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SD카드도 백업하는 무선 외장하드, WD 마이패스포트 와이어리스

김영우 pengo@itdonga.com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 제조사들은 모두 한가지 고민을 가지고 있다. 바로 HDD라는 장치의 미래다. HDD는 저장장치 중에 가장 큰 저장용량을 가지고 있다는 아주 큰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속도는 SSD보다 느리고 모바일 친화성은 클라우드 저장소에 미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아직은 HDD가 수요가 꾸준한 편이지만, 향후에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WD 마이패스포트 와이어리스
2TB
WD 마이패스포트 와이어리스 2TB

이런 이유로 최근 HDD 제조사들은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HDD와 SSD의 특성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드라이브(SSHD, 듀얼 드라이브 등)를 내놓기도 하고, 휴대성이 높은 외장하드의 제품군을 강화하기도 한다. 그리고 무선 접속이 가능한 와이파이 탑재 외장하드 역시 그러한 시도 중 하나인데, 이번에 소개할 WD(웨스턴디지털)의 WD 마이패스포트 와이어리스(WD My Passport Wireless)도 그러한 맥락의 제품이다. 이번 신제품은 저장용량(최대 2TB)이 늘어난 것 외에 배터리 유지 시간(대기 20시간, 동영상 재생 6시간)을 강화했으며, SD카드 슬롯과 같은 부가기능도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2TB 모델은 다소 묵직, 휴대성 중요하면 저용량 모델로

WD 마이패스포트 와이어리스는 일단 2.5인치 규격의 HDD를 탑재한 외장하드로 분류된다. 2.5인치 외장하드는 휴대성을 강조한 소형제품인데, WD 마이패스포트 와이어리스의 경우는 그것 치곤 다소 두꺼운 편이다. 500GB 모델의 두께는 21.8mm로 그나마 준수한 편이지만, 1TB 모델은 24.4mm이며, 2TB 모델의 경우는 29.8mm에 달한다. 리뷰에 이용한 제품은 2TB 모델이다.

WD 마이패스포트 와이어리스
WD 마이패스포트 와이어리스

휴대자체가 곤란할 정도는 아니지만, 일반적인 외장하드에 익숙한 사용자라면, 특히 2TB을 보고 살짝 부담스러워 수도 있겠다. 이것저것 들어있는 기능이 많으니 두꺼워진 것이라고 생각하자. 만약 용량보다 휴대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용자라면 저용량 모델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WD 마이패스포트 와이어리스
2TB
WD 마이패스포트 와이어리스 2TB

제품의 외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외부전원의 연결 없이 배터리로 제품을 켤 때 쓰는 전원 버튼, 그리고 와이파이 연결을 편하게 하기 위한 WPS 버튼이 달려있으며, 전원 및 와이파이 연결 상태를 표시하는 전원 LED 및 와이파이 LED가 달려있다. 여기까지 봐선 기존의 무선 외장하드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여기에 더해 WD 마이패스포트 와이어리스는 SD카드용 슬롯도 함께 갖추고 있다. SD카드에 담긴 파일을 외장하드로 간편하게 옮기고자 할 때 유용한데, 주로 디지털카메라 이용자들에게 요긴할 듯 하다.

일반 USB 3.0 외장하드로서의 성능도 이상 없음

여러 가지 부가 기능을 갖추고 있긴 하지만 WD 마이패스포트 와이어리스는 기본적으로 USB 3.0 방식의 외장하드다. PC의 USB 포트에 꽂으면 일반적인 로컬 디스크로 인식, 자유롭게 파일을 주고 받을 수 있다.

WD 마이패스포트 와이어리스
2TB
WD 마이패스포트 와이어리스 2TB

USB 3.0 포트가 달린 PC에서 써야 최대 속도를 발휘할 수 있겠지만 USB 2.0 포트만 달린 구형 PC에서도 문제없이 호환이 된다. 다만, 이렇게 하면 파일 복사 속도는 USB 3.0의 30% 정도 수준으로 떨어진다. 합계 20GB 용량의 고화질 동영상 20개 정도를 복사해 보니 USB 3.0 연결 상태에선 4분 정도에 작업이 끝났지만 USB 2.0 연결 상태에선 12분 이상이 걸렸다.

PC, 스마트폰, 태블릿 등 다양한 기기에서 접속 가능한 무선 외장하드

이런 일반 외장하드 용도로도 충분히 쓸만한 WD 마이패스포트 와이어리스지만 이렇게만 쓰려고 이 제품을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제품은 역시 무선 연결로 써야 진가가 드러난다. 이 제품과 무선 연결을 하려면 와이파이 기능을 갖춘 데스크탑이나 노트북 PC, 혹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가 필요하다.

WD 마이패스포트 와이어리스의 전원을 켠 후, 잠시 기다리면 전원 LED가 깜박이다가 와이파이 LED가 켜지며 무선 연결을 할 준비가 된다. 다만, 이 시간이 30~40초 정도로 길다는 것은 아쉽다. 와이파이 LED가 들어오면 PC나 스마트폰, 태블릿의 와이파이 기능을 켜고 WD 마이패스포트 와이어리스의 와이파이 신호(초기값 이름은 MYPassport)를 선택, 접속하도록 하자. 초기엔 접속암호가 없지만 나중에 사용자가 자유롭게 암호를 지정해 보안성을 높일 수도 있다.

WD 마이패스포트 와이어리스
대시보드
WD 마이패스포트 와이어리스 대시보드

이후, PC에서는 웹브라우저를 구동, 지정된 URL(http://mypassport/ 등)을 입력해 마이패스포트의 설정메뉴(대시보드)로 접속하면 여러 가지 기능을 쓸 수 있게 된다. 이곳에선 장치의 상태(용량, 배터리, 네트워크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것 외에, WD 마이패스포트 와이어리스의 내부 디렉터리로 직접 접근하는 메뉴도 제공한다. 이를 통해 해당 디렉터리의 바로 가기를 만들어두거나 네트워크 드라이브로 연결해 두면 PC상의 드라이브처럼 쓸 수 있다.

편의성 좋은 무선, 속도 빠른 유선

다만, 굳이 PC에서 이렇게 무선을 통해 접속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유선으로 연결하는 것 보다 파일 전송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PC에 달린 랜카드의 성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802.11n 기반의 무선 보급형 랜카드 기반의 와이파이 연결 상태에서 파일을 복사해보니, USB 3.0과는 비교할 수 없고, USB 2.0을 통해 직접 연결했을 때보다도 절반 이하의 속도밖에 내지 못했다. 무선 연결이 편의성이 더 좋을 수는 있지만, 속도까지 고려한다면 PC에선 유선 연결을 택하는 것이 좋겠다.

WD 마이패스포트 와이어리스의 특성을 제대로 이용하고자 한다면 역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와 같은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접속하는 것이다. 일단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에 접속, WD 마이 클라우드(WD My Cloud) 앱을 설치한 후, WD 마이패스포트 와이어리스의 와이파이에 접속, 앱을 실행하면 외장하드 내에 저장된 파일을 모바일 기기에서 이용할 수 있다.

WD 마이클라우드 앱
WD 마이클라우드 앱

스마트폰(베가아이2)과 마이패스포트를 무선으로 연결, 모바일앱을 통해 각종 콘텐츠를 재생해보니 HD급(720p)나 풀HD급(1080p)의 동영상도 몇 초 정도의 버퍼링 후에 비교적 끊김 없이 재생되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동영상 자체는 원활하게 재생되나 .SMI 등의 자막 파일은 적용되지 않는 점이 아쉽다. 이를 통해 영화를 즐기고자 한다면 되도록 자막이 포함된 상태로 인코딩된 영화 파일을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무선 연결 상태에서도 인터넷 이용 가능, 최대 8대까지

기존의 와이파이 외장하드 중에는 기기와 외장하드를 와이파이로 연결할 때 외부 인터넷의 접속이 끊기는 제품이 많았으나, WD 마이패스포트 와이어리스는 양 기기 연결 중에도 외부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 PC 접속경우, 마이패스포트 상단 설정 메뉴의 와이파이(Wi-Fi) 항목을 통해, 모바일 앱의 경우는 '연결 설정' 메뉴의 와이파이 항목을 통해 양기기 연결 중에도 외부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도록 설정이 가능하다.

연결설정
연결설정

이를 이용해 '홈네트워크' 모드를 선택하면 마이패스포트를 경유해 PC나 모바일 기기가 외부 인터넷의 신호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핫스팟' 모드를 선택할 경우에는 WD 마이패스포트 와이어리스가 공유기처럼 와이파이 핫스팟을 생성, 최대 8대의 기기가 인터넷 연결 및 외장하드 파일의 공유가 가능하다. 다만, 대역폭(데이터를 전송하는 통로)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8대를 동시 이용하는 건 무리다. 실제론 2~3대 정도까지가 적절한 것 같다.

DSLR 사용자에게 유용한 SD카드 백업기능

WD 마이패스포트 와이어리스의 또 다른 장기 중 하나라면 역시 SD카드 슬롯을 탑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이용하면 PC를 거치지 않고 곧장 WD 마이패스포트 와이어리스에 SD카드를 꽂아 카드의 파일을 외장하드로 저장할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SD카드를 꽂은 후 WD 마이패스포트 와이어리스의 WPS 버튼을 살짝 눌러주면 된다. 이렇게 하면 외장하드 내에 별도의 폴더를 만들어 그곳에 SD카드에 있는 모든 파일을 저장하게 된다.

SD카드 백업
SD카드 백업

기본적으로 이 기능을 이용하면 SD카드에 있는 모든 파일을 외장하드로 '복사'하게 된다. 하지만 복사가 아닌 '이동'을 원한다면 일단 PC용 웹브라우저나 통해 모바일 앱을 통해 모드 전환이 가능하다. 주로 DSLR이나 미러리스 카메라의 이용자에게 유용한 기능으로, 사진을 찍다가 SD카드가 꽉 찼다면 PC를 켤 필요 없이 언제나 SD카드의 사진을 모두 외장하드로 이동시켜 SD카드의 용량을 확보한 후 촬영을 계속하는 식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그 외에 WD 마이패스포트 와이어리스는 DLNA 기능을 지원하므로 이를 통해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다른 PC나 스마트TV, 혹은 스마트폰 등의 다양한 DLNA 지원 기기와 저장된 콘텐츠를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므로 가정의 간이 미디어 서버로 이용하는 것도 가능 할 것이다.

한 발 앞서 나온 경쟁사 제품에 비하면?

WD의 와이파이 외장하드 시장 진출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이에 대해 WD 관계자들은 '그만큼 더 신중을 기해 물건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WD 마이패스포트 와이어리스를 직접 써보니 기본적인 기능은 경쟁사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좀 더 낫긴 하다. 와이파이 공유가 좀 더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며, SD카드 백업과 같은 부가 기능도 제법 유용하다. 다만, 이런 약간의 우위는 경쟁사에서 또다시 신제품을 출시하면 역전 당할 수도 있는 법이다.

그 외에 와이파이 기능을 쓰기 위해 전원을 켜고 30~40초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점, 2TB 모델의 제품 두께가 너무 두껍다는 점 등은 향후 개선했으면 한다. 가격도 아주 싸다곤 할 수 없다(정가 기준, 1TB 모델 23만 9,000원, 2TB 모델 29만 9,000원). 물론 실제로 시장에 물건이 본격적으로 풀리면 이보다는 좀 싸게 살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부팅 속도 등은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개선될 여지도 있다. 늦게 나온 제품 치고는 기본기가 괜찮은 편이니 앞으로의 전개가 더 기대된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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