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갈까 말까 딜레마존, 해결 방안 없나?
신호등은 교통안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 “붉은색 푸른색 그사이 3초 그 짧은 시간 노란색 빛을 내는 저기 저 신호등이 내 머릿속을 텅 비워버려”라는 노랫말도 있듯이 황색등이 켜지는 순간, 때로 운전자는 당황하게 된다. 지난 2024년 대법원에서 “노란불이 켜진 것을 보면서도 교차로 진입 직전에 정지하지 않았다면 신호 위반에 해당한다”라는 판결이 나온 이후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최근에는 자율주행차량이 황색신호 점등 후 교차로 앞에서 급정거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황색신호 점등 시 운전자가 정지할지 통과할지 머뭇거리게 되어 운전자들의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는 구간을 ‘딜레마존’이라고 한다. 이러한 딜레마존을 해결하는 방안은 없을까?
딜레마존에 대한 정의
먼저 딜레마존 정의에 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미국에서는 딜레마존을 두 가지 유형으로 정의한다.
첫째 유형은 “황색신호 점등 시 안전하게 정지하기도 어렵고 황색 시간 안에 교차로를 통과하기도 어려운 물리적 구간”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는 물리적 계산에 의한 구간일 뿐 운전자의 다양한 행태 특성을 반영하지는 못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두 번째 딜레마존 유형을 정의했는데, 이는 “황색신호 등화 시 90%의 운전자가 정지하는 지점과 10%의 운전자만이 정지하는 지점 사이 구간”을 말한다. 통상 이 구간은 정지선 도달 시간 기준 2초∼5초 구간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딜레마존 해결 방안을 법·제도적 관점과 기술적 관점에서 알아보자.
국제 기준에 맞게 도로교통법을 개정하자
딜레마존은 황색신호가 켜질 때 발생한다. 따라서 황색신호에 대한 법적 정의가 중요하다. 아래는 황색신호에 대한 UN 협약상 정의와 우리나라 도로교통법상 정의이다.


UN 협약과 도로교통법의 중요한 차이가 있다. UN 협약에서는 “정지선 이전에 안전하게 정지할 수 없는 경우”는 예외로 인정해 ‘신호 위반’이 아니지만, 국내 도로교통법에서는 이러한 예외가 없다는 것이다. 달리던 차량이 그 자리에서 멈출 수 없으므로, UN 협약상 정의가 합리적이다. 여기서 ‘안전하게 정지할 수 없는 경우’에 대한 정의가 필요한데, 이는 한국교통안전공단의 급정지 기준을 적용하거나, 경찰청 '교통신호기 설치·운영·관리 업무 편람'에서 규정한 안전하게 정지할 수 있는 최대 감속도(5㎨)를 적용할 수도 있다.

필요하면 첨단기술도 도입하자
법을 개정한다고 해도 딜레마존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딜레마존은 차량이 고속으로 달리는 교외부 교차로에서 특히 위험하다. 따라서 이러한 교차로에는 딜레마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첨단기술 도입이 필요하다.
딜레마존을 해결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교차로에 접근하는 차량의 위치와 속도를 매초 검지해 딜레마존(예: 2초∼5초) 내에 고속(40km/h 이상) 주행 차량이 있는 경우, 녹색 시간을 1초씩 연장하면 된다. 이를 딜레마존 감응 제어라고 하는데, 미국에서는 이미 많은 교차로에서 딜레마존 감응 제어를 실시하고 있다. 차량 위치와 속도는 레이더 검지기를 이용하면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데, 이러한 레이더 검지기는 국내에도 다수 개발되어 있다.
딜레마존을 줄이는 운전 방법
딜레마존은 속도가 높아질수록 커진다. 속도가 40km/h일 때는 제동거리가 33m 정도이지만, 80km/h인 경우 67m로 늘어난다. 따라서 딜레마존에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교차로 주변에서 속도를 낮추어 규정 속도를 준수하는 것이다. 황색 시간은 일반적으로 규정 속도를 준수할 경우, 정지선 이전에 안전하게 멈추거나 교차로를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장진환 박사는 일본 홋카이도대학에서 교통시스템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도로교통분야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많은 국책 연구과제를 수행해 왔다. 현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도로교통연구본부 연구위원으로 재직중이다.
정리 /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