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공간에서 홀로그램 회의를?'... 스페이셜로 보는 '메타버스'의 현주소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한국은행이 조사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 쟁점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19 이전까지 유럽연합 28개국에서 조사한 재택근무 참여율은 전체 16.1%에 불과했다. 하지만 코로나 19가 대규모로 확산하기 시작한 시점에는 미국과 유럽의 근로자 약 절반 정도가 재택근무에 돌입하면서 경직된 업무 환경에 과감한 변화가 나타났다. 재택근무는 개인 입장에서는 건강과 유연 근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기업의 복원력과 유연성을 갖출 수 있다. BBC 조사에 따르면, 12%의 응답자만이 기존 사무실 근무로 복귀하길 희망했고, 72%는 기업 환경에 맞게 탄력적으로 근무하는 복합적인 근무 형태를 선호했다고 한다.

문제는 인프라와 의사소통이다. 기존에 재택근무가 정착하기 어려웠던 주된 이유는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네트워크나 인프라가 사무실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 19라는 불가항력적인 요인으로 사무실 근무가 어려워지면서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위한 솔루션을 도입함으로써 이 부분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의사소통은 얘기가 다르다. 지금까지는 사무실에서 마주 보고 대화하며, 회의를 통해 소통하는 것을 전제로 일을 해왔다. 하지만 재택근무는 대화 과정이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옮겨가면서 누락되고, 여기서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술을 활용해 이 부분까지 극복하려는 조짐이 관측되고 있다.

스페이셜, ‘메타버스’로 업무 환경을 구성하다

스페이셜을 통해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예시. 제공=페이스북
스페이셜을 통해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예시. 제공=페이스북

현재 시점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업무상 소통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협업툴이다. 협업툴은 1:1 방식의 대화를 보다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플랫폼이므로 의사소통이 보다 쉽게 이뤄진다. 하지만 협업툴 역시 이메일이나 메신저를 효율적으로 개선한 형태이므로 확장성에는 한계가 있다. 개인의 제스처나 행동, 목소리 톤 등 일상 대화가 주는 미묘한 느낌까지 파악할 수는 없다. VR(가상현실, Virtual Reality), AR(증강현실, Augmented Reality)기반의 소프트웨어 기업, 스페이셜(Spatial)이 집중하는 부분이 바로 여기다.

스페이셜에 로그인 한 메인 화면. 출처=IT동아
스페이셜에 로그인 한 메인 화면. 출처=IT동아

스페이셜은 미국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이자 VR 애플리케이션의 이름이다. 스페이셜은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퀘스트나 MS 홀로렌즈를 비롯해 매직 리프, 엔리얼, PC용 VR기기를 폭넓게 지원하며, VR기기가 없더라도 웹, 안드로이드, iOS를 통해 이용할 수 있으니 어떤 방식으로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처음 서비스를 실행하고 나면, 셀카 한 장을 머신러닝으로 처리해 본인의 얼굴을 본뜬 3D 아바타를 생성한다. 가상 현실이지만, 보다 현실적으로 상대방을 식별하기 위한 과정이다. 그다음 VR기기를 연동하거나, 컴퓨터를 통해 회의를 개설하고 참여할 수 있다.

3D 렌더링을 허공에서 공유하거나, 작업 내역 등을 홀로그램으로 주고받는다. 출처=IT동아
3D 렌더링을 허공에서 공유하거나, 작업 내역 등을 홀로그램으로 주고받는다. 출처=IT동아

스페이셜을 통해 제공되는 공간에서는 기존에 재택·원격 근무에 필요했던 의사소통이나 작업 공유는 기본이고, 웹브라우저나 검색, 그림 및 메모, 스크린 공유와 함께 슬랙, 피그마, 구글 드라이브, 마이크로소프트 365 등 외부 앱도 연동된다. 또한, 3D 렌더링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거나 2D, 3D 디자인 공유 등 일반적인 대면 작업으로도 어려운 일들을 화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단순한 아바타 기반 VR 채팅보다는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3D 홀로그램 회의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스페이셜로 진행된 페이스북 기자간담회, 페이스북이 VR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것은 이번 간담회가 최초다. 제공=페이스북
스페이셜로 진행된 페이스북 기자간담회, 페이스북이 VR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것은 이번 간담회가 최초다. 제공=페이스북

직접 회의에 참여해본 느낌은 화상 회의를 넘어서, 대면 회의에 조금 더 다가선 느낌이다. 기존 메신저나 화상회의에서는 전달되지 않았던 손짓이나 행동까지 반영되므로 몰입감이 상당하고, 영상 녹화나 저장도 손쉽게 이뤄진다. 사진이나 영상, 문서 등은 원하는 크기에 원하는 위치로 공유할 수 있어 시청각 자료에 한해서는 대면 회의보다 효율이 뛰어나다. 스페이셜은 현재 마텔, 네슬레, 포드, 화이자 등 유명 기업들을 중심으로 화상회의나 재택근무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데, 네트워크만 연결돼있다면 국경과 시간을 뛰어넘어 만날 수 있다는 장점도 영향을 미친다.

VR은 과도기, AR 등에 업고 메타버스 온다

지난해 스페이셜은 코로나 19로 협업에 어려움을 겪는 사용자들을 위해 한시적으로 서비스를 무료화했다. 이때 스페이셜의 이용량은 10배 이상 증가했고, VR 기기를 활용한 협업이라는 새로운 흐름이 탄생하게 됐다. 그런데 스페이셜의 사용자 확대는 코로나 19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VR·AR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메타버스’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란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으로 구성된 가상의 현실을 뜻한다. 메타버스는 물리적인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종래보다 한 차원 높은 경험을 제공하는데, 스페이셜의 가상 회의가 바로 메타버스를 화상회의, 재택 근무와 결합한 대표적인 사례다.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퀘스트 2. 출처=IT동아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퀘스트 2. 출처=IT동아

아울러 VR 기기를 넘어선 AR기기의 등장은 더 큰 전환점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는 작년 11월에 AR 컴퓨터인 홀로렌즈 2를 공개했고, 구글도 1억 8천만 달러에 스마트 글래스 기업 노스(North)를 인수해 구글 글래스에 재도전할 가능성이 커졌다. 페이스북 역시 선글라스 제조사인 레이밴(Ray-Ban)과 손을 잡고 올 하반기 AR 글래스를 선보이며, 삼성전자와 애플 역시 AR 글래스를 출시할 가능성이 있다. AR 기기가 지금의 VR기기처럼 등장하게 된다면, VR 기기의 한계인 현실에서의 작업이 보완되기 때문에 지금의 VR 시장보다 훨씬 더 성장할 잠재력이 크다.

초창기의 VR 기기는 엔터테인먼트, 게임쪽 분야에 집중했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시작된 비대면, 비접촉 사회는 VR·AR을 보다 일상적이면서도 가보지 않은 길로 이끌고 있다. VR·AR 시장이 확장할수록,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이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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