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 운영체계, 왜 자꾸 버전을 말하는가?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서 발표한 2010년 2분기 전 세계 OS별 스마트폰 판매 대수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폰의 점유율이 드디어 아이폰을 앞질렀다고 한다(안드로이드폰 - 106,061,000대 / 17.2%, 아이폰 - 87,430,000대 / 14.2%). 물론 전체 시장에서의 누적 판매량은 아직 아이폰이 앞서고 있지만, 점유율 1.8%에 불과했던 안드로이드폰이 정확히 1년 만에 아이폰을 제쳤다는 것은 높이 살만하다.

안드로이드 폰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한번쯤은 안드로이드 운영체계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는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쳐 업데이트가 이루어져왔다. 2009년 4월 30일 1.5버전(코드명: 컵케이크)이 업데이트된 것을 시작으로, 같은 해 9월 15일 1.6버전(코드명: 도넛)이 업데이트되었다. 2009년 10월 26일 2.0버전이 업데이트되었고, 2010년 1월 12일 2.1 버전이 업데이트되었다(코드명: 이클레어). 가장 최근인 2010년 5월 20일 업데이트된 2.2버전(코드명: 프로요)까지 약 1년 사이에 4번의 업데이트가 이루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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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 1.5버전을 상징하는 코드명 ‘컵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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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 1.6버전을 상징하는 코드명 ‘도넛’

물론, 버전이 업데이트될 때마다 성능이 업그레이드된다는 것은 분명히 좋은 현상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너무 잦은 버전 업데이트는 제조사의 입장에서도, 애플리케이션 개발자의 입장에서도, 그리고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다.

운영체계 업데이트가 부담스러운 제조사들

운영체계의 버전이 업데이트되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사용자들이 이를 바라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기존 안드로이드 운영체계에서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를 지원한다는 소식은 생각보다 너무 더디게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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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요, 대체 언제쯤이면 마음대로 떠먹을 수 있는지

그 이유는 제조사가 스마트폰을 생산할 때, 기종에 맞게 안드로이드 운영체계의 일정 부분을 수정하기 때문이다. 같은 2.1버전의 안드로이드폰이라고 하더라도 삼성전자에서 만든 제품과 LG전자에서 만든 제품, 그리고 HTC에서 만든 제품은 내부적으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HTC에서 자사 제품의 특징으로 내세우는 센스 UI에 최적화된 안드로이드 운영체계가 삼성전자의 햅틱 UI에 최적화된 안드로이드 운영체계와 완전히 같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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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체계는 달라도 자사의 센스UI는 유지하고 있는 HTC

아무리 구글에서 새로운 버전의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발표한다고 하더라도 기종 불문하고 그걸 바로 적용할 수는 없는 노릇. 제조사에서 새 버전을 다시 자사 제품에 맞게 손을 봐야지만 적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제조사 입장에서는 기존에 출시한 제품의 운영체계를 반드시 업그레이드해줄 의무는 없는데다가, 괜히 업그레이드했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더 골치 아프기 때문에 버전 업데이트를 꺼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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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안드로이드폰의 대표주자 갤럭시S. 프로요 업데이트는 언제?

각 버전에 맞춰야 하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또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다양한 버전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왜냐하면 운영체계가 업데이트되면 기존의 하위 버전에서 실행되던 애플리케이션이 상위 버전의 운영체계에서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상위 버전에 최적화된 애플리케이션은 하위 버전의 운영체계에서 실행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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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전별 안드로이드 운영체계의 점유율 (출처: 구글)

버전 업데이트가 잦다 보니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은 어쩔 수 없이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예를 들어, 운영체계 버전에 맞춰서 개발을 진행하다 보면, 개발이 완료되기 전에 새로운 운영체계 버전이 업데이트될 수 있다. 그럼 그 이후 출시되는 안드로이드폰은 새로운 운영체계를 탑재할 것이고,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는 이대로 완료해야 하는지, 새로운 버전에 맞춰 개발해온 작업을 보강해야 하는지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또한 하위 호환을 어디까지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민할 수밖에 없다. 안드로이드 운영체계의 새로운 버전이 나올 때마다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역시 부담은 가중되어만 간다.

자꾸 배워야만 하는 일반 사용자들

기본적으로 사용자들은 버전 업데이트를 바라지만, 그것을 100% 환영하지는 않는다. 업데이트를 해야 좋아지는 것과 업데이트를 하지 않아도 좋은 것,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어느 것을 택하겠는가.

사실 대부분 스마트폰을 잘 모르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런 시장상황 자체를 이해하는 것이 버겁다. 과거에는 핸드폰을 구매하면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으면 끝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구매자는 이전 휴대폰보다 공부할 것이 많다고 느낀다. 왜냐하면 스마트폰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뿐만 아니라 선택해서 설치할 수 있는 여러 애플리케이션의 사용법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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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재조명 받는 계기가 되었던 아이폰 운영체계, iOS

'스마트폰 뭐 필요 있느냐?'라고 말하는 사용자의 인식 저편엔 ‘휴대폰이라는 거 전화만 할 수 있으면 되지’라는 생각이 깔려있다. 스마트폰은 단순히 전화만 하는 기기가 아니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소형 컴퓨터 못지않은 성능을 낼 수 있는 기기이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는 운영체계의 업그레이드 및 애플리케이션 호환 여부까지 챙겨야 하는 상황이라 그만큼 사용자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물론, 각 상황에 맞춰 더 잘 사용하는 사람도 생겨나기 마련이다).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는 아직 최적화 단계를 밟아나가고 있다. 버전 업데이트 주기가 빠르고, 업데이트가 될 때마다 성능이 좋아진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그로 인해 제조사,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사용자가 불편을 겪는 일은 이제 없었으면 좋겠다. 더 이상 업데이트가 필요 없을 정도로 손 볼 곳이 없는 그런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희망한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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