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S-OIL이 스타트업과 함께 깨끗한 식수를 제공한다?
스타트업 창업가는 기본적으로 도전자다. 아이디어를 가지고 막 사업을 시작한, 이제 첫 발을 뗀 아기와 같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혁신가로 성장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시장 경쟁에 휘둘릴 수 있는, 세상 물정 모르는 사회 초년생에 가깝다. 물론, 한 분야의 직장인으로 10년, 20년을 일하며 경험을 쌓은 뒤에 창업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표로 회사를 운영해본 경험은? 글쎄다. 제로에 수렴하지 않을까. 때문에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스타트업은 방황한다. 회사 자금을 관리해야 하는 회계/재무부터 필요한 직원을 채용하고, 조직을 관리해야 하는 인사(HR) 업무, 생각하고 있는 바를 구현하기 위한 개발 등 수많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사무실, 방 한칸조차 제대로 구했을지 의문이다.
그래서 스타트업은 지원 기관을 찾아나선다. 서울창업허브, 경기문화창조허브 등 공공 기관이 운영하는 창업보육센터부터 민간 액셀러레이터, 투자자(VC) 등에게 도움을 구한다. 스타트업 스스로 능력(창업자금, 개발능력, 주변 네트워크 등)을 발휘해 시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극히 드물다. 소위 말하는 금수저가 아닌 이상, 쉽지 않다.
때문에 건강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지 위해서는 스타트업과 이를 지원하는 정책, 조직, 구성원 등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갖춰야 한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투자 지원 사업, 당장 갈 곳없는 스타트업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지원하는 사무실 임대 사업, 각 구성원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네트워크 지원 등을 실행하는 이유다.
사업을 영위함에 있어 - 스타트업이 성장함에 있어 -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100% 만족하는 정답은 없을 테다. 누군가는 운이 필요하다 말하고, 누군가는 돈이면 해결된다고 말한다. 능력좋은 인재? 번뜩이는 아이디어? 옆에서 같은 길을 바라보고 걷는 동반자(파트너)? 사실 이 모든 것이 필요하다. 눈 앞에 있는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고 열심히 뛰고 움직이면서 배워야 성장하는 법이다.
방글라데시에는 상하수도 시설이 없습니다
지난 2016년 설립한 글로리엔텍은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물 공급 사업과 에너지 공급 사업을 영위하는 스타트업이다. 주로 활동하는 지역은 캄보디아 ,필리핀, 미얀마, 몽골 ,베트남 등으로 약 30여 곳의 학교와 마을에 물 공급설비와 신재생 에너지 발전 설비를 설치하고 유지관리한다. 개발도상국 현장을 살피고 현지에 맞는 물과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노력 중이다.
글로리엔텍 박순호 대표는 “동남아시아와 함께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우간다 등 아프리카 등으로 지역을 넓히고 있다. 약 12개 국가에서 물, 정확히는 식수를 공급하고 있다”라며, “우리나라는 식수로 고통받지 않는 나라다. 마실 물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제3세계 국가와 개발도상국의 사정은 다르다. 오염된 하천, 냇가 등에서 물을 공급해 씻고, 마신다. 현장에서 보면… 처연할 지경이다”라고 말한다.
이어서 그는 “방글라데시를 예로 들어보자. 방글라데시에는 수도 시설은 없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호텔의 경우, 자체 보유한 물탱크에 물을 저장한 뒤 정수시설을 통해 공급한다. 정부에서 수도를 아예 보급하지 않는다. 이처럼 저개발국가의 경우 상수도 보급률은 11%에 그친다. 10명 중에 9명은 물을 떠와서 생활하는 셈이다”라며, “그렇다고 맑은 계곡물이 흐르느냐. 그렇지도 않다. 하수도가 없으니 생활폐수나 산업폐수가 그대로 흘러들어나간다. 버리는 물이 지하로, 강물로 섞여 들어간다. 집집마다 정수시설을 둘 수도 없고… 그럴 여력도 자금도 없다. 즉, 악순환이다”라고 덧붙였다.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물을 공급한다는 건, 당연히 지원이 필요하다. 모든 것을 글로리엔텍이 무료로 제공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는 “유엔공업개발기구(UNIDO)의 산하기관인 녹색기술센터(GTC)의 사업을 수주하면서 시작했다. 방글라데시는 매년 태풍으로 피해를 입는다. 태풍이 올 때마다 집이 무너지는 일이 발생한다. 그러면 가장 먼저 마실 물이 없어진다. 크게 보면, 기후변화로 인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의 말이 빨라졌다. 그는 “CTCN TA라고, UN산하의 기후기술기구인 CTC-N(Climate Technology Center & Network)이 추진하는 기술지원(TA)사업도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염수화 문제를 해결하는데, 여기에도 참여했다”라며, “정부 차원에서 대외 무상 협력을 전담해 실시하는 코이카(KOICA) 사업에도 함께했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것이 아닌, 근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업 지속성은 어떻게 확보할까?
글로리엔텍에 아니, 박 대표의 취지에 무척 공감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사막화, 염수화 등은 기본적인 생활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어려움은 알게모르게 사방에 도처한다. 이를 나서서 해결한다는 것은, 분명 필요한 일이다. 다만,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사업을 영위해야 하는 스타트업에게 1회성 이벤트로는 부족하다.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방법이 궁금했다.
박 대표는 “맞다. 식수 사업을 지속적으로 하려면 비용이 들어간다. 유지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다. 해당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으면 다행인데, 그러지 못해 UN이나 우리나라가 지원하는 것 아닌가.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라며, “그렇게 고민하다가 S-OIL(에쓰오일)과 만났다. SBA를 통해 서울창업허브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었고, 에쓰오일이 원하는 바와 우리가 추진하면서 얻을 수 있는 혜택에 접점을 찾을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의아했다. S-OIL은 정유, 윤활, 석유화학 종합 에너지 회사가 아닌다. 물을 정수하는, 식수 공급 스타트업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에쓰오일 신규사업팀 이세훈 대리가 설명을 이어 받았다.
이 대리는 “스타트업과 협력하고자 하는 내부 목소리는 이전부터 있었다. 방식을 두고 여러논의를 거쳤고, 직접 투자하는 형태를 선택했다. 그 중의 하나가 글로리엔텍이다. 지난 3년 동안 5~6개의 다른 스타트업에도 투자를 진행했다”라며, “액셀러레이팅 그러니까 스타트업을 교육하고 지원하는 등의 일련의 과정은 SBA와 같은 스타트업 지원센터 또는 허브와 협력하고, 성과를 확인한 뒤 투자하고 있다. 민간 VC와 함께 일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에쓰오일은 정유업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하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발전하지 못하고 멈춰있는 전통적인 사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변화라는 흐름에 합류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느 정도 기대치만큼 완성됐고, 스타트업이 성장하는데 있어서 에쓰오일도 힘을 보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열린 생각이라고 이해해도 좋다. 기본적으로 함께했을 때, 파트너로 윈윈할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라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글로리엔텍과 에쓰오일은 서로가 파트너로 임했을 때 윈윈할 수 있는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어 협력의 길을 택했다. 그 중재자로 SBA가 나선 것이고. 그래도 궁금점은 남아있다. 스타트업은 상대적으로 대기업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규모를 떠나 경쟁하기 어렵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아이가 다 큰 어른과 파트너로 일한다? 상상하기 어렵다. 즉, 글로리엔텍이 가진 무언가가 에쓰오일을 설득한 셈이다.
박 대표는 “탄소배출권*이다. 글로리엔텍의 식수 및 에너지 사업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UN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으로부터 인증 받아 탄소배출권을 확보하고 있다.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식수를 공급하면서 그만큼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인증받은 것”이라며,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인정받았고, 이를 통해 탄소배출권을 확보했다. 글로리엔텍이 지닌 하나의 자산이다”라고 설명했다.
탄소배출권: 지구온난화 유발 및 이를 가중시키는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로, 배출권을 할당받은 기업들은 의무적으로 할당 범위 내에서 온실가스를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남거나 부족한 배출권은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의 구체적 이행 방안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채택한 의정서인 교토의정서(1997년 12월 채택, 2005년 2월 16일 공식 발효)의 3가지 제도에 따라 탄소배출권 개념이 생겼다. 전 세계 탄소배출권 시장은 2008년 기준 1,263.5억 달러 수준으로, 이는 2005년 이후 3년 만에 12배 수준으로 급성장한 수치이다. 탄소배출권 시장의 성장세는 그 이후로도 가속화되고 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이어서 그는 “탄소배출권이 등장하면서, 각 국가별로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양은 정해졌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줄이는 목표를 세웠고, 기업별로 허용하는 온실가스양은 정해졌다”라며, “여기서 탄소배출권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탄소배출권을 확보하면, 그만큼 온실가스양을 늘릴 수 있다. 전세계가 합의해 온실가스를 줄이고, 그 안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라고 설명했다.
비유하자면 탄소배출권은 종량제쓰레기봉투와 같고,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는 쓰레기종량제와 같다.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도록 쓰레기종량제를 통해 쓰레기 봉투를 구매해 버리게 했고, 쓰레기봉투를 판매한 대금으로는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었다. 즉, 온실가스를 추가로 배출할 경우 탄소배출권을 확보해 기후변화를 방지하는 셈이다.
에쓰오일 이세훈 대리가 설명을 더했다. 그는 “아무 기업이나 탄소배출권을 확보할 수 없다. UN이 인증하는 철저한 검증과 절차를 거쳐야 한다. 글로리엔텍은 이를 확보하기 위해 UN, 식수 설비를 공급한 국가의 정부 기관, 현지 사용자 등을 설득했고, 통과했다. 쉽지 않은 일이다. 쉽게 말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을 해냈다”라고 설명했다.
에쓰오일과 글로리엔텍, 그리고 SBA 서울창업허브
스타트업과 대기업은 서로간의 협력과정에서 알게모르게 기 싸움을 한다. 서로간의 알력 다툼이 일어나는 일도 부지기수. 특히, 스타트업은 대기업의 제안에 섣불리 다가서기도, 물러나기도 아쉽다. 다시오지 않을 기회일 수도 있지만, 이러다 제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서울창업허브 최수진 파트장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서로 공정하게 협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일종의 보험이자, 중재인이라고나 할까. 서로에게 부족한 것을 우리가 지원해줄 수도 있고…, 크게 보면 스타트업 생태계라고 생각한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스타트업 지원센터가 어울리는 하나의 생태계”라며, “지속적으로 민간(대기업)과 협력하고, 노력 역시 계속할 예정이다. 이제 하나둘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SBA와 대기업, 스타트업이 만들어나가는 모습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