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은 끝났다, PC를 사자
11월 18일, 전국의 수험생들이 대망의 2010년 수학능력시험을 치른 날이다. 그리고 이날은 그동안의 고생에서 벗어나 한동안의 자유가 허락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 시기를 즐기기 위해 새로운 PC의 구매를 고려하는 수험생들도 상당히 많다. 그런데 문제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PC의 종류가 너무나 많다는 것. 도대체 어떤 PC를 선택해야 할까?
PC를 구매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사용자의 용도와 취향, 그리고 가격이다. 수능 시험을 끝낸 수험생이라면 아무래도 게임이나 영화와 같은 멀티미디어를 원활히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용 PC를 구매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어떠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라도 거침없이 구동할 수 있는 고성능 PC라면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이런 ‘만능’ PC는 가격 또한 비싸기 때문에 쉽게 구매를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때문에 자신이 주로 즐기는 콘텐츠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한 뒤, 이에 최적화된 기능을 갖춘 PC를 선택해야 한다.
데스크탑인가 노트북인가?
알단은 데스크탑을 구매해야 할지, 아니면 노트북을 구매해야 할지도 고민이다. 노트북은 데스크탑과 달리 들고 이동할 수 있으며, 디자인 면에서도 만족도가 높지만, 비슷한 성능의 데스크탑에 비해 가격이 매우 비싸기 때문이다,
100만 원 남짓의 예산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할 때, 만약 ‘스타크래프트 2’나 ‘아이온’과 같은 고사양 게임을 원활히 할 수 있는 PC를 원한다면 데스크탑을 사는 것이 적절하다. 이러한 게임이 제대로 구동되는 성능을 갖춘 노트북이라면 가격이 150만 원 이상은 나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트북은 고성능의 제품일수록 값이 비약적으로 높아지는 데다가 제품의 크기도 커지고, 배터리의 유지 시간은 짧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게임이 잘 구동되는 노트북 중에는 노트북의 가장 큰 특징인 휴대성이 희생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게임 성능이 그다지 필요 없거나 도서관이나 강의실 등 다양한 장소를 돌아다니며 영화 감상이나 인터넷 서핑을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면 노트북, 그중에서도 14인치 이하의 화면을 갖춘 소형 노트북을 선택하는 것이 훨씬 만족도가 높을 것이다. 특히, 이러한 노트북은 이미 데스크탑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를 보조하는 이른바 ‘세컨드 PC’로 추가하여 사용하기에도 적절하다.
PC의 성능을 정하는 첫 번째 기준, CPU
CPU는 PC의 두뇌로서, 역할과 성능 자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PC의 등급과 가격을 결정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기준이 되기 때문에 해당 PC에 어떤 CPU가 장착되어 있는지 꼭 살펴보는 것이 좋다. PC에 어떤 CPU가 탑재되어 있는지 알고자 한다면 해당 제품의 사양표를 살펴보면 된다. CPU는 대부분 사양표의 가장 위쪽에 위치한 경우가 많으므로 간단히 확인 가능하다. 간혹 몇몇 사양표에는 ‘프로세서’라고 표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CPU와 같은 뜻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2010년 11월 현재, PC 시장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는 CPU는 인텔의 ‘코어 i’ 시리즈로, 성능에 따라 최고급형인 ‘코어 i7’, 고급형인 ‘코어 i5’, 중급형인 ‘코어 i3’로 나뉜다. 이는 데스크탑과 노트북 모두 마찬가지다. 2009년까지는 코어 i 시리즈의 이전 모델이었던 인텔 코어2 시리즈(코어2 쿼드, 코어2 듀오)가 많이 팔렸지만 지금은 코어 i 시리즈에 바통을 넘기고 시장에서 물러나는 추세다. 그리고 코어 i 시리즈보다 하위급인 ‘펜티엄(보급형)’과 ‘셀러론(저가형)’, ‘아톰(저전력)’ 등의 CPU를 장착한 PC도 있는데, 이들은 성능보다는 가격과 소비전력 등의 이점을 중시한 CPU이므로 엔터테인먼트용 PC에는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기 위한 PC를 구매한다면 코어 i7 / i5 / i3 CPU를 탑재한 제품 중 하나로 고르는 것이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중 가장 성능이 뛰어난 것은 코어 i7으로, 시중에 나와 있는 거의 모든 콘텐츠를 원활하게 구동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2010년 현재, 시중에 팔리고 있는 코어 i7 탑재의 PC는 데스크탑의 경우 본체 가격만 최소 100만 원, 평균 150만 원에 육박하며, 노트북의 경우 이보다 약 50% 정도의 비용이 더 들어간다. 비교적 값이 저렴한 조립형 PC를 구매한다 해도 코어 i7은 CPU 하나의 가격만 최소 30만 원 이상이 들어가므로 부담이 만만치 않다.
때문에 예산이 한정된 소비자들은 코어 i7급보다는 아래 급인 코어 i5나 코어 i3급의 PC 중 하나를 고려하는 일이 많다. 데스크탑 본체의 경우 코어 i5급 PC는 70만 원대에서 100만 원대, 코어 i3급 PC는 50만 원대에서 80만 원대 사이로 구매할 수 있으며, 노트북의 경우 이보다 각각 30~40% 정도의 비용이 더 들어간다. 그리고 조립형 PC를 구매하기 위해 CPU만 따로 구매할 경우, 코어 i5는 20만 원, 코어 i3는 10만 원 정도에 팔리므로 코어 i7급에 비하면 상당히 부담이 적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음에는 코어 i5급 PC와 코어 i3급 PC 중에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차례다. 절대적인 성능으로만 말한다면 물론 값이 더 비싼 코어 i5가 코어 i3에 비해 더 우수하다. 하지만 아무리 성능이 높더라도 사용자가 주로 즐기는 콘텐츠가 이를 활용하지 못한다면 예산낭비일 뿐이다.
만약, 최근 유행하는 블루레이급의 풀HD 영화를 감상하고자 하거나 ‘서든어택’,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리니지2’와 같이 나온 지 제법 된 게임을 즐기는 정도라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코어 i3급의 PC를 구매해도 큰 문제가 없다. 물론, 코어 i5급 이상의 PC로도 이들을 원활히 즐길 수 있겠지만, 추가된 금액만큼 만족도가 더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고화질 게임이나 최신 게임, 이를테면 ‘스타크래프트 2’나 ‘아이온’, ‘마비노기 영웅전’과 같은 게임을 화면 끊김 없이 즐기고자 한다면 코어 i5급 PC를 구매하는 것이 좋다. 동영상 편집이나 그래픽 디자인과 같은 전문적인 작업을 제외하면 코어 i5는 상위 제품인 코어 i7에 비해 게임 구동 능력에 있어서는 크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성능이 높다.
게임 위주의 PC라면 그래픽카드에도 주목해야
PC에 있어서 CPU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세부적인 용도, 특히 게임에 있어서는 CPU 못지않게 중요한 사양이 바로 그래픽카드다. 요즘 나오는 게임들은 영화에 버금가는 현실적인 그래픽을 갖춘 경우가 많은데, PC내 에서 이러한 그래픽을 출력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부품이 바로 그래픽카드다. 때문에 CPU가 아무리 고성능이라도 그래픽카드의 성능이 낮다면 최신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어렵다. 게임 내의 옵션에서 그래픽 품질을 최저로 낮춘다면 일단 구동 자체는 되겠지만, 이래서야 최신 게임을 즐기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CPU와 마찬가지로 그래픽카드의 종류 역시 PC의 사양표에 빠짐없이 기재되므로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다만, 일부 제조사의 경우 ‘VGA’나 ‘GPU’, 혹은 ‘그래픽스’ 등의 용어로 사양표에 표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들 모두 그래픽카드와 같은 뜻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만약 영화 감상이나 인터넷 서핑을 위주, 혹은 ‘던전앤파이터’나 ‘메이플스토리’와 같은 캐주얼 게임이나 2D 그래픽 위주의 게임을 주로 즐기기 위한 PC를 구매한다면 그래픽카드에 그다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이 경우, ‘인텔 GMA 4500’이나 ‘인텔 HD 그래픽스’와 같은 매우 기본적인 그래픽 기능만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그 이상의 게임을 즐기고자 한다면 엔비디아의 ‘지포스’ 시리즈나 AMD의 ‘라데온’ 시리즈와 같은 본격적인 게임용 그래픽카드를 갖춘 PC를 구매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이러한 게임용 그래픽카드도 종류과 등급이 워낙 세밀하게 나뉘어 있기 때문에 같은 지포스, 같은 라데온이라도 뒤에 붙는 모델넘버에 따라 성능과 가격에 큰 차이가 난다.
3D 그래픽을 사용한 게임 중에서도 ‘서든어택’이나 ‘스페셜포스’와 같이 서비스를 시작한 지 오래되었거나 그래픽 품질의 수준이 낮은 게임을 즐기고자 한다면 ‘지포스 GT220’, ‘라데온 HD 5450’ 등의 보급형 그래픽카드를 갖춘 PC를 구매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월드오브워크래프트’나 ‘아바’, ‘리니지2’와 같이 중간 수준의 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을 즐긴다면 ‘지포스 GT240’이나 ‘라데온 HD 5550’ 정도의 중급형 그래픽카드는 갖춘 PC를 구매하는 것이 좋다.
만약 ‘스타크래프트 2’나 ‘아이온’, ‘마비노기 영웅전’과 같이 그래픽 수준이 높은 게임을 원활히 즐기고자 한다면 ‘지포스 GTS250’이나 ‘라데온 HD 5750’과 같은 상급형 그래픽카드가 필요하다. 물론, 현재 그래픽카드 시장에는 ‘지포스 GTX460’이나 ‘라데온 6870’과 같이 한층 더 높은 성능을 갖춘 그래픽카드도 있다. 만약 ‘크라이시스’나 ‘메트로 2033’과 같이 극히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몇몇 패키지 게임을 즐기려고 한다면 이러한 그래픽카드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대기업에서 판매하는 브랜드 PC 중에서 이러한 최상급 그래픽카드를 갖춘 제품은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조립 PC를 구매하지 않는 한 이러한 그래픽카드를 갖춘 PC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지포스 GTX460’이나 ‘라데온 6870’ 정도의 상급형 그래픽카드라면 2010년 현재까지 나온 어지간한 온라인 게임은 거의 다 원활히 플레이가 가능하므로 자신의 용도와 예산을 고려하여 적절한 선택을 하도록 하자.
자신의 용도와 예산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
아무튼, 수능 탈출의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한 엔터테인먼트 PC를 제대로 장만하기 위한 방법은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다. 요약하자면, 일단 자신의 주된 용도와 예산을 정확하게 파악한 뒤, 데스크탑과 노트북 중 어느 형식의 제품을 택할 것인지, 그리고 어떠한 CPU와 그래픽카드가 탑재된 PC를 택할 것인지를 면밀히 검토해 결정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외에도 검토해야 할 점이 없지는 않다. 이를테면 제조사나 제품의 디자인, 주변기기 등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항들은 각 사용자 개인의 취향이나 PC 운용 능력에 따라서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므로 딱히 어떠한 해답이 있다고 하기 어렵다. 때문에, 되도록이면 최대한 많은 제품을 찾아 정보를 비교해 보고, 기회가 된다면 매장을 방문하여 해당 제품을 직접 체험하거나,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다른 사용자들의 사용기 등을 참고해 보도록 하자.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