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in 경기도] 경기문화창조허브, 생동감 넘치는 가상현실 세계를 구현한다

2017년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의 원년이라고 할 만큼 관련 시장이 미래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올랐다. 한국가상현실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헤 국내 VR 시장 규모는 1조 9,600억 원으로 2020년에 이르면 5조 7,200억 원으로 약 3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일각에서는 콘텐츠 부족, 비싼 하드웨어 등을 이유로 VR/AR 시장의 한계를 지적하지만, 이러한 한계점에도 업계는 불구하고 VR/AR 시장은 산업 전 영역에 걸쳐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의견을 모은다. 실제로 주로 게임 분야에 적용되던 VR 기술은 이제 쇼핑, 의료, 건설 등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산 중이며, 일상 속으로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러한 시대 흐름에 발맞춰 참신한 콘텐츠를 무기로 VR/AR 시장에 뛰어드는 스타트업 또한 늘고 있다. 이에 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이하 경콘진)은 VR/AR 산업과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경기문화창조허브'를 구축하고 다양한 지원 사업과 인프라를 제공한다.

경기문화창조허브는 아이디어 보유자와 기업을 연결하고, 창업 자금 지원, 전문가 네트워크 지원 등 예비 창업자 및 스타트업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현재 판교와 광교, 의정부 등 총 3곳에서 운영 중이며, 오는 2018년 1월부터 경기도 시흥에 서부 경기문화창조허브를 개소할 예정이다. 특히, 판교 경기문화창조허브는 지난 2014년 5월 성남시에 가장 먼저 오픈했다.

각 허브는 지역별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VR/AR 사업은 광교 경기문화창조허브의 특화분야이며, 판교 경기문화창조허브는 네트워크 허브로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VR/AR 스타트업 성장을 돕는다. VR/AR 스타트업을 위한 공간 제공과 함께 테스트베드를 구축,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며, 관련 분야 협력사를 통해 마케팅, 해외진출, 엑셀러레이팅, 투자 등을 연계 지원한다.

이 같은 지원을 통해 판교 경기문화창조허브는 개소 이후부터 지난 11월까지 스타트업 지원 8,529건, 창업 530건의 성과와 일자리 1,402개를 창출했다. 또한, 2017년 들어 현재까지 VR/AR 스타트업 9개 사를 지원하고 있다. 이에 IT동아는 판교 경기문화창조허브에서 자신만의 장점과 기술 노하우로 경쟁력을 강화하며, 미래를 꿈꾸는 VR/AR 스타트업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전하고자 한다.

넥스텝스튜디오 박관용 대표, "탄탄한 스토리는 기본, 생동감 넘치는 VR 슈팅게임으로 차별화"

자체개발 콘텐츠로 차별화를 꾀한 넥스텝스튜디오 박관용 대표, 출처:
경기문화창조허브
자체개발 콘텐츠로 차별화를 꾀한 넥스텝스튜디오 박관용 대표, 출처: 경기문화창조허브

< 자체개발 콘텐츠로 차별화를 꾀한 넥스텝스튜디오 박관용 대표, 출처: 경기문화창조허브 >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박관용 대표(이하 박 대표): 해외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한국에 있는 대기업 플랜트 사업팀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후 지인이 운영하는 건축 관련 포스트프로덕션에서 영업, 경영 등 다양한 업무를 맡았다. 과거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현재 넥스텝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IT동아: 넥스텝스튜디오는 정확히 어떤 기업인지.

박 대표: VR 체험 및 게임 콘텐츠, 홍보 동영상을 제작한다. 2004년 '3D넥스텝'으로 설립했다가 올해초 이름을 바꿧다. 처음 3D 도면, 영상 등을 제작했는데 지금은 범위를 넓혀 소비자가 직접 경험할 수 있는 VR 체험 및 게임 콘텐츠를 제작, 제공 중이다. 일단 오프라인 내 체험공간에서 소비자들을 만나고 반응을 이끌어내서 향후 모바일을 비롯한 온라인 영역까지 범위를 넓혀 출시하는 게 목표다.

IT동아: 경영학을 전공했는데, VR 체험 및 게임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를 설립하게 된 것이 흥미롭다.

박 대표: 회사를 창업하기 전 기획자 또는 감독으로 영상 제작을 주도했었다. 당시의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를 설립했기에 크게 어렵지 않았다. 이후 다면입체영상관, VR 콘텐츠 분야로 자연스럽게 범위를 넓혔다.

IT동아: 현재 제공 중인 서비스는 어떤 것인가.

박 대표: 최근 국내 최대 규모 VR 테마파크 '판타 VR 동대문'이 오픈했는데, 이곳에 우리가 자체 개발한 '다운 폴(Dawn Fall)'을 제공했다. 다운 폴은 좀비가 등장하는 호러 컨셉 VR 슈팅게임으로 사방에서 나타나는 좀비를 물리치면서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게임이다.

판타 VR에 입점한 넥스텝스튜디오의 VR 슈팅게임 '다운 폴', 출처:
경기문화창조허브
판타 VR에 입점한 넥스텝스튜디오의 VR 슈팅게임 '다운 폴', 출처: 경기문화창조허브

< 판타 VR에 입점한 넥스텝스튜디오의 VR 슈팅게임 '다운 폴', 출처: 경기문화창조허브 >

IT동아: VR 테마파크 소식을 들었다. 본인도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좀비다. VR 좀비게임은 흔하지 않나.

박 대표: 아무래도 인기가 많은 게임이다 보니, 공급 역시 많다(웃음). 그래서 다른 콘텐츠들과 차별화시키기 위해 게임에 '딸을 구하는 아빠'라는 스토리를 입혔다. 또한, 콘텐츠에 직접 개발한 트레드밀(treadmill, 걷기나 달리기용 운동 기구)을 적용해 생동감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IT동아: 트레드밀을 활용하는 것이 왜 필요한가?

박 대표: VR 콘텐츠의 단점 중 하나가 어지럼증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레드밀 위에서 (사용자가) 실제로 움직이면서 게임을 진행하면, 영상과 함께 몸을 움직이기 때문에 몰입감을 높일 수 있어 크게 어지럽지 않다. 넥스텝스튜디오 콘텐츠만의 차별화된 점이다.

IT동아: 다운 폴 이전에는 어떤 사업을 개발했나?

박 대표: 작년 한 대형마트에서 1인칭 시점의 수중 체험 VR 콘텐츠 '씨워킹(Sea walking)'을 반년 간 선보였었다. 이 때도 직접 개발한 트레드밀을 적용했는데, VR 기기를 쓰고 트레드밀 위에서 걸으면 실제로 이동하는 것처럼 시야가 움직이는 방식이었다. 과거 여수 아쿠아리움 내 다면입체영상관 등을 운영한 경험으로 바다와 해양생물 관련 소스가 많았고, 자연스럽게 VR을 활용한 바다 속 콘텐츠 개발을 진행했다. 당시 반응이 좋아 투자까지 받게 되었고, 롯데월드 테마파크에도 입점하게 되었다.

IT동아: 이 때에도 트레드밀을 만들었다. 이유가 있나?

박 대표: 사실 다면입체영상관을 운영하기에는 초기 설치비용이 너무 많아 사업 방향을 고민하던 중 자연스럽게 VR 콘텐츠 개발을 진행하게 됐다. 2014년에 시작했으니 VR 자체를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트레드밀을 구매하려다보니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아 직접 만들었다(웃음).

IT동아: 지난 7월 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이 개최한 '경기 VR/AR 창조오디션'을 통해 유망 스타트업에 선정되었다. 이때 선보였던 VR 게임 콘텐츠는 어떤 것인가?

박 대표: 경기플레이엑스포에 참가했다가 경기콘텐츠진흥원 관계자 분들이 참가를 권유해 오디션에 참가했다. 경기 VR/AR 창조오디션은 예전에 참여했던 오디션과 방식이 달라 흥미로웠다. 주로 어떤 사업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지 발표를 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던 기존 오디션과 달리 창조오디션은 투자자들과 관계자들이 직접 부스를 돌아다니면서 아이템과 콘텐츠 등을 체험하는 방식이었다. 사업자가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한 오디션이었다는 점에서 도움 받았고,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다.

IT동아: 판교 경기문화창조허브에서는 어떤 도움을 받았나?

박 대표: 투자자나 기자 등 사업을 하면서 꼭 만나야 하는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점이 가장 좋다. 또한, 마케팅 교육을 비롯해 실제 사업가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기반으로 한 퀄리티 높은 교육을 제공해 주는 점도 유익하다.

IT동아: 향후 다른 콘텐츠 개발 계획은 무엇인가.

박 대표: 지금은 일단 다운 폴에 집중할 계획이다(웃음). 경기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후속버전인 '블러드코드(Blood Code)'도 개발 중이다.

IT동아: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 대표: 스타트업을 하면 힘든 순간이 찾아온다. 너무 지치지도, 욕심 부리지도 말고 자신의 때를 기다리면서 위기의 순간들을 극복해 나갔으면 좋겠다. 그 시기를 잘 참고 기다리면, 꽃 필 타이밍은 반드시 온다.

위지윅스튜디오 박관우 대표, "VR/AR을 통한 경험 확장, 다분야에서 이뤄져야"

VFX 1세대, 위지윅스튜디오 박관우 대표, 출처:
경기문화창조허브
VFX 1세대, 위지윅스튜디오 박관우 대표, 출처: 경기문화창조허브

< VFX 1세대, 위지윅스튜디오 박관우 대표, 출처: 경기문화창조허브 >

IT동아: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박관우 대표(이하 박 대표): 영화 '구미호', '은행나무 침대' 등에서 시각효과를 담당했었고, 현재 위지윅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IT동아: 위지윅스튜디오는 정확히 어떤 기업인가?

박 대표: 위지윅스튜디오는 컴퓨터 그래픽 전문 프로덕션으로 VFX, 애니메이션, INTERACTIVE MEDIA, VR/AR등 CG 기술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다. 위지윅(WYSIWYG)이란, 'What You See Is What You Get'의 줄임말로 '보는 대로 얻을 것이다'란 뜻이다. 전통적인 CG 기술과 미래의 리얼 타임 렌더링(Real time rendering, 실시간 영상제작)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현실 세계를 구현하고자 위지윅이라 회사명을 짓게 되었다. 위지윅스튜디오는 한국 영화 뿐 아니라 헐리우드와 중국의 블록버스터 등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에 참여했던 인재들이 참여해 수준 높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강점이다.

IT동아: VFX 1세대 제작자들이 설립한 회사라는 것이 인상적이다. 기존 VFX 분야를 기반으로 자리를 잡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VR/AR 쪽으로도 사업을 확장한 계기가 있는지.

박 대표: VR/AR 콘텐츠 분야는 VFX와 가장 연계되기 쉬운 분야다. 자연스럽게 확장한 셈이다. 현재 언리얼, 유니티와 같은 게임엔진을 활용한 리얼 타임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데, 사실 기존 VFX 제작에 활용되는 3D Asset 라이브러리를 활용하는 방식이라 VR 또는 AR로 재가공이 용이하다(웃음).

IT동아: 위지윅스튜디오는 다양한 분야의 영상 콘텐츠 분야를 다룬다. 이러한 다양성과 전문성이 차별점인 것인지.

박 대표: 회사에 뉴커런츠 사업부가 있다. 여기에서는 전시영상, 화질데모영상, 바이럴영상, 예술과 미디어를 결합한 융복합 영상 등을 기획, 촬영, 제작한다. 덕분에 우리는 다른 일반 VR/AR 기업들과 비해 다양한 아이디어, 특히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촬영을 VFX로 제작/촬영할 수 있다. 또한, 하나의 콘텐츠를 OSMU(One Source Multi Use)로 활용하는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차별점이다.

위지윅스튜디오의 VR 시네마틱 체험형 콘텐츠 '로보트 태권브이 VR', 출처:
경기문화창조허브
위지윅스튜디오의 VR 시네마틱 체험형 콘텐츠 '로보트 태권브이 VR', 출처: 경기문화창조허브

< 위지윅스튜디오의 VR 시네마틱 체험형 콘텐츠 '로보트 태권브이 VR', 출처: 경기문화창조허브 >

IT동아: VFX, 애니메이션, 인터랙티브 미디어, VR/AR 등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 중 현재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분야는?

박 대표 : 자체 IP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애니메이션 기획에도 힘쓰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에는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2017)에 참여해 VR 시네마틱 체험형 콘텐츠 '로보트 태권브이 VR' 최신 버전을 공개하기도 했다.

IT동아: 어떤 콘텐츠 였나?

박 대표: 체험자가 로보트태권브이 주인공이 되어 외계생명체와 전투하는 내용을 담았다. 체험자가 태권브이 조종석에 탑승하면 몸에 착용한 센서를 통해 진동이 전해져 로봇과 '싱크로'되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내년초 롯데월드 VR 스페이스를 비롯, 다양한 VR 체험존에서 만나 볼 수 있다.

IT동아: 설립 2년차 기업이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글로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매출은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었나?

박 대표: 맞다(웃음). 이미 국내 벤처캐피탈을 통해 100억 가량 투자 유치를 완료했고, 현재 헐리우드를 비롯해 다양한 글로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작년 매출액이 30억 원 정도인데 올해 매출액은 130억 원 정도로 예측한다. 내년 매출 목표는 약 250억 원이다.

IT동아: 최근 선사시대 인류의 모습을 담은 전곡선사박물관과도 작업했다고 들었다. 전곡선사박물관 VR 콘텐츠 제작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박 대표: 우리가 체험하지 못했던 선사시대 같은 환경을 VR 콘텐츠를 활용해 현실감 있게 구현한다면, 체험자들이 그 시대를 빠르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우리가 먼저 전곡선사박물관에 제안했고 아이디어가 선정되어 진행 중이다. 아무래도 공공 프로젝트다 보니 해당 사업에 대해 지원을 받기 위해 지난 7월 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이 개최한 VR/AR 창조오디션에 참가했다. 창조오디션을 통해 단계별 지원은 물론 다양한 투자자들을 만나볼 수 있어 유익했다.

IT동아: 현재는 판교 경기문화창조허브 공간지원을 받고 있는데 어떤가.

박 대표: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점이라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기업을 알릴 수 있는 기회도 이렇게 주어지지 않는가(웃음).

IT동아: 향후 계획은?

박 대표: 앞서 말씀드린 대로 자체 IP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또한, 기존 태권브이 VR 개발에서 확보한 기술을 활용해 플레이할 수 있는 슈팅 VR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IT동아: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 대표: 국내 VR/AR 발전을 위해 짧게 즐기고 버려지는 일회용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현재 VR 관련 기술의 적용 범위가 대형 테마파크와 VR 체험존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제한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VR과 AR은 인간의 경험을 확장시켜주는 미래의 미디어인 만큼, 게임뿐만 아니라 교육, 장애 및 노인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VR과 AR을 활용한 콘텐츠가 보다 많이 개발되었으면 한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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