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성능과 내구성'의 조화, 발리스틱스 스포트 AT DDR4-3,000

강형석 redbk@itdonga.com

발리스틱스 스포트 AT DDR4-3,200
메모리.
발리스틱스 스포트 AT DDR4-3,200 메모리.

[IT동아 강형석 기자] PC 부품 중 고장에 대한 우려가 적은 것을 꼽자면 반도체 계열, 그 중에서 PC 메모리가 아닐까 생각된다. 프로세서나 메모리 등 주요 부품은 초기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면 한 번 작동한 상태에서 업그레이드나 신규 수요로 인해 바꾸기 전까지 쓸 수 있다. 사용 도중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외부 요인(접촉 단자 단락 혹은 과전압/과전류에 의한 손상)에 기인할 정도.

이렇게 메모리 자체가 내구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보다 더 나은 내구성을 요구하는 시장이 있다. 바로 오버클럭(Overclock). 속도를 높여 성능을 높이는 과정을 말하는데 이것이 그냥 높아지는게 아니라 반도체에 전압을 더 인가함으로써 잠재력을 끌어내야 가능한 것이다. 그만큼 사용자가 위험부담을 안아야 하지만 성능 향상이 이뤄졌을 때의 쾌감 때문에 많은 이들이 도전하고 있다.

흔히 고성능 메모리라고 하면 이 부분에서 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마이크론의 발리스틱스 스포트(Ballistix Sport) AT DDR4 메모리는 당당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에이수스 터프 게이밍과 호흡 맞추는 메모리

발리스틱스 스포트 AT는 성능과 내구성, 호환성 등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에이수스가 제안한 터프 연합(TUF Alliance)에 가입해 협업하기도 했다. 흥미롭게도 마이크론은 제품 개발에 있어 꽤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타 브랜드에 비해 고성능 라인업의 투입 시기가 늦다. 이번에 선보인 발리스틱스 스포트 AT도 초당 3,000MT(PC4-24000) 규격으로 이미 타 메모리 제조사에서 앞다퉈 선보여 왔던 것이다. 이런 마이크론이 타 브랜드와 손잡고 제품을 선보인 것 자체가 놀랍다.

메모리는 에이수스와 마이크론이 협력한
결과물이다.
메모리는 에이수스와 마이크론이 협력한 결과물이다.

터프 연합은 에이수스의 메인보드 라인업인 터프(TUF) 시리즈를 더욱 확장한 형태다. 처음에는 내구성과 안정성을 높여 제품을 개발해 왔지만 터프 게이밍은 게이머의 요구에 맞는 성능과 안정성, 호환성을 만족하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 그 이후 에이수스는 여러 개발사들과 협력해 자사 플랫폼에서 최적의 성능을 내기 위해 터프 연합을 제안한 것이다.

이 연합에는 쿨러마스터(Cooler Master), 딥쿨(Deepcool), 안텍(Antec), 커세어(Corsair), 실버스톤(Silverstone), 인윈(IN WIN) 등 냉각 및 PC 주요 부품 제조사들이 참여해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마이크론 역시 커세어와 마찬가지로 메모리 분야 협력 브랜드로 활약 중이다.

발리스틱스 스포트 AT DDR4-3,200
메모리.
발리스틱스 스포트 AT DDR4-3,200 메모리.

발리스틱스 스포트 AT도 때문에 타 메인보드와의 호환성이 뛰어나지만 기본적으로는 에이수스 터프 게이밍 및 터프 라인업에 잘 어울린다. 모듈을 감싸는 방열판만 보더라도 짙은 회색을 바탕으로 노란색 라인을 삽입해 에이수스 터프 게이밍 메인보드와 잘 어울리도록 만들었다.

방열판은 안정적인 성능을 구현하는데 도움을 준다. 모듈이 내는 발열을 1차적으로 받아들여 제품이 조금 더 안정적인 성능을 내는데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마이크론은 이 방열판을 에이수스와 함께 설계함으로써 완성도를 더 높였다. 겉으로 보면 일반 방열판이지만 랩 히트 스프레더(Wrap Heat Spreader) 설계를 적용했다는 것.

방열판에는 랩 히트 스프레더(Wrap Heat Spreader) 기술을 적용해 장착 과정에서 방열판과 모듈이 분리되는 것을
막는다.
방열판에는 랩 히트 스프레더(Wrap Heat Spreader) 기술을 적용해 장착 과정에서 방열판과 모듈이 분리되는 것을 막는다.

이 기술은 장착 단계에서 방열판이 빠지는 것을 막고, 모듈과 방열판이 더 견고하게 붙어 효율적인 열전도율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기존 마이크론 메모리와 달리 새로 적용된 기술이다.

리뷰에 쓰인 메모리는 32GB 키트로 8GB 용량의 모듈 4개가 한 패키지에 담겨 있다. 속도는 초당 3,000메가전송(MT – Megatransfers)에 달한다. 추가로 1MT/s는 초당 100만 개의 전송수를 의미하므로 해당 수치는 무려 30억 전송수를 제공한다는 의미다. 조금 복잡해졌는데, 정리하면 1MT는 8바이트 전송을 말하고 이는 초당 약 24기가바이트(GB)라는 계산이 나온다. 1초에 약 24GB를 전송할 수 있으니 얼마나 빠른지 가늠할 수 있다.

기본 장착 상태에서는 프로세서가 지원하는 속도(DDR4-2,400)에
대응한다.
기본 장착 상태에서는 프로세서가 지원하는 속도(DDR4-2,400)에 대응한다.

PC 시스템에 메모리를 장착하면 우선은 프로세서가 쓰는 기본 속도에 맞춰 동기화가 이뤄진다. 만약 현재 시중에 판매 중인 8세대 코어 프로세서(DDR4-2400)를 장착했다면 이 메모리의 성능을 최대한 사용하고도 남지만 이전 세대라면 DDR4-2133 또는 DDR4-2400 등으로 조정된다.

이를 위해 일부 메인보드에서는 메모리에 저장된 값을 가져와 프로세서와 동기화하는 XMP 기능을 제공한다. 이를 활용하면 발리스틱스 스포트 AT가 갖고 있는 설정 값을 모두 불러온다. 필요에 따라서는 해당 값을 기반으로 잠재력을 끌어내는 오버클럭(Overclock)을 시도해 볼 수도 있다.

PC4-24000(DDR4-3,000)으로 속도가 향상된 것도
특징.
PC4-24000(DDR4-3,000)으로 속도가 향상된 것도 특징.

속도만큼 메모리에서 중요한 점이 있으니 지연시간(Latency)이다. 메모리 지연시간은 17-19-19-38이다. 수치 자체는 이보다 낮은 작동속도를 갖는 메모리와 비교해 조금 늘어났다. 대신 속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늘어난 지연시간을 어느 정도 상쇄하는 효과를 얻는다.

앞서 언급한 메모리 지연시간 표기 수치는 각각 CL-tRCD-tRP-tRAS를 의미한다. CL는 프로세서 내 메모리 컨트롤러와 메모리간 응답 시간을 말하고 tRCD는 메모리 주소 내에 지정되어 있는 값, 편의상 데이터(Column)를 찾는 시간을 의미한다. tRP는 메모리 내의 열(row) 주소를 찾는 시간을 뜻하며, tRAS는 메모리 컨트롤러가 메모리에 있는 열에 접근하기 위해 명령어를 발행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단위는 10억분의 1초인 나노초(ns)를 쓴다.

조금 복잡할 수 있겠지만 예를 들면 프로세서가 메모리에 접근하기 위해 메모리 컨트롤러가 있어야 된다. 이 장치가 메모리를 읽고 쓰기 위해서는 마치 아파트 단지의 동호수 분류처럼 모듈 접근을 위한 있을 열(Row)과 데이터(Column) 주소가 필요하다. 일단 메모리에 접근을 빨리 하려면 tRAS가 빨라야 한다. 이어 열을 빨리 찾기 위해 tRP 시간이, 다음으로 tRCD 시간이 줄어야 데이터를 빨리 찾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CL 수치가 짧으면 메모리를 빠르게 읽고 쓰게 된다.

안정적인 성능 기대할 수 있는 최적의 메모리

발리스틱스 스포트 AT는 메모리라는 특성상 성능을 뚜렷하게 보여주기가 어려운 항목이다. 그렇다고 벤치마크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해 메모리 전송속도가 얼마나 상승했는지 언급하는 것은 실제 성능과 큰 차이가 없다. 사용자가 PC를 사용할 때의 체감속도에 영향을 주는 것은 저장장치 입출력 속도이기 때문. 하지만 메모리의 극적인 부분을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오버클럭이 아닐까 생각된다.

오버클럭 성능은 안정적인 편이다. 코어 i7 8086K 프로세서를 기본 4GHz에서 5GHz로 작동하는데 성공했다. 터보부스트까지
활용하면 더 높은 속도로 작동하게
된다.
오버클럭 성능은 안정적인 편이다. 코어 i7 8086K 프로세서를 기본 4GHz에서 5GHz로 작동하는데 성공했다. 터보부스트까지 활용하면 더 높은 속도로 작동하게 된다.

오버클럭을 시도해 본 결과, 발리스틱스 스포트 AT는 인상적인 결과를 보여줬다. 물론 프로세서의 수율(뽑기)에 따른 영향도 있지만 자체 보유 중인 코어 i7 8086K 프로세서로 오버클럭을 시도하니 기본 속도 5GHz에 쉽게 도달 가능했다. 해당 프로세서의 기본 속도가 4GHz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성능 향상을 경험할 수 있는 수치라 하겠다.

단, 오버클럭 과정에서 생길 피해는 소비자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므로 신중히 접근하는 것을 권장한다. 안정적인 환경을 위해 고성능 냉각 장치와 손상 요인을 최소화해 오버클럭에 도전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메인보드 자체에서 제공하는 자동 오버클럭 기능도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메모리 내에 있는 정보(XMP)를 불러오면 최대 속도인 DDR4-3,000을 활용할 수
있다.
메모리 내에 있는 정보(XMP)를 불러오면 최대 속도인 DDR4-3,000을 활용할 수 있다.

메모리와 프로세서 속도를 동기화하는 익스트림 메모리 프로파일(XMP)는 꽤 요긴하게 쓰인다. 실제로 에이수스 ROG 스트릭스 Z370-G 게이밍 메인보드 내 설정 화면에서 XMP를 적용하면 기본 2,400MHz였던 메모리가 3,000MHz로 동기화된다. 이 상태로 사용해도 되고 고급 설정을 활용해 오버클럭을 시도할 수도 있다.

비록 늦었지만 PC4-24000(DDR4-3,200) 대역을 달성했다는 점. 여느 발리스틱스 메모리와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오버클럭 성능을 제공하는 부분은 이 메모리의 강점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듯 하다. 속도도 중요하지만 호환성과 신뢰성을 중시 여기는 PC 사용자라면 매력을 느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는 아직 시판 전이기에 가격을 확인할 수 없지만 구매대행 업체가 제안하는 가격은 16GB(8GB x 2) 기준으로 25~26만 원 가량이다.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