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족이 쓴다고 생각하며 만든다' 에반 스티븐스 다이슨 환경제어 부문 총괄 엔지니어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엔지니어 입장에서 솔직히 공기 문제에 대한 인지도가 높은 편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기본적인 방향입니다. 그래서 전 세계에 엔지니어를 보냈죠. 공기청정기를 개발하고 난 뒤, 시제품을 테스트할 생각으로 집에 가져갔습니다. 어느 날, 비가 내리는데 딸의 신발에 방수 스프레이를 뿌리다 공기청정기가 작동하는 것을 보고 놀랐어요. 저의 집은 런던 교외에 있는 시골이라 공기가 좋은 편이라 생각했거든요. 나는 딸을 위해 좋은 일을 한 것이라 생각했으나 사실 가족을 위협에 빠뜨릴 수 있겠다 싶었어요. 이제는 다이슨 공기청정기가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 사람으로 바뀌었습니다. (웃음) 다른 이들도 이 같은 부분을 더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공기청정기 개발을 총괄하는 엔지니어로서, 그리고 한 명의 소비자로서, 자신이라면 다이슨 공기청정기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기자의 물음에 에반 스티븐스(Evan Stevens) 다이슨 환경제어 부문 총괄 엔지니어가 한 이야기 중 하나다. 공기가 좋다 생각하더라도 보이지 않는 혹은 보이는 무언가로 인해 사람에게 피해가 갈 수 있음을 언급한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공기는 깨끗해야 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에반 스티븐스 다이슨 환경제어 부문 총괄
엔지니어.
에반 스티븐스 다이슨 환경제어 부문 총괄 엔지니어.

다이슨이 신제품 '퓨어 쿨 크립토닉'과 '퓨어 핫앤쿨 크립토닉'을 공개한 2019년 9월 19일, 에반 스티븐스 다이슨 환경제어 부문 총괄 엔지니어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20년 이상 다이슨 엔지니어링 팀에 있으면서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청소기부터 최근 출시되는 공기청정기 등 다양한 제품에 그의 손길이 닿았다는 이야기다. 흥미롭게도 디자이너 출신이기도 하다. 에반 스티븐스 총괄 엔지니어가 생각하는 공기청정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여러 시도 끝에 찾아낸 '크립토믹' 기술

다이슨의 새 공기청정기에는 크립토믹(Cryptomic)이라는 이름의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궁금해 그에게 물어봤다. 알고 보니 합성어인데, 필터에 쓰인 소재 '크립토멜레인(Cryptomelane)'에 원자라는 뜻인 '아토믹(Atomic)'을 합쳤다고 한다. 크립토멜레인으로 포름알데히드를 원자 단에서 해결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단다. 처음에는 슈퍼맨에 등장하는 크립토나이트를 떠올렸는데 못내 아쉽기도 하다.

에반 스티븐스 다이슨 환경제어 부문 총괄
엔지니어.
에반 스티븐스 다이슨 환경제어 부문 총괄 엔지니어.

이 기술은 어떻게 개발했을까? 다이슨은 촉매를 활용한 연구를 진행했었다고 한다. 실제 촉매로 티타늄과 백금 등 귀금속을 활용한다고. 하지만 다이슨은 이들 촉매에 존재하는 문제를 인식하고 새 소재를 찾는데 주력했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크립토멜레인이다.

"다이슨은 실험 외에도 실제 환경에서 촉매가 원활히 역할을 다하는 것을 중요하게 봅니다. 백금이나 티타늄은 처음 적용 시 효과는 좋지만 성능이 점차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어요. 촉매에 유해물질이 축적되면서 성능이 저하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속적인 촉매 효과를 원했어요. 그래서 해답을 광물에서 찾기로 했습니다. 그 중 구멍이 있는 구조로 이뤄진 크립토멜레인을 발견했어요."

포름알데히드 같은 유해물질은 분자 크기가 매우 작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인 미세먼지 필터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이야기. 그래서 더 미세하게 유해물질을 포집할 수 있는 소재가 필요하다. 크립토멜레인은 그것이 가능했다는 이야기. 때문에 다이슨의 새 공기청정기는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능력을 품을 수 있게 됐다.

쉽지는 않았다. 다이슨은 이 광물을 선택한 이후에도 오랜 시간 다양한 환경에서 실험을 거듭했다고 한다. 실험실 외에도 실제 거주 환경에서 화학물이 필터 기능을 저해 시키지 않는지 여부를 확인했다고. 실험을 위해 포름알데히드를 여기저기 수소문해 전부 구입할 정도였다는 것이 에반 스티븐스 총괄 엔지니어의 설명. 그것도 모자라 내부 화학 전문가를 통해 직접 포름알데히드를 만들어 공급 받기도 했단다.

"우리는 200여 가지 다양한 화학물과 반응을 실험하는 테스트를 진행했어요. 오랜 시간 성능이 유지되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어 포름알데히드 문제가 심각한 중국의 테스트 센터에서 가스 실험을 진행했어요. 지속주입법(CIM – Continuous Injection Method) 방식으로 큰 방에 포름알데히드를 지속 주입하면서 성능이 꾸준히 유지되는지 봤을 정도에요."

에반 스티븐스 다이슨 환경제어 부문 총괄
엔지니어.
에반 스티븐스 다이슨 환경제어 부문 총괄 엔지니어.

결과는 놀라웠다. 한 번은 시제품을 외부 테스트 기관에 시험 요청을 한 적이 있는데, 필터가 고장난 줄 알고 확인했던 기기가 알고 봤더니 제 기능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해당 외부 연구진도 이렇게 장기간 사용 가능한 필터는 생소하다 말했을 정도. 그만큼 새로운 필터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새로운 필터는 기존 퓨어 쿨과 퓨어 핫앤쿨과 호환이 가능하다. 하지만 단순히 필터만 바꿔서는 안 된다. 기존 다이슨 공기청정기 필터는 헤파 필터와 환성 탄소 필터로 2단계 구성이지만 신제품은 기존에 크립토믹 필터가 추가된 3단계 과정이다. 때문에 필터 세트에 대한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다이슨의 설명. 그러나 기존 제품에 신기술 적용이 가능하도록 고안한 부분은 기존 소비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기도 한다. 판매 시기와 가격 등이 아직 조율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곧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선택과 집중' 우선 현대인의 삶에 초점

다이슨은 공기질 향상에 관심이 많다. 공기청정기는 미세먼지 제거 실력을 입증해 주목 받았고, 이번에는 포름알데히드 같은 유해물질을 제거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요한 것은 유해물질은 실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도 존재한다는 점이다. 실내 외에도 우리가 이동하는데 쓰는 차량 내에도 있고, 실외에도 보이지 않지만 유해물질과 가스는 계속 퍼져 나간다.

실내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유해물질과 가스 등을 해결하기 위한 제품을 다이슨은 계획하고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한 그의 언급은 간단했다. 현대인이 보내는 하루 중 약 90%는 실내에서 보낸다고 말이다. 이것이 다이슨이 실내 공기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인 것이다.

에반 스티븐스 다이슨 환경제어 부문 총괄
엔지니어.
에반 스티븐스 다이슨 환경제어 부문 총괄 엔지니어.

"맞아요. 공기 오염 문제는 실내외 모두 존재합니다. 다만, 일반적인 현대인은 하루 90% 정도를 실내에서 생활하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은 우선 가장 심각한 실내 공기질에 집중하고 있는 겁니다. 추후 포름알데히드를 파괴하는 다양한 기술이 더 개발되면, 다양한 제품에 적용될 수 있겠죠."

실내에 집중하고 있는 다이슨이지만 다양한 제품 영역으로 확대 가능한 여지는 남겨두었다. 이는 가정용이 아니라 기업용이 될 수도 있고, 이동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혁신을 향해 달려가는 다이슨의 차기 제품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되는 부분이라 하겠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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