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싱그러움과 싱거움 사이, 구글 넥서스5X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구글 안드로이드는 자타가 공인하는 스마트폰 운영체제의 대명사다. 가트너의 발표에 의하면, 올해 중반 기준, 전세계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에서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은 82.2%에 달할 정도다. 독자 운영체제(iOS)를 가진 애플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제조사에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주력으로 팔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만드는 제조사가 너무 많고, 사양도 조금씩 다르다. 사양이 다르면 사용자의 경험도 달라지기 마련이니 안드로이드는 과연 어떤 운영체제인가? 라는 정의를 내리기란 쉽지 않다. 구글에서 직접 내놓은 넥서스(nexus) 시리즈는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을 주기 위한 레퍼런스(표준 규격) 제품이다.

이번에 소개할 넥서스5X도 역시 그러한 제품 중 하나로, 64비트 기반 안드로이드 최신 버전인 6.0(마시멜로)에 최적화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탑재, 향후 안드로이드폰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 구글에서 기획하고 LG전자에서 만든 이 제품을 통해 안드로이드폰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해보자.

레퍼런스 제품 특유의 무난한 외형

넥서스5X의 외형은 무난, 혹은 심심하다. 측면 디스플레이나 가죽 재질, 메탈 바디와 같은 화려한 요소를 내세우는 최근의 스마트폰과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레퍼런스(표준) 제품이라는 넥서스 시리즈의 정체성을 생각해본다면 오히려 이런 디자인이 잘 어울린다.

구글 넥서스5X
구글 넥서스5X

그리고 꼼꼼히 살펴보면 나름의 개성은 있다. 우선 전면에 아무런 로고가 없는데다, 상단 스피커와 하단 스피커의 형태가 정확히 대칭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폰을 가로로 눕혀서 쓰더라도 어색함은 없다. 혹시나 2개의 스피커를 이용해 스테레오 음향을 들을 수 있나 기대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상단 스피커는 통화용이고 하단 스피커는 멀티미디어용이다.

화면 크기는 5.2인치다. 세계적으로 보면 스마트폰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크기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살짝 작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측면 두께는 7.9mm로, 삼성전자의 갤럭시S6보다는 1mm 두껍고 갤럭시S5 보다는 0.2mm 얇다. 이 정도면 충분히 초박형에 속한다.

구글 넥서스5X 후면
구글 넥서스5X 후면

후면을 살펴보면 nexus 및 LG로고, 그리고 동그란 지문 센서가 나름 조화 있게 배치되어 있는데, 카메라 부분만 살짝 튀어나와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이른바 '카툭튀' 디자인에 대해 그다지 거부감이 없는 편이지만 몇몇 사용자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

내장형 배터리, 메모리카드 미지원의 아쉬움

교체를 할 수 없는 내장 배터리(2,700mAh)를 이용하는데다 메모리카드 슬롯도 없다. 통신주파수는 SKT/KT/LGU+를 모두 지원하긴 하지만, 유심카드는 기존의 마이크로SIM 보다 작은 나노SIM 규격을 이용하기 때문에 아이폰 시리즈(5 이후)나 갤럭시S6를 제외한 다른 폰에서 쓰던 유심카드를 그대로 꽂아 쓸 수가 없다.

SIM 카드 슬롯
SIM 카드 슬롯

이는 넥서스 시리즈뿐 아니라 최근 출시되는 상당수 안드로이드폰의 특성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본체 두께를 더 줄이기 위해서다. 배터리 교체 기능 및 메모리카드 탑재 여부를 중시하는 소비자라면 제품 구매 전에 꼭 확인해야 할 점이다.

너무 시대를 앞서간 신형 케이블 동봉이 문제?

제품을 이용하기 위해 충전을 하려 했는데 참 난감한 상황이 발생했다. 기존의 폰에서 쓰던 충전기와 케이블, 그리고 보조 배터리 등을 넥서스5X에서 이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온 절대다수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하나같이 마이크로 USB 규격 포트를 갖추고 있었지만, 넥서스5X는 USB 타입C 규격의 포트와 케이블을 이용한다.

구글 넥서스5X의 USB 타입C 포트
구글 넥서스5X의 USB 타입C 포트

USB 타입C 포트는 기존의 USB 포트보다 발전한 것으로, 방향성이 없기 때문에 뒤집어 꽂아도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2015년 현재 시중에서 쓰고 있는 충전기나 PC, 그리고 보조 배터리 중에서 USB 타입C 포트를 갖춘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한쪽은 타입C, 반대쪽은 기존의 타입A 규격인 변환 케이블을 이용하면 되는데, 넥서스5X에 기본으로 포함된 케이블은 양쪽 모두 타입C 규격인데다 동봉 충전기 역시 타입C 전용이다.

구글 넥서스5X에 포함된 USB 타입C 전용 케이블과
충전기
구글 넥서스5X에 포함된 USB 타입C 전용 케이블과 충전기

쉽게 말하자면, 넥서스5X는 기존의 충전기나 PC, 보조 배터리 등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만약 이들을 이용하려면 USB 타입C-타입A 변환 케이블이나 변환 젠더를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물론 이 케이블이나 젠더는 1만원 이내에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불편을 줄 바에야 처음부터 변환 케이블이나 젠더를 동봉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일부 판매처에서는 넥서스5X 구매시 변환 젠더를 사은품으로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참고하자.

넥서스5X는 변환 케이블 외에 이어폰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약간 아쉽다. 하지만 이런 구성을 아예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넥서스5X는 가격(출고가)이 제법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저장공간 16GB 모델은 50만 9,000원, 32GB 모델은 56만 9,000원으로, 사양 대비 가격이 상당히 저렴하다. 그리고 동봉된 타입C 전용 USB 충전기 역시 3A 규격 제품이기 때문에 고속 충전이 가능하다는 점, 전국에 촘촘히 퍼져있는 LG전자의 A/S망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내부 사양 살펴보니 '가성비'는 OK

넥서스5X의 내부 사양을 자세히 살펴봐도 가격대비 사양이 괜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마트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SoC(프로세서)는 1.7GHz로 구동하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808 헥사코어 모델을 탑재하고 있는데, 이는 LG전자의 고급형 스마트폰인 G4와 같은 것이다. 그 외에 Cat6 수준의 네트워크 기능을 통해 광대역 LTE-A 접속이 가능하다. 그 외에 이른바 기가와이파이라고 불리는 802.11ac 규격 와이파이 기능도 탑재하고 있다. 메모리(RAM) 용량이 2GB라는 것과 화면의 해상도가 풀HD급(1,920 x 1,080) 것 정도를 제외하면 시중에 팔리는 타사의 고급형 스마트폰에 비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사양을 갖췄다는 의미다.

안투투를 이용한 벤치마크 결과
안투투를 이용한 벤치마크 결과

실제로 넥서스5X를 일주일 정도 이용해보니 애플리케이션 실행 능력이나 구동 속도, 화면의 시야각 및 색감 등, 전반적인 사용성 면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이 정도면 이전의 넥서스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가격대성능비 면에서는 추천할 만한 제품이다. 안투투 벤치마크를 구동해보니 44,470점이 나왔는데, 이는 갤럭시노트4(48,622점) 보다 약간 낮은 정도다. 다만, 넥서스5X의 화면 해상도가 풀HD급이기 때문에 WQHD급 화면을 갖춘 갤럭시노트4에 비해 화질이 낮은 대신 상대적으로 더 높은 성능 효율을 낼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할 것이다.

카메라 성능은 기대 이상

카메라의 성능도 제법 좋다. 전면 500만 화소, 후면 1,230만 화소의 기본 사양을 갖추고 있는데, 화소 자체가 아주 높은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선명도나 색감 면에서 만족할 만하다. 레이저 AF 기능을 갖추고 있어서 초점을 잡는 속도도 제법 빠른 편이다. OIS(광학식손떨림방지)가 적용되지 않은 점을 아쉬워하는 사용자도 제법 있었으나 실제로 이용해보니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특히 빛이 약한 야간에 촬영을 할 때도 생각 이상으로 노이즈 발생이 적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구글 넥서스5X 이용해 촬영한 사진
구글 넥서스5X 이용해 촬영한 사진

구글 넥서스5X 이용해 촬영한 사진
구글 넥서스5X 이용해 촬영한 사진

굳이 흠을 잡자면 넥서스5X에 탑재된 구글 카메라 앱의 부가 기능이 너무 심플하다는 점이다. 기본적인 촬영 능력 자체는 좋은 편이지만, 다른 카메라앱에서는 흔히 지원하는 각종 부가기능, 이를테면 뷰티 모드, 풍경 모드와 같은 특화 모드라던가 모노톤, 흑백과 같은 필터 모드도 없다. 그래도 아웃포커스 모드나 파노라마 모드, 그리고 노출 값이 다른 복수의 데이터를 조합해서 이미지를 보전하는 HDR 촬영기능이나 각기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데이터를 연결해 물리적인 화각 이상의 넓은 광경을 찍을 수 있는 포토 스피어(Photo Sphere) 기능 등은 갖추고 있다.

사진을 이어붙여 큰 사진을 만드는 포토 스피어
기능
사진을 이어붙여 큰 사진을 만드는 포토 스피어 기능

성능 우수한 지문 센서 탑재, 활용 범위 확대는 좀 더 기다려야

후면에 탑재된 지문인식 센서의 성능도 만족스럽다. 여느 안드로이드폰용 지문 센서와 달리 문지를 필요 없이 센서에 손가락만 대면 빠르게 인식하며, 인식 능력 자체도 우수한 편이다. 이를 이용해서 잠금 화면 해제를 할 수 있으며, 구글 플레이 콘텐츠 결제 시 암호 입력을 지문 인식으로 대신 할 수도 있다.

지문 인식 센서 이용
지문 인식 센서 이용

다만, 이것 외에는 활용도가 아직은 딱히 많지 않다는 점이 아쉽다. 예전에 나온 팬택의 베가 시크릿업 같은 제품은 지문 인식 기능을 통해 모바일 ISP와 같은 국내 금융결재 앱도 이용할 수 있었는데, 넥서스5X는 이런 앱에서 지문 인식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구글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안드로이드 페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에야 활용도가 비약적으로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

특화 기능 부족하지만 깔끔하고 자유도 높은 홈 구성

그 외에 인상적인 점이라면 이른바 안드로이드 순정 홈이라고 불리는 전반적인 화면 인터페이스 및 앱의 구성이다. 다른 제조사들의 제품은 여기에 갖가지 부가기능을 잔뜩 포함시키고 (지울 수 없는) 각종 자사 전용 앱이나 통신사 앱을 다수 선 탑재하곤 하는데, 넥서스 시리즈는 그렇지 않아 깔끔하다. 넥서스5X 역시 마찬가지다. 사용자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필자의 취향으로는 이런 깔끔하고 자유도 높은 구성을 선호한다.

넥서스5X 기본 홈의 형태
넥서스5X 기본 홈의 형태

다만, 그러다 보니 국내 사정에 꼭 필요한 몇 가지 기능이 아쉬울 때도 있다. 이를테면 한국 사용자들이 동영상 감상을 할 때 꼭 필요한 자막 출력 기능이나 AC3 규격 음성 코덱 지원 등이 기본적으로 되지 않는다. 별도의 앱을 설치하면 자막 미출력 문제는 해결이 가능하지만, 유료인 AC3 코덱 같은 경우는 사실 제조사에서 기본 지원해 주는 것이 더 좋을 뻔 했다.

모바일 티머니 오류
모바일 티머니 오류

그 외에도 안드로이드 순정 홈은 카카오톡이나 라인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의 아이콘에 미확인 메시지 수를 알리는 뱃지(카운트)가 뜨지 않는 점도 아쉽다(도돌 런처와 같은 별도의 런처를 설치하면 해결된다). 그리고 NFC 기능이 국내 사정에 완전하게 호환되지 않는지, KT에서 정상 개통된 유심 카드를 꽂은 상태에서도 교통카드 결제용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모바일 티머니와 같은 앱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 것도 확인했다. 교통카드 기능 미지원 문제는 이전의 넥서스 시리즈에서도 지적된 바 있는데, 여전히 해결이 되지 않은 것 같다.

2% 부족한 배터리 성능

배터리 성능 측정
배터리 성능 측정

배터리 성능의 경우, 화면 밝기를 최대한으로 높인 배터리 100% 상태에서 풀HD급 동영상을 연속 구동해보니 약 3시간 정도를 구동한 후에 배터리가 10% 정도 남았다는 메시지가 뜨는 것을 확인했다. 이 정도면 쓸 만은 하지만 배터리가 오래간다고 하기는 힘들다. 교체할 수 없는 일체형 배터리를 탑재한 제품이니 3,000mAh 이상의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주는 것이 더 좋을뻔했다.

튀지 않는 무난함이 오히려 호기심 자극할 만

넥서스5X는 디자인이나 부가기능 면에서 사실 그렇게 톡톡 튀고 재미나는 제품은 아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사용 감각이나 전반적인 성능 면에서 고르게 평균 이상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64비트 모드를 온전하게 지원하는 안드로이드 6.0(마시멜로) 기반 제품이라는 점, 그리고 각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앱과 인터페이스, 기능 등을 구성할 수 있는 기회와 자유도를 제공한다는 점은 사용자의 호기심을 자극할 것이다. 지문 인식 기능 역시, 지금 당장의 활용성은 높지 않으나 장차 높은 활용성을 기대할 수 있다.

넥서스5X의 구성품
넥서스5X의 구성품

다만, 글로벌 시장을 노린 레퍼런스 제품이다 보니 한국 사용자들이 특히 선호하는 몇 가지 기능(동영상 관련, 교통카드 미지원 등) 면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USB 타입C – 타입A 변환 케이블을 기본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 배터리 유지 시간이 그다지 길지 않다는 점 등은 옥의 티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그럭저럭 쓸만한 사양 대비 50만원대의 비교적 저렴한 출고가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한 번 즈음 구매 후보에 올려볼 만은 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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