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풀프레임과 크롭의 갈등 '니콘 D500'

김태우 tk@gamedonga.co.kr

[IT동아 김태우 기자] DSLR 입문자는 보통 크롭 바디로 시작한다. 하지만 사진에 어느 정도 취미가 붙고 크롭 바디의 부족한 점이 느껴지기 시작하게 되면, 풀프레임 바디로 곁눈질을 하게 된다. 본인 또한 크롭바디로 DSLR을 시작했고, 언제부터가 풀프레임 바디를 구매하기 위해 쇼핑몰을 기웃기웃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료 기자가 니콘의 최신 제품인 'D500'을 써보라고 건내줬다. D500은 니콘 크롭바디의 최상위 모델로 D300s의 후속이다. D300s가 2009년에 나왔으니 7년만에 후속을 내놓은 셈. 별 생각 없이 일주일가량 써봤는데, 갈등만 커졌다.

d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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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쥐기 더 좋아졌다

처음 D500을 건네받고 손에 쥐어보니 뭔가 다르다는 게 몸으로 전해진다. 오른손으로 카메라를 쥐는 그립 부분이 좀 더 깊어진 것. 그로 인해 손으로 감싸는 것이 모자람 없이 알맞다. 다양한 니콘 모델을 사용해 봤지만, 항상 깊이가 부족해 손가락 끝부분이 바디에 닿았다. DSLR은 양손으로 촬영하지만, 카메라를 쥐는 오른손이 중요하다. 작은 차이이긴 하지만, 니콘은 이점을 D500에서 개선했다. 그 때문인지 장시간 촬영에도 한결 편하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꽤 반가운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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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외부 다이얼에도 변화가 생겼다. 최상위 기종인 D5와 비슷한 외부 버튼을 지니고 있는 것. 일단 촬영 모드 변환은 왼쪽 상단에 버튼이 생겼다. 버튼을 누르고 오른쪽에 후면 다이얼을 돌려야 바뀐다. 크롭바디는 보통 다이얼을 돌리는 방식이었다. 다이얼을 돌리는 방식은 쓰다 보면 사용자도 모르게 다른 모드로 돌아가 버리는 문제가 있었는데, D500에서는 그럴 일은 없어졌다.

니콘 상위 기종에서는 촬영 모드 버튼이 별도로 제공되었으며, 그동안 셔터 버튼 근처에 있었다. 하지만 D500에서는 이를 좌측으로 옮겼다. 이와 함께 화이트밸런스, 이미지 품질, 측거점 관련 버튼을 촬영 모드 변환 버튼과 나란히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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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셔터 버튼 위에 ISO 버튼을 추가한 것. 수동 모드로 사진을 주로 찍다 보니 원하는 셔터 속도와 조리개를 맞추고 나면, 이후부터는 감도 조절을 자주 하게 된다. 하지만 ISO 버튼이 보통 후면에 있다 보니, 한 손으로 빠른 변경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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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500은 셔터 버튼 바로 위에 ISO 버튼이 있으므로 결과물을 확인한 후 빠르게 감도를 조절할 수 있다. 매번 ISO를 변경하는 것이 번거로웠는데, D500을 써보니 확실히 작업이 편하다. 왜 인제야 이 위치에 ISO 버튼을 적용했는지 애교스러운 원망마저 생긴다.

모바일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

조작에서 한결 편리해진 D500이지만, 이보다 더 매력적인 부분을 꼽으라면 역시나 ’스냅 브릿지’가 아닐까 싶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라 사람들은 어디서나 쉽게 사진을 찍고 소셜 미디어로 공유한다. DSLR은 이런 행위를 하기에 썩 좋은 수단은 아니다. 스마트폰보다 사진 품질은 더 좋을 테지만, 소셜 미디어로 배포하는 수월하지 않다. DSLR로 찍은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옮기는 과정이 번거롭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카메라 제조사들은 DSLR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전송할 수 있는 기능을 별도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와이파이로 연결해 DSLR에 저장된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옮긴다. 하지만 매번 사진을 옮길 때마다 와이파이를 켜고 연결하다 보니 이마저도 다소 귀찮다.

이런 상황에서 니콘이 내놓은 것이 스냅브릿지다. 스냅브릿지는 DSLR과 스마트폰을 블루투스로 연결한다. 상시 스마트폰과 연결되어 있으며, D500으로 사진을 찍으면 자동으로 스마트폰에 전송된다. 사용자가 해야 할 일은 초기 연결 과정뿐이다. 이후부터는 아무런 조작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D500으로 찍기만 하면, 사진은 스마트폰에 알아서 전송된다. 촬영 후 카메라를 꺼버려도 백그라운드 전송 기능이 있어 차곡차곡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보내준다. 저전력 블루투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배터리 소모도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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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스마트폰의 GPS를 사용해 위치정보도 추가해 준다. DSLR의 경우 어디서 사진을 찍었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어 항상 아쉬웠는데, 스마트폰을 활용해 이를 보완했다.

DSLR을 손에 들고 있음에도 소셜 미디어에 사진을 올리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내 다시 사진을 찍는 일이 빈번했는데, D500에서는 그럴 필요 없다. 사진을 DSLR로 찍고, 업로드는 스마트폰으로 하면 된다. 그야말로 모바일을 가장 잘 이해하는 DSLR이 아닐까 싶다.

해당 기능을 사용하려면, 전용 앱을 설치해야 한다. 현재 안드로이드만 지원하고 있다.

연사와 스냅 브릿지

D500의 제원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니콘 DX 포맷(23.5×15.7mm) CMOS 센서를 쓰고 있으며, 유효 화소 수는 2090만이다. D300s의 1230만보다 많고 D7200의 2420만보다 적다. 기본 감도는 최저 ISO 100에서 기본 지원하는 상용 감도가 ISO 5만 1200이다. D7200이 기본 감도 ISO 100부터 2만 5600이었으니 1스텝 넓어졌다. 하지만 확장 감도는 ISO 164만으로 확 높아진다. 5스텝 더 넓힐 수 있는 것. D7200의 확장 감도가 ISO 10만 2400인걸 비교하면 많이 좋아진걸 알 수 있다.

화상처리 엔진은 EXPEED 5를 쓰며, 로우패스 필터는 없다. 요즘 DSLR 카메라는 화질을 높이기 위해 로우패스 필터를 없애는 경우가 많다. 저장 장치는 SDXC와 XQD를 함께 쓴다. 크롭 바디는 SDXC 위주의 저장 장치를 사용하는 편이다. XQD는 빠른 반응 속도가 장점으로 크롭바디 또한 4K 촬영 등 결과물의 데이터 크기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여기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D500은 3840×2160 해상도의 4K 동영상을 초당 30프레임 촬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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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사는 초당 10매까지 할 수 있다. 무압축 포맷인 RAW에서도 문제없다. 다만 저장 장치의 속도가 느리다면, 스냅브릿지의 영향으로 서너 장만 찍어도 처리에 시간이 제법 오래 걸린다. XQD를 괜히 지원한 것이 아닌 셈이다.

내장 플래시는 없다. 아쉬워하는 이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다소 반가운 부분이다. 촬영 시 무선 동조 기능을 자주 쓰는데, 그럴 때마다 내장 스트로브가 촬영에 꽤 방해가 됐다. 오히려 없는 것이 편하다.

결과물은 만족스럽다. 풀프레임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오히려 사진 결과물과 스냅브릿지 지원 등으로 인해 D500로 마음이 기울고 있을 정도다. 아래는 샘플 사진으로 보정 없이 크기만 변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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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거점 수는 55개이지만, 정확도를 높여주는 보조 측거점은 98개 배치되어 있다. 디스플레이는 3.2인치 236만 화소 TFT 방식이며, 터치를 지원한다. 4K 동영상 촬영을 할 수 있으며, 24 프레임과 30 프레임, 유럽 시장을 위한 25프레임 지원한다. 풀HD는 24프레임부터 25, 30, 50, 60 프레임 옵션이 각각 제공된다.

D5의 축소형

니콘은 플래그십 라인업인 D5와 함께 D500을 공개했다. D5는 풀프레임의 최상위 기종이고, D500은 크롭바디의 최상위 기종이다. 판형에서의 차이를 빼면, D5에서 지원하는 많은 부분을 D500에 담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그 때문일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써보기 시작한 D500 때문에 풀프레임 기변 욕구가 흔들리고 있다. 크롭바디에 아쉬움을 느껴 풀프레임으로 가려고 했는데, 그런 아쉬움을 잘 긁어주다 보니 굳이 갈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풀프레임은 묵직함 때문에 집에서만 쓰는 카메라로 전략할 가능성이 크지만, 좀 더 가벼운 D500은 오히려 활용도가 더 좋을 수 있다. 당분간은 풀프레임이냐 D500이냐로 고민을 할 듯 싶다.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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