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 된 'WWW', 웹은 아직도 열린 공간일까?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우리의 일상은 온종일 인터넷 공간을 표류한다. 아침에 일어나 인스타그램에서 새로운 소식을 확인하고, 출근하는 동안 카카오톡에서 뉴스 기사를 읽는다. 외근이나 출장을 나오면 하이웍스 같은 업무용 앱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여가시간은 유튜브, 넷플릭스와 함께 한다.

늘 인터넷 공간에 있지만, 우리가 머무는 곳은 더 이상 웹이 아니다.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 WWW)'은 전세계에 걸친 정보 공간으로 탄생했다. 웹은 검색엔진과 하이퍼텍스트를 통해 인터넷 상의 모든 사용자가 지식과 경험을 스스로 쌓을 수 있게 해줬다. 누구든지 검색엔진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검색하거나, 하이퍼텍스트로 다양한 정보 페이지로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탄생 30주년을 맞은 지금, WWW는 새로운 인터넷 환경 속에서 위기와 마주하고 있다. '와이어드(WIRED)' 편집장이자 '테드(TED)' 기획자인 크리스 앤더슨과 저널리스트 마이클 울프는 2010년, "웹은 죽었다. 인터넷 만세(The Web is Dead. Long Live the Internet)"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웹이 스무 살을 맞기도 전에 죽음을 선언한 것이다. 앤더슨과 울프는 그 원인으로 '플랫폼'을 지목했다.

WWW은 닫힌 공간이 되고 있다
WWW은 닫힌 공간이 되고 있다

그로부터 10여 년간 기술산업이 콘텐츠(C)-플랫폼(P)-네트워크(N)-디바이스(D)의 연결을 지향해온 결과, 디지털 생태계는 예고했던 대로 플랫폼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해외로는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국내는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거대 플랫폼이 그것이다.

이들 플랫폼은 기존의 미디어를 수직적으로 통합하며, 내부에 속해 있는 미디어와 콘텐츠에 독점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가령 카카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부터 게임, 뉴스, 결제, 쇼핑, 음악까지 각기 다른 영역의 모든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제공한다.

열린 웹 VS. 닫힌 플랫폼

플랫폼은 웹과 지향점이 다르다. 웹의 아버지, 팀 버너스 리는 2004년 인터뷰에서 "웹의 정신은 공개와 공유이며, 국경을 초월한 아이디어의 융합과 협력을 도모하려면 각자 별도의 플랫폼을 만드는 경쟁을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플랫폼은 웹을 개방적인 공간이 아닌, 닫힌 공간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넘나듦을 추구하는 웹과 달리, 플랫폼의 관심사는 사용자를 플랫폼 안에 계속 붙잡아두는 것이다. 플랫폼은 외부 링크를 허용하지 않거나, 플랫폼 안에서 링크가 열리는 방식으로 사용자의 이탈을 막고, '인기 콘텐츠'와 '맞춤 콘텐츠' 등을 곳곳에 노출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필요를 느끼게 한다. 또한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온갖 미디어와 서비스를 제공하여, 사용자는 웹을 돌아다닐 필요성을 잃고 플랫폼에 계속 체류하게 된다.

이 상황은 몇 가지 우려를 낳는다.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관심사나 취향에 맞는 정보를 위주로 제공하므로, 그와 맞지 않는 정보는 사용자로부터 자주 배제된다. 때문에 사용자는 정보에 편향되기 쉽고, 이 경향이 인터넷 사용자 전체에 나타나 '인터넷 극단주의'를 발생시킨다는 우려다.

또 다른 우려는 플랫폼의 정보 독점 문제다. 인터넷 사용자 수는 40억 명에 달하지만, 이들이 고정적으로 사용하는 플랫폼의 수는 한정되어 있다. 가령 페이스북은 전 세계 22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유튜브는 13억, 인스타그램은 10억 명의 사용자가 사용하고 있다.

이런 구조는 소수의 플랫폼이 사용자 정보를 독점하여 지속적으로 수익을 올리거나 영향력을 행사하기 쉽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이 정보를 남용하여 정치적 목적 등에 이용할 수 있다. 페이스북 최근 실제로 2016년 대선 과정에 사용자 개인정보를 활용한 사실이 밝혀져 벌금을 낸 적 있다.

오염된 WWW

팀 버너스 리는 지금 상황에 대해 "WWW가 오염되었다"고 표현했다. 웹은 처음에 과학자들이 방대한 자료를 효율적으로 공유하기 위한 의도로 설계됐으나, 버너스 리는 특허신청 없이 웹 기술을 개방하며 웹이 민주주의와 휴머니즘을 위한 도구가 되기를 기대했다.

웹은 사용자 누구나 구축에 참여하고, 유용한 정보를 쌓고, 그 정보가 모두에게 공개되어 다시 사용자가 모여드는 선순환 구조로 디자인됐다. 그 결과 디지털 기록을 통해 인류의 기억은 무한히 확장됐으며, 우리는 그 기억에 언제 어디서나 빠르게 다가갈 수 있게 됐다. 또한 웹상에서 누구나 정보를 접하고,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어 민주주의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웹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금 인터넷 공간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은 인권을 침해하고 빈부 격차를 확대하며, 혐오와 극단으로 서로를 첨예하게 대립시킨다. 중요한 정보를 소수가 독점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올릴 뿐만 아니라 남용하며, 트래픽을 위해 집단 간의 갈등을 키운다. 웹의 아버지가 기대했던 민주주의와 휴머니즘을 위한 도구가 어떻게 변모했는지 한 번 뒤를 돌아볼 순간이다.

글 / 가비아 콘텐츠팀 황윤주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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