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 최용석 원장, "기술은 콘텐츠, 서비스가 되어야 한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오는 2019년 9월 6일, 한국방송·미디어공학회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스카이뷰 섬유센터 17층에서 '실감미디어 심층기술 워크샵'(조직위원장 이수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을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미래 실감 라이프 기술 및 콘텐츠 서비스'라는 주제로 '실감 기술과 예술의 만남', '디지털 트윈과 도시의 만남' 등을 준비했다.

실감미디어 심층기술 워크샵은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과 같은 디지털 실감 기술과 5G, 블록체인, 드론, 로봇 등 새로운 기술 및 서비스 등 기술 발전에 따른 변혁의 시대를 대비하고자 준비했다. 이를 위해 디지털 미래 사회의 인간과 예술, 기술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발전 방향과 동력을 찾고자 전문가들이 나선다.

이번 행사는 한국방송·미디어공학회 주관, (재)전라북도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이하 전북문콘진)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주최로 진행되며, 문화체육관광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 국내 기업 및 유관 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될 예정이다.

전라북도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 최용석 원장
전라북도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 최용석 원장

< 전라북도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 최용석 원장 >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서울에서 열리는 미래 기술 전문가 워크샵에 전북문콘진이 공동주최로 참여한다는 것. 전북문콘진의 최용석 원장이 개회식 사회까지 맡는다. 이에 IT동아가 최용석 원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실감미디어 현장과 함께한 20년

최용석 원장은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다. 국내 실감미디어 발전의 현장에 그는 언제나 함께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기술의 발전과 함께 3D, 4D, VR, AR, 홀로그램 등이 등장했을 때, 이를 통합해 부를 수 있는 '실감미디어'라는 용어를 정하는 자리에 삼성전자, LG전자, ETRI 등의 전문가와 함께 그가 있었다. 혹자는 그를 '실무형 정책 전문가'라고도 말한다.

최 원장은 1990년도에 대학교 전산과를 졸업한 뒤, 음악과 영상을 좋아하던 것을 계기로 멀티미디어 콘텐츠 개발자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우연한 기회에 90년도 VR 관련 연구와 2000년 가상현실 전문회사를 창업하면서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3D/4D, AR/VR, 홀로그램 등 실감미디어 콘텐츠 분야에 몸을 담고 있는 중이다.

그는 "새로운 기술은 연구하고, 공부하기 위해 해외 선진국을 참 많이 다녔고, 많은 것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잘 몰랐다(웃음). 10년 정도 지나니까 어느 정도 기술과 시장에 대해 정리할 수 있었다"라며, "돈과 열정으로 안 되는 것이 사람과 시간의 역사였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선진 국가들과 비교해 기술, 시장, 자본, 전문인력에서 열세다. 이런 환경에서 사업한다는 것은 정말 힘들다"라고 말했다.

진흥원 테스트베드에서 콘텐츠를 소개하고 있는 최용석
원장
진흥원 테스트베드에서 콘텐츠를 소개하고 있는 최용석 원장

< 진흥원 테스트베드에서 콘텐츠를 소개하고 있는 최용석 원장 >

이어서 그는 "환경, 인프라를 개선한다는 것은 개인이나 회사가 노력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가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정부주도 성장 산업 투자 및 육성 환경에서 발전한 정부 주도형 경제 국가다.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R&D와 신산업을 육성해주는 나라다"라며, "그동안 직접 체험한 경험적 노하우를 바탕으로 올바른 정부 지원을 이끌고 싶었다. 미래 실감미디어 콘텐츠 기술과 서비스 분야의 시장 경쟁력 강화를 통해 성공 스토리를 만들고 싶었다. 지금까지 이 길 하나만을 걸어온, 선택의 결과"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실제로 90년 중반에는 국내에서 VR 제작 방법이나 노하우 등을 보고 배울 곳이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해외였다. 미국 유니버셜 스튜디오, 디즈니랜드, 아이맥스 영화관, 라스베가스 호텔 공연 등을 찾아다녔다. 몰래 촬영해서 분석하고, 국내에서 똑같이 제작해보는 등의 노력을 지속했다.

아찔한 경험도 있었다. 2000년 초반 유니버셜 스튜디오 '슈렉 4D'관을 몰래 촬영하다가 흑인 아르바이트생에게 들켜 담당 매니져에게 잡히는 일을 겪었다. 당시 일을 떠올리던 그는 "슈렉 4D관 앞 벤치에 앉아 울며 다짐했다. 죽는 날까지 이 분야 포기하지 않겠다고(웃음). 지금은 우리나라에 이런 첨단 기술과 테마파크가 없지만, 언젠가 우리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쟁할 수 있는 시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전라북도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 테스트베드 전경
전라북도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 테스트베드 전경

< 전라북도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 테스트베드 전경 >

기술은 콘텐츠, 서비스가 되어야 한다

이번 워크샵의 주제는 '미래 실감 라이프 기술 및 콘텐츠 서비스'다. 그의 바람을 담은 주제다. 좀더 부연설명을 원했다.

그는 "공학 전문가들은 항상 기술을 말한다. 기술로 바라보고, 기술로 해석한다. 기술,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야 한다. 기술로만 대할 것이 아니라,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와 서비스로 '사람'에게 소개해야 한다"라며, "사람을 위한 기술, 사람을 위한 서비스가 필요하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 실생활에서 – 설령 기술을 모르더라도 –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서비스가 필요하다. 농담이지만, 개인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기술은 '고급쓰레기'라고 말한다(웃음)"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지난 20년 동안 우리나라는 게임, 영화, 드라마(한드), 음악(K팝) 등 여러 콘텐츠, 서비스 분야에서 많은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여전히 해외 선진국에 비해 시장, 자본, 기술, 전문 인력 등에서 종합적인 열세라는 자리는 변함이 없다. 디지털콘텐츠 시장과 기술에서 미국과 유럽에, 가격에서 중국에 밀린다"라며, "국가의 지원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단기간 실적 중심 개발과 지원은 국고와 행정력만 소모될 뿐이다. 글로벌 경쟁 및 생존을 위해서 10년 단위 연 100억 이상의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라고 소신을 말했다.

국내기업 모션디바이스의 VR 어트랙션
국내기업 모션디바이스의 VR 어트랙션

< 국내기업 모션디바이스의 VR 어트랙션 >

변화하는 기술과 시장 경쟁 상황에 맞춰 국내 인프라를 발전하고, 국가와 업체가 함께 협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유튜브를 예로 들어보자. 유튜브는 구글의 지원 아래 전세계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동영상을 매개체로 하나의 플랫폼을 공고히 다져 글로벌 서비스로 성장했다. 만약, 국내에서 유튜브와 경쟁할 수 있는 또 다른 동영상 플랫폼을 만든다면,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을까.

그의 말은 유튜브라는 강력한 플랫폼과 경쟁은 하되,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현실적인 답안도 들어있다. 실제로 유튜브를 활용해 국내 크리에이터들은 또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먹방이라는, 국내 크리에이터가 만들어낸 콘텐츠는 유튜브 등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전세계에 소개되고 있다.

유튜브에서 'mukbang(먹방)'으로 검색한
화면
유튜브에서 'mukbang(먹방)'으로 검색한 화면

< 유튜브에서 'mukbang(먹방)'으로 검색한 화면 >

전북문화콘텐츠진흥원이 서울 워크샵에 참여하는 이유

서울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 전북문콘진이 공동주최로 참여하는 이유도 명확했다. 기술의 발전으로 변화된 콘텐츠 서비스 시장에서 지역적 한계를 스스로 가져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서울과 지방의 차이가 컸다. 아무래도 지방은 서울과 비교해 지역적 인프라가 뒤처졌다. 전문인력이 부족했고, 사무실이 부족했으며, 함께할 수 있는 협력 파트너 등을 찾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이동통신 기술의 발전과 5G의 등장으로 이제는 정보와 인프라에서 뒤처지지 않는다. 흔히 언급되는 시공간의 제약이 이제는 무색해졌다. 서울에서 알고 있는 정보를 전북 전주가 모르는 일이 없다. 미국의 소식도 실시간으로 전세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시대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전문인력, 전문기업의 부재다. 그는 "서울에 실감미디어 콘텐츠 전문기업이 100개 있다면, 전북에는 5개 정도 있다. 월드컵에 출전할 국가대표 선수를 선발하는데, 100명 중 11명을 뽑는 것과 11명을 채울 수 없는 5명이 같은 경쟁력을 발휘할 수는 없다"라며, "서울 워크샵에 참여하는 이유다. 5명이라는 물리적 한계는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 생태계적 한계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협업이다"라고 설명했다.

실감 미디어 심층기술 워크샵
실감 미디어 심층기술 워크샵

< 실감 미디어 심층기술 워크샵 >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 인프라가 종합적 열세인 것처럼, 국내 시장에서 전북 인프라가 열세인 것이 사실이다. 이를 스마트 협업 체계를 통해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 사실, 이미 그런 시대다"라며, "전라북도를 5G 환경 기반 실감형 콘텐츠 서비스에 강한 지역으로 육성하고자 한다. 전문인력을 활성화하고, 서울과 협업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것은 생태계 협업 구조다. 서울의 디자이너, 전북의 VR 개발자, 샌프란시스코의 플랫폼 유통 전문가가 협력해 하나의 콘텐츠, 하나의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구조다. 사람이 중심이 되어, 시간과 공간이라는 제약을 기술로 연결하고, 창의적인 작업을 협업해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미래에는 사람과 사람, 업체와 업체, 국가와 국가가 경쟁하는 시대가 아니다. 사람이 디지털 기술, 디지털 서비스. 디지털 콘텐츠와 융합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시대다. 이를 아우를 수 있는 생태계형 협업 구조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전라북도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의 크로마키스튜디오
모습
전라북도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의 크로마키스튜디오 모습

< 전라북도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의 크로마키스튜디오 모습 >

최용석 원장이 말하는 '실사구시'

최 원장은 '실사구시(實事求是)'라는 말을 언급했다. 실사구시는 형식에 치우치거나 말로만 하지 말고 현장에서 함께 실행과 노력으로 성과를 창출하자는 뜻이다. 이를 위해 전북문콘진에 세부 실행 방안 3가지를 만들었다.

첫째는 국가 사업 예산을 운영하고 지원하는 기관의 기본 자세로 법과 원칙을 지키고 상식이 통하는 환경을 만들자는 '원칙과 상식'이며, 둘째는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하는 글로벌 무한 경쟁 시대에서 전북을 발전시키고 지키는 '파괴적 혁신'이다. 마지막으로 셋째는 디지털 시대의 생존 방법으로 선택과 집중이 아닌 과감하게 결정해 실행하는 '빠른 실행'이다.

전문인력, 지역 인재가 부족한 현실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그는 "전북대, 원광대 등과 MOU를 통해 현장중심형 전문인재 양성과 인재 양성 사업 수주 등을 위해 노력 중이다. 콘텐츠 창작자 육성을 위해 전라북도콘텐츠코리아랩을, 콘텐츠 제작자 양성을 위해 문화콘텐츠 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또한, 웹툰 전문인력 및 웹툰 작가 양성, 발굴을 위한 웹툰 창작 체험관도 운영한다"라고 설명했다.

2019 콘텐츠메이커톤 시상식 모습
2019 콘텐츠메이커톤 시상식 모습

< 2019 콘텐츠메이커톤 시상식 모습 >

이어서 그는 "기능성게임 콘텐츠제작분야 인재 발굴을 위한 전문 인력 양성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게임제작을 위한 기업 맞춤형 게임엔진(Unity/Unreal)과 게임프로그래밍 교육 커리큘럼을 기획·진행해 교육 수료생 중 우수 교육생에게 기업 인턴쉽까지 지원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전북문콘진은 문화체육관광부에 기획 제안해 군산에 '홀로그램 체험존 조성'과 '예술 콘텐츠 스테이션 사업'을 50% 지원받아 진행 중이다. 군산 홀로그램 체험존 조성 사업은 총 사업비 70억 원 규모로 군산 근대역사문화지구 내 위치한 옛 조선식량영단군산 출장소(등록문화재 제600호)를 활용해 근대역사 문화를 홀로그램 및 VR/AR 기술과 연계해 실감콘텐츠 체험관으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전라북도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 최용석 원장
전라북도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 최용석 원장

< 전라북도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 최용석 원장 >

또한, 군산 예술·콘텐츠스테이션 조성사업은 총 사업비 90억 원 규모로 군산 금암동 舊수협창고를 리모델링해 콘텐츠 분야 전문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창업 공간 및 창업지원, 교육 및 멘토링, 사업화 지원 등 창업연계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전라북도는, 전라북도가 가지고 있는 전통의 흥과 멋이 있다. 하나의 지역 문화가 도민들 생활 속에 배어 있다. 도민이 지니고 있는 문화를 디지털 기술과 접목했을 때, 새로운 경쟁력으로 발현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개인적으로 자신감을 느끼고 있다. 10년 전, 20년 전에는 서울에 가야 실감미디어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 앞서 언급했듯 이제는 지역적 한계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과 협력할 수 있는 문화를 전북에서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을 전했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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