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이어 애플·삼성도 뛰어드는 AR글래스··· 2021년 '증강현실' 원년 될까?
[IT동아 남시현 기자] 증강현실은 실제로 존재하는 환경과 그래픽으로 구성된 가상의 사물을 합성해 실제로 존재하는 듯한 정보를 만들어내는 화상 기술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가 공개한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가상 현실(Virtual reality, VR) 및 혼합현실 시장 규모 2021-2024에 따르면, 2021년 XR, AR, VR, MR 전체 시장 규모는 307억 달러에 달하고, 2024년에는 전체 시장 규모를 3천억 달러로 예측하고 있다. 아울러 2023년까지 전 세계 AR 헤드셋 출하량은 2020년 출하 예정량 대비 12배에 달하는 3,000만 대 이상에 이용자 수도 24억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강현실 시장은 2016년 포켓몬고의 폭발적인 인기를 통해 무대에 올랐으나, 2021년 지금까지도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등 제한적인 분야에서만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하드웨어의 발전을 통해 의료, 공공 안전, 공업, 관광, 마케팅 등 폭넓은 산업 분야에서 응용될 가능성이 있고, 5G와 컴퓨터의 확산을 등에 업어 새로운 차원의 콘텐츠 시장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품고 있다. 출시와 철수를 반복한 지난 세월과는 다르게, 앞으로의 시장은 전도유망한 셈이다.
AR 시장 ‘보여만 준’ 구글 글래스··· 가능성은 확인해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모두 오래전부터 통용돼왔지만, 2021년 오늘까지도 대중화와는 거리가 있다. 콘텐츠와 재생 환경이라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도 중요하지만, 이를 시각화하는 하드웨어 완성도가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가상현실보다도 증강현실 쪽의 발전이 훨씬 더디다.
구글은 지난 2012년 4월, ‘프로젝트 글래스’ 라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구글 글래스의 프로토타입을 처음으로 공개했고, 이후 ‘구글 I/O 2012’에서 구글 글래스를 선보였다. 이후 개발자용 제품을 한정 배포한 다음, 실제 제품 판매까지 진행했지만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조용히 단종됐다. 이후 2017년에 들어서 구글 글래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이라는 이름의 구글 글래스 신제품이 등장했고, 2019년 이후부터는 ‘글래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구글 고객사 한정으로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구글 글래스는 증강현실의 사례와 가능성을 확인하는 사례일 뿐, 실제로 시장을 개척하는 역할은 하지 못했다. 제대로 된 상용 제품을 내놓지 못했고, 이를 활용할 콘텐츠도 협소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한가지 달성한 게 있다면, 시장은 증강현실 기반 웨어러블 장치에 지대한 관심이 있다는 걸 확인시켜줬다는 점이다.
가장 진보된 AR 기기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는 2015년에 증강현실 기기인 홀로렌즈를 공개하고, 지금까지 꾸준히 제품 개발을 지속하고, 관련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작년 11월 2일에는 혼합 현실용 홀로그래픽 컴퓨터인 홀로렌즈 2를 국내 시장에 공개했는데, 해당 제품은 현재 시판되고 있는 AR 기기 중 가장 높은 완성도를 갖췄다고 평가받고 있다.
홀로렌즈 2는 마이크로소프트 파트너사의 구매 플랜을 통해 제공되는 산업용 기기다. 벤틀리 시스템즈의 경우 홀로렌즈 2를 활용해 건축 현장의 시공 진행 상황과 현장 위협 안전 요구 등을 구현하며, 석유 업체인 쉐브론은 원격 지원 및 매뉴얼, 도면 공유 등 비대면 작업 환경에 홀로렌즈 2를 사용한다. 가격대가 500만 원에, 개인 이용을 위한 콘텐츠가 없어 AR 기기의 대중화와는 거리가 멀지만, 현 시점에서는 가장 높은 완성도를 갖춰 AR 기기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다.
스마트폰 최강자 ‘삼성’, AR 글래스도 도전하나?
삼성전자는 2014년 오큘러스 VR과 협력해 기어 VR이라는 가상현실 체험기기를 발표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 4나 갤럭시 S6를 비롯해 스마트폰을 기기 앞에 장착해서 사용하는 형태의 VR기기를 선보였지만, VR 시장 자체의 약세와 오큘러스 퀘스트 같은 자체 디스플레이 내장형 VR 기기가 대세가 되면서 조용히 VR 기기 사업도 정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IT 팁스터(유출자) 워킹캣(WalkingCat)이 트위터를 통해 삼성전자의 AR 글래스 (AR Glasses) 및 글래스 라이트(Glasses Lite) 영상으로 추정되는 자료를 공개하면서 삼성전자의 AR 시장에 진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삼성 AR 글래스 라이트’는 뿔테 형태의 큰 안경알이 달린 안경으로, 가상 화면은 물론 삼성 갤럭시 워치를 통한 확장된 조작, 휴대용 미디어, 덱스 디스플레이, 화상 통화, 선글라스 모드 등을 지원하며, 1인칭 시점의 드론 조종 등을 지원한다. ‘삼성 AR 글래스’는 사용자가 증강현실 오피스와 홀로그램 전화, 증강현실 시뮬레이션 등의 기능을 지원한다. 영상으로 확인된 홀로그램 등을 실제 AR 기술로 적용하기란 쉽지 않겠으나, 사실 여부를 떠나자면 대중이 원하는 일상적인 활용에 근접한 모습이다.
새로운 시장 노리는 애플, 애플 AR/VR기기도 내놓나?
홍콩의 IT 애널리스트인 궈밍지(Ming-Chi Kuo)는 지난 7일, 애플이 2022년에 VR 및 AR 헤드셋을 출시할 예정이며, 2025년에는 AR 안경을 출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예측에 따르면 현재 애플의 프로토타입 VR/AR 헤드셋은 200~300g 사이며,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된다면 최종 제품은 100~200그램으로 줄어들 것이라 한다. 해당 기기는 소니의 마이크로 OLED를 사용하며, 독립적인 컴퓨팅 기능을 갖춰 아이폰 등이 없이도 동작할 것이라고 한다.
아울러 2025년까지 광학적 방식으로 현실 세계에 컴퓨팅 화상을 융합하는 AR안경을 계획하고 있지만, 아직 시제품 생산에 돌입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지만 앞서 VR/AR 기기와 마찬가지로 독립적인 컴퓨팅과 저장 공간을 가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궈밍지는 최근 새로운 애플칩 기반의 맥북이나 아이폰 SE2의 등장을 예고한 애플 전문가며, 지금까지의 적중률이 높은 편이어서 이번 AR, VR 기기의 등장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증강현실, 시기상조에서 현실로 다가온다
구글 글래스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지 어느덧 9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AR 관련 하드웨어는 답보 상태다. 하지만 포켓몬고를 통한 스마트폰 기반의 AR 시장 성장을 계기로, AR 기술은 보다 대중화되고 현실성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비용보다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기업 시장을 중심으로 시장 가능성이 검증되고 있고, 프로세서 성능과 배터리 효율 등의 기술은 갈수록 진보되고 있다. 구글 글래스 등장 당시와 다르게, 보다 현실적인 조건이 충족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VR 헤드셋 이상의 차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VR과 다르게, AR은 홀로그램이나 투명 디스플레이 등을 활용한 방식도 제안되고 있어 과거보다 실현 가능성이 크다. 궈밍지는 애플이 2030년 이후 어떤 새로운 형태의 AR 콘택트 렌즈를 내놓을 수도 있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당연히 출시 일정이나 가능성은 가시적이지 않지만, 앞으로 10년 20년 뒤는 지금보다 더욱 대중적으로 시각화된 컴퓨팅을 접하고 있지 않을까.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