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F 2019] 페인트와 조각칼 대신, VR/AR 개발에 뛰어든 예술가들이 전하는 메시지.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플라톤의 이데아론은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모든 것은 참된 것이 아니며, 진실된 세상은 순수한 이성으로만 파악할 수 있다는 철학이다. 그 작용에 대한 논의는 1982년 장 보드리야르가 체계화시킨 철학 용어 '시뮬라크르'까지 이어진다. 시뮬라크르는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처럼, 어쩌면 더 생생하게 인식되는 것들을 의미한다.

그런데, 컴퓨터 기술을 활용해 현실과 같은 생생한 시각, 청각적 경험을 선사하는 가상 현실(Virtual Reality, 이하 VR), 실제 존재하는 환경에 가상의 정보를 합성해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증강 현실(Augmented Reality, 이하 AR)이 등장함에 따라, 인문학적 관점에서 VR/AR을 어떻게 볼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

VR/AR을 도구로 사용하면, 존재하지 않는 현실과 세상을 자유롭게 창조할 수 있고, 시간적, 공간적 제약도 사라진다. 플라톤이 본다면 제법 당황스러워할 만한 대목이다. 어쨌든 이 같은 VR/AR의 속성은 기계, 의료, 건축,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 기여하고 있고, 문화적으로는 예술 분야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기조연설을 진행하는 지안프랑코 이안누치의 VR 전시회 일부 (출처=지안프랑코 이안누치
홈페이지)
기조연설을 진행하는 지안프랑코 이안누치의 VR 전시회 일부 (출처=지안프랑코 이안누치 홈페이지)
<기조연설을 진행하는 지안프랑코 이안누치의 VR 전시회 일부 (출처=지안프랑코 이안누치 홈페이지)>

일단 VR/AR 결과물은 작품이 실물로 존재해야 한다는 관념에서 벗어나 있다. 이렇게 창조된 가상 현실은 오염되지 않으며, 그 현상과 상태를 영원히 유지한다. 결정적으로, VR/AR은 예술가의 내면을 그려낼 수 있는 장치다. 표현 방법을 찾지 못해 예술가의 생각 속에서만 구현된 관념이나 작품이라면, VR/AR 기술을 활용해 현실화할 수 있다.

특정한 형태가 아닌, 작가 개인의 경험이 작품이 될 수도 있고, 작가가 그려낸 가상 세계 자체가 작품이 될 수도 있으니 응용할 수 있는 폭이 넓다. 이처럼 VR/AR이 21세기 예술가의 도구로 떠오르게 되면서, 오는 7월 18일~24일, 수원시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개최되는 2019년 글로벌개발자포럼(Global Developer Forum, 이하 GDF)도 VR/AR이 문화, 예술계에 미치는 영향과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개발자 포럼 2019을 통해 해석할 수 있는 VR/AR의 의미

경기도에서 주관하는 글로벌개발자포럼이 3회차를
맞이한다.
경기도에서 주관하는 글로벌개발자포럼이 3회차를 맞이한다.

행사 주제는 작년보다 더 명료해졌다. 2018년 주제는 '함께 하는 미래(Come Together)'로, 세계 각국의 VR, AR 산업의 선구자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가상, 증강 현실 기술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은 예측이 쉽지 않고, 활용 가능성도 아직까지는 제한적이다. 그래서 인류는 계속해서 시도를 반복하며,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그래서 올해 진행되는 GDF 2019는 '경험의 확장(Beyond Experience)'이라는 주제를 내세우고 있고, 주요 사례로 '예술과 VR/AR의 접목'을 다룬다. VR/AR 기술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같은 기계적인 분야를 넘어, 예술과 인문학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현상에 대해 고찰하는 것이다.

GDF 2018이 기술 관점의 접근법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면, GDF 2019는 문화, 예술 분야에 미친 영향을 직접 확인하고, 실증 가능한 결과도 볼 수 있는 자리다. 1년 만에 상당한 방향 전환이 이뤄진 이유는, 방문자가 전시의 요지와 주제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예술과 VR의 결합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인문학만큼 훌륭한 방법론이 있을까? 기술은 화려하고 정확한 답을 내주지만, 인문학은 기술만으로는 답을 낼 수 없는 인간적인 삶과 그에 대한 해석을 제시한다.

환상과 실재가 공존하는 가상 현실, 증강 현실과 예술이 결합하는 과정에서, 인문학은 촉매다. 직접적인 주제는 아니지만,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게다가 기술 논의만으로는 닿을 수 없었던 VR/AR의 철학적 결과물이 이번 전시회의 핵심이라는 점도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한 이유다.

예술과 VR 분야에서 활동중인 연사들이 강연을
진행한다.
예술과 VR 분야에서 활동중인 연사들이 강연을 진행한다.

GDF 2019 개최일인 7월 18일, 이탈리아의 멀티미디어 아티스트인 지안프랑코 이안누치(GianFranco Iannuzzi)가 '몰입형 아트경험 - 예술을 발견하는 새로운 방향성'이라는 주제로 기조 연설을 진행한다. 19일에는 오스트리아의 전시 개발자 크리스티나 마우러(Kristina Maurer)가 '가상 공간과 몰입형 공간에서의 예술적 실천'을 주제로 강연한다.

예술가인 이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다루는 주제는 '몰입(Immersive)'이다. 정확하게는 가상 환경에서 경험하는 콘텐츠가 마치 현실인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몰입 경험(Immersive Experience)’에 관해서다. 인간 인지 능력을 기술적으로 창조해낼 수 있다는 것이, 예술 분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기여하게 될 것인가를 전할 것이다.

VR/AR 전시는 기술보다 작품이 제안하는 사회적 감각을 경험하는 ‘생생한 꿈(Vivid Dream)’, 작가의 상상력과 기술력이 결합된 ‘기술 생태계(Tech Ecosystem)’, 기술적인 휴식이라는 '비현실적인 현실'을 제공하는 ‘피크닉(Picnic)' 등을 주제로 한국, 미국, 스위스에서 활동 중인 VR/AR 작가의 작품이 무료로 전시된다.

VR/AR 산업을 이해하려면, 기술적 이해와 함께 인문학적 접근도 필요해

작년의 방향성이 기술, 개발자가 바라보는 VR/AR 시장의 성장 방향이었다면, 올해는 문화계 인사, 예술가가 말하는 VR/AR 기술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21세기 이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VR/AR과 예술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영역, 그리고 그것을 개척해나가는 여러 작가의 도전과 탐구 정신을 직접 들어볼 수 있다.

아직까지 VR/AR이 초기 단계인 만큼, 기술적 이해만으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기술적 이해만 가지고서, VR/AR이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한 통찰력을 얻기는 어렵다. 왜 사람들이 VR/AR에 열광하는지, 어떤 분야에서 대안이 되고 혁신을 이룰 수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경험하는 것은 물론, 철학적인 고찰도 필요하다.

GDF 2019가 문화 예술을 중심으로 스토리텔링한 이유도, 다각적인 시야로 VR/AR을 바라보는 게 중요한 화두이기 때문이다. 가상 현실과 예술은 어떻게 융합에 성공했고, VR/AR이 미래에 미칠 가능성까지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GDF 2019에 준비된 프로그램과 전시를 통해 VR/AR의 미래적 가치를 직접 확인해보길 바란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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