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액션’이 중요한 시대, SK텔레시스 리액션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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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TV 광고를 보다가 그야말로 ‘빵터지게’ 웃었다. 두 남자의 진지한 결투가 깨알 같은 몸개그로 마무리되는 스마트폰 광고였다. 내용은 이렇다. 두 남자가 한적한 공장 부지에서 치열한 추격전을 벌인다. 이들은 한참을 쫓고 쫓기다가 넓은 광장에 멈추어 선다. 액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지막 주먹 싸움에 이른 것이다.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먼저 3연타 연속 콤보를 날린다. 하지만 상대방은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는다. ‘어? 뭐지? 랙인가?’ 궁금해하는 찰나 한 박자 늦게 얻어맞고 쓰러지는 리액션을 취하는 남자. 그리고 흘러나오는 광고카피.

“영화도 스마트폰도 리액션이 중요하다.”

SK텔레시스의 첫 번째 스마트폰 ‘리액션폰’의 TV 광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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굼뜬 리액션을 취하고 쓰러지는 남자는 슈퍼주니어의 멤버 ‘엄친아’ 최시원이다. 최시원이 리액션폰의 광고모델으로 발탁됐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이렇게 코믹한 역할을 맡을 줄은 몰랐다. 더욱이 선글라스를 쓴 상대는 가수 비를 빼닮았다. 리액션폰의 전작인 아우라폰의 광고모델이 바로 비였다.

광고는 빠른 리액션의 중요성을 아주 잘 전달하고 있다. 재미있는 광고로 주목 받고 있는 리액션폰을 한번 살펴보자.

외강내유, 강하면서 부드러운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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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액션폰의 색상은 골드블랙(gold black), 화이트펄(white pearl), 네이비블루(navy blue), 비비안핑크(Vivian pink) 4종류다. 검정과 흰색 일색인 기존 스마트폰과 차별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 중 리뷰에 사용된 것은 골드블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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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부의 네 모서리는 각지게 처리해 중후한 느낌이 난다. 여기에 금색 테두리로 포인트를 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했다. 파격적인 디자인이 아니라 질리지는 않겠지만, 20대를 타깃으로 한 스마트폰 치고는 지나치게 딱딱하고 남성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오히려 30대 이상 남성 직장인에게 더 어울리는 색감과 디자인이란 생각이 든다. 상단에는 전면 카메라(영상통화용)와 이어피스(수화부)가 위치해 있으며, 하단에는 메뉴키, 홈키, 검색키, 이전/취소키가 터치식으로 달려 있다. 전형적인 터치스크린 피처폰(일반 휴대폰)의 구성이다. ‘아이폰4’나 ‘갤럭시S’에 달려 있는 홈 버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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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후면부는 곡선을 강조했다. 손에 잡히는 부분을 둥근 아치형으로 처리해 그립감을 높였다. 이 그립감이 의외로 중독성이 강해 리액션폰을 계속 쥐고 있게 만들었다. 다른 스마트폰에 비해 그립감에 많은 신경을 썼다는 느낌이다. 한 마디로 전면부는 강하고, 후면부는 부드럽다. 그야말로 외강내유형 스마트폰이라고 할 수 있다. 후면부의 색상은 언뜻 보면 그냥 검정색 같지만, 자세히 보면 작은 금색 펄가루가 뿌려져 있어 반짝반짝 빛난다. 상단에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할 때 사용하는 500만 화소 카메라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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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네이비블루 제품도 만져볼 기회가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네이비블루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일반적으로 청색은 한 눈에 들어오는 대신 자칫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고 쉽게 질릴 우려도 있는데, 네이비블루 리액션폰은 고급스러움을 유지하면서도 개성을 잘 살렸다는 느낌이 든다. 사진상으로는 그 진가를 알 수 없으니 직접 매장에서 확인하기를 추천한다.

‘리액션’이 중요한 시대, SK텔레시스 리액션폰 (7)
‘리액션’이 중요한 시대, SK텔레시스 리액션폰 (7)

‘리액션’이 중요한 시대, SK텔레시스 리액션폰 (8)
‘리액션’이 중요한 시대, SK텔레시스 리액션폰 (8)

왼쪽 면에는 휴대폰 스트립이나 액세서리를 매달 수 있는 연결고리와 음향조절키가 있고, 오른쪽 면에는 자동응답키와 홀드키가 토글 버튼 형식으로 달려 있다. 양 쪽의 토글 버튼은 리액션폰을 잡았을 때 엄지와 검지가 자연스럽게 닿는 부분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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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액션’이 중요한 시대, SK텔레시스 리액션폰 (10)
‘리액션’이 중요한 시대, SK텔레시스 리액션폰 (10)

윗면에는 DMB 안테나, 전원버튼, 3.5mm 이어폰 포트가 있다. 리액션폰뿐 아니라 최근 나오는 스마트폰에는 대부분 3.5mm 이어폰 포트가 탑재돼 일반 이어폰을 꽂을 수 있다. 따라서 번들 이어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별도의 이어폰을 구입해 사용하면 된다. 후면에는 스피커와 입출력 포트가 있다. 입출력 포트는 20핀 규격으로, 일반 24핀 충전기나 USB 데이터 케이블과 연결하기 위해서는 함께 제공받은 젠더를 사용해야 한다. 이 포트에는 여닫이식 뚜껑이 달려 있는데, 평소 사용할 때는 포트를 닫아 먼지의 유입을 예방할 수 있다. 참고로 이런 방식의 스마트폰으로는 삼성 갤럭시S를 들 수 있다. 아이폰의 포트는 뚜껑이 없는 개방식이라 이물질이 들어갈 우려가 많다.

빠른 리액션은 어디에?

시중에 나와 있는 스마트폰과 비교했을 때, 리액션폰의 사양은 상위급에 위치한다. 1GHz CPU(퀄컴 스냅드래곤), 8GB 외장 메모리(내장 500MB), 안드로이드 2.2 운영체제(프로요), 1,350mAH 배터리를 갖췄다. 일부 사용자들은 배터리 용량이 다소 부족하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지만, 실제 사용해본 결과 큰 차이를 체감하지 못했다. 참고로 갤럭시S의 배터리는 1,500mAH다.

정말 중요한 것은 리액션폰의 ‘리액션’이다. 과연 광고대로 리액션폰의 반응 속도가 빠를까?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이하 어플)을 통해 속도를 살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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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있는 어플로는 속도를 비교하기 어려웠다. 간단한 구조의 어플이다 보니 다른 스마트폰들도 다 빠르게 실행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사양 3D 게임 어플을 통해 비교해보기로 했다. 먼저 레이싱 게임 ‘아스팔트 5(Asphalt 5)’를 실행했다. 초기화면부터 첫 번째 게임이 시작될 때까지의 로딩 속도를 측정했더니 36초가 걸렸다. 비슷한 사양의 ‘베가 X’는 28초, 갤럭시S는 20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게임의 로딩 속도가 반드시 CPU와 메모리의 성능과 직결되지는 않긴 하지만, 리액션폰의 로딩 속도가 제일 빠를 것이라고 생각해서인지 다소 실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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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 ‘호크스(H.W.A.X)’다. 이번에도 리액션폰이 37초로 가장 느렸고, 베가 X가 32초, 갤럭시S가 30초 걸렸다. 게임 플레이 자체는 끊김없이 무난하게 구동됐지만, 로딩 시간에서 다른 스마트폰들에 밀렸다.

물론 중저가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빠른 속도지만, 비슷한 사양의 프리미엄 스마트폰과의 비교에서 뒤처진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리액션폰이 강조하는 ‘빠른 리액션’은 중저가 스마트폰과의 비교했을 때를 말하는 것일까. 광고 카피가 민망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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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리액션폰이 강점을 보인 부분은 기타 부가 기능과 어플이었다. 리액션에는 안드로이드 프로요 버전이 탑재돼 ‘말로 쓰는 구글 모바일 서비스’를 지원한다. 이 서비스는 구글의 지메일(Gmail), 구글톡(Google Talk), 문자메시지 등에서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해주는 기능이다. 주로 양 손을 모두 사용할 수 없거나 이동 중에 사용하면 유용하다.

이 말로 쓰는 구글 모바일 서비스의 음성 인식율은 꽤 높은 편이다. ‘구로5동 3-25’와 같이 문자와 숫자가 섞인 음성도 거의 완벽하게 인식한다. 가끔 ‘심문’과 같은 일부 단어를 인식하지 못했지만(10번이 넘게 발음해 봤지만 ‘신문’ 혹은 ‘sim moon’이라는 결과만 나왔다) 리뷰어의 발음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리라.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이라고 모두 지메일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문자메시지는 자주 쓴다. 따라서 이 기능은 매우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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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백신인 ‘V가드’도 유용하다. 이 어플은 리액션폰에 기본으로 탑재되어 실시간으로 바이러스 및 악성 코드를 감시한다. 새로운 어플을 내려받을 때마다 자동으로 검사해주니 해킹에 대한 불안감이 한결 줄어드는 느낌이다. 또한 무선인터넷을 통해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어 손이 많이 가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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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DMB, 고화질 동영상(720p) 재생, 500만 화소 카메라 등 한국인이 주로 사용하는 기능들은 대체적으로 평균 이상의 성능을 보였다. 특히 카메라는 화면에 손가락을 갖다 대면 포커스가 해당 지역으로 움직여 초점이 맞춰지는 ‘핑거포커스’ 기능을 지원한다. 화질도 웬만한 디카 못지 않다.

전반적으로 합격점, 특별함의 부재는 아쉬워

리액션폰을 사람에 비유하자면, 장삼이사(張三李四)라고 할 수 있다. 특별히 뛰어난 것도 없고 특별히 밀리는 것도 없다. 일부 성능에서 기대치 이하를 보여줬지만, 전체적으로는 현재 인기를 얻고 있는 상위 프리미엄 스마트폰들과 비교할만한 수준이다. SK텔레시스의 스마트폰 데뷔작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무난히 합격점을 받아도 좋을 스마트폰이다.

하지만 무언가 리액션폰만의 특별한 장점이 없다. 디자인은 개인별로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고, 사양은 조금 지나면 대거 쏟아질 듀얼코어급 스마트폰에 밀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가격이 파격적으로 저렴한 것도 아니다. 리액션폰의 출고가는 93만 원. 경쟁 스마트폰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싼 수준이다. 물론 실제로는 약정 계약을 통해 보조금을 받는 형식이라 부담이 덜하겠지만, 이러한 방식은 다른 스마트폰도 매한가지다.

같은 값, 같은 성능일 때 리액션폰을 선택할 소비자는 얼마나 될 것인가. 후발주자일수록 파격적인 비장의 카드를 내놓아야 하는 법이다. 이를테면 튼튼함을 내세운 모토로라 디파이나 크고 널찍한 화면을 내세운 델 스트릭처럼 말이다. 리액션폰에는 그게 없다. 잘생긴 모델과 재치 넘치는 TV광고로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 없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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