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변화구 같은 입문형 SSD, 크루셜 BX500 480GB

강형석 redbk@itdonga.com

크루셜 BX500 480GB.
크루셜 BX500 480GB.

[IT동아 강형석 기자] PC를 선택할 때의 기준은 당연히 성능이지만 여러 이유(예산)로 인해 타협을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체감 성능에 영향을 주는 저장장치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은 성능 뛰어난 SSD를 주 저장장치로 활용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는데, 조금만 성능과 용량을 높이면 가격이 화끈하게 뛰어 선택을 주저하게 만든다.

최근 애플리케이션 활용 빈도만 보더라도 저장장치, 그 중 SSD 용량은 적어도 240~256GB에서 많게는 480~512GB 정도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단순한 문서 환경이라면 용량이 적어도 큰 문제가 없지만 그 외 환경이라면 용량에 민감하다. 당장 게임만 하더라도 한 타이틀에 적게는 10~20GB, 많게는 50GB 이상 차지하기도 한다. 운영체제 설치하고 인기 게임 몇 개 설치하면 공간이 부족할 정도다.

적절한 성능과 여유로운 용량을 동시에 갖추면서도 가격까지 매력적인 SSD가 있을까? 정답은 있다. 크루셜 BX500 480GB가 그 주인공. 온라인 최저가 기준 약 8만 8,000원대에 구매 가능한 이 제품은 비교적 여유로운 공간에 가격대를 갖춘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3D 낸드 채용으로 대응 성능 높여

마이크론은 소비자용 SSD 브랜드로 크루셜(Crucial)을 운영하고 있는데,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용량, 성능 등을 갖춘 MX 시리즈와 SSD 특유의 기본기에 초점을 맞춘 BX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얼핏 사양을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MX는 테라바이트(TB)를 넘나드는 대용량 제품군들이 포진해 있는 반면, BX는 120/240/480GB 라인업이 전부다. 이는 '입문형 SSD' 성격을 부여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소개할 SSD는 BX500으로 MX에 이어 3D 낸드(NAND) 기술을 이어 받았다. 물론 기존에 출시됐던 BX300도 3D MLC 낸드 플래시를 채용한 바 있지만 이번에는 TLC라는 점이 다르다. TLC는 공간(셀)에 3비트 데이터를 담는 구조를 말한다. 2의 3제곱이므로 총 8개 데이터가 한 저장공간에 담기는 셈.

비용을 줄이기 위해 외형은 플라스틱 재질을
썼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외형은 플라스틱 재질을 썼다.

연결은 SATA 인터페이스로 이뤄진다. 일반 PC에 적용되는 것으로 쉽게 연결해 쓸 수 있다. 노트북에서도 해당 연결 방식을 지원하는 형태라면 문제 없이 사용 가능하다. 대신 두께가 매우 얇은 초슬림 노트북 일부는 장착되지 않을 수 있으니 확인하자. SSD 두께는 7mm 가량인데, 기판이나 뼈대(섀시) 등을 고려하면 12~15mm 정도 두께를 가진 노트북은 사용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동일한 규격(SATA)을 쓰는 콘솔 게임기에도 사용 가능하다. 플레이스테이션 4나 엑스박스 원 같은 게임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대 용량이 480GB이기에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겠다. 게임을 다수 즐기는 게이머 입장에서는 1TB 이상 용량을 갖춘 MX500 계열이 더 나을 수 있다.

BX500 480GB의 기판 구성. 생각 이상으로 단순하게
설계됐다.
BX500 480GB의 기판 구성. 생각 이상으로 단순하게 설계됐다.

이제 속을 확인해 볼 차례. 확인해 보니 엄청나게 작은 기판 안에 컨트롤러와 낸드 플래시 등이 자리하고 있다. 모듈은 양면으로 총 4개, 컨트롤러는 전면에 1개 탑재된 구성이다. 흥미롭게도 일반적인 SSD에 쓰이는 DDR3 메모리(캐시)가 보이지 않는데, 데이터가 사전에 잠시 거쳐가는 예비 공간을 두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이것이 실제 성능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입문형이고 비용을 낮추기 위한 의도라면 조금은 수긍되는 부분이다.

낸드 플래시 모듈(NW913)의 용량은 개당 1,024Gb로 환산하면 128GB의 용량을 갖춘 것이다. 2GB 용량의 셀을 64겹 겹친 TLC 메모리이기에 나온 결과라고 보면 되겠다. 잠깐, 이렇게 되면 총 용량은 512GB가 되는데 제품 용량은 480GB다. 왜일까? 아무래도 컨트롤러가 32GB 용량에 대해 예비로 두면서 SSD의 수명을 늘리는데(오버프로비저닝) 쓰는 듯하다.

실리콘모션의 SM2258XT SSD
컨트롤러.
실리콘모션의 SM2258XT SSD 컨트롤러.

컨트롤러는 실리콘모션의 SM2258XT가 쓰였다. SATA 6Gbps 기반 SSD 컨트롤러로 TLC 낸드 플래시를 지원한다. 오류 수정 코드(ECC – Error Correcting Code) 적용되어 있으며 TLC 낸드 플래시의 성능 확보를 위해 SLC 캐싱 알고리즘도 적용되어 있다. 쓸모 없는 데이터들을 정리해 성능을 유지해주는 기능(Garbage Collection)도 BX500의 주요 기능 중 하나.

이를 통해 완성된 BX500 480GB는 순차 읽기/쓰기 기준 초당 540MB와 500MB를 구현했다. 총 쓰기 가능 용량(TBW – Total Byte Written)은 120TB에 달한다. 무작위 읽기/쓰기 성능은 구체적으로 공개된 부분이 없어 확인이 어렵지만 입문형 SSD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난한 수준일 것이라 추측된다.

'입문형 맞아?' 상상 이상으로 탄탄한 성능

크루셜 BX500 480GB의 성능을 확인해 볼 차례. 시스템은 8세대 코어 i7 8700K 및 에이수스 스트릭스 Z370 메인보드, 16GB DDR4(2,666MHz) 메모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저장장치 성능 및 읽기/쓰기 속도를 그래프로 그려주는 에이치디튠(HDTune)을 실행했다.

BX500 480GB의 에이치디튠 쓰기 성능 측정
결과.
BX500 480GB의 에이치디튠 쓰기 성능 측정 결과.

주황색 그래프는 쓰기 속도를 측정한 것이다. 자세히 보면 초당 300MB 전후를 오르내리던 그래프는 216GB를 기점으로 약 초당 75MB 수준까지 내려갔다가 이후에는 초당 100MB 전후를 오르내리며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데이터 입출력이 잦은 환경이라면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성능이 초반 일부 유지되는 것은 제품에 적용된 SLC 캐싱 기능 때문으로 풀이된다.

TLC 메모리는 하나의 셀에 저장 가능한 데이터가 총 8개(2X2X2)다. SLC 메모리가 2개의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 것과 달리 더 많은 정보를 담아내지만 그만큼 처리에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이를 SLC처럼 일정 구역을 한데 묶어서 활용하면 자연스레 성능을 높일 수 있다.

BX500 480GB의 에이치디튠 읽기 성능 측정
결과.
BX500 480GB의 에이치디튠 읽기 성능 측정 결과.

읽기 속도를 측정했을 때의 결과를 확인해 봤다. 그래프 상으로 보면 읽기 성능 자체는 안정적이다. 전송 속도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어서다. 속도는 초당 약 370MB 부근. 데이터를 담아두고 이를 불러오는 환경이라면 높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듯 하다. 특히 한 번 저장하면 오랜 시간 쓰게 되는 게이밍 환경에 유리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BX500 480GB의 크리스탈 디스크 마크 측정
결과.
BX500 480GB의 크리스탈 디스크 마크 측정 결과.

마지막으로 순차 읽기/쓰기 속도와 무작위 읽기/쓰기 속도를 측정하는 애플리케이션, 크리스탈 디스크 마크(Crystal Disk Mark)를 활용해 성능을 알아봤다. 우선 순차(Sequence) 읽기/쓰기 속도를 알아보자. 읽기 속도는 초당 560.9MB로 나타났고 쓰기는 초당 517.6MB로 측정됐다. 모두 500MB 이상의 성능으로 제조사 제원인 읽기/쓰기 초당 540MB/500MB를 상회한다.

무작위 쓰기 속도는 4K Q32 항목 기준으로 읽기가 298.7MB, 쓰기 264.5MB 가량을 기록했다. 이를 초당입출력(IOPS)로 전환하면 읽기는 약 7만 6,500 IOPS, 쓰기는 6만 7,700 IOPS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속도 자체로는 입문형 SSD로 충분해 보인다.

무난한 성능이지만 가격이 살렸다

크루셜 BX500 480GB. 성능은 뒤로 하더라도 용량과 가격을 보면 인상적이다. 단순히 용량만 놓고 본다면 비슷한 제품들 가격이 적어도 10만 원대 이상 상회하기 때문이다. 성능에 초점을 맞춘다면 적어도 30만 원 가까이 비용을 써야 된다. BX500은 성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지만 가격이 이를 상쇄하고 있다. 뻔한 것 같으면서도 훅 들어오는 변화구 같은 SSD라는 느낌을 받는다.

구조적인 한계는 존재하기 때문에 데이터 입출력이 잦은 환경이라면 가급적 다른 SSD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반대로 데이터를 저장해 둔 상태에서 읽기가 자주 이뤄지는(데이터 입출력이 적은) 환경에서는 비교적 만족감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구매 전 PC 환경이 어떤지 조금이나마 고민해 보자.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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