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의실] 한 가닥의 멀티미디어 케이블 - HDMI

김영우 pengo@itdonga.com

[용어로 보는 IT 2015 개정판] 영화나 게임 등의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3가지 요소가 있다. 첫 번째가 TV나 모니터, 혹은 스피커와 같은 영상/음향 출력기기, 두 번째가 DVD 플레이어나 PC, 비디오 게임기와 같은 재생기기이며, 마지막 세 번째가 재생기기와 출력기기 간에 영상/음향 신호를 전송하기 위한 케이블 및 단자(포트 및 커넥터)를 나타내는 인터페이스(Interface)다. 출력기기와 재생기기가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인터페이스의 품질이 좋지 못하다면 신호가 전달되는 도중에 화질이나 음질이 저하될 수 있다. 이는 전파나 신호가 잘 통하지 않는 지하실, 혹은 바다 한가운데에서 FM 라디오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것과 동일한 이치다.

아날로그 인터페이스
아날로그 인터페이스

< 아날로그 방식의 인터페이스. 왼쪽부터 컴포지트, S영상, 컴포넌트, D-Sub 케이블>

이러한 문제는 VHS 비디오가 DVD로, LP 레코드가 CD로 바뀌는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품질이 점차 향상되면서 심화 되기 시작했다. 특히 영상용 인터페이스의 경우, 컴포지트(Composite)나 S영상(Separate Video)과 같이 나온 지 오래된 아날로그 방식의 인터페이스로는 고화질 멀티미디어 신호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 물론, 컴포넌트(Component)나 D-Sub(D-Subminiature)와 같이 아날로그 방식이면서도 HD급 영상의 전달이 가능한 인터페이스도 있다. 하지만 컴포넌트의 경우, 영상 신호만 전달하는데 무려 3개의 케이블이 필요하다는 불편이 있으며, D-Sub는 본래 PC용으로 개발된 것이라 일반 AV 기기에서는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단점이다.

더욱이, 주변의 다른 기기에서 발생하는 노이즈, 혹은 케이블의 길이나 굵기 등의 외부 요소로 인해 품질이 변하는 아날로그 인터페이스 특유의 문제는 그대로였다. 이리하여 선보이게 된 것이 디지털 방식의 인터페이스다. 초기에 나온 디지털 방식의 인터페이스는 영상용인 DVI(Digital Visual Interface)와 음향용인 S/PDIF(Sony Philips Digital InterFace)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디지털 방식의 인터페이스는 외부 요소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으며, 한 번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전달할 수 있으므로 고품질의 영상과 음향을 즐기는데 유리하다.

디지털 인터페이스
디지털 인터페이스

< 디지털 방식의 인터페이스. 왼쪽부터 DVI, S/PDIF(옵티컬 방식), S/PDIF(코엑시얼 방식) 케이블>

HDMI, 고품질의 영상과 음향을 케이블 하나로 간편하게

다만, DVI 인터페이스는 PC 관련 업체들이 주축이 되어 개발한 것이라 일반용 AV 기기에 적용하기에는 부적합한 면이 있었다. 아울러 S/PDIF 인터페이스의 경우, 고가의 음향 장비를 주로 사용하는 AV전문가들의 전유물처럼 인식되어 대중화가 예상 보다 느리게 진척되었다. 때문에 DVI와 S/PDIF가 나온 후에도 사람들은 한동안 아날로그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는 일이 많았다.

특히, 2000년 즈음까지만 하더라도 DVD 영화나 비디오 게임을 HD TV에 연결하여 만족스러운 화질로 즐기려면 3개의 케이블로 구성된 컴포넌트 인터페이스 외에 선택의 폭이 그다지 넓지 않았다. 여기에 각 채널 별 음성 케이블까지 꽂아주자니, 각종 케이블들이 얽히고설켜 혼란의 도가니가 되기 일쑤였다. 이러한 이유로 등장한 것이 바로 HDMI(High-Definition Multimedia Interface) 인터페이스다. HDMI는 디지털 방식의 영상과 음향 신호를 하나의 케이블로 동시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2003년에 히타치, 파나소닉, 소니, 필립스, 톰슨 등의 AV 가전 업체들이 주축이 되어 공동 개발하였다.

HDMI 인터페이스
HDMI 인터페이스
< HDMI 인터페이스를 구성하는 커넥터와 포트>

재생기기와 출력기기가 모두 HDMI 포트를 갖추고 있을 경우, HDMI 케이블 하나만 연결하면 간편하게 영상과 음향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또한, 품질 저하가 없는 디지털 방식이므로 화질과 음질도 우수하다. 풀 HD급, 혹은 UHD급의 고화질 영상과 5.1채널이나 7.1채널의 입체음향도 단 하나의 케이블로 전송할 수 있다는 의미다. 2015년 현재, HDMI는 PC, 셋톱박스, 블루레이 플레이어, TV 등 다양한 기기에서 쓰이고 있는 사실상의 표준 인터페이스다.

HDMI는 DVI와 호환이 가능한가?

HDMI 인터페이스로 전달되는 디지털 신호는 기본적으로 DVI의 영상 신호와 S/PDIF의 음향 신호를 합친 것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단자의 형태를 변환하는 젠더나 변환 케이블을 사용하면, HDMI 방식의 재생기기와 DVI 방식의 출력기기를 연결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 영상만 전달되고 음향은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일부 PC용 그래픽카드 중에는 전용 젠더를 사용하면 음향 전달도 가능한 제품도 있다.

HDMI-DVI 변환 케이블
HDMI-DVI 변환 케이블

< HDMI-DVI 변환 케이블>

한편 HDMI는 영상 신호와 음향 신호 외에 내부적으로 HDCP(High-bandwidth Digital Content Protection)라고 하는 저작권 보호용 암호화 신호가 함께 전달된다. 때문에 HDCP 규격을 지원하지 않는 일부 DVI용 기기의 경우, HDMI-DVI 변환 젠더/케이블을 통해 연결하더라도 영상이 제대로 출력되지 않을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 블루레이 플레이어나 비디오 게임기(소니 플레이스테이션3 등)와 같은 기기가 대표적인데, 이들을 HDMI–DVI 변환 케이블을 통해 DVI용 모니터와 연결할 경우 모니터가 HDCP를 지원하지 않으면 화면이 정상적으로 출력되지 않는다.

플레이스테이션3나 플레이스테이션4 등의 비디오 게임기, 블루레이 플레이어와 같은 멀티미디어 재생기가 HDCP 규격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기기로, 이들을 HDMI – DVI 변환 케이블을 이용해 DVI 방식의 모니터와 연결할 경우, 모니터가 HDCP를 지원하지 않으면 화면이 제대로 출력되지 않는다. 다만, 이 중에는 플레이스테이션4처럼 내부적으로 HDCP 적용 여부를 끄거나 켤 수 있는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경우도 일부 있다. 따라서 이런 기기는 영상 출력 메뉴에서 HDCP를 비활성화시키면 HDCP 미지원 모니터라도 영상 출력이 가능하다.

다양한 형태의 HDMI 단자

또한 일부 소형 기기는 제품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 표준형 HDMI 단자보다 작은 미니 HDMI, 혹은 마이크로 HDMI 규격의 단자를 갖춘 경우도 있다. 단자의 크기는 달라도 내부적으로 전달되는 신호는 같으므로 이 경우, 단자의 형태를 변경하는 젠더나 변환 케이블을 이용해 표준 HDMI 기기와 연결해 사용한다.

HDMI 커넥터의 다양한 형태
HDMI 커넥터의 다양한 형태

< 표준 HDMI, 미니 HDMI, 그리고 마이크로 HDMI 규격의 커넥터>

그 외의 HDMI와 관련 있는 인터페이스로는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를 위해 개발된 MHL(Mobile High-definition Link)을 들 수 있다. 이는 모바일 기기에 달린 마이크로 USB 포트를 이용해 HDMI처럼 영상과 음성을 출력하는 규격이다. 2010년경 이후에 출시된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MHL 규격을 지원하는 마이크로 USB 포트를 갖추고 있다.

MHL – HDMI 변환
케이블
MHL – HDMI 변환 케이블

< MHL – HDMI 변환 케이블의 모습. 주로 스마트폰과 외부 디스플레이를 연결할 때 쓴다>

MHL – HDMI 변환 케이블을 이용해 모바일 기기의 MHL 지원 마이크로 USB 포트와 외부 디스플레이 장치(모니터, TV 프로젝터 등)의 HDMI 포트를 연결하면 모바일 기기의 화면과 음성을 외부 디스플레이 장치로 감상 가능하다. 참고로, MHL 포트와 일반 HDMI 포트를 연결할 경우에는 변환 케이블 사이에 별도의 외부전원 공급용 케이블을 연결해 줘야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전원 공급 기능을 갖춘 MHL 지원 신형 HDMI 포트는 별도의 전원 공급 케이블이 달리지 않은 1자형 MHL – HDMI 변환 케이블을 이용해도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같은 모양의 HDMI 단자라도 버전 다를 수 있어

HDMI는 단자의 모양이 같아도 나온 시기에 따라 버전이 다를 수 있다. 버전이 올라갈수록 기능이 향상된다. 2006년 6월에 나온 HDMI 1.3 규격의 경우, 기존의 HDMI 1.2 보다 대역폭(한 번에 전달할 수 있는 데이터의 크기)이 2배(4.95Gbps –> 10.2Gbps)로 향상되어 기존의 1,920 x 1,200 보다 정밀해진 2,560 x 1,600 해상도의 화면을 전송할 수 있게 되었으며, 기존의 24bit 컬러보다 방대한 48bit 컬러를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HDMI 1.3은 영상뿐 아니라 음성 부문도 개선이 있었는데, 기존의 입체 음향 규격인 돌비디지털 및 DTS(DVD급 입체 음향)보다 음질과 채널 수가 한층 향상된 돌비 트루HD와 DTS HD 마스터오디오(블루레이급 입체 음향) 신호의 전송도 가능해졌다. 2006년 11월에는 HDMI 1.3의 개량형이라고 할 수 있는 HDMI 1.3a가 발표되었다. HDMI 1.3a는 각 기기의 제어를 연동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된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HDMI 1.3a 규격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플레이어와 TV를 각각 연결할 경우, 복잡한 설정 없이 블루레이 플레이어 리모컨으로 TV까지 제어가 가능하다.

HDMI 1.4
HDMI 1.4

< HDMI 1.4부터 영상/음향 외에 이더넷(Ethernet) 신호의 전송도 가능해졌다>

HDMI 1.4는 2009년 5월에 발표된 것으로, 전송 가능한 데이터 대역폭은 HDMI 1.3과 같지만, 최대 전송 가능 해상도가 4,096 x 2,160(24Hz)으로 향상되었고, 3D 영상도 지원하게 되었다. 그리고 영상과 음성 신호 외에 인터넷 등의 데이터 통신을 위한 이더넷(Ethernet) 신호도 함께 전송이 가능해진 것이 특징이다.

2010년에 발표된 HDMI 1.4a와 2011년에 발표된 HDMI 1,4b는 기존 HDMI 1.4의 3D 영상 전송능력을 한층 강화한 규격이다. HDMI 1.4a에서 탑앤버텀(top-and-bottom) 방식의 3D 영상 전송 능력이 추가되었고, HDMI 1.4b는 1,920 x 1,080(1080p) 해상도의 풀HD급 3D 영상을 초당 60프레임(총 주사율 120Hz)으로 구현 가능하다.

HDMI 2.0
HDMI 2.0

< HDMI 2.0은 높은 대역폭 덕분에 4K UHD급 콘텐츠 전송에 유리하다>

2013년에 등장한 HDMI 2.0은 4K, 혹은 UHD(울트라 HD)로 불리는 초고해상도 환경에 최적화된 규격이다. 최대 대역폭은 18Gbps까지 향상되었고, 최대 4,096 x 2,160(2160p)의 해상도에서 60Hz로 부드럽게 구동하는 영상을 전송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2015년에는 화면 전반의 명암 구별 능력과 색감을 향상시켜 한층 보기 좋은 영상을 구현하는 HDR(High-dynamic- range) 비디오 지원 기능이 추가된 HDMI 2.0a 규격이 발표되었다.

각 버전의 HDMI 인터페이스는 하위 호환성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상위 규격의 소스기기와 하위 규격의 출력기기를 연결해 사용하거나 혹은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에는 양쪽 모두 하위 규격에 해당하는 기능만 사용이 가능하다. 이를테면 블루레이 플레이어가 HDMI 2.0을 지원하더라도 TV가 HDMI 1.4 규격이라면 당연히 HDMI 1.4 기능만 쓸 수 있다.

HDMI와 유사한 인터페이스 중에는 디스플레이포트(DisplayPort, 약칭 DP)라는 것도 있다. 디지털 방식의 영상과 음향을 하나의 케이블로 전달한다는 점에서 HDMI와 비슷하다. 다만, 단자의 모양은 HDMI와 다르며, AV기기보다는 PC에서 주로 쓰인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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