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이제 화면만 남긴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베젤리스(bezel-less), 또는 제로베젤(zero bezel). 베젤을 줄인 화면 또는 베젤이 없는 화면을 뜻한다. 쉽게 옮기자면, 꽉 찬 화면 정도 되겠다. TV, 모니터, 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 등 디스플레이(화면)를 사용하는 제품 소개문에 꼭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베젤리스다. 마치 더 넓은 화면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 제조사의 심정을 알아 달라는 것처럼.

맞다. 틀린 말은 아니다. 이 자리에서 베젤 1mm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 제조사의 노고를 언급할 바는 아니지만, 충분히 자랑할만한(?) 기술임에 틀림없다. 특히, 사용자가 늘 휴대하는 스마트폰은 베젤이 얇을수록 더 큰 화면을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같은 제품 크기에 더 넓은 화면이 주는 만족감은 현재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래서 스마트폰 제조사의 고민이 깊다. 사용자는 보다 큰 화면을 바라지만(4인치 화면크기면 충분하다던 애플도 6인치 이상의 아이폰을 선보였다), 그렇다고 손바닥보다 큰 제품을 선보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이에 스마트폰 전면부에 위치한 물리적인 버튼(아이폰의 홈 버튼, 안드로이드의 하단 버튼 3개 등)을 줄이고, 뺄 수 있는 포트 등을 최대한 줄이면서 화면 크기를 넓히는 방법을 찾았다.

보다 큰 화면을 추구하는 스마트폰 디자인

이제 베젤리스는 당연한 기능이다. 그래서 고민한 것이 디자인이다. 지문 스캐너, 카메라, 안테나, 마이크 등을 기능에 따라 빼거나 위치를 바꿔 화면 크기를 넓혔다. 애플이 아이폰X에 화면 크기를 넓히기 위해 홈 버튼을 포기하고, 전면 카메라와 수화부만 화면 중앙에 배치한 '노치 디자인'을 적용한 이유다.

애플 아이폰X의 노치 디자인
애플 아이폰X의 노치 디자인

< 애플 아이폰X의 노치 디자인 >

애플이 노치 디자인의 아이폰X를 공개했을 당시 초기에는 'M자 탈모'와 같다는 놀림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8을 출시하며 TV 광고로, 샤오미는 미믹스2를 공개하며 발표현장에서 노치 디자인을 조롱한 바 있다. 하지만, 사실 제조사 입장에서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아이폰X 공개 이후, 샤오미를 비롯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는 대부분 노치 디자인을 채용했다.

그리고 작년 11월, 삼성전자는 삼성개발자컨퍼런스에서 새로운 디스 플레이를 공개했다. 노치 디자인을 일부 변형한 '인피니티-U(Infinity U)', '인피니티-V'와 전면부에 카메라 홀만 남긴 '인피니티-O', 그리고 스마트폰 전면을 모두 화면으로 채운 '뉴인피니티 디스플레이'다.

삼성전자가 발표한 인피니티 디스플레이 디자인들, 출처: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발표한 인피니티 디스플레이 디자인들, 출처: 삼성전자

< 삼성전자가 발표한 인피니티 디스플레이 디자인, 출처: 삼성전자 >

그리고 지난 1월 25일,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 최초로 '인피니티-O(Infinity-O)'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갤럭시 A9 Pro(Galaxy A9 Pro)' 출시를 알렸다. 인피니티-O 디스플레이는 전면 카메라 홀을 제외한 스마트폰 전면을 모두 화면으로 채운 디자인이다. 화웨이와 오포도 인피니티-O 디스플레이와 같은 디자인(펀치홀 디자인)을 발표한 바 있으며,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유사한 디자인의 스마트폰을 선보일 예정이다.

인피니티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스마트폰 화면 예상 모습, 출처:
삼성전자
인피니티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스마트폰 화면 예상 모습, 출처: 삼성전자

< 인피니티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스마트폰 화면 예상 모습, 출처: 삼성전자 >

뉴인피니티 디스플레이는 카메라조차 전면에서 없앤 디자인으로, 삼성전자는 뉴인피니티 디스플레이로 예상되는 관련 특허를 국제 출원했다. 해당 특허명세서에 따르면, 디스플레이는 3개 층으로 구성되며, 가장 아래층은 부품을 고정하고 프레임 역할을 하는 브래킷(bracket)이다. 브래킷에 투명 안테나와 전면 카메라, 인이어(in-ear) 스피커 등과 같은 센서를 내장한다. 그 위에 카메라, 센서 등의 위치에 구멍을 뚫은 디스플레이가 위치하며, 맨 위에 덮는 유리층으로 카메라와 인이어 스피커 구멍을 가리는 방식이다.

카메라를 별도로 빼내는 스마트폰도 있다. 오포가 발표한 '파인드X'와 샤오미가 발표한 '미믹스3', 비보가 발표한 'NEX'다. 세 제품은 카메라를 팝업 형태로 카메라가 필요할 때마다 직접 꺼내 사용하는 방식이다.

오포 파인드X, 출처: 오포
오포 파인드X, 출처: 오포

< 오포 파인드X, 출처: 오포 >

물리적인 한계에 가까운 제품 크기로 인해 화면 크기를 확보하기 위한 스마트폰 제조사의 노력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베젤리스, 노치, 인피니티, 펀치홀, 카메라 팝업 등 현재까지 발표된 디자인도 끊임없이 변화한다. 디스플레이, 화면은 스마트폰을 선택 이유 중 하나다. 글쎄. 어쩌면 우리는 몇 년 후, 커다란 화면 하나만 남은 스마트폰을 마주할지 모를 일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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