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보다 방콕, 외식 대신 배달… 집 나서기 꺼리며 번지는 '언택트 소비' 문화

[IT동아 권명관 기자] 외식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확산으로 외식을 기피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단기간에 사태 해결은 어렵다'라고 전망하면서 1년 중 최대 성수기로 불리는 2∼3월에 이어 가정의달이 있는 5월까지 위축 될 것이라는 의견도 등장했다.

평소 사람들로 붐비는 백화점은 마치 '개점휴업'을 연상케 할 정도로 한산했다. 지난 1일 오후 6~7시에 찾은 서울의 한 백화점은 손님이 가장 많은 시간대임에도 썰렁했다. 평소 주말이면 외식하러 나온 가족들로 붐비는 식당가도 좌석 중 3분의 1도 못 채운 곳이 많았다.

출처: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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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동아일보 >

80년 넘도록 국내 내륙 최대 수산물 도매시장 자리를 공고히 지키고 있는 노량진수산시장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시장 관계자는 "수산물 시장 끝에서 공을 차면 반대편까지 그대로 굴러갈 정도로 사람이 없다"라고 말한다. 지난 4일 오후 찾은 노량진수산시장에는 길 양쪽에 위치한 가게 사장님, 점원들만 오갈 뿐이었다.

사람을 찾기 어려웠던
노량진수산시장
사람을 찾기 어려웠던 노량진수산시장

< 사람을 찾기 어려웠던 노량진수산시장 >

지난 1월 31일 서울 중구 명동 메인대로에 위치한 한 화장품 로드숍은 화장품 무료 테스팅 코너마저 사람이 없었다. 이따금 등장한 방문자도 손잡이를 잡지 않고 몸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는 등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나마 명동 상권에서 유일하게 붐빈 곳은 마스크를 판매하는 판매대와 손세정제를 파는 화장품 가게, 약국이었다.

사람 만나지 않는 언택트 소비 확산

이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이어지며, 대면 접촉을 하지 않는 '언택트(untact) 소비'로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이 변화하고 있다. 온라인 거래량은 늘고, 오프라인 거래량은 줄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수가 늘어나며 전염병 확산이 가라앉지 않자 아예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

마트에 가지 않고 온라인 쇼핑을 통해 장을 봐서 끼니를 해결하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이커머스 업체들의 주문량은 급증하고 있다. 지난 2월 2일 11번가에 따르면 국내에서 4번째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6일간 외출하는 대신 집에서 장보는 사람이 늘어나며, 생필품 판매량은 전주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반조리·가정식은 전달 대비 1,095%나 급증했고 라면(129%), 생수(116%), 냉동·간편과일(103%), 즉석밥(58%) 등도 주문량이 증가했다.

마켓컬리의 경우, 설 연휴 이후인 1월 28일부터 3일간 일평균 매출은 22% 늘었다. 지난달 28일, 쿠팡의 로켓배송 출고량은 역대 최고치인 330만 건에 달했다. 지난해 1월 일일 평균 출고량 약 170만 건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2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출처: ㈜우아한형제들
출처: ㈜우아한형제들

< 출처: ㈜우아한형제들 >

배달 음식 주문도 늘어났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지난 1월 31일부터 2월 4일까지 총 주문 수는 744만 건으로, 4주 전인 1월 3일부터 1월 7일까지 총 주문수 692건 대비 약 8% 증가했다. 또한, 배달 음식을 가장 많이 주문하는 주말의 경우 2월 1일(토)과 2일(일)은 전월 대비 각각 14.5%, 11.8% 증가했다.

또한, 신종 코로나가 확산되던 지난 1월 배달의민족의 월 결제액은 1조 원을 돌파했다. 참고로 2019년 한해동안 배달의민족 결제액은 8조 원 수준. 작년 총 누적 결제액을 감안해 월 평균 결제액을 약 6,600억 원으로 환산하면, 1월 결제액은 51.5% 증가한 셈이다.

외식 대신 배달, 믿을 수 있을까?

언택트 소비 확산과 함께 배달 음식 주문은 늘고 있지만, 이마저도 기피하는 소비자도 있다. 매장에서 어떻게 음식을 만드는지, 어떻게 배달하는지, 배달원과의 접촉 등이 신경 쓰인다는 것. 이에 불안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자사의 서비스, 제품을 믿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선하는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수산물 시장에서 경매를 받아 당일 또는 다음날 회를 떠서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에 맞춰 배달하는 '회이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스타트업 바다드림(대표: 김영선)은 회 신선도를 간단하게 확인하고 검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테스트 중이다. '하이드로젤 비드 기반 바이오센서'라는 이 기술은 인하대 생명공학과로부터 특허 이전을 통해 취득한 것으로, 인체에는 무해한 물질을 이용한다. 해당 물질을 통해 음식물의 온도 및 pH(산도) 등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바다드림의 회 배달 서비스 '회이팅', 출처:
바다드림
바다드림의 회 배달 서비스 '회이팅', 출처: 바다드림

< 바다드림의 회 배달 서비스 '회이팅', 출처: 바다드림 >

외부로부터 스트레스(온도, 습도 등)를 받아 회에 이상이 발생했을 경우 푸른색이었던 원래 색상이 붉은색으로 변화해 소비자에게 미리 위험을 알리는 것. 본래 GMO(유전자변형 농산물)을 검출하기 위해 개발되었던 기술을 바다드림이 스트레스 조건을 온도와 습도에 반응하도록 인하대 생명공학과와 함께 연구해 개발한 기술 특허다.

즉, 소비자가 회를 배송받은 뒤, 숙성에 필요한 저온보다 높은 온도로 보관되었거나, 습도가 건조해져 회가 마르면 바뀐 색상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바다드림 김영선 대표는 "일종의 바이오센서다. 지난주부터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주문을 요청한 소비자 중 원하는 사람에게 바이오센서를 동봉해 확인하고 있다"라며, "현재 특정 세균, 예를 들어 노로바이러스와 같은 병원성 대장균도 검출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도 소비자들이 배달 음식을 믿고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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