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서현의 신간산책] 13인의 지성이 제안하는 '마음 월동법' - 사피엔스의 마음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제법 추워진 날씨에 여느 때보다 몸과 마음이 위축되는 요즘이다. 급격히 차가워진 주변 공기가 외로움을 한층 증폭시킨다. 불안과 두려움에 떨려오는 몸을 애써 움켜쥐며 추운 바람에 물어본다.
'나, 그리고 우리는 잘 살고 있는 걸까?'

우리에게 시대의 깨우침을 전하는 안희경 작가의 신간, [사피엔스의 마음/위즈덤하우스]이 출간됐다. 오늘날의 지성을 대표하는 전세계 거장들을 찾아, 신중하고 섬세한 질문을 통해 큰 줄기의 시대적 메시지를 이끌어 내는 작가다.

[사피엔스의 마음] 표지
[사피엔스의 마음] 표지

이번에도 특유의 탁월한 질문력을 바탕으로 현 시점에서 생각해 볼 문제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짚어보자며 우리를 붙잡는다. '다수의 약자들은 왜 강자를 위한 선택을 할까?', '나의 뜻과 이익을 알아차리는 힘을 기를 수 있다면, 진정으로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으로 이번 여정은 시작된다.

저자는 개인의 마음과 시대의 마음이 어떻게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지 밝히고, 좀더 나은 개인의 선택과 함께 공존의 미래로 나아가는 희망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마음의 작동원리를 탐구하기 위해 2014년 겨울부터 해를 넘겨가며 13명의 지성들을 직접 찾아가 만났다. 무려 20만 리의 여정이었다. 마음을 살펴보기 위해 과학, 문학, 예술, 사회학, 철학 등 여러 갈래의 길을 기꺼이 돌고 돌았다. 이제 그 여정의 귀중한 깨달음을 들어볼 시간이다.

먼저 진화심리학자 스티븐 핑거, 시인이자 환경운동가인 게리 스나이더, 뇌과학자 마이클 가자니가, 진화 생물학자 로버트 트리버스 등과의 대화를 통해 '마음'이 무엇이고 어디에 있는지 찾아본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는 뇌라는 시스템과 뇌에 저장된 진화의 산물도 살펴본다.

'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동의 과거 습성과 진화해온 본성, 사회적인 마음을 먼저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편적 특성에도 우리는 살면서 자기질문에 부딪친다. 내가 꿈꾸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 내가 배운 세상과 경험의 실상에서 오는 괴리, 그 혼란 속에 나는 누구이고 왜 존재해야 하며 어떻게 삶을 극복해야 할까? 인간은 불안과 우울 안에서 끊임 없이 흔들린다.

한편 불편한 진실 앞에 고통을 함께 견디고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아픔을 어루만지는 이해인 수녀, 사랑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 그의 연인 알렉산드라 야신스카 카니아, 엄마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듬어 나가자는 작가 이사벨 아옌데와의 대화를 통해, 그럼에도 함께 살고자 하는 인간의 마음, 자비와 용서, 사랑과 행복을 확인한다.

인간의 조건은 어디에서나 같다. 누구에게도 인생은 결코 편하지 않다. 따라서 문제를 피하기 보다는 마주하고 풀어내려는 용기, 반복을 끊으려는 의지, 함께 나아가려는 열정이 필요하다고 따스하게 독려한다. 그리고 개인의 삶을 보듬는 사랑의 가치를 다시 한번 강조한다.

작가 마루야마 겐지와 장쉰, 예술가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종림스님과의 대화는 결국 다시 개인이다. 모두가 일어서기 위해서는 먼저 홀로 일어설 수 있어야 한다. 개인의 결정이 모여 전체의 입장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야기 하는 '나'와 '개인'이 진짜 자신일까? 일상에 관여하는 집단의식과 조장된 견해, 세뇌 당한 답, 요구 받은 선택은 아닐까?

우리 내면의 단추를 누르는 것이 종교인지, 정치인지, 자본인지, 언론인지 유심히 살펴보라는 조언과 함께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을 통해 자신을 제대로 인식하라고 말한다. 고독하게 돌아서는 힘, 틀려도 자신의 생각을 용감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 존재를 증명하는 행동, 내일의 세상은 지금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는 자각, 자신을 가두고 있는 프레임을 거두려는 노력이 나와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다.

이 기나긴 여정을 관통하는 마지막은 '죽음'이다. 죽음을 대면하는 일은 '지금 나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는가?'를 스스로 묻게 한다는 철학자 셸리 케이건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가 죽음을 생각해야 하는 의미를 건네 받는다. 죽음을 물어야 하는 이유는 삶을 살아낼 방식을 구하기 위해, 잘 살아야 하는 근거를 얻기 위해서다. 결국 죽음을 통해 붙잡아야 할 것은 '지금 살아있는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일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자기 자신과 대화하도록 자극하고 싶었고, 그 길만이 전체 사회의 성숙한 선택을 이끌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들판을 뒤덮는 강아지풀처럼 세상에 왔다 간 무수한 이들의 생각, 그들의 행동이 오늘 우리가 사는 세상을 만들어 놓았음을 확인하는 시간들이었다고.

큰 질문들을 해가며 저자가 얻은 답은 결국 '답은 구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나의 모든 행위에 있다'는 것. 마음의 작용을 살피면서 공존할 수 있는 미래를 선택하는 일도 결국, '나는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달려있었다고 말한다. 나아가 자신과 타인과 이세상을 기꺼이 끌어안고 사랑하려는 마음, 입장과 생각이 다른 사람이라도 기꺼이 어울리고 보듬는 사랑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그러려면 자신과 타인에 관해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 '사고의 고독'이 필요한 때다. 책장을 덮고도 며칠을 질문과 싸웠다. 그래, 다시금 정성껏 살아보자! 각자 그리고 함께.

글 / 오서현 (oh-ko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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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서점 최연소 점장 출신으로 오랫동안 현장에서 책과 독자를 직접 만났다. 예리한 시선과 안목으로 책을 통한 다양한 기획과 진열로 주목 받아 이젠 자타공인 서적 전문가가 됐다. 북마스터로서 책으로 표출된 저자의 메세지를 독자에게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 최근 '오쿱[Oh!kooB]'이라는 개인 브랜드를 내걸고 책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관계를 연결하려 한다(www.ohkoob.com). 새로운 형태의 '북네트워크'를 꿈꾸며 북TV, 팟캐스트, 서평, 북콘서트MC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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