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갤 S20 울트라도 한 수 접는 AP 성능, 애플 아이폰 SE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전년 대비 13% 감소해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2014년 1분기 이후 최저 기록이며, 스마트폰 교체 수요 감소와 코로나 19로 인한 구매 보류가 영향을 미쳤다. 전 세계적 경기 침체로 인해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5G 시장도 성장 동력을 일시 상실한 상태며, 중국과 인도 등 신흥 경제국가의 폐쇄되면서 저가형 스마트폰 시장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반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는 변하지 않았다. 모바일 데이터 및 분석 플랫폼 앱애니(App Annie)는 2020년 1분기 전 세계 주간 평균 앱 사용 시간이 전년 대비 20%나 증가했고, 소비자 지출은 234억 달러로 분기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경제 침체로 인해 전반적인 수요가 감소했음에도, 전 세계 사용자들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 증대가 고성능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를 붙잡으며 판매량 저하가 상쇄됐다.

애플 아이폰 SE 프로덕트 레드(아래)와 애플 아이폰 11 프로(위)
출처=IT동아
애플 아이폰 SE 프로덕트 레드(아래)와 애플 아이폰 11 프로(위) 출처=IT동아

<애플 아이폰 SE 프로덕트 레드(아래)와 애플 아이폰 11 프로(위) 출처=IT동아>

오는 2분기 상황은 더욱 비관적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발생한 1분기 결과가 2분기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장 분위기 가운데, 애플은 4년 만에 보급형 제품인 아이폰 SE를 공개했다. 보급형 제품임에도 아이폰 11 프로 시리즈와 같은 고성능 프로세서를 탑재해 고성능 스마트폰을 원하지만, 가격은 낮은 제품을 찾는 이들에게 대단히 매력적이다. 너무 시의적절한 등장에 코로나 19로 인한 경기침체를 위해 준비한 것 아닐까 착각까지 들 정도다.

애플의 구원 투수, 아이폰 SE

아이폰 SE는 아이폰 11, 11 프로에 탑재되는 A13 바이오닉 칩과 3세대 뉴럴 엔진을 적용해 보급형이지만 고성능을 발휘하며, 64GB 제품이 최소 55만 원대부터 시작한다. 통신 기능은 기가비트 급 LTE를 탑재했고, eSIM 활용 시 듀얼 SIM으로 쓸 수 있다. 무선 인터넷은 최신 규격인 와이파이 6(802.11 AX)를 지원해 더 빠른 무선 인터넷 성능을 갖췄다.

아이폰 SE는 대각 기준 4.7인치로, 아이폰 8과 무게나 크기가 같다.
출처=IT동아
아이폰 SE는 대각 기준 4.7인치로, 아이폰 8과 무게나 크기가 같다. 출처=IT동아

<아이폰 SE는 대각 기준 4.7인치로, 아이폰 8과 무게나 크기가 같다. 출처=IT동아>

외관은 아이폰 8과 마찬가지로 알루미늄 베젤과 후면 강화유리로 돼 있고, 지문 인식 센서인 터치 ID(홈버튼)와 IP67 등급의 방수 및 방진 처리까지 동일하다. 디자인에서의 차이점은 후면의 애플 로고를 위에서 중앙으로 옮긴 점, 그리고 아이폰 8과 다르게 아이폰 SE 전면 베젤이 검은색으로만 출시된 점이 있고 크기나 무게, 외형, 마감 차이는 없다. 덕분에 아이폰 7·8 용 케이스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전면 해상도는 1,334x750 해상도며, 햅틱 터치가 적용돼있다.
출처=IT동아
전면 해상도는 1,334x750 해상도며, 햅틱 터치가 적용돼있다. 출처=IT동아

<전면 해상도는 1,334x750 해상도며, 햅틱 터치가 적용돼있다. 출처=IT동아>

전면 화면은 1,334x750 해상도 4.7형 IPS 디스플레이가 채용됐고, 3D 터치 대신 햅틱 터치가 장착돼있다. 3D 터치는 터치 압력의 강도와 세기를 측정해 여러 기능을 제공하는 기능인데, 아이폰 XR부터는 3D 터치 대신 햅틱 터치로 대체된 상태다. 화상은 트루 톤 디스플레이 기능을 통해 주변 조명에 따라 최적의 색온도로 바뀌며, 영상 디스플레이 표준 색영역 중 하나인 P3 색역을 지원해 영상 감상 시 색 손실이 적다. 밝기는 최대 625니트로 보급형으로는 무난하다.

단순 연산 성능은 갤럭시 S20 울트라를 앞선다.
출처=IT동아
단순 연산 성능은 갤럭시 S20 울트라를 앞선다. 출처=IT동아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성능은 갤럭시 S20 울트라를 앞선다. 출처=IT동아>

애플 아이폰 11 시리즈에 탑재된 A13 바이오닉 칩을 그대로 가져다 쓴 점도 인상적이다. 원래 스마트폰 AP는 성능과 직결되고, 가격에서도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제조사는 보급형에는 성능이 낮은 저성능 AP를, 프리미엄 제품은 고성능 AP를 탑재해 성능과 가격에 차이를 둔다. 하지만 아이폰 SE는 카메라나 화상에 차이를 두고, 상위 제품과 동일한 칩을 사용해 낮은 가격과 높은 성능을 동시에 충족한다.

스마트폰 프로세서의 연산 성능을 수치화해 보여주는 앱, 긱벤치5 (Geekbench 5)와 GFX벤치마크 4 티렉스를 켜진 화면으로 실행해 연산 성능과 게이밍 성능을 측정했다. 긱벤치 결과, 단일 코어 1,330점, 다중 코어 3,308점을 획득했는데, 삼성 갤럭시 S20 울트라 결과가 단일 코어 873점, 다중 코어 3,105점이라 단순 연산 성능에서 아이폰 SE가 앞선다. 게이밍 실성능을 평가하는 GFX 벤치 역시 3,358프레임, 삼성 갤럭시 S20 울트라가 1,466x720, 60Hz 설정에서 3,372프레임을 획득했다.

벤치마크 결과 비교가 실사용 성능을 대변하진 않는다. 또한 운영 체제와 상태에 따라 어느 쪽의 우열을 가릴 수 없다. 하지만 AP 성능이 높으면 그만큼 앱 작업을 빨리 처리하고, 향후 업데이트 지원이나 앱 지원도 더 오랫동안 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배터리 성능은 동영상 연속 시청 기준 10시간 정도 예상된다.
출처=IT동아
배터리 성능은 동영상 연속 시청 기준 10시간 정도 예상된다. 출처=IT동아

<배터리 성능은 동영상 연속 시청 기준 10시간 정도 예상된다. 출처=IT동아>

아이폰 SE의 공식적인 배터리 성능은 아이폰 8과 비슷한 동영상 재생 기준 최대 13시간, 오디오 재생 최대 40시간이다. 충전 단자는 라이트닝 포트를 이용하며, 18W 이상 규격 충전기 사용 시 30분에 최대 50%를 충전하는 급속 충전을 지원한다. 아이폰8부터 도입된 치(Qi) 규격 무선 충전 역시 지원한다.

밝기 50% 설정으로 유튜브 영상을 지속 재생한 결과, 배터리 100%에서 70%까지 소모되는데 2시간 50분이 걸렸고, 이후 화면을 꺼둔 상태로 배터리 70%에서 50%까지 가는 데 17시간이 걸렸다. 오전 9시부터 밝기 자동으로 일과 내내 사용한다면 저녁 7시~8시쯤에는 배터리가 부족하다 느낄 정도다. 게임이나 고성능을 활용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저전력 모드를 활용하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카메라는 1,200만 화소, f/1.8 단일 렌즈가 적용됐다.
출처=IT동아
카메라는 1,200만 화소, f/1.8 단일 렌즈가 적용됐다. 출처=IT동아

<카메라는 1,200만 화소, f/1.8 단일 렌즈가 적용됐다. 출처=IT동아>

최근 보급형에도 복수의 카메라가 적용되는 것과 달리, 단가를 낮추고 합리적인 가격대를 맞추기 위해 단일 카메라가 채용됐다. 카메라 성능 역시 아이폰 8과 동일하게 1,200만 화소 광각에 f/1.8 조리개가 적용됐고, 광학 이미지 흔들림 보정(OIS)과 자연스러운 색감을 주는 트루톤 플래시가 적용됐다.

인물사진 모드, 퀵 테이크는 아이폰 SE에 새롭게 추가된 기능이며, 4K 60fps는 아이폰8과 같다.
출처=IT동아
인물사진 모드, 퀵 테이크는 아이폰 SE에 새롭게 추가된 기능이며, 4K 60fps는 아이폰8과 같다. 출처=IT동아

<인물사진 모드, 퀵 테이크는 아이폰 SE에 새롭게 추가된 기능이며, 4K 60fps는 아이폰8과 같다. 출처=IT동아>

AP가 교체되면서 아이폰 8에는 없는 기능 몇 가지가 추가됐다. 향상된 보케(빛망울) 효과 및 심도 제어(주변부 흐림) 기능을 지원하는 인물 사진 모드, 6가지 효과의 인물 사진 조명,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 간 노출을 평준화하는 HDR 기능도 강화됐다. 동영상 역시 더 많은 색감을 담을 수 있도록 확장된 동영상 다이내믹 레인지가 적용됐고, 영상 녹음을 좌우 채널로 분산하는 스테레오 녹음이 추가됐다. 사진 촬영 시 버튼을 길게 누르면 짧게 영상을 찍는 퀵 테이크 기능도 주요 볼거리다.

'이상적. 그러나 합리적'이긴 해도 본질은 보급형.

애플은 성능 격차 대신, 활용도를 바탕으로 제품 등급을 나눴다.
출처=IT동아
애플은 성능 격차 대신, 활용도를 바탕으로 제품 등급을 나눴다. 출처=IT동아

<애플은 성능 격차 대신, 활용도를 바탕으로 제품 등급을 나눴다. 출처=IT동아>

아이폰 SE는 A13 바이오닉 AP를 탑재해 비슷한 가격대 스마트폰은 물론, 갤럭시 S20 울트라보다 뛰어난 연산 처리 성능을 보인다. 허나 아이폰 SE가 보급형 스마트폰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배터리 실사용 시간이 그리 길지 않고, 카메라가 단일 구성인 점에서 한계가 드러난다. 4.7인치 화면이나 HD급 IPS LCD가 사용된 것 역시 보급형이라는 점에서 납득해야 한다.

오히려 아이폰 SE의 가장 큰 매력은 운영체제 지원이 길다는 점이다. 애플은 운영체제 지원에 매우 적극적이며, 지금도 2015년 출시된 아이폰 6S에 iOS 13을 판올림하고 있다. 아이폰 SE 역시 향후 4~5년 이상 운영체제 판올림을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55만 원 대 스마트폰을 5년까지 내다보고 쓸 수 있으니 다른 어떤 조건보다도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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