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콘서트] '당당히 꿈을 키워라' 박시영 디자이너가 말하는 디자이너로 사는 법
[IT동아 강형석 기자]
"어떤 업계라도 한 기업이 독점하게 되면 건강한 게 아니에요. 새로운 도전자가 계속 나타나야 시장은 계속 긴장을 유지하며 건강하게 생태계가 이어지게 됩니다. 이 업계(영화 포스터 디자인)는 신입보다 경력직이 많은 편인데요. 만약 이 시장에서 무엇인가 해보고 싶다면 현재 자리에서 노력하고, 고민 또 고민하면서 꿈을 키워 나가세요."
'스튜디오 빛나는'을 이끌고 있는 박시영 디자이너는 어떤 일이라도 성장을 위해서는 그에 따른 책임과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특히 디자이너는 대중의 요구를 이뤄야 하는 어려운 자리인 만큼, 빠르게 움직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강연 내내 그는 자신이 겪었던 이야기를 가감없이 이야기하며 청중과 호흡을 맞춰 나갔다.
테크 콘서트는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창업 전문가를 초청, 그들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스타트업 성장에 도움이 될 노하우를 전하는 강연 프로그램이다. 이미 지난 2년간 총 24회에 달하는 강연이 진행됐고, 약 1,520여 명의 청중이 참여한 바 있다. 올해는 지난 7월부터 세 번째 시즌을 시작, 오는 11월까지 지역에 따라 강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강연은 단순 창업이나 기술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 외에도 지역에 따라 배치된 경기창조문화허브의 특색과 참여 대상을 고려해 운영된다. 고양(뉴미디어 및 모바일), 광교(가상/증강현실), 시흥(사물인터넷), 부천(하드웨어), 의정부(디자인)의 프로그램 구성이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지난 11월 16일, 경기도 부천 경기콘텐츠진흥원 본원 10층에 마련된 부천 메이커 스페이스에서는 박시영 디자이너가 '디자이너로 살아간다는 것'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영화 포스터 전문 스튜디오 '스튜디오 빛나는'을 운영 중인 그 자체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손끝에서 탄생한 작품은 대중의 사랑을 받은 것들이 많다. 영화 곡성, 추격자, 관상 등이 박시영 디자이너의 작품이다.
현재 자리에서 실력을 쌓는 것이 중요
디자인이라는 것은 단순히 보기 좋거나 멋지게 꾸미는 것은 아니다. 영화 포스터 디자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영화 한 편을 알리기 위해 만드는 것이지만 대중이 어떤 영화인지, 어떤 느낌인지를 가늠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된다. 포스터의 느낌과 실제 영화를 봤을 때의 느낌이 상이하다면 관중은 실망하게 될지도 모른다. 멜로인 줄 알았는데 액션이고, 스릴러인 줄 알았는데 호러 영화를 봤을 때의 기분은 분명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박시영 디자이너는 "전체를 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꿈을 키우라고 강조했다. 특히 3년 주기로 변하는 대중의 요구에 발 맞추기 위해 디자이너는 1년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하기에 특징을 잘 파악하고 그에 맞춰 대응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그도 과거와 달리 작업 방식이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과거에는 영화와 시나리오를 여럿 보면서 데이터를 쌓아 만드는 분석 중심의 제작이었다면, 현재는 하나의 단어와 이미지를 찾으려고 노력하는데 주력한단다. 영화와 시나리오도 한 번 보고 더 이상 안 본다고. 이는 여럿 확인하면서 자연스레 발생하는 복잡함을 극복하고자 함이다.
"포스터는 대중이 영화를 만나기 전 만들어지는 한 장의 그림입니다. 과거처럼 데이터를 쌓아 만들다 보니 결과물이 복잡해진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천천히 작품을 한 번 경험하고 인상에 남은 단어나 이미지 하나를 기억해 두었다가 작업에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느낀 경험과 대중이 느낄 경험을 일체화 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실력과 안목을 기를 수 있을까? 박시영 디자이너는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면 독립영화 포스터 제작이 힘들지만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협업하는 과정과 환경을 직접 경험할 수 있어서일 것이다.
클라이언트에게 확실히 요구하라
"배급사는 수입에 초점을 맞추고, 홍보사는 무조건 스케일 있게 보여야 한다는 등 입장에 따라 원하는 결과물이 다 달라요. 하지만 포스터는 대중 문화의 영역이고, 대중과 만나는 부분이에요. 이를 조율하는 것이 정말 힘듭니다. 많이 싸우기도 했구요."
영화는 단순히 감독이 배우를 섭외해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여기에는 투자사를 시작으로 영화를 배급하는 배급사, 작품을 성공시켜야 하는 홍보사 등 각각의 입장이 충돌하게 된다. 디자이너는 그 사이에서 힘든 사투를 벌인다. 박시영 디자이너는 때문에 설득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항상 2~3가지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스스로가 디자이너이면서 자연인이고, 사업 주체이기도 하기에 세 가지 영역 중 득실을 따져 최적의 결과를 도출해야 된다.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지, 금전적 손실이 발생하는지, 클라이언트와의 신뢰에 영향을 주는지 등이 그렇다. 하지만 끌려가지 말고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말해 상대를 설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클라이언트가 힘든 이유는 내가 설득시킬 자신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렇습니다. 물론, 모두 설득하긴 어렵죠. 그러나 여러 득실을 따져가며 접근하면 길이 보입니다. 클라이언트는 출발점이 되는 기본적인 존재라고 생각해야 됩니다."
여담이지만 자신의 몸값을 협상할 때도 마찬가지란다. 확실히 요구하라고. 무엇보다 포스터 디자인 관련 업계는 급여가 기대 이하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분명히 이야기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의 일을 책임질 수 있는 경우가 많아서 고용주가 신뢰하게 된단다. 그렇다고 무작정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내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를 상대방에게 관철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창업에는 끊임 없는 '자기객관화'가 필요하다
디자이너로 창업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할까? 박시영 디자이너는 끊임 없는 자기객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스로가 생계를 책임져야 하기에 자신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파악해야 실패할 확률이 적다는 것.
"창업은 그냥 내가 직장 다니기 싫고, 남들처럼 살기 싫어서 하는 것이 아니에요. 내 삶을 스스로가 제어하면서 책임지며 사는 것입니다. 적어도 내가 어떤 삶을 사는지 알고 있다면 반은 성공했다고 봅니다."
그는 여러 자아를 두고 서로를 돌봐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다중인격이 아니라 일이나 생활을 할 때 가지고 있는 신념이나 성격 같은 것을 의미한다. 이런 자아들을 스스로 합리적으로 대할 수 있어야 창업이 가능한 상황이 마련되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을 했다면 자신의 욕망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곳에 충실히 집중하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