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과 1만으로 세상을 바꾼 컴퓨터의 두뇌 - CPU(Central Processing Unit)

김영우 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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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의 성능을 가늠하고자 할 때 가장 먼저 살펴보게 되는 것이 바로 사양표다. 사양표에는 해당 컴퓨터를 구성하고 있는 부품의 항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데, 그중 가장 상단 항목에 ‘CPU’가 있는 경우가 많다. CPU는 그만큼 컴퓨터 전반의 성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부품이라고 할 수 있다.

CPU, 혹은 마이크로프로세서라고 부르는 그것

CPU는 ‘Central Processing Unit’의 약자로서, 직역하자면 중앙처리장치(中央處理裝置)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컴퓨터의 두뇌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입력받은 명령어를 해석, 연산한 후 출력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리고 이렇게 하나의 칩에 제어 장치 및 연산기, 해독 장치 등이 집적되어 있는 장치를 통틀어 ‘마이크로프로세서(Microprocessor)’라고 하는데, CPU와 마이크로프로세서는 거의 같은 의미로 쓰이는 일이 많다. 하지만, 마이크로프로세서 중에는 전기밥솥이나 세탁기 등 특정 제품의 제어용으로 쓰이는 것도 있어 일반적인 컴퓨터 시스템에 쓰이는 CPU와는 미묘하게 뜻이 구분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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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U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계산 작업이다. 이를테면 사용자가 ‘0 + 1’이라는 명령을 내리면 CPU는 이를 받아들여 계산을 한 후 ‘1’이라는 결과를 영상 출력 장치로 보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물론, 현대 컴퓨터에 쓰이는 CPU는 이러한 간단한 계산 작업만 하지는 않으며, 문서나 그림, 음악이나 동영상 처리 등, 매우 다양한 데이터를 취급한다. 하지만 데이터의 종류가 달라져도 CPU가 작업을 처리하는 기본 원리는 ‘0 + 1 = 1’을 계산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왜냐하면 컴퓨터의 내부에서 이동하는 데이터는 어차피 ‘0’과 ‘1’로만 구성된 디지털 신호의 조합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사용자가 숫자 ‘3’을 컴퓨터에 입력하면 CPU는 이를 ‘00011’이라는 0과 1의 조합으로 인식한다. 만약 이러한 단순한 숫자 데이터가 아닌 영상이나 음악 등의 복잡한 데이터를 CPU가 알아들을 수 있는 디지털 신호로 구성하려면 수많은 0과 1의 조합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5MB 용량의 음악 파일 1개가 있다면 CPU는 이를 총 4천만 개 정도의 0과 1이 조합된 집합체로 인식한다. 사용자가 PC 상에서 음악 파일 하나를 클릭하여 재생하는 순간, CPU 내부에서는 ‘1100011000111101100011000110011001110~’ 등으로 길게 이어지는 연산 작업이 초당 몇천만 번, 혹은 몇억 번씩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클럭 속도? 코어 수? 무엇이 중요해?

이러한 연산 속도는 CPU의 종류마다 다르다. CPU의 속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단위는 ‘클럭(clock)’인데, 이는 1초당 CPU 내부에서 몇 단계의 작업이 이루어지는 측정해 주파수 단위인 ‘Hz’로 나타낸 것이다. 따라서, 클럭 수치가 높을수록 빠르게 작동하는 CPU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1971년에 등장한 세계 최초의 CPU인 ‘인텔(Intel) 4004’의 최대 동작 클럭은 740KHz(74만Hz)였으며, 2010년 현재 판매 중인 CPU인 ‘인텔 코어(Core) i7 960’의 동작 클럭은 3.2GHz(32억Hz)에 달한다.

과거에는 이러한 클럭 속도가 CPU의 성능을 나타내는 절대적인 기준이었지만, 최근에는 하나의 CPU에 2개 이상의 코어(Core)를 집어넣은 멀티 코어(Multi Core) CPU가 등장하여 클럭 속도 외에도 코어의 수가 CPU의 성능을 나타내는 또 하나의 기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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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어란 CPU에 내장된 처리회로의 핵심 부분으로서, 예전에는 1개의 CPU 당 1개의 코어(싱글 코어: Single Core)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당연했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을 즈음하여 산업용이나 전문가용 컴퓨터를 위한 멀티 코어 CPU가 나온 적은 있으나 극히 제한된 분야에만 사용되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2005년, 2개의 코어를 갖춘 듀얼 코어(Dual Core) CPU인 인텔의 ‘펜티엄(Pentium) D’와 AMD의 ‘애슬론(Athlon)64 X2’가 등장하면서 멀티 코어 CPU의 대중화가 시작되었다.

2007년에는 4개의 코어를 갖춘 쿼드 코어(Quad Core) CPU인 인텔의 ‘코어2 쿼드(Core2 Quad)가 등장했으며, 2008년에는 듀얼 코어와 쿼드 코어 사이의 틈새시장을 노린 코어 3개짜리 트리플 코어(Triple Core) CPU인 AMD의 페넘(Phenom) X3도 등장했다. 또한, 2010년에는 6개의 코어를 갖춘 헥사 코어(Hexa Core) CPU인 인텔의 ‘코어 i7 980X 익스트림 에디션(Extreme Edition)’이 출시된 바 있다.

멀티 코어 CPU는 내장된 코어의 수와 같은 수의 싱글 코어 CPU를 동시에 설치한 것과 유사한 성능을 낸다. 듀얼 코어 CPU는 기존의 싱글 코어 CPU가 2번에 걸쳐 처리해야 하는 작업을 듀얼 코어 CPU는 1번에 끝낼 수 있어 전반적인 처리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멀티 코어 CPU는 동시에 여러 가지 작업을 하거나 멀티 코어 연산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를 구동할 때 비로소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멀티 코어 연산을 지원하지 않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거나 한 가지 작업만 집중적으로 할 때는 코어가 많은 대신 상대적으로 클럭 수치가 낮은 CPU보다는 코어의 수가 적어도 클럭 수치가 높은 CPU를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경우도 많다.

CPU의 등급과 가격을 구분 짓는 중요한 지표, 캐시

클럭 속도와 코어의 수 외에도 CPU의 성능을 가늠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준은 CPU에 내장된 캐시(cache)의 용량이다. 캐시란 CPU 내부의 임시 저장공간으로서, CPU가 작업을 할 때 자주 사용하는 데이터를 보관해 두는 역할을 한다. 캐시의 용량이 작으면 CPU에 비해 동작 속도가 훨씬 느린 주 기억장치(RAM)나 보조 기억 장치(하드디스크, CD-ROM 등)로부터 CPU가 직접 데이터를 불러들이는 빈도가 높아지는데, 이렇게 하면 컴퓨터의 전반적인 처리 속도가 크게 저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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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과 1만으로 세상을 바꾼 컴퓨터의 두뇌 - CPU(Central Processing Unit) (7)
캐시는 CPU 코어와의 거리에 따라 1차 캐시(Level 1 cache)와 2차 캐시(Level 2 cache), 그리고 3차 캐시(Level 3 cache) 등으로 나뉜다. 가까운 곳에 위치한 캐시일수록 용량 증가에 따른 성능 향상 폭이 크지만, 그만큼 제조가 어렵고 생산 단가도 높다. 1990년대 초반까지는 CPU에 1차 캐시만 내장하고 경우에 따라서 메인보드(주 기판)상에 2차 이후의 캐시를 추가 장착하는 방식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CPU 내부에 1차 캐시와 2차 캐시를 함께 내장하는 방식이 일반화되었다. 그리고 2007년, ‘AMD 페넘 X4’의 발매를 즈음하여 3차 캐시까지 CPU 내부에 탑재하는 경향이 생겨났다.

캐시의 구성과 용량은 CPU의 등급과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기도 한다. 1998년에 출시된 인텔의 ‘셀러론(Celeron) 300’ 모델은 상위 제품인 ‘펜티엄 II 300’ 모델과 클럭 속도와 코어의 종류가 동일했으나 가격은 절반 이하였다. 두 제품의 차이는 512KB의 2차 캐시의 유무뿐이었는데, 이로 인해 상당한 성능차이가 발생하여 셀러론 300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불만이 컸다. 그 후, 인텔은 기존의 셀러론 300에 128KB의 2차 캐시를 추가하고 가격은 거의 비슷한 ‘셀러론 300A’를 출시하였는데, 가격에 비해 성능이 매우 우수해 큰 인기를 끌었다.

성능 비교의 시작이자 끝, 아키텍처

그리고 마지막으로 알아두어야 할 점은 바로 아키텍처(architecture)의 차이다. 아키텍처란 컴퓨터 시스템의 기본 구조 및 설계 방식, 그리고 제조 공정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서, 클럭 속도나 코어의 수, 캐시의 용량이 같더라도 아키텍처가 다른 CPU는 성능에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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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과 1만으로 세상을 바꾼 컴퓨터의 두뇌 - CPU(Central Processing Unit) (8)

2006년 1월에는 ‘펜티엄 D 930’이라는 3GHz의 클럭과 2개의 코어, 그리고 총 4MB의 2차 캐시를 갖춘 CPU가 출시되었다. 하지만 같은 해 7월에 출시된 ‘코어2 듀오 E6400’은 2.13GHz의 클럭과 2개의 코어, 그리고 총 2MB의 2차 캐시를 갖추고 있어 전반적인 수치가 펜티엄 D 930보다 낮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성능은 더 우수했다. 이는 코어2 듀오 시리즈에 적용된 아키텍처가 펜티엄 D 시리즈의 아키텍처에 비해 한층 진보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CPU끼리 성능을 비교하고자 할 때는 일단 아키텍처가 같은 제품끼리 분류한 후에 클럭이나 코어, 캐시 등의 우열을 따져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만약 아키텍처가 다른 CPU끼리 성능을 비교하고자 할 때는 세부적인 수치를 따지는 것보다는 각종 매체나 관련 커뮤니티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참고하거나 가격 비교 사이트 등을 방문해 해당 CPU 제품 간의 가격 차이를 체크해보는 것이 좋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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