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의실] 고성능과 온라인 기능을 강조한 MS의 비디오 게임기 - 엑스박스
[용어로 보는 IT 2015 개정판] 1995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가 신형 운영체제인 ‘윈도우 95’를 출시해 큰 인기를 얻으면서 PC(개인용컴퓨터) 시장의 주도권은 완전히 마이크로소프트의 손에 놓이게 되었다. 운영체제 시장을 지배하게 되면 이에 대응하는 각종 하드웨어나 응용프로그램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게 된다.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크게 신경 쓴 것이 바로 멀티미디어, 그 중에서도 게임이었다. 특히 윈도우 이전의 운영체제인 도스(Dos)에서 게임을 개발하거나 즐기는 것에 어려움이 많았다는 것을 참고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게임 개발자를 위한 공용 개발 인터페이스인 다이렉트X(DirectX)를 내놓았다. 다이렉트X의 등장 이후 윈도우 기반PC 게임들의 품질이나 호환성, 안정성이 크게 향상되었으며, 덩달아 PC로 게임을 즐기는 인구도 크게 늘어나게 된다.
2001년에 출시된 마이크로소프트의 비디오 게임기 ‘엑스박스(Xbox)’
PC 시장의 지배자 마이크로소프트, 비디오 게임기 시장에 도전하다
2001년 CES에서 엑스박스를 공개하고 있는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다만, PC게임 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게임 시장의 중심은 비디오(콘솔) 게임이었다. 특히 북미나 일본 등의 대형 시장에서 비디오 게임 시장은 PC 게임 시장을 압도하고 있었다. 윈도우 시리즈와 다이렉트X를 내세워 PC게임 시장을 주도하게 된 마이크로소프트가 비디오 게임 시장에 눈독을 들이게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비디오 게임기 시장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1990년대 말부터로, 당시 비디오 게임기 시장은 소니(Sony)와 닌텐도(Nintendo)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그 뒤를 세가(Sega)가 따르는 형국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세가가 1998년에 출시한 비디오 게임기인 ‘드림캐스트(Dreamcast)’에 ‘윈도우 CE’ 운영체제를 공급하며 비디오 게임기 시장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가의 드림캐스트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2년 후에 나온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2(Playstation 2)에 압도당하며 결국 시장에서 철수하게 된다.
하지만 비디오 게임기 시장을 향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의지는 확고했다. 2000년, 마이크로소프트는 독자적으로 비디오 게임기 시장에 진출할 것을 선언했으며, 이듬해인 2001년에 비디오 게임기 ‘엑스박스(Xbox)’를 출시하기에 이른다.
PC 기반의 비디오 게임기, 엑스박스
엑스박스의 높은 성능을 바탕으로 [헤일로]와 같은 우수한 그래픽의 게임이 다수 출시되었다
엑스박스는 기존 비디오 게임기에 비해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구성 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소니나 닌텐도의 게임기가 독자적인 규격의 프로세서 및 운영체제를 채용한 것에 비해, 엑스박스의 하드웨어는 PC와 유사했다. 특히 PC에서 널리 쓰이던 인텔(Intel)사의CPU(중앙처리장치)와 엔비디아(nVidia)사의GPU(그래픽처리장치)를 내장했으며, 대용량의 하드디스크까지 갖추고 있었다.
엑스박스는 이에 그치지 않고 여기에 PC용 ‘윈도우 2000’을 게임용으로 개량한 운영체제에 다이렉트X까지 채용했다. 이로 인해 엑스박스는 발표 당시, 온전한 비디오 게임기가 아니라 단순히 PC를 비디오 게임기처럼 꾸민 것은 아니냐는 우려를 사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점을 감안 하더라도 엑스박스의 하드웨어 성능이 비슷한 시기에 나온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2나 닌텐도의 게임큐브를 능가한 것은 사실이었고, 덕분에 엑스박스는 당대의 고사양 PC 게임 못잖은 고품질의 영상과 음성을 구현할 수 있었다.
온라인 기능을 전면에 내세운 엑스박스
마이크로소프트는 엑스박스 라이브를 위한 음성 채팅용 헤드셋도 내놓았다
엑스박스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네트워크 기능을 쓰기 위해서 추가로 주변기기를 달아야하는 경우가 많았던경쟁사 게임기들과 달리 유선 랜(LAN) 포트까지 기본으로 갖췄고 이를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 콘텐츠를 내려 받거나 온라인 대전을 벌이는 전용의 네트워크 서비스인 ‘엑스박스 라이브(Xbox Live)’ 기능을 기본 지원 했다는 점이다. 이는 혼자서 즐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비디오 게임의 기본적인 형태를 탈피한 것으로, 당시에는 상당히 선구적인 시도로 평가 받았다.
엑스박스는 2006년까지 세계적으로 2,600만대 정도가 팔리며 상당히 선전했지만, 이는 1억대 이상을 판매한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2에 크게 못 미치는 결과였다. 엑스박스는 PC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 때문에 기존의 PC 게임 개발자들이 손쉽게 엑스박스용 게임도 개발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었다. 하지만 이는 엑스박스용 게임들이 PC 게임과 큰 차이가 없다는 평을 듣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했고, 결과적으로 차별화에 실패했다.
또한, 미국 회사에서 개발된 제품답게 엑스박스는 본체나 컨트롤러의 크기가 일본 회사들의 제품에 비해 상당히 컸으며, 출시되는 게임 소프트웨어 역시 서양 시장의 취향에 적합한 것이 대다수였다. 이로 인해 엑스박스는 서양 시장에서는 꾸준히 팔린 반면, 일본을 비롯한 동양권 시장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전작의 실수를 거울삼아 등장한 후속작, 엑스박스 360
2005년에 출시된 엑스박스 360, HD급 그래픽 구현 능력을 강조했다
초대 엑스박스는 완전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비디오 게임기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엑스박스의 후속 모델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목표는 최대의 경쟁사인 소니보다 먼저 후속 모델을 출시하고, 한층 고성능을 구현하는 것이었다.
2005년에 출시된 엑스박스의 후속 모델인 ‘엑스박스 360(Xbox 360)’은 기존 엑스박스의 장점이었던 우수한 성능과 엑스박스 라이브 기능을 계승함과 동시에, HD(High Definition)급의 고화질을 구현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다만 CPU는 IBM과 공동 개발한 파워PC(PowerPC) 계열로, GPU는 AMD(ATi)의 것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기존 엑스박스에 비해 한층 작고 세련된 디자인의 본체를 갖췄으며, 일본쪽 소프트웨어 개발사들도 다수 영입하여 동양권 시장 공략을 위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엑스박스 360은 기존 엑스박스를 크게 능가하는 인기를 누렸다. 1년 후에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3가 출시되었지만, 게임 성능 자체로만 따지면 엑스박스 360은 플레이스테이션 3에 뒤지지 않았고, 엑스박스 360과 플레이스테이션 3로 동시 출시된 몇몇 게임들의 경우, 오히려 엑스박스 360용이 더 우수하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엑스박스용으로 개발된 [기어즈 오즈 워(2006)]는 뛰어난 그래픽을 내세우며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특히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3가 DVD에 이은 차세대 영화 매체인 블루레이(blu-ray)기능을 필두로 한 멀티미디어 기능을 강조하자, 마이크로소프트는 당시 블루레이의 경쟁 규격이었던 HD-DVD를 엑스박스 360으로 즐길 수 있는 추가 장치를 발매하기도 했다. 이후 HD- DVD는 블루레이에 밀려 시장에서 퇴출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소니의 공세에 전면적으로 맞설 수 있는 수단으로써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닌텐도 위의 대항마, 키넥트
2010년 출시된 엑스박스 360의 슬림형 모델(엑스박스 360S)과 키넥트 컨트롤러
엑스박스 360은 일본 시장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 3에 밀렸지만 유럽 시장에서는 대등한 경쟁을 했으며, 북미에서는 한 수 위의 판매량을 기록, 2011년까지 6000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성과를 거두며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디오 게임기 시장의 한 축으로 올려놓았다. 다만, 2006년에 닌텐도에서 출시한 비디오 게임기인 ‘위(Wii)’가 엑스박스 360과 플레이이스테이션 3를 동시에 압도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기 때문에 비디오 게임기 시장의 선두에 서겠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소망은 이루지 못했다.
닌텐도의 위는 하드웨어의 성능 면에서는 경쟁사 제품에 크게 미치지 못했지만, 몸을 직접 움직이며 조작하는 독특한 형태의 플레이 형태를 선보이며, 특히 게임 초보자들을 중심으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이에 자극 받은 마이크로소프트는 닌텐도 위보다 정밀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는 엑스박스 360용 동작 인식 컨트롤러 ‘키넥트(Kinect)’를 2010년에 출시해 닌텐도에 맞섰다.
기능이 많아 산으로 간 엑스박스 원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원과 키넥트 2
엑스박스 360의 후속 모델 ‘엑스박스 원(Xbox One)’은 플레이스테이션 3와 마찬가지로 종합 멀티미디어 기기를 표방했다. 게임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도 함께 감상할 수 있고, ‘키넥트 2’를 동봉해 누구나 동작 인식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종합 멀티미디어 기기란 콘셉트는 게이머들의 반발을 불렀다. 또한 키넥트를 동봉한 탓에 제품의 초기 가격이 너무 비싸게 책정됐다. 때문에 플레이스테이션 4보다 훨씬 많이 팔릴 것이라는 세간의 예측과 달리 일본, 유럽 시장에서 참패를 면치 못했고, 본거지인 북미 시장에서도 플레이스테이션 4에게 근소한 차이로 추월 당하고 만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는 엑스박스 원의 총책임자인 필 해리슨을 경질하고, 비디오 게임기 본연의 목적인 게임에 집중한다는 결정을 내린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는 키넥트를 제거한 모델을 출시하고, 가격을 인하했으며, 다양한 독점작을 투입해 플레이스테이션 4에게 빼앗긴 시장 점유율을 되찾기 위해 힘쓰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HIS에 따르면 엑스박스 원은 올해 말까지 2,000만대 정도 판매될 것으로 예측된다. 전작 엑스박스 360보다 훨씬 많은 판매량을 보여주고 있지만, 경쟁 모델인 플레이스테이션 4가 올해 말까지 3,400만대 판매될 것으로 예상되어 빛이 바랬다.
올해 가을 엑스박스 원의 운영체제가 윈도우 10으로 변경될 예정이다. 기존 윈도우용 응용 프로그램은 실행할 수 없지만, 윈도우 10 전용으로 설계된 유니버설 앱은 윈도우 스토어를 통해 내려받아 엑스박스 원에서 실행할 수 있다. 엑스박스 원의 활용도가 한층 올라갈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이다.
세계 최대의 게임 컨퍼런스 E3 2015에서 마이크로소프트트는 퍼스트 파티에서 개발한 강력한 독점작을 공개하고, 엑스박스 원에서 엑스박스 360 게임을 실행(하위 호환)할 수 있게 하는 등 게임에 집중하는 정책을 쏟아내 게이머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8세대 비디오 게임기 시장 경쟁은 끝난 것이 아니다. 플레이스테이션 4와 엑스박스 원의 경쟁은 이제 막 시작됐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