이 낮은 스피커를 추로 사용하는 기기에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예를 들어 ‘SRS WOW HD’ 기술이 적용되면 모바일 기기에 사용되는 소형 스피커, 혹은 이어폰으로도 웅장한 저음을 느낄 수 있으며 명료도가 높은 깨끗한 음향을 들을 수가 있지요. 그리고 ‘SRS 서클 서라운드II (Circle Surround II)’ 기술은 1채널 모노, 혹은 2채널 스테레오 스피커로도 5.1 채널 스피커 버금가는 입체 음향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최소한의 금전적 부담으로 최적의 음향을 즐길 수 있다는 의미지요.”

비슷한 기술이라도 SRS가 만들면 다르다

이와 같이 SRS 기술이 적용된 기기는 기본 성능 및 가격이 제한된 음향 기기에서 출력 및 입체감을 개선하는데 주로 사용되고 있다. 김 지사장은 이 외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도 다수 제공하고 있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케이블 TV 방송을 시청하거나 MP3 플레이어로 음악 감상을 하다 보면 채널 별로, 혹은 MP3 파일 별로 음량이 들쑥날쑥해서 불편을 겪을 때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개발된 것이 ‘SRS 트루볼륨 (TruVolume)’ 기술이지요. 이를 사용하면 음량의 급변 없이 편안한 감상을 할 수 있지요. 물론 이전에도 유사한 기술이 있었습니다만 이는 진폭이 큰 주파수를 잘라버리고 진폭이 작은 주파수를 증폭하는 단순한 원리였습니다. 때문에 전반적인 소리가 부자연스러워지고 박진감도 감소했지요. 하지만 SRS 트루볼륨 기술은 20가지의 주파수를 개별적으로 제어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음향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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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지사장은 SRS 트루볼륨 기술의 개발에는 한국 고객들의 요청이 특히 크게 작용했다며, 이는 SRS 본사에서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그만큼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SRS 기술을 전하고 싶어

SRS는 음향기술 기업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홍보에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음향’이라는 분야의 특성상 아무리 기술 설명을 하고 광고를 한다 해도 해당 솔루션의 우수성을 직접 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 김 지사장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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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소비자들에게 SRS의 음향을 직접 들려주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2008년에 대전국립과학관에서 개최한 ‘소리 특별전’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지요. 이후의 시연회도 물론 계획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오프라인 행사 외에도 SRS의 기술을 알리기 위한 기회를 온라인 상에서도 제공 중입니다. 저희 홈페이지에서 SRS 음향 기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데모 메뉴를 제공하고 있으니 한 번 방문해 주십시오. 그리고 PC의 음향을 향상시키는 전용 소프트웨어인 ‘SRS 오디오 샌드박스 (Audio Sandbox)’를 이용해 보시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D 시대에 대한 준비도 이미 ‘완료’

현재 SRS의 기술이 여러 기기에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멀티미디어 콘텐츠, 그리고 SRS 못지 않게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경쟁사들의 상황을 고려해 보면 지금의 SRS 기술이 앞으로도 계속 통용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 김 지사장은 이미 대비책이 제시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으로 가장 주목할 만한 음향 기술은 3D TV와 같은 입체 영상과 연동하는 솔루션이라고 생각합니다. SRS는 이에 대응해 ‘서클시네마 3D (CircleCinema 3D)’라는 기술을 이미 개발해 놓았지요. 이는 3D 영상에 대응하여 넓은 공간에서 3D 입체 음향을 구현하며 360도의 헤드폰도 지원하는 기술입니다. 실제 적용 제품은 조만간 소비자들 앞에 선보이게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SRS는 ‘일반명사’로 진화할까

“SRS랩스 코리아는 앞으로도 고객 만족을 위해 노력하고, 또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특히 한국에는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같은 유수의 IT기업들이 SRS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들의 제품이 많이 사랑받을수록 저희 SRS 역시 더 많은 한국의 일반 고객 분들과 만나게 되는 것이지요. 기업과 일반 고객 분들을 가리지 않고 한층 발전된 기술적 혜택을 제공해 드릴 예정이니 앞으로도 많은 기대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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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5억 개 이상, 이것이 SRS 기술이 적용된 제품의 출하량이라고 한다(2010년 기준). TV, 오디오, PC, 휴대폰, MP3플레이어, 카 오디오 등 적용범위도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다. SRS라는 회사를 잘 모를지라도 이미 상당수의 소비자들은 알게 모르게 SRS의 기술에 익숙해진 상태라는 의미다. 이러한 기세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SRS’가 단순히 회사나 기술의 이름이 아닌 고품질 음향, 입체 음향의 대명사로 자리잡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승합차를 ‘봉고차’, 반창고를 ‘대일밴드’라고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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