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와이파이 2세대, LTE로 열다

김태우 tk@gamedonga.co.kr

[IT동아 김태우 기자] 작년 12월 미래부가 공개한 '2016년도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결과'를 보면, 지하철 객차 내 와이파이는 평균 속도가 다운로드 5.44Mbps, 업로드 4.71Mbps로 LTE보다 상당히 미흡한 수준이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보고서 안의 숫자와는 달리 직접 지하철에서 와이파이에 접속해 보면 거의 먹통에 가깝다는 점이다.

LTE나 지하철 역사 내의 와이파이 속도는 뛰어난 수준이다. 하지만 유독 지하철 객차 내 와이파이 속도는 이렇게 3G에도 미치지 못한다. 5G를 바라보는 현시점에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지하철 역사 내 와이파이는 이통 3사 모두 제공해 왔지만, 지하철 객차 내 와이파이는 지금까지 SK텔레콤과 KT만 서비스해 왔다. 와이파이는 무선접속장치인 AP가 설치된 지역에서만 쓸 수 있는 고정형 서비스이기 때문에 이동하는 지하철에서는 기존 방식으로 서비스할 수 없다. 이들은 LTE 상용화로 버려두다시피 한 와이브로를 활용하고 있다.

와이브로가 한창 서비스될 때 나왔던 제품 중에 '에그'라는 것이 있는데, 와이브로 신호를 받아 와이파이로 변환해 주는 기기다. 지하철에도 이와 유사한 기기를 객차 내에 설치해 놓았다. 와이브로 사업자가 아닌 LG유플러스가 그동안 지하철에서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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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객차 내에 설치된 와이파이 AP>

한때 와이브로는 3G를 뛰어넘는 빠른 속도로 주목을 받은 적이 있지만, 꾸준히 발전해온 지금의 LTE와 비교하면 많이 느린 편이다. 현재 와이브로 속도는 2016년 미래부 측정 결과 약 10Mbps 정도. LTE가 1Gbps를 바라보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게 난다. 이런 와이브로를 기반으로 와이파이를 제공하기 때문에 일단 속도가 아주 느릴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동시 접속에 따른 속도 감소도 생긴다. 와이파이는 접속된 이용자가 속도를 나눠쓰는 구조다. 예를 들어 2명이 동시 사용하면 최대 속도는 절반이 되고, 10명이면 1/10로 줄어든다. 이런 연유로 사람이 많은 출퇴근 시간에는 거의 먹통 수준이 된다.

게다가 지하철에서 와이파이를 이용하다 보면 구간에 따라 연결은 되어 있지만, 인터넷이 끊기는 경우도 빈번하다. 와이브로의 커버리지와 장비 상태에 따라 품질이 다소 떨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SK텔레콤과 KT 모두 와이브로 주파수 할 당시 이행 기준에 맞게 투자를 진행하고는 있지만, 유지 수준이다.

지하철 와이파이에 LTE 도입

와이브로의 열악한 통신망 때문에 지하철 와이파이에 접속할 때마다 짜증이 났었는데, 이와 함께 왜 LTE를 활용해 와이파이를 제공하지 않는 걸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최근 LG유플러스가 LTE를 사용해 지하철 와이파이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앞서 이야기한 와이브로와 같은 방식으로 LTE를 수신해 지하철 객차 내에 와이파이 신호를 뿌리게 된다. 지난달 설 연휴를 기점으로 서울 지하철 1호선~8호선, 부산 지하철 1호선~4호선 객차 내에 LTE를 지원하는 와이파이 장비 구축을 완료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 9호선과 수도권, 대구, 광주, 대전 지하철은 3월 말까지 장비 구축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lg유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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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LG유플러스>

LTE는 현재 이통사의 주력 통신망이다. 그런 만큼 와이브로 보다 품질도 좋고, 커버리지도 넓다. 특히 LG유플러스는 지하철 와이파이를 위해 1만 6000여 개의 기지국을 추가로 구축하기도 했다.

LTE 주파수는 이론적인 최대 다운로드 속도가 75Mbps이고, 광대역 LTE 주파수인 경우 2배인 150Mbps가 나온다. LG유플러스의 지하철 와이파이에 쓰이는 LTE는 지역에 따라 변동은 있지만, 주로 광대역 LTE를 쓰게 된다. LG유플러스는 지난 주파수 경매에서 2.1GHz 광대역 주파수를 새로 할당받았는데, 해당 주파수가 여유가 있다 보니 이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은 "당장 LTE를 도입할 계획은 없지만, 향후 고객의 니즈를 고려해 LTE 기반 와이파이 서비스를 포함한 데이터 이용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KT는 "전담팀을 통해 지하철 와이파이 품질을 지속 관리하고 있다"며 "일부 지하철 AP는 와이브로와 LTE를 함께 수신하는 하이브리드 에그를 설치한 상태다"고 설명했다. 전국 8300개 AP 중 1600개가 전환되었으며,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동안 지하철 와이파이는 한마디로 '무쓸모'였다. 지하철 객차 내에서 와이파이에 연결되면 서둘러 끄기 바빴다. 그런 지하철 와이파이가 LG유플러스의 LTE 도입으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게다가 SK텔레콤과 KT도 이런 변화에 동참을 계획하거나 진행 중이니, 얼어 붙었던 지하철 데이터 생활에도 조만간 봄이 오지 않을까 싶다.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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