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도시공유플랫폼(1) “아이스고(AISS GO)로 무인판매기 대표 아마존고 잡는다”

[IT동아 차주경 기자] 서울시와 서울산업진흥원이 지난 2017년 6월 개관한 서울창업허브는 입주기업을 위한 사무 공간 등을 제공하는 창업 보육 기관입니다. 서울시에 위치한 창업보육센터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로 스타트업 관련 정책과 정보를 종합화하고, 기존 각 센터에서 제공하던 공통·중복된 기능을 통합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인데요. 중앙정부, 민간, 지자체 산하 창업기관 등 주관부처나 사업목적에 따라 흩어질 수밖에 없었던 창업지원정책과 창업관련 정보를 하나로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서울창업허브는 작년부터 변화를 꾀했습니다.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이죠. 사실 그동안 정부, 지자체 등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스타트업 지원 정책은 양적 성장에 치중했습니다. 이를 통해 매년 수백, 수천개에 달하는 스타트업이 전국에서 창업하죠. 하지만, 숫자에 집착한 양적 성장은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성적표와 같은, 1년짜리 성과보고는 경쟁력을 잃었죠. 지속성장할 수 있는 스타트업 즉, 질정 성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이에 스케일업팀은 SBA 서울창업허브와 함께 5개 기업을 선정해 소개하고, 성장에 필요한 컨설팅을 진행합니다. 두번째 소개할 기업은 도시공유플랫폼(대표: 박진석)입니다. 생체인증 스마트 무인 판매기 '아이스고'를 앞세워 소상공인에게 새로운 수익과 활력을 주고, 세계 무인화 유행을 이끄려는 스타트업입니다.

AI·생체인증 무인판매기 ‘아이스고 4.0’으로 도시 곳곳을 수익 공간으로

스타트업 도시공유플랫폼의 이름을 들었을때, 어떤 기업인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도시공유? 도시 자체를 공유하지는 못할테니 도시 안의 어떤 상품이나 기술을 공유하는 기업일까? 시설이나 상권, 도시 내 공간이나 상표를 나눠 쓰거나 연결하는 플랫폼일까? 업종은 판매일까, 중개일까 혹은 개발일까도 궁금해졌다.

박진석 도시공유플랫폼 대표가 건넨 명함에는 ‘AISS GO(아이스고)’와 ‘판교에 가면’, ‘송도에 가면’ 등 상표 이름이 새겨졌다. 이들 상표가 어떤 의미인지도 처음엔 이해하기 어려웠다. 검색 결과도 그리 많이 나오지 않았다.

도시공유플랫폼을 소개하는 박진석 대표
도시공유플랫폼을 소개하는 박진석 대표

스케일업 팀은 도시공유플랫폼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 박진석 대표의 창업 동기와 주요 사업, 지금까지 겪은 우여곡절을 들었다. 그는 달변가였다. 물 흐르듯이 도시공유플랫폼의 의미와 기술, 사업과 성과를 말했다. 그의 말 속에는 기술에 대한 확신, 소상공인을 돕는다는 신념이 진하게 녹아들었다. 설명을 듣자 도시공유플랫폼이 어떤 기업인지, 어떤 성과를 내고 어떤 미래를 그리는지 단박에 이해하게 됐다.

도시공유플랫폼은 도시 곳곳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소상공인과 수익을 나누는 스타트업이다. 유휴공간을 활용하는 수단은 ‘무인판매기’ 아이스고다. 수차례 외관을 다듬고 성능을 강화한 끝에 4.0 버전까지 나왔다. 미국 유통 공룡이자 무인 매장의 선두주자, 아마존 고(Amazon Go)를 연상하게 하면서도 성능과 효율은 앞선다고 박진석 대표는 거듭 강조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총아는 인공지능(AI), 그리고 로봇이다. 우리 삶을 더 윤택하게 하면서 새로운 부가가치까지 가져다줄 기술로 꼽힌다. 도시공유플랫폼 아이스고 4.0 역시 이 두가지 기술을 품었다. 여기에 생체 인식, 모바일 결제와 비전(사물을 보고 인식하는 감지기술) 센서까지 갖췄다.

도시공유플랫폼 아이스고 4.0
도시공유플랫폼 아이스고 4.0

덕분에 아이스고 4.0은 일반 무인판매기보다 월등한 능력을 가졌다. 안전하고, 원격으로 관리하며 성인인증도 철저한 무인판매기다. 영상 광고 효과도 있고 재고 관리도 손쉽다. 주류 자판기, 무인 편의점, 무인 매장을 손쉽게 구축하도록 돕는다.

그런데도 가격은 기존 주류 무인판매기의 절반(기존 제품 2000만원대, 아이스고 4.0은 700만원대)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한정 수량으로 정부의 구입 보조금도 지급된다.

아이스고 4.0을 도시 곳곳에 배치하면 24시간 무인 매장이 된다. 건물 한켠이나 각 층 휴게실, 보행로나 주차장 등 일반 무인판매기 배치 공간은 물론 소형 편의점이나 마트, 식당 등 소상공인의 영업 공간에도 배치 가능하다. 경험형 스마트마켓, 한국형 무인매장이라 할 만하다.

그러면 소상공인은 손쉽게 24시간 영업을 하게 된다. 성인인증이 필요한 상품을 잘못 팔다가 벌금을 부과받을 염려도 없다. 도시 곳곳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수익을 만들고 나누자는 박진석 대표의 꿈이 현실이 된다.

박진석 대표는 직접 써봐야 아이스고 4.0의 성능을 느끼게 된다며 사무실 한켠에 마련된 체험 공간으로 스케일업 팀을 이끌었다.

아이스고 4.0 체험, 속도와 성능 등 기술에 놀라다

아이스고 4.0의 겉모습은 일반 무인판매기와 사뭇 다르다. 소비자가 상품을 보기 쉽도록 투명 창이 배치됐고, 그 안에 냉장 창고가 있다. 냉장고와 비슷하겠다. 외관을 보니 두가지가 돋보였다. 하나는 본체 위에 달린 광고 모니터다. 일반 무인판매기는 정해진 광고 한두개만 기기에 둘러서 붙인다. 아이스고 4.0은 모니터에 광고 영상을 재생하는 방식이라 광고 효과가 훨씬 크다. 여러 가지 광고를 재생한다. 이 광고 수익도 노릴만하는 생각이 들었고, 박진석 대표는 실제로 커머스 매출이 있다고 답했다.

더 돋보인 것은 결제 방식이다. 아이스고 4.0에서 상품을 사려면 먼저 소비자 얼굴을 등록해야 한다. 얼굴을 등록하고 기기 화면에 뜬 QR코드를 카메라로 스캔하면 성인인증 앱인 PASS가 자동으로 인증 결과를 서버에 저장한다. 그 다음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유효성 검증 후 소비자가 물건을 꺼내도록 투명 창을 연다.

도시공유플랫폼 아이스고 4.0 QR코드 인증 화면
도시공유플랫폼 아이스고 4.0 QR코드 인증 화면

한번만 인증을 마치면 소비자의 얼굴과 휴대전화 번호, 신용카드 정보가 전산 저장된다. 이후 소비자는 여러 곳에 설치된 아이스고 4.0을 자유롭게, 철저한 성인인증 후에 이용하게 된다. 물론 모든 절차는 고도의 보안 하에서 이뤄진다.

스케일업 팀은 아이스고 4.0 얼굴 등록과 휴대전화 인증, 카드 정보 저장 과정들을 체험했다. 얼굴을 인식, 저장하기까지 2초~3초 남짓 짧은 시간만 걸렸다.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고 성인인증을 받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신용카드 결제 후 상품을 꺼내기까지 모든 과정이 1분 조금 더 걸렸다. 이정도면 경쟁력이 있다고 느꼈다.

도시공유플랫폼 아이스고 4.0 결제 화면
도시공유플랫폼 아이스고 4.0 결제 화면

도시공유플랫폼 아이스고 4.0의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더욱 신기한 기능도 가졌다. 상품의 가격, 위치, 불량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는 AI 기능이 돋보였다. 비결은 본체 곳곳에 배치한 비전 센서, 선반에 장착한 무게 센서다.

아이스고 4.0의 비전 센서는 진열대에 놓인 상품의 겉모습을 인식해 종류와 가격을 판별한다. 상품을 뒤집거나 거꾸로 놓아도, 처음과 다른 위치에 놓아도 마치 사람이 본 것처럼 알아챈다. 소비자가 상품을 일단 꺼냈다가 몰래 다른 상품으로 바꾸는 등 악용하려 해도 이를 적발한다. 물론, 어떤 상품을 몇개 꺼냈는지 종류와 개수를 알아내 알맞은 가격을 알려주는 것은 기본이다.

비전 센서의 원리는 간단하다. 여러 각도에서 상품 사진을 수십~수백장 찍고, 이를 기반으로 상품의 종류와 위치를 판별하는 것이다. 박진석 대표는 비전 센서가 상품의 가격, 위치, 불량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도록 무려 1000장 이상의 사진을 찍는다고 밝혔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AI가 똑똑해지는 것은 상식이다.

도시공유플랫폼 아이스고 4.0 비전 센서
도시공유플랫폼 아이스고 4.0 비전 센서

그러니 아이스고 4.0에서 비싼 A 맥주를 사고 나중에 싼 B 맥주로 환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를 응용해 수입 맥주를 4개 1만원에 묶음 판매하는 것도, 특정 맥주만 기간별로 할인 판매하는 것도 된다. 물론, 소비자가 선택한 수입 맥주가 묶음 혹은 할인 판매 대상인지 아닌지도 아이스고 4.0이 인식해 알려준다. 맥주와 소주를 섞어 사도, 그 두 상품에 적용되는 할인 정책이 서로 달라도 문제없다. 심지어 유통기한이 임박한 맥주만 파악해 그 맥주에만 할인 가격을 적용하는 것도 된다.

그렇다면, 아이스고 4.0에서 맥주를 한캔 사서 그 자리에서 다 마셔버린 다음에 몰래 넣어두면 어떨까? 겉은 잘 보겠지만, 속까지 알아볼까? 질문은 우스개였는데, 박진석 대표의 대답은 진지했다. 그것도 아이스고 4.0이 알아낸단다. 선반에 장착한 센서가 무게를 실시간 측정, 상품의 총 무게에서 오차 범위 내 변화가 생기면 이를 감지하는 원리다.

얼굴인식을 비롯한 생체 인식으로 성인 유무를, 비전·무게 센서로 상품 판매 유무를 판별한다. 눈과 손으로 상품을 골라주는 로봇을 보는 듯했다. 개념이 신기했고 빠르고 정확한 동작이 놀라웠다.

도시공유플랫폼 아이스고 4.0 사용 화면
도시공유플랫폼 아이스고 4.0 사용 화면

박진석 대표의 자랑은 끊이지 않았다. 비전 센서는 상품의 배치 상태도 파악한다. 그러면 배치 상태를 토대로 재고를 관리하면 된다. 기존 무인판매기는 재고 관리가 불가능해 주기마다 사람이 방문해 재고를 채워넣어야 했다. 막상 사람이 갔는데 재고가 넉넉하다면?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아이스고 4.0을 도입한 매장은 비전 센서의 시야를 통해 재고 관리를 실시간으로 하게 된다. 필요한때 필요한 양만큼만 재고를 준비하면 되니 시간과 돈 낭비를 막는다. 아이스고 4.0을 수십~수백대 설치해도 클라우드로 관리하면 되니 재고 관리도 손쉽다.

나아가 아이스고 4.0에는 더 쉽고 편리한 성인인증이 추가될 예정이다. 포털, 플랫폼과 연합해 인증서 서비스를 아이스고 4.0에 도입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는 포털이나 메신저로 인증서를 발급받고, 이 인증서만으로 아이스고 4.0의 성인인증을 통과하게 된다. 절차가 더 단순해진다.

박진석 도시공유플랫폼 대표 “소상공인 아픈 곳 어루만지려 아이스고 4.0 개발에 매진”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박진석 대표는 사업을 구상한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과거 홍채인식 기업의 임원, 티켓링크 본부장을 역임했다. 핀테크 업계에서만 20년을 보냈다. 그러다 대세, 흐름을 읽었다. 무인화다.

모든 산업이 디지털의 수혜를 입으면서 사람의 일을 점차 AI·로봇이 대신한다. 나쁘게 볼것이 아니다. 오히려 24시간 운영, 운영비 절감 등 이점이 크다. 여기에 핀테크, 모바일 결제는 필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도 이어질 비대면 시대에도 무인화는 적응한다.

설명 중인 박진석 대표(가운데)
설명 중인 박진석 대표(가운데)

아마존이 무인 매장 아마존 고를 발표한것이 그 증거다. 무인 자동 결제뿐 아니라 얼굴인식과 동작 추적을 통한 사용자 연령이나 성별별 인기 상품 예측 기능을 갖춘 아마존 고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먼저 한번에 100명만 이용 가능하다. 데이터를 모으고 처리하는데 한계가 있어서다. 구축 비용도 비싸다. 154㎡, 50평 규모 아마존 고 매장을 만드는데 20억원 이상이 든다. 사실 아마존 고는 진정한 무인 매장도 아니다. 성인인증하는 사람, 상품을 채우는 사람이 상주한다.

박진석 대표는 이를 보고 핀테크·정보통신 기술을 잘 융합하면 한국이 무인화 흐름을 주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아가 설치와 운용, 관리와 데이터화하기 쉬운 무인화 기술이 소상공인의 불편을 해소하고 수익을 올리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도 예측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무인 매장을 효율적으로 구축하도록 도울 무인 판매기 아이스고 시리즈다. 매장을 꼭 마련할 필요가 없다. 기존 매장에 무인 판매기를 한두대 설치하면, 혹은 유휴 공간에 무인 판매기를 여러대 설치하면 그 자체로 훌륭한 무인 매장이 된다. 대형 매장을 얻을 자금 여유가 없는 소상공인에게 알맞다. 게다가 24시간 판매도 된다.

아이스고 시리즈 발전사. 출처 = 도시공유플랫폼
아이스고 시리즈 발전사. 출처 = 도시공유플랫폼

박진석 대표는 아이스고 시리즈 연구를 시작했다.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되도록 많이 듣고 반영해야 한다는 명제 아래서다. 시작부터 난항이었다. 아이스고 1.0은 일반 상품 판매대였다. 상품 설명을 자동으로 하고 상품 분실을 막아달라는 소상공인들의 요구에 아이스고 2.0을 만들었다. 적외선 센서를 탑재해 사람이 다가오면 알아보고, 자동으로 설명하고 상품 분실도 막는 기기였다.

문제가 생겼다. 적외선 센서가 자주 잘못 동작했다. 상품 위치가 바뀌면 구분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 단점을 해결하고 판매대와 자동 결제 기구를 붙인, 소비자가 상품을 꺼내면 자동 결제하는 아이스고 3.0을 만들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체험한 것으로 화제도 모았다. 하지만, 이번엔 기기가 너무 크다는 소상공인의 피드백을 받았다. 박진석 대표는 본체 크기를 일반 무인판매기 수준으로 줄이고 무게 센서를 더해 아이스고 4.0을 만들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성과도 있었다. 2020년 6월에 당시 유일하게 무인 주류 판매 규제특례를 받았다. 일단 아이스고 4.0이 가장 잘 활약할, 매출 규모가 커서 소상공인에게 직접 이익을 가져다줄 주류로 첫 아이템을 정했다. 안전상비의약품 등 인증이 필요한 상품도 다루도록 시도하고 있다.

아이스고 4.0. 출처 = 도시공유플랫폼
아이스고 4.0. 출처 = 도시공유플랫폼

정부의 스마트슈퍼·편의점 기술공급기업으로도 선정됐다. 2021년 하반기 스마트슈퍼·편의점 예비 창업자들은 500만원을 지원받아 아이스고 4.0(한정수량)을 싼 가격에 설치하게 된다. 신제품도 설계 중이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유망아이디어 기술지원에 선정돼 이동식 아이스고 4.0, 즉 무인 판매 로봇을 만든다. 이미 배터리, 구동계 등 상당 부분 개발을 마쳤다.

도시공유플랫폼은 아이스고 4.0의 야외 버전도 개발한다. 아이스고 4.0으로만 만든 무인매장 아이스고24를 2021년 6월 현대지식산업센터에 세웠다. 매출도 꾸준히 오른다. 2021년 예상 매출은 16억원이다. 파트너와 함께 기술을 다듬고 활용 영역을 넓혀 2022년 35억원, 2025년 169억원 매출을 올릴 목표를 세웠다.

무인판매기, 아이스고 4.0의 가능성은 넓다. 지금은 성인인증이 필요한 주류나 담배를 팔지만, 이 기능을 응용하면 영양제나 약품을 파는 헬스케어 무인 판매기 혹은 이동식 화장품 판매기 등 여러 사업 형태를 실현 가능하다. 제품 유형이 다양해지니 활동 영역도 넓어진다. 골프 연습장, 프랜차이즈 매장 안, 대학교 기숙사 등 어디에서든 아이스고 4.0이 활약한다. 실제로 커피 프랜차이즈 스마트띠아모에 아이스고 4.0 200대가 설치될 예정이다.

속속 드러나는 도시공유플랫폼과 아이스고 4.0의 단점

어디에든 설치 가능하고 재고를 원격으로 관리한다. 여러 단계의 생체 인증을 탑재해 결제 편의와 보안을 함께 갖췄고 기기 자체의 가격도 합리적이다. 다루는 상품도 많고 놓을 장소도 다양하다. 도시공유플랫폼의 무인판매기 아이스고 4.0은 이렇게 보면 매력적인 제품이다. 하지만, 보급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스케일업팀과 박진석 대표가 논의하는 모습
스케일업팀과 박진석 대표가 논의하는 모습

우선 난제는 아이스고 대량생산이다. 자금과 설비가 충분하지 않다. 박진석 대표는 도시공유플랫폼 창업 후 투자를 한번도 받지 않고 기술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했다. 우직하게 개발에 임한 결과 아이스고 4.0을 얻었으나, 정작 투자 시장에서는 그리 주목 받지 못했다.

박진석 대표는 그럼에도 후회는 없다며, 기술을 갖췄으니 이제 투자를 유치해 사업 규모를 키울 순간이라며 투자사와 제휴사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제휴는 조금씩 성과가 만들어지고 있으나, 아직 투자 소식은 요원하다. 이미 기술과 판로를 검증 받았기에 투자 이후 폭발력도 확실할 터다.

투자를 유치해 제품을 대량생산해도 어려움이 생긴다. 상품을 등록할때 들어갈 자원, 즉 효율 문제다. 아이스고 4.0은 상품을 등록할때 겉모습 사진을 1000장이나 찍는다. 그래서 위치를 바꿔도, 포장이 구겨지거나 선반 위에 잘못 놓여도 알아본다. 문제는 사진을 1000장 찍을때 소요되는 자원이다. 상품 하나 등록하는데 사진 1000장이라니, 수고도 비용도 많이 들 것이다. 아이스고 4.0 한대에 상품 열개를 넣으려면 사진을 1만장 찍어야 한다. 5초에 한장씩 찍어도 5만초, 14시간이 걸린다.

박진석 대표는 상명대학교와 연구소를 세워서 AI 알고리즘 고도화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최연소 부사장이었던 이충동씨도 CTO도 영입했다. 이를 통해서 딥러닝 기술을 연마, 기존에 필요한 사진 매수 1000장을 100여장으로 줄일 예정이다. GAN(AI끼리 겨뤄 성능을 높이는 경쟁 AI 기술)도 도입해 아이스고 4.0이 상품을 더 잘 알아보게 가르친다. 이러면 아이스고 4.0을 도입한 소상공인들이 직접, 한결 쉽고 저렴하게 상품을 선정해 넣어도 된다.

이런 선행 연구 덕분에 카피캣, 아이스고 4.0을 따라하려는 기업이 나와도 최소한 1년의 기술 격차 우위를 점했다고 박진석 대표는 강조했다.

스케일업팀과 박진석 대표가 논의하는 모습
스케일업팀과 박진석 대표가 논의하는 모습

어떤 상품을 팔지, 어떻게 공급할지도 어려운 문제다. 생체 인식 기술을 가진 아이스고 4.0은 주류와 담배, 약품 등 성인 인증 후 팔아야 하는 상품에 적용하기 알맞다. 반대로 보면 이들 상품을 파는게 아니라면 굳이 아이스고 4.0을 쓸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맥주 무인자판기를 들여놓으려는 점주에게 아이스고 4.0은 가장 좋은 솔루션이다. 편리한 재고 관리와 24시간 가동 등의 장점도 있지만, 몇단계의 생체 인증을 거쳐야 하므로 미성년자가 함부로 맥주를 사지 못하게 원천 봉쇄한다. 하지만, 음료나 컵라면, 과자나 생활용품 무인자판기를 들여놓으려는 점주라면 굳이 비싼 아이스고 4.0이 아닌 일반 무인자판기를 선택할 것이다.

박진석 대표는 이를 인정하면서도, 아이스고 4.0이 판매자에게 이익과 안심을 함께 주는 점을 강조했다. 기존 무인판매기보다 설치 장소, 즉 제품의 수요도 생각보다 많다고 밝혔다.

소규모 편의점이나 마트, 대학교 기숙사나 강의동 등 건물, 사무실 밀집지역이나 원룸 주거지 등이 아이스고 4.0이 활약하기 알맞은 곳이다. 박진석 대표는 미성년자를 알아보지 못하고 술과 담배를 팔았다가 거액의 벌금을 물고 영업정지 조치까지 당하는 소상공인이 너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편의점, 마트가 생체 인식 기술을 가진 아이스고 4.0을 도입하면 술과 담배 판매를 믿고 맡길수 있다. 물론, 24시간 운영과 실시간 재고 관리라는 이점도 얻는다.

운용 중인 아이스고 4.0. 출처 = 도시공유플랫폼
운용 중인 아이스고 4.0. 출처 = 도시공유플랫폼

같은 원리로 대학교 건물, 사무실이나 원룸 주거지 밀집지역에서도 아이스고 4.0이 활약한다. 박진석 대표는 아이스고 4.0이 기존 무인판매기보다 불리한 점도 있지만, 반대로 기존 무인판매기의 한계를 넘었기에 더 다양한 곳에 설치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한다. 이어 그는 사용자를 위해 아이스고 4.0의 생체 인식, 결제 시스템을 개량해 더 쉽게 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하나의 큰 난제는 상품을 유통할 커머스 루트를 확보하는 일이다. 편의점은 지점, 지역별로 가장 잘 팔릴만한 상품을 분석해 제때 공급한다. 종류는 도시락을 비롯한 신선식품에서부터 소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데, 여기에는 대규모 물류와 운반 장비가 필요하다. 과연 도시공유플랫폼은 아이스고 4.0을 도입한 소상공인에게 이처럼 원활하게 상품을 가져다줄수 있을까?

카카오 등 플랫폼 손 잡은 도시공유플랫폼, 단점 보완할 파트너 원한다

투자 유치와 대량 생산, 기술 고도화와 기기 보급 등 도시공유플랫폼 앞에 놓인 수많은 난제를 분석했다. 쉬이 해결할만한 것도 있었고, 이미 해결 단계에 다다른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파트너가 있어야 해결할 문제도 있었다. 그런 스케일업 팀의 눈에 또하나의 큰 난제가 보였다. 처음에 언급한 ‘마케팅 기획이 빈약하다는 문제’였다.

도시공유플랫폼은 중장기 전략을 전달하고 차별화된 가치를 알릴 능력, 기획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 스타트업이 성장하려면 좋은 기술과 사업을 토대로 성장 전략을 세밀히 세워야 한다. 하지만, 도시공유플랫폼은 기술과 사업, 성과를 냈음에도 성장 전략은 튼튼히 세우지 않았다. 그래서 도시공유플랫폼의 이름과 성과를, 아이스고의 성능과 미래를 소비자들이 잘 모른다.

아이스고 4.0의 활용 영역 사례. 출처 = 도시공유플랫폼
아이스고 4.0의 활용 영역 사례. 출처 = 도시공유플랫폼

결국 이 문제가 도시공유플랫폼의 성장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기획력이 있어야 투자 업계와 파트너에게 믿음을 준다. 아이스고의 가능성을 적확히 압축해 쉽고 재미있게 알려야 소상공인이 무인 매장을 꿈꾸고 아이스고를 선택한다. 그래야 상품을 유통할 커머스 루트도 찾는다.

스케일업 팀과 질의응답을 주고받으면서도 박진석 대표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갈수록 선명해졌다. 분석을 귀기울여 듣고, 단점을 인정하면서 어떤 파트너가 필요한지, 도시공유플랫폼과 파트너가 발휘할 시너지는 얼마나 되는지를 모색하는 눈빛이었다.

오늘날 세계를 지배하는 유통 공룡 아마존도 사업 초기에는 좌충우돌이었다. 인지도와 규모, 활동 분야 모두 아마존보다 열세인 아이스고 4.0이 걸을 길은 수십배는 더 길고 험난하다.

하지만, 소상공인의 불편과 요구를 꾸준히 듣고 반영해왔기에 박진석 대표는 아이스고의 기술과 성능, 효용을 자신한다. 실제로 도시공유플랫폼은 한국 혁신기업 국가대표 1000에 선정됐다. 전국 68만개 중소기업 가운데 경쟁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은 1000곳에 수여되는 이름이다.

카카오와 업무협약을 맺은 박진석 대표. 출처 = 도시공유플랫폼
카카오와 업무협약을 맺은 박진석 대표. 출처 = 도시공유플랫폼

박진석 대표는 최근 카카오와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알려왔다. 드디어 아이스고 4.0에 카카오 간편결제를 접목할 길이 생겼다. 도시 곳곳에 아이스고 4.0이 배치되면, 남녀노소 누구나 손쉽게 카카오 지갑 QR코드로 성인인증 후 상품을 사게 된다. 박진석 대표가 꿈꾸던 소상공인 스마트상점 활성화의 교두보를 놓게 됐다.

이처럼 도시공유플랫폼은 투박하게, 하지만, 우직하고 꿋꿋하게 성과를 냈다. 좋은 파트너와 함께라면 아이스고 4.0이 한국 소상공인과 무인판매기 시장에 미칠 좋은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